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싸움, 혁신을 낳는다

48호 (2010년 1월 Issue 1)

딕 펄드가 1994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을 때 사내에는 경쟁적인 조직 문화가 만연했다. 주식 거래 담당자들과 투자은행 업무 담당자들은 회사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웠다. 아이디어를 공유하지 않았고,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펄드가 2007년 와튼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에 기고한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초기 리먼 브러더스는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모든 직원들은 자기 자신, 자신이 맡은 일, 자신의 부하 직원, 자신의 급여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금융 서비스 업계에 통합 판매 모델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팀워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가 더는 용인되지 않았다. 펄드는 단결과 협동을 리먼 브러더스의 우선순위로 정하고, 이 2가지 요소를 직원 인센티브에 반영했다. 리먼 브러더스는 2008년 몰락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팀워크와 충성심이 가장 강한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포춘>은 2006년 4월 “펄드는 어울리지 않게 리먼 브러더스를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화목한 기업 중 하나로 탈바꿈시켰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사내 불화를 없애려는 노력이 오히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서로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이었다. 충성심도 컸다. 심지어 자신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의견을 찬성하고 따랐다. 2007, 2008년 무렵, 리먼 브러더스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많은 신호가 감지됐다. 하지만 이 신호를 주목하고 있던 내부자들조차도 이를 외면했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껄끄러운 문제를 공론하길 원하지 않았다. 리먼 브러더스의 전(前) 직원에 따르면 이들이 보였던 충성심은 회사가 아닌 펄드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펄드에게 지나치게 충성했던 리먼 브러더스의 경영진은 거의 의도적으로 이 문제에 눈을 감았다. 그 누구도 평화를 깨뜨리기를 원치 않았다.
 
직원 참여도 심층조사 전문 컨설팅업체인 이이펄스는 “기업 관점에서는 평화롭고 화목한 직장 분위기가 최악의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사실, 현실 안주는 부실한 기업 성과를 예측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척도다. 그렇다면 두 번째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직원들이 압도당하는 환경’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조직에서는 직원들은 괜한 풍파를 일으키는 일을 피하게 된다. 후자처럼 직원들이 압도당하는 조직에서는 직원 만족도가 낮고 득보다 실이 큰 부정적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두 사례 모두에서 직원들의 낮은 의욕과 정치적 역풍에 대한 두려움으로 조만간 닥칠 위기에 대한 예방 행동이 억눌리게 된다. 리먼 브러더스 출신 사람들은 곤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사내에서의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고 재직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부분의 리더십 전문가들은 최고의 변화 관리 방법은 직원들을 한마음으로 정렬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대적인 변화나 혁신을 위해서는 건강한 수준에서 의견 차이를 용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쟁과 긴장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의견 차이가 구성원의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더 많은 생각과 창의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을 특별하고, 혁신적이며, 열정적으로 만드는 요소가 작동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성공적인 기업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에서 가장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긴장 강도가 크며,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직원들 면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버릇이 있었다. 동종 업계의 여러 소기업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식품 유통업체 시스코는 연간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구역 관리자를 해고시킨다. 운영 마진이 높지 않은 기업에서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도 말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골드만삭스, 맥킨지 등의 기업도 치열한 경쟁과 가혹할 정도의 업무량으로 악명이 높다.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존중해주는 고상한 직장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갈 곳이 못 되는 회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최고경영자나 경영진 대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에서 이 같은 현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했다(필자들은 이 논문에 등장하는 일부 기업들을 위해 컨설팅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제는 경영진과 직속상관에게 보고할 내용을 듣기 좋게 포장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갈등이 없는 팀워크가 조직의 핵심이라는 가식도 버릴 때가 됐다. 경쟁과 조율이 균형을 유지할 때 개인들과 그룹들이 각각 최선을 다한다는 진실에 이제는 눈을 떠야 한다. 직원들이 올바른 싸움을 하도록 격려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하나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조율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목적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조화로운 합의가 돼서는 곤란하다. 진정으로 중요한 목적을 위해 싸우고 싸움이 해결된 이후 모든 사람들이 다시 모여 하나가 되도록 조직 역량을 보전하는 일이 그 목적이 돼야 한다.
 
