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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조사 자체의 편향 막으려면…

윤성아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욕구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 및 서비스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 만족하고 어떤 부분에 불만족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 때문에 기업들은 매년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 조사에는 기본 가정이 깔려 있다. 즉 소비자 조사를 올바른 절차에 따라 정확히 진행한다면(표본 크기, 대표성 등 통계적으로 신뢰성이 있다면), 조사 결과 얻은 자료들은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물론,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평가와 만족도까지 정확히 반영한다는 가정이다. 소비자 조사 결과를 통해 향후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을 예측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은 이런 가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은 설문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들의 만족도나 행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서 설문 조사를 시작한다.
 
소비자 조사 참여와 향후 구매 확률
 

 
여러 마케팅 관련 연구들은 이러한 가정에 의문을 던진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제품 및 서비스의 질적 요소 외에도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혹은 만족도 조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소비자 평가가 편향(bias)되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응한 사람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했든 낮다고 응답했든 상관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향후 그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커지며, 해당 기업과 더욱 오랫동안 유익한 관계를 유지한다(Dholakia and Morwitz 2002; Dholakia Morwitz and Westbrook 2004). 실제로 미국에서 4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를 사겠느냐는 설문에 응답한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에 비해 다음 6개월 동안 정말로 컴퓨터를 구매할 확률이 18%나 증가했다. 자동차의 경우 설문 이후 6개월 동안의 구매율이 37%나 증가했다(Morwitz, Johnson and Schmittlein 1993).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만족도 조사를 실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기업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 추론(positive inference)을 하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서비스를 경험해봤다면 이러한 긍정적 추론으로 인해 자신의 경험을 좋게 기억하고 해석하도록 만든다(Dholakia Morwitz and Westbrook 2004).
 
물론 설문에서 물어본 향후 구매 의도나 만족도가 소비자의 실제 구매 의도나 만족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기업으로서는 당연히 고무적일 것이다. 소비자 조사가 먼 미래의 수익 증가를 위한 투자나 비용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가까운 미래에 기업에 직접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말이다. 반면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조사 결과는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들의 만족도나 향후 구매 여부 등을 과대 예측하게 만든다.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조사 미리 알면 소비자 평가는 냉정해진다
소비자 조사 참여가 항상 긍정적 효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조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따라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것임을 미리 알고서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하면, 조사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체험한 사람에 비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더 냉정하고 나쁘게 평가한다(Ofir and Simonson, 2001; Ofir, Simonson and Yoon, 2009). 예를 들어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카운터 직원으로부터 “고객님이 투숙하시고 나서 체크아웃하실 때 저희 호텔에 대한 만족도 평가를 하실 예정입니다”라는 정보를 들은 사람은, 자신이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지 못한 채 조사에 응한 사람보다 일반적으로 낮은 만족도 평가를 내린다.
 
왜 그럴까? 미리 조사에 대한 정보를 들은 사람은 스스로 추측을 하게 된다. 바로 기업이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좋고 만족스러운 점보다는 나쁘고 불만족스러운 점에 대한 피드백(negative and critical comments)을 더 원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서비스의 나쁜 점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나쁜 점을 알려줘야 한다는 일련의 사명감(role expectation)을 갖게 된다. 이는 소비자의 서비스 체험을 나쁘게 왜곡시켜 낮은 평가를 주도록 만든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냉정한 시각으로 나쁜 점을 중점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만족도 평가가 낮아지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만족 사항보다는 불만 사항에 대해 기업에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과 일치한다. 실제로 만족도 조사를 미리 알고 있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에 비해 서비스의 긍정적인 면은 조금만 기억하고, 부정적인 면은 훨씬 잘 기억했다.
 
소비자의 부정적 기억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되어, 서비스를 체험하고 나서 5일 뒤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보였다. 이는 만족도 조사에 참여할 것을 미리 알게 된 소비자의 추측이 실제로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할 때 직접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소비자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무조건 “정확한 판단을 해달라”고 하거나 만족도 조사 참여가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는 편향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정확한 만족도 조사를 하려면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에 실제로 얼마나 만족했느냐가 만족도 조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만족도 조사에 참여했다는 사실, 혹은 앞으로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는 사실이 실제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아는 마케터는 그리 많지 않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들은 소비자 조사 참여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추측을 하게 하고, 이런 추측은 소비자들의 향후 만족도와 구매 행동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일 만족도 조사가 소비자의 만족과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면 조사의 신뢰성과 일반화에 커다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조사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들이 만족도 조사에 대해 어떤 추론을 세울 수 있는지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사 결과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 조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산업에서는 소비자들이 조사 기업에 대한 긍정적 추론을 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은 조사 결과를 다소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조사 참여 예고에 따른 부정적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리 평가에 대한 예고를 하지 않고,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체험한 뒤에 만족도 조사를 하는 것이다. 미리 예고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추론이 형성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사자는 참여자들에게 조사 참여 예고에 따른 부정적 영향력(기존의 연구 결과 등)을 알려줘서 주의를 요구하는 게 좋다. 또 구체적으로 “기업은 긍정적·부정적 피드백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부정적 피드백만 관찰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밝힐 수도 있다.
 
소비자가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새로운 욕구가 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 소비자 심리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강조돼왔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 자체가 참여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소비자 조사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편집자 주 고려대 경영대학 윤성아 교수,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 경영대학의 데이비슨리서치센터 아카데믹 디렉터인 체지 오피르,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GSB) 이타마르 시몬슨 마케팅 교수는 최근 세계 최고 마케팅 학술지인 <Journal of Marketing>에 논문 ‘The Robustness of the Effects of Consumer’s Participation in Market Research: The Case of Service Quality Evaluations’를 발표했습니다. 기업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 자체가 소비자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 이 논문은 한국 기업에 훌륭한 통찰을 제시해줍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요약한 윤성아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 앞으로도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한국 경영학자들이 더 늘어나기를 기원합니다.
 
윤성아 교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경제학 학사,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 및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대 경영대학(SMU)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체지 오피르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 경영대의 데이비슨리서치센터에서 아카데믹 디렉터를 맡고 있다. 이타마르 시몬슨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GSB)의 마케팅 교수다.
 
 
참고 문헌
Dholakia, Utpal M. and Vicki G. Morwitz (2002), “The Scope and Persistence of Mere Measurement Effects: Evidence from a Field Study of Customer Satisfaction Measuremen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9 (2), 159∼167.
Dholakia, Utpal M., Vicki G. Morwitz and Robert A. Westbrook (2004), “Firm-Sponsored Satisfaction Surveys: Positivity Effects of Customer Purchase Behavior?” MSI Reports, 04∼121.
Morwitz, Vicki, G., Eric Johnson, and David Schmittlein (1993), “Does Measuring Intent Change Behavior?”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 (June), 41∼61.
Ofir, Chezy and Itamar Simonson (2001), “In search of negative customer feedback: The effect of expecting to evaluate on Satisfaction Evaluations,” Journal of Marketing 38 (May), 170∼182.
Ofir, Chezy, Itamar Simonson and Song-Oh Yoon (2009) “The Robustness of the Effects of Consumers’ Participation In Market Research: The Case of Service Quality Evaluations”, Journal of Marketing, (Novembe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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