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혁신, 어려운 시기를 이기는 힘

47호 (2009년 12월 Issue 2)

불황기에 혁신 역량에 꾸준히 투자한 기업이 경기가 회복됐을 때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는 점은 역사가 증명해준다. 미국 화학업계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화학업계를 따라잡고,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시어스 백화점이 몽고메리 워드를 앞지른 게 좋은 예다. 1980년대 초 불황이 지나간 후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미국 기업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 환경이 열악할 때에는 중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미래의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비용을 절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딜레마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호황기에는 덜 유망한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일만으로도 단기적 생존과 장기적 번영 양쪽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단기 수익 창출이 가장 확실한 프로젝트에만 관심과 자원을 할당한다. 때로는 어떤 프로젝트가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할지 순식간에 결정을 내려버린다.
 
단기적으로는 이 방식이 현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엄격하게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식은 장래성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개발 초기에 중단시킬 위험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많은 프로젝트들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 결국 핵심 비즈니스 이외 부문의 성장 역량이 위협받는다. 핵심 비즈니스에만 지나치게 오래 초점을 맞추면 기업의 성장 동력은 떨어진다. 특히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면 회생 발판으로 삼을 만한 토대가 완전히 부족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개방형 혁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개방형 혁신은 전통적인 기업의 경계를 무너뜨려 지적 재산, 아이디어, 사람이 조직 내외부로 자유롭게 흘러 들어가고 나오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개방형 혁신 중 ‘내부 지향(outside-in) 개방형 혁신’이라고 표현하는 내부로의 흐름, 즉 사내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한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외부인의 도움에만 비교적 많은 관심을 표했다.(▶HBR 2003년 7월 호에 실린 ‘A Better Way to Innovate’ 참조)
 
하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개방형 혁신의 외부 지향적인(inside-out) 특성이 훨씬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이란 기업이 자사 자산이나 프로젝트 중 일부를 사외에 배치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은 프로젝트 투자 시간 및 비용 절약, 공급업체 및 파트너와의 새로운 관계 구축, 혁신 생태계 장려, 이윤이 높은 라이선스 수입 창출에 특히 효과적이다. (▶HBR TIP 외부 지향 과정 참조)
 
HBR TIP 외부 지향 과정
 
내부 프로젝트 중 일부를 사외에 배치하면 관련된 성장 기회를 잃지 않고도 R&D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각 프로젝트는 전략적으로 가장 합당한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간다. 관리자의 역할은 이 길을 계획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영국의 통신 시장을 선도해온 BT(과거 브리티시 텔레콤) 사례를 보자. BT는 1990년대에 세계적인 통신 서비스업체로 거듭났다. 2000년 닷컴버블 후 통신업계의 거품이 터지자, BT는 회사 자원을 정리해 초점을 다시 맞출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BT가 택한 중요한 과정은 자사에서 개발한 기술과 지적 재산을 외부로 배치하는 일이었다. BT는 2003년 이후 분사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투자자들과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형성해왔다.(▶HBR TIP 외부 지향 벤처캐피털 참조)
 