HBR TIP 당신은 얼마나 싸움을 잘하는가?
 
획기적인 팀 훈련법
임원들이 갖고 있는 ‘싸움의 기술’의 취약점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가 다음과 같은 훈련 방법이다. 실무 팀이 중요한 의제나 전략을 논의할 때 ‘누가 어떤 얘기를 하는지’ ‘언제 얘기를 하는지’ ‘특정한 대화가 얼마나 오랫동안 진행되는지’ ‘구성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관찰한다.
 
관찰 대상 그룹의 동태를 파악했다는 생각이 들면 회의를 중지시키고 그룹 구성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끼리 얘기를 나눈다. 필자들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용어로 그룹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평가한다. 해당 그룹의 규범에 대해 논의하고 구성원들이 규범을 준수하는지 여부에 대해 토론을 한다.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택한 비공식적인 영향력 행사 방법이나 노력 등에 대한 근거도 적어둔다. 리더를 포함한 개별 팀 구성원의 공헌 내용, 강점, 약점 등을 언급한다. 팀 구성원의 이름과 그룹에서 보여준 구체적인 반응을 언급하며 되도록 객관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내용을 전달한다.(예를 들어, ‘한스가 재정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지적할 때 헬레나가 눈을 부라리는 모습을 봤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이 훈련을 통해 얻은 피드백은 비즈니스 그룹이나 문화권 등을 막론하고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필자들은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갑자기 이 훈련을 진행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놀란다. 하지만 침묵은 곧 사라지고 참가자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기분 좋게 동의한다.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는 방법은 사람들이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훈련을 한 차례 진행하고 나면 조용한 사람들이 의견을 얘기하고, 새로운 사람이 펜을 집어 들고 차트를 넘기며 발언하기 시작한다. 또 참가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버릇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자제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회의의 생산성은 높아진다.
 
이 훈련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유일한 불만은 일부 참가자들이 피드백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필자도 해법을 찾아냈다. 필자는 참가자 명단을 작성해 피드백을 제시할 때 단 1명도 빼놓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이 방법은 누구라도 자신이 속해 있는 그룹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때론 그룹 구성원들의 행동에 대해 악의가 없으면서도 신랄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외부인을 1, 2명 초청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싸움을 선택할 것인가
모든 갈등이 기업 환경을 성공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위험할 정도로 지나치게 정치적인 조직을 많이 보아왔다.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이성적으로 행동할 사람들이 동료를 방해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거나 자기 뜻을 거스른 동료에게 보복을 했다. 직접적인 공격으로 승산이 없다고 느낄 때는 지저분한 싸움을 걸어오는 이들도 많다. 이런 싸움은 파괴적일 뿐이다. 권할 만한 경쟁이 아니라는 얘기다. 건강한 갈등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실행하도록 만들 때 나온다. 물론 모든 문제를 싸움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전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①의미 있는 싸움을 벌여라.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직원들의 전투 의욕을 불어넣을 만한 전리품이 걸려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만한 잠재력이 있는 문제가 걸려 있을 때에만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얘기다. 갈등을 회피하는 사람조차도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서는 기꺼이 전투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를 창출하고, 현재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을 내놓으며, 쉽게 해답을 찾기 힘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싸움이야말로 의미 있는 싸움이 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프리토레이의 전 최고정보통신책임자(CIO)인 찰리 펠드는 정보기술(IT) 컨설팅업체를 설립했다. 창업 이후 그는 첫 번째 주요 고객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싸움에 나섰다. 펠드의 첫 번째 주요 고객은 1995년 합병 이후 버링턴노던산타페(BNSF)로 이름을 바꾼 버링턴노던(BN) 철도회사였다. BN을 방문한 펠드는 BN의 스케줄 시스템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펠드는 당시 충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도리토스(역자 주: 프리토레이의 과자 브랜드) 한 봉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BN은 기관차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기관차는 과자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고약한 냄새도 난다. 어디 그뿐인가? 기관차는 철로 위만 달릴 수밖에 없는데, 철로가 뻗어나갈 수 있는 방향은 뻔하지 않은가.”
 
가장 큰 문제는 BN이 당시 석탄과 곡물 운송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이용해 기관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석탄이나 옥수수를 운반하기를 원하는 고객들은 기차가 이번 주 월요일에 나타나든 다음 주 월요일에 나타나든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당시 BN 회장이자 CEO였던 제리 그린스타인은 원대한 비전을 품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런 차이를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그린스타인은 여러 교통수단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는 ‘협동 일관 수송’ 사업을 확대하고, 국제 화물 컨테이너를 항구에서 내륙으로 수송하는 일을 따내기 위해 트럭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경제의 수입 의존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그는 BN을 아시아를 위한 관문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인수하고 공장까지 배송하려면 정해진 스케줄을 준수해야 했다. 늘 모든 기차가 어디에 있고, 앞으로 몇 주나 몇 달간 모든 기차가 어디에 있을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했다. 석탄과 곡물을 철도로 운송하는 고객들은 운송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도 철도를 애용했다. 운송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수송 기관을 통합 운용하는 해운업체는 달랐다. 그들 관점에서 본다면 BN의 시스템은 심각한 단점을 갖고 있었다. BN은 결국 성장에 방해가 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이는 회사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펠드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펠드가 선택한 첫 번째 해결 방안은 부서별로 분리된 BN시스템을 하나로 통합된 중앙 집중 방식으로 재편하는 일이었다. 기존 철도 노선 시스템을 설계한 IT 전문가들은 분리 시스템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펠드가 제시한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거나 내놓을 능력이 없는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펠드는 90일 만에 BN의 최고 IT 관리자 중 80% 이상을 갈아 치웠다.
 
펠드와 그린스타인에게는 두 번째 거대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 인프라 구축을 위해 18개월간 1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보수적인 BN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 이사회를 설득하는 일이 남았다. 1억 달러의 투자는 BN의 연간 IT 예산의 2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펠드와 그린스타인은 효과적인 스케줄 시스템 수립과 구축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철도에 대한 지식은 일천하지만 IT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을 치러야 했다.
 
펠드와 그린스타인은 올바른 싸움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BNSF의 기관차에는 이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추적 장치가 탑재된다. 역무원들은 GPS를 이용해 열차 위치, 방향, 속도를 감시하고 있다.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끝에 BNSF의 ‘협동 일관 수송’ 사업 규모는 부쩍 커졌으며, 수익성도 한층 높아졌다. 게다가 트럭 운송업체들이 점유했던 UPS의 크리스마스 시즌 배송 물량부터 아시아 조립 라인에서 생산된 도요타자동차 운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BNSF는 자사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가장 큰 경쟁 회사인 유니언 퍼시픽 레일로드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1994년 BNSF와 유니언 퍼시픽의 주가는 거의 비슷했다. 이후 BNSF의 주가는 약 3배로 올라 현재 유니언 퍼시픽의 주가보다 40% 정도 높다.
 
②미래에 초점을 맞춰라. 이미 역사가 된 과거와 권력 투쟁은 잊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필요도 없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활력이 넘치는 조직의 리더들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대부분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할애한다.
물론 말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필자의 연구 결과 전 세계의 최고 경영진은 전체 시간의 85%를 잘못된 싸움에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들은 과거 기록을 들춰가며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일을 잘했는지를 분석한다. 이 결과 누가 무슨 잘못을 했고, 누가 훌륭한 일을 했는지를 따진다. 이런 일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논의에는 사실상 단 1초도 투자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미래 수익에 투자해야 할 에너지, 인재,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다. 리더들이 대화 방향을 바꾸고 사람들이 전체 시간 중 절반만이라도 미래를 논의하는 데 할애하게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개선될 것이다.
 
리더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흘러간 과거인 ‘이번 분기 목표 달성 실패’라는 사실에 매달려, 가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고민조차 하지 않고 ‘부족한 마진을 채우기 위해 비용 절감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이다.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은 종종 기업 성과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물론 경영진이 단기적인 성과 개선을 위해 적당한 싸움을 시작하는 일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단기 업적을 개선하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때 반드시 장기적인 성공 계획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싸움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무엇이 가능한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일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논의할 수 있다. 둘째, 사람들이 관련 비용 및 논쟁 등을 통해 얻고자 하는 실질적이고 달성 가능한 이득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셋째, 미래를 위한 싸움에는 불확실성이 수반된다. 만일,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싸움을 벌일 이유도 없다.
 