HBR TIP 외부 지향 벤처캐피털
 
벤처캐피털 업체들은 사내의 지적 재산(IP)이나 혁신 전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거래의 원천을 찾아낼 수 있다.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핵심 부문에만 초점을 맞춘다. 때문에 곧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기술이라 해도 자본 및 기업가의 전문 지식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면 이를 버리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전통적인 기업가들이 추구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매력적인 기술 및 전문가를 찾아내고 적합한 시장을 찾아야 한다. 특히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모기업과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통해 이런 변화를 이뤄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직까지 숫자는 작지만 일부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이런 외부 지향적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에 위치한 뉴 벤처 파트너스는 이 분야의 선두업체다. 한때 루슨트의 한 사업부로 벨 연구소에 내부 벤처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던 뉴 벤처 파트너스는 2001년 루슨트에서 독립했다. 독립 후 뉴 벤처 파트너스는 루슨트, BT, 필립스, 인텔, IBM, 유니레버, 테스트라 등 다른 기업과 협력해 여러 기업을 설립했다. 인텔, 유니레버, 지멘스의 분사 기업들도 벤처캐피털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외부 지향적인 거래를 성사시킨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은 샌프란시스코의 블루프린트 벤처스(인텔의 기업 벤처캐피털 그룹을 운영했던 임원들로 구성), 뉴욕의 피쿼트 벤처스(현재 ‘퍼스트마크 캐피털’로 명칭 변경), 샌프란시스코의 생명공학 전문 투자업체 부릴 앤 컴퍼니 등이다. 이들은 지원이 없다면 시들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자본과 전문지식을 투입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애저 솔루션즈, 비더스, 사이테크닉스 등 BT에서 분사된 기업들은 BT의 고객 서비스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통신 기술 및 서비스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BT는 자금 조달, 개발, 기술 개선 등에 대한 장기적 부담 없이 중요한 기술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BT의 최고 과학 담당자 마이크 카의 말이다. “BT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최고의 네트워크 서비스 공급업체가 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파트너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방식 덕에 BT는 마케팅 과정에서 기술 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BT는 필자들이 밝혀낸 5개의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 방안 중 2개를 몸소 실천했다. (▶HBR TIP 내부에서 외부로 혁신을 이동시켜라 참조) 필자들이 밝혀낸 5개의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 방안은 미래 성장 기회를 지키는 동시에 현재 핵심 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HBR TIP 내부에서 외부로 혁신을 이동시켜라
 
5개의 외부 지향적 개방형 혁신 방안은 현재와 미래에 자사의 연구 노력을 통해 최대 가치를 얻기 위한 큰 틀을 제공한다.
 
 * 표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안 1과거 사내 프로젝트의 ‘고객’ 혹은 ‘공급업체’로 변신하라
기업들은 불황기에 장래성 있는 프로젝트의 투자 지속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하지만 훨씬 높은 수준의 탄력성을 제공하는 제3의 방안, 즉 ‘직접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시장에 선보이는 대신 해당 프로젝트의 고객이나 공급업체가 되는 방안’을 고려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 제3의 방안은 매우 간단한 해결책인 동시에, 프로젝트 진행 시 자사가 떠맡아야 할 역할을 줄여 비용과 위험을 감소시킨다. 다른 업체가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하면,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성공의 열매 중 일부를 손에 쥘 수 있다.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 릴리는 신약 개발을 위한 외부 아이디어 확보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바운티 켐(Bounty Chem)’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라이 릴리는 프로젝트 출범 후 자사 외의 다른 기업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프로젝트 효과가 한층 높아질 거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이는 이노센티브의 모태가 됐다. 이노센티브는 일라이 릴리가 설립한 e비즈니스 회사로 세계 주요 기업과 과학자들을 온라인 포럼으로 연결해 난해한 연구개발(R&D) 문제를 해결해준다. 일라이 릴리는 이노센티브의 원형이었던 프로젝트 출범을 지원한 후 스스로 최초 고객이 됐다. 당시 일라이 릴리는 자사에서 실제로 사용한 서비스에 대한 비용만 지불했다. 이노센티브 프로젝트의 비용과 위험은 일라이 릴리 외의 여러 고객 및 외부 투자자들이 분담했다.
 
다음 3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는 사내 프로젝트의 고객이나 공급업체로 변신하는 <방안 1>을 흥미롭게 변형시키면 된다. 첫째, 새로운 시장 혹은 제품의 새로운 용도를 파악했을 때, 둘째, 솔루션 개발 비용이나 시장 도달을 위한 경로 구축 비용이 높을 때, 셋째, 솔루션이 자사의 핵심 강점과 일치하지 않을 때.
 
보석회사 드비어스의 자회사인 엘리멘트 식스는 세계 산업용 다이아몬드 슈퍼 머티리얼 부문의 선두 공급업체다. 엘리멘트 식스는 다이아몬드 웨이퍼를 적절하게 가공하면 오존을 생산하는 소형 전해기기에 들어가는 양극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존은 수인성 병원균을 죽이는 데 쓰인다. 엘리멘트 식스는 다이아몬드 웨이퍼 생산 부문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졌지만 전해기기를 개발하고 유통하는 부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엘리멘트 식스는 올해 전해기기 설계, 제조, 판매를 담당할 기업 일렉트로리틱 오존을 설립했다. 일렉트로리틱 오존은 자본과 자원의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조달받는다. 이 회사는 모기업인 엘리멘트 식스가 생산하는 다이아몬드 웨이퍼의 주요 구매업체로 성장할 것이다.
 