롤프 클라손은 처음으로 의료회사의 CEO로 취임했다. 그는 곧바로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한 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투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클라손이 맡은 회사는 특정 시장에 갓 진출한 상태였고, 이 분야에서 꽤 규모가 큰 기업 인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전 CEO와 경영 팀은 인수 타당성 조사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인수가 성사되면 해당 분야 전체를 압도할 만한 새로운 기업이 탄생할 터였다. 클라손이 CEO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임원 1명이 그를 찾았다. 그 임원은 이번 인수 건이 올바른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클라손은 이 얘길 듣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임원이 용기를 내 솔직한 의견을 얘기했다고 생각한 클라손은 인수 제안을 재고해보기로 결정했다. 이 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기존 의견을 합리화하기보다는 솔직한 견해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했을까. 해당 인수 작업을 추진한 임원이 소외되는 일을 어떻게 피했을까. 클라손은 가장 먼저 솔직한 의견을 전해준 몇몇 임원들과 상의한 결과 경영진 일부가 인수 제안에 개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이 행동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이사회는 클라손을 지지했다. 임원진은 몇 주에 걸쳐 난상토론을 벌였다. 인수 작업을 담당한 부서장은 분노했다. 오랜 기간 인수에 공을 들여온 만큼 인수 성사 여부가 자신의 경력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클라손은 이 부서장이 이번 싸움에서 자신의 뜻을 밝히고, 기존의 보고 체계를 거치지 않고 이사들과 직접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는 또 많은 의견을 구했고 결론이 나오기 전에 섣불리 한쪽 편에 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스스로가 철저하게 공정한 심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기업 인수는 재무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전략적인 목표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싸움은 공정했다. 클라손은 임원들이 그동안 추진했던 인수 작업을 정리하는 일보다 미래 가능성에 집중하도록 격려했다. 클라손은 인수 작업을 담당했던 부서장에게 다른 중요한 부서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결정은 도움이 됐다. 클라손이 부서장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인수 작업의 중단이 부서장에 대한 신뢰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 싸움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회사의 전략 방향에 대한 임원진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질적이고 필연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싸움이 진행된 점도 특징이다. 클라손은 갓 취임한 CEO였고, 회사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필요한 조사를 진행하고 해당 조직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불과 몇 주의 시간이 있었을 뿐이었다. 클라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수한 호기심과 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 전략적인 목적을 지속가능한 현실로 바꾸기 위해 집중하는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싸움 결과는 꽤 훌륭했다.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전략적으로 더 의미가 있는 훨씬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만약 첫 번째 인수 기회를 선택했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건강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밑거름이 된 두 번째의 인수 기회를 실행에 옮길 만한 현금 여력을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③숭고한 목적을 추구하라. 예를 들자면, 고객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혹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올바른 싸움은 이기심을 넘어서, 목적의식과 관련한 심오한 집단적 상상력과 능력을 자유롭게 펼치도록 만든다. 좋은 싸움이란 단지 돈이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다.
 
더그 코넌트는 2001년 나비스코 사장 자리를 떠나 캠벨 수프의 CEO를 맡으면서 잘못된 싸움에 발을 들였다. 캠벨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실한 성과를 내는 식품업체 중 하나였다. 캠벨의 관리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길지 싸우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들은 과도하게 현재에 집중했다. 이 회사는 실적이 지속적으로 나빠지자 공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는 브랜드 명성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심지어는 닭고기 수프에서 닭고기를 빼는 일까지 벌어졌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와 같은 비용 절감 노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 덕분에 캠벨의 수입은 늘었고, 월스트리트 투자자의 압력도 조금이나마 줄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도한 비용 절감은 치명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한때 존경받는 브랜드였던 캠벨의 매력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판매 실적은 크게 휘청거리더니 참담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넌트는 직원들의 사기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고, 회사 내외부의 긴장을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넌트는 취임 후 90일간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기대 목록(tapestry of expectations)’을 만들었다. 코넌트는 임원진과 함께 캠벨의 목적을 ‘매년,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의 삶에 자양분을 주는 일’로 정의하는 사명 선언문을 작성했다. 코넌트가 취임할 때나 지금이나 매출과 마진이 여전히 회사 사업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 있긴 하지만 이런 숭고한 목적이야말로 캠벨이 진정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됐다.
 
코넌트는 회사가 새로운 목적을 깨닫도록 조직을 가다듬고 건설적인 논의를 장려해야 했다. 첫 단계는 캠벨의 조직 자체를 매트릭스 구조로 재배열하는 것이었다. 코넌트는 이를 위해 △한 명의 리더가 특정한 부서에 대한 전적인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막고(경영진이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할 때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모든 직원들이 한 명 이상의 상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도록(좀 더 쉽게 반대 뜻을 밝힐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변경했다. 고객 및 직원들과 함께 캠벨이라는 브랜드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각자 담당하고 있는 부서 범위를 넘어서는 계획을 작성해볼 것을 요구했다.
캠벨 사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불안감을 느꼈고 주가는 30%나 떨어졌다. 코넌트는 고위 관리자 350명 중 300명을 교체했다. 당시, 코넌트가 교체한 관리자는 대부분 새로운 규칙을 따를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코넌트는 변화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내보낸 후에도 변화 속도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었다. 일부 최고 경영진은 코넌트가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캠벨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던 캠벨 가(家)는 코넌트 의견에 동의했다. 캠벨 가 사람들 역시 일시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과 사람을 쳐내는 일보다는 브랜드 자체를 재건하기를 희망했다.
 
코넌트의 투자는 느리지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품질은 나아졌고, 품질 개선과 함께 정상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다. 캠벨은 다시 혁신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캠벨은 원대한 목표를 수립하고 저칼로리 수프 ‘셀렉트 하비스트 라이트 수프’, 통밀로 만든 빵 ‘페퍼리지 팜’ 등 새로운 제품 라인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다시 캠벨 브랜드와 우수한 품질, 편의성, 뛰어난 영양 성분 등을 연관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캠벨의 재무성과는 6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캠벨은 2009년 10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캠벨은 또 직원들의 사기 부문에서 <포춘>이 선정한 500개 기업 중 상위 25%에 포함되어 있다. 코넌트의 싸움은 숭고한 일이었으나 남을 돕는 자선사업은 아니었다.
 
HBR TIP 싸움의 가치를 평가하기
 
싸움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
특정한 문제가 싸움을 벌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싸움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임원진과 함께 관련 문제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기술한 다음 ‘올바른 싸움’에 관한 원칙에 대한 다음 질문을 던져보자.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한다면 올바른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1. 의미가 있는 싸움을 하라
 
가치: 다음과 같은 잠재력이 있는 무언가와 관련된 싸움인가?
- 연간 15% 이상 자원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잠재력
- 지금보다 10% 이상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잠재력
- 판매나 고객 점유율이 시장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위 항목 중 최소한 1개 이상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싸움은 가치 시험을 통과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싸움에 임하거나 분기별 계획과 같은 전통적인 조정 도구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복잡성: ①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 일상적인 과정 및 공통된 기술에 의존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를 초빙하는가?
- 각기 다른 개인, 혹은 조직 내 부서에 각각 다른 책임을 맡겨 전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위 질문 중 최소한 1개 이상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면, 그 문제가 복잡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올바른 싸움인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다음 질문 중 하나라도 단정적으로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복잡성 시험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복잡성: 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요소들이 필요한가?
- 다양한 관점을 적절하게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
-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사람들이 공정을 지휘할 필요성
- 대답에 대한 공동 책임
 
특정한 문제가 가치 시험은 통과했지만, 복잡성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일상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편이 낫다.
 
변화: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다음 요소들이 필요한가?
- 조직이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성
- 전문화된 특정 지식과 포괄적인 관점을 통합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
- 조직 내 여러 부문 사이를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정보
 
최소한 1개 이상의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다면 변화를 위해 싸움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항목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면 싸움을 시작하기보다는 특별 대책 팀을 신설하는 방법이 더욱 적합할 수도 있다.
 