 
방안 2비()전략적 프로젝트는 외부로 넘겨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자사의 핵심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신속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는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요소들을 제거하기에 적절한 때다. 잠재력을 증명해 보이는 데 실패했거나 핵심 부문에 속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없애는 건 새롭게 초점을 맞추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다.
 
물론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없애버리면 장기적 성장에 해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많은 프로젝트를 없애버리기보다는 일부 프로젝트를 외부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방법이 더 나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제권을 일부 유지할 수도 있다. 분리 전략이 실패하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을 추가적 시간과 돈을 절감할 수 있다. 반대로 분리 전략이 성공하면 지분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방법, 분사기업을 인수하는 방법, 다른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 등 여러 매력적인 선택 방안을 손에 쥘 수 있다.
 
프로젝트를 분리해서 내보내면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가치를 제3자와 공유해야 한다. 불황기에는 이 방법이 좋다. 자유로워진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유출되는 자금 액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투자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경영진은 프로젝트를 분리한 덕에 생겨난 몇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부 경영자는 이 과정을 통해 ‘무언가의 일부를 소유하는 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의 모든 걸 소유하는 일보다 낫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도 있다.
 
물론 분사기업은 종종 까다로운 생존 과제에 직면한다. 분사기업은 외부 자금 공급원을 찾고, 유능한 임직원을 채용하고, 고객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상당수 프로젝트들이 통과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험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분사기업들은 모기업이 아닌 다른 투자자의 시간과 돈을 통해 이 시험을 통과한다.
 
루슨트의 사내 벤처였던 루슨트 디지털 비디오를 보자. 루슨트의 경영진은 초기에 디지털 비디오 기술을 선보이기에는 상황이 지나치게 이르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전폭적 관심을 쏟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루슨트 경영진은 디지털 비디오 기술을 추진할 별도의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회사가 정상 궤도에 접어들자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 주요 시장에서 미래의 디지털 트래픽을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주요 개도국 시장 중 상당수는 루슨트에서 분사된 벤처기업에서 생산하는 디지털 비디오 암호기와 마찬가지로 루슨트에서 생산한 장비도 구입했다. 결국 루슨트는 분사 벤처기업을 재인수했다.
 
루슨트 디지털 비디오의 사례는 이런 종류의 분사를 통해 기업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익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루슨트는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벗었다. 그 덕에 해당 프로젝트의 진정한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 시장에서 ‘제2의 의견’을 포착할 수 있었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었다. 루슨트가 해당 프로젝트를 사내에서만 진행하려 했다면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을 수 있다.
 
 
방안 3지적 재산을 적극 활용하라
많은 기업들이 수많은 지적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지적 재산을 사내에 묵혀두면 직접적인 재정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다른 기업에서 자사의 지적 재산을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매우 가치 있는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이다.
 
60억 달러 규모의 환경 서비스업체 ‘CH2M 힐’의 사례를 보자. CH2M은 파트너업체인 ADA 테크놀로지와 함께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수은 배출물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특허를 공동 개발했다. 이 특허는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이었지만 CH2M와 ADA 테크놀로지는 둘 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들은 외부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는 제품 기반 신생업체에 이 지적 재산을 빌려줬다. CH2M과 생산을 담당하는 신생업체는 이 수은 통제 기술을 공동 판매해 CH2M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방안1>도 활용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도 비슷한 방법을 택했다. 세계 소비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필립스는 아시아 제조업체들의 등장으로 인한 치열한 저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 재편성을 시도했다. 필립스는 반도체 사업을 분사시켜 내보내고 현재는 의료 및 건강 관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변화 덕에 필립스가 오랫동안 몸담아온 전자 사업을 위해 개발된 지적 재산이 설 곳이 사라졌다. 현재 필립스는 전자 사업 부문의 지적 재산을 개방형 혁신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필립스는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는 6만 개가 넘는 특허에 대한 사용 허가를 내주고 매년 수억 유로의 수입을 벌어들인다.(방안3)
 