2. 미래에 초점을 맞춰라
 
가능성: ①해당 문제가 다음과 관련 것인가?
- 과거에 일어난 일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 분류
- 조직의 현재 상황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 소재 판단
 
2개 항목 중 1개라도 ‘그렇다’로 답했다면 위험 신호로 볼 수 있다. 올바른 싸움은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것’에 대한 것이다.
특정 문제가 가능성 시험을 통과했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질문을 던져보자.
 
가능성: ②다음과 같은 기회가 있는가?
- 과거의 실수를 피하고 현 상황을 개선할 기회
-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선택
- 비전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최고의 방법 발견
 
카리스마: 그 기회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가?
- 중요한 혁신의 필요성
-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 있을 만큼
 
자극적인 비전 제시
단 1개 항목이라도 ‘그렇다’고 답을 했다면 사람들이 올바른 싸움으로 인한 비용과 논란을 견뎌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실익이 있다는 뜻이다.
 
불확실성: 쟁점이 되는 문제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가?
- 새로운 규제, 급진적인 경제 변화 등 예측할 수 없는 요인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가?
- 고객 선호도나 파괴적인 기술, 경로 등과 관련된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가?
- 전진하기 위한 최선의 해법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을 요구하는가?
 
위 질문 중 1개 이상에 ‘그렇다’고 확답했다면 올바른 싸움을 시작하기 적절한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갈 길이 분명한 상황에서 논쟁을 벌인다면 진행 속도만 느려질 수 있다.
 
3. 숭고한 목적을 추구하라
 
기업 가치관: 그 도전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가?
-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
- 조직의 사명에 중추적인 영향을 끼치는 원대한 대의를 반영
- 조직의 가치관과 직접적인 관련
 
위 항목 중 단 1개라도 확실하게 ‘그렇다’고 답을 하지 못한다면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목표를 좀 더 숭고하게 만들도록 고민해야 한다.
 
긴급성: 도전을 해결하는 과정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가?
- 직원들이 일상적인 책임을 넘어서 더 노력하도록 자극하는가?
-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했는가?
- 사람들이 기꺼이 이의를 제기할 정도로 중요한가?
 
각 항목마다 확신을 갖고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만큼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최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존중: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가?
- 반대 세력을 포함한 조직 외부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존경과 감탄을 얻을 수 있는 기회
- 일반 직원들이 친구와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결과 도출
- 외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거나 인정을 받는 데 유리함
 
적어도 1개 이상의 항목에 ‘그렇다’라고 응답했다면 숭고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통과했다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바른 싸움을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무엇이 올바른 싸움의 방식인가?
올바른 싸움을 선택하는 일은 전투의 절반에 불과하다. 올바른 싸움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싸움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음 3가지 원칙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①전쟁이 아닌 스포츠로 만들어라. 비즈니스와 관련한 싸움은 거칠고 상황에 따라 추악해질 수도 있다. 좋은 리더는 스스로 심판 역할을 맡고, 상황이 손쓸 수 없게 악화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싸움에는 규칙이 있어야 하며, 그 규칙이 변해서는 안 된다. 서로 반대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싸움에 임해야 한다. 리더는 모든 사람들이 참가 방법과 승리에 필요한 요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매개 변수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스포츠로서 싸움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인 잭 웰치가 후계자를 찾는 과정에서 택한 싸움을 꼽을 수 있다. 잭 웰치의 뒤를 이을 3명의 최종 후보였던 로버트 나르델리, 제임스 맥너니, 제프리 이멜트는 모두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후계자 결정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웰치는 선택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3명에게 각각 GE의 사업부 중 1개를 맡겼다. 여러 업체가 관련된 중요한 전략의 지휘 책임을 맡겨 서로 경쟁을 붙였다. 이는 후임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웰치는 지저분한 정치적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쟁이 시작되자 경영진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회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3명 후보는 CEO 자리를 얻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사안을 숙고하면서 6개월에 걸쳐 공개적으로 깨끗한 승부를 벌였다.
 
후보들 간 경쟁은 공정한 싸움이었을까? 각기 다른 강점과 약점을 지닌 3명의 당사자들에게는 이 싸움이 공정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멜트가 단 1명의 승자 자리에 올랐고, 나머지 2명은 곧바로 다른 회사의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 그렇다면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 자원이 적절하게 활용되었을까? 물론이다. GE는 웰치의 뒤를 이을 만한 가장 뛰어난 후계자를 필요로 했으며, 3명이 경합을 벌이는 동안 후계자를 찾는 일을 멋지게 해냈다.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필자들은 GE의 접근 방법이 수많은 면접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이고 소모적인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며 뛰어난 성공 지표라고 생각한다. 웰치는 의식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했으며, 긴장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 규칙을 만들었다. 이는 회사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으며, 훌륭한 싸움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②공식적인 구조를 만들되 비공식적으로 움직여라. 대부분의 직원들은 자사의 공식적인 조직, 즉 ‘누가 누구에게 보고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복도에서 나누는 비공식적인 대화, 개인적인 호의, 공식적인 경계를 넘어서는 관계 등 비공식적인 과정이 공식적인 구조로 얻을 수 없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성공적인 리더들은 공식적인 조직을 중심으로 싸움을 구성하지만, 싸움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조직도에 등장하지 않는 개인적인 인맥을 활용하거나 직업적으로 알게 된 전문가의 도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좋은 싸움을 위해 비공식적인 구조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5년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 소비재기업 유니레버 그룹의 CEO로 취임한 패트릭 세스카우의 첫 행보를 들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유니레버는 식품 사업과 생활용품 사업 등 2개 지주회사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회장도 2명,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조직도 2개였다. 각 지주회사는 손익 계산서를 따로 관리했으며,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했다. 당시 서유럽 시장에서만 유니레버의 이름을 달고 팔리는 신제품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종류가 무려 50가지가 넘을 정도로, 유니레버 시스템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세스카우가 시작한 첫 번째 싸움은 글로벌 브랜드와 상품군에 맞춰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세스카우의 목표는 글로벌 본부는 규모가 크고 대담한 혁신을 추구하되 각국의 현지 시장에서는 브랜드 구축 및 전달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새롭게 도입한 운영 방식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직원 17만 명이 일하는 조직 전체에 엄청난 긴장감이 형성됐다. 세스카우는 싸움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개도국에서 활동하는 여러 명의 리더들에게 공식적인 임무 변화의 세부 사항을 실행에 옮기되, 국가나 브랜드에 대한 우선순위와 관련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는 임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스카우는 사실상 전면에 서서 비공식적인 싸움을 조장했다.
 
빈디 반가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반가는 인도 주주들과 유니레버 주주들이 함께 설립한 합작 기업인 힌두스탄 레버를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이후 유니레버의 글로벌 생활용품, 글로벌 식품군 사업을 맡게 됐다. 세탁용 세제, 비누, 방취제 등 생활용품의 수요에는 잠재적인 세계적 트렌드가 있지만 식품 사업은 본질적으로 현지 시장 중심이라는 게 일반적 통념이었다. 이 통념을 바꿔놓으려면 한판 싸움을 벌여야 했다. 반가는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면전 대신 풍부한 인맥을 활용했다. 글로벌 식품 팀 회의를 진행하던 중 마케팅 예산을 2000만 유로 삭감할 필요가 있었다. 식품 사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지만 개별 카테고리를 담당하고 있는 리더들은 자청해서 할당된 예산을 줄이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반가는 회의 참가자들에게 저녁식사를 하면서 생각해보고 다음날 아침에 삭감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반가는 자신이 굳이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각 카테고리와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리더들이 저녁 때 술 한 잔 하면서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비공식적인 구조가 완벽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③고통을 결실로 바꿔라. 모든 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모든 아이디어가 좋은 것은 아니며, 모든 전략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패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건 힘든 일이다.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다. 좋은 리더는 실망스러운 소식을 개인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 바꾸는 방법을 찾는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고통을 결실로 바꾸는 최선의 방법이 있긴 하다. 이는 사람들에게 관리가 가능한 범위의 과제를 안겨줘서 역량을 충분히 펼치도록 도와주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일이다. 잭 웰치가 자신의 후계자를 뽑기 위해 3명을 골라 경쟁을 붙인 일화를 생각해보자. 이멜트가 CEO가 되자 나르델리와 맥너니는 겉으로는 의연하게 대했다. 하지만 기분은 꽤 좋지 않았을 터였다. 웰치는 처음 경쟁이 시작될 때 GE의 CEO가 되지 못한 나머지 2명은 다른 회사의 CEO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나르델리와 맥너니는 6개월간 고통스러운 싸움이 끝나자마자 각각 홈디포와 3M의 CEO가 되었다(이후, 나르델리와 맥너니는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패자를 또 다른 최고 자리에 앉혀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리더는 드물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패자들이 그동안 반대했던 전략에 적응하도록 돕는 방법을 찾거나,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최선을 다해 올바른 싸움에 임했다면 실질적이고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는 게 당연하다. 패자가 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내는 직원들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보상하라.
 
화합은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좋은 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이 조직이 더 나은 일을 해낼 수 있을까’에 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위대한 리더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믿는 것을 얻기 위해 싸운다. 올바른 싸움을 위해 투쟁하는 일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철저히 몸에 밴 기율과 같은 것이다. 최고의 리더들은 한바탕 싸움이 끝나면 다른 싸움을 찾아 나선다. 그렇다고 해서, 끊임없이 혼란으로 가득 찬 업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훌륭한 리더는 언제 사람들에게 휴식을 줘야 할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훌륭한 리더는 조직이 감내할 수 있는 적절한 긴장 강도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HBR TIP 싸움의 규칙
 
싸움에 얼마나 잘 임하고 있는지 판단을 내리고 싶다면 자기 자신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교범
- 행동과 태도에 대한 명확한 경계가 정해져 있는가?
-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가?
- 전문적인 차원에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가?
 
심판
- 리더가 서로 다른 관점에 중립적이거나 진심으로 열린 태도를 취하는가?
- 리더가 논의를 진행하고 규칙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가?
- 리더가 ‘경쟁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는가?
 
운동장
- 논의에 참여하는 양측 모두에게 이길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주어지는가?
- 상부 결정, 다수결, 합의 등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릴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가?
 
활용할 수 있는 차이점
- 각 그룹들은 각자 역할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문제를 갖고 있는가?
- 각 그룹은 각자 다른 특정한 목표를 지지하는가?
 
관계
- 개개인이 약속을 이행하고 정직하게 행동할 거라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는가?
- 조직 내 리더들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져 자신의 견해를 시험할 것인가?
 
에너지 수준
- 최적의 성과를 장려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의 긴장감이 형성되어 있는가?
- 사람들이 어떤 것을 신경 쓰는지, 성과를 자극하기 위해 사용되는 열정이 어떤 것인지 리더들이 잘 알고 있는가?
- 리더들이 주기적으로 조직 내 열기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긴장감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목표와 과제를 주기적으로 수정하는가?
 
결과
- 리더가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나쁜 소식을 전할 수 있는가?
- 패할 때에도 위엄을 지킬 수 있으며, 위험을 감수하면 보상이 주어지는가?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2월 호에 실린 비즈니스 전략가 사즈-니콜 A 조니와 부즈 앤 컴퍼니의 수석 경영진 고문 데이먼 베이어의 글 ‘How to Pick a Good Figh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사즈-니콜 A 조니(saj@camix.com)는 비즈니스 전략가로 세계 각국에서 최고 경영진에게 조언을 제공한다. 조니는 메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케임브리지 인터내셔널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이며 <제3의 의견: 성공적인 리더들이 뛰어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외부의 의견을 활용하는 방법(The Third Opinion: How Successful Leaders Use Outside Insight to Create Superior Results)>(포트폴리오, 2004)의 저자이기도 하다. 데이먼 베이어(damon.beyer@booz.com)는 휴스턴에 위치한 부즈 앤 컴퍼니의 수석 경영진 고문이며 조직 혁신을 장려하는 카첸바흐 센터의 창립 멤버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