필립스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도 받아들여 지금껏 20개가 넘는 새로운 벤처기업을 출범시켰다. 리쿠아비스타, 실리콘 하이브, 프리브-ID 등 일부 벤처기업들은 향후 공급업체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방안1) 외부 투자도 성공적으로 유치(방안2)하고 있다. 필립스 코퍼레이트 테크놀로지의 로널드 울프 수석 비즈니스 개발 관리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목표는 자칫 빛을 보지 못하고 끝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립스에 도움을 주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탈바꿈시킨다.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은 더 많은 가치를 추출해내는 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이런 내부 역량을 개발하면 회사 전체에 도움을 주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물론 법적인 비용은 별개다. 업계에 따라 수익 규모가 달라지긴 하지만, 때에 따라 상당한 돈을 벌 수도 있다. IBM은 종종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라이선스 수익을 벌어들이고, 약 60억 달러가량을 R&D에 지출했다는 결산 보고서를 발표한다. 과거 에어 프로덕츠의 부사장이었으며 현재 바이어 호이저에서 개방형 혁신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존 타오는 화학기업이나 관련 업계 기업이 이런 라이선스 과정을 수립했다면 전체 R&D 비용 중 15% 이상을 라이선스 수익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충고했다.
 
사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지적 재산을 활용하면 발견, 성장 기회의 형태로 신규 사업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재산을 활용하지 않고 묵혀두면 그 어떤 가치도 생성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접근 방식이 등장하고 해당 지적 재산을 개발한 인재가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거나 은퇴하면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잠재력도 서서히 사라진다. 기업들은 사내에 묶여 있는 기술을 일단 자유롭게 풀어놓기만 하면 상당수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현재 자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나 상품을 대체할 수도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때로는 이를 사내에 묶어두거나 사장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들은 경쟁 위협을 과대평가하고,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해방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완 및 학습 효과를 과소평가할 때가 많다. 경쟁에 대한 사소한 우려로 추가 성장의 기회가 좌절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각 사업부 차원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묶여 있는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방안3>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안겨주기도 한다.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기술이 외부에서 성공하면 관리자들이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기 때문이다. 미국 화학업체 에어 프로덕츠는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분해하는 LSV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용 버너를 개발했다. 에어 프로덕츠는 최초 자사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LSV 기술을 개발했지만, 에어 프로덕츠의 공장 관리자들은 공장에 LSV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에어 프로덕츠는 다른 업체에게 LSV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해당 업체는 LSV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기술을 판매했다. 에어 프로덕츠의 공장 관리자들도 현재 LSV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LSV 사례를 통해 ‘기업이 외부 지향적인 방안을 도입하기 전, 사업부 관리자들에게 내부 R&D의 결과물을 사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만한 독점 권한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때 사업부 관리자들이 설사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해도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 사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쪽을 택한 사업부가 외부업체와의 경쟁에서 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부업체가 차후에 성공을 이뤄내면, 초기에 이 기술을 거부한 관리자는 왜 이를 거부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불편한 임무를 떠안는다. 결국 외부 지향적 방안 때문에 관리자들이 사내 기술을 좀 더 꼼꼼하게 살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부 지향적 방안이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방안 4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자사의 생태계는 키워라
생태계는 혁신 기업들에게 다양한 파트너, 동맹업체, 연구원, 자원 등을 제공해준다. 활발한 R&D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은 향후 가치 있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낸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자사의 핵심 사업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기술 옵션을 지켜내기가 힘들다. 몇몇 기술 옵션은 자사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생태계 내에서 번영할 수도 있다.
 
소비재와 건강관리 제품을 판매하는 유니레버는 여러 개의 생태계 관련 혁신 과정을 개발했다. 유니레버는 상업적으로 잠재력은 있지만 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에서 당장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전도유망한 프로젝트를 양성하기 위해 인큐베이터를 활용했다. 인큐베이터에서 결과물이 탄생하면,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유니레버의 사업부가 기술을 도입하거나, 한층 높은 수준의 상업화를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2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R&D에 참가한 직원들에게 커다란 이익을 안겨준다.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를 시장에 내놓고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유니레버는 우호적인 신규 파트너를 자사 생태계에 추가할 수도 있다.
 
유니레버의 인큐베이션 프로젝트 마이라이프를 보자. 마이라이프는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는 착용 가능한 기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건강과 체중 감소에 관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유니레버의 분사기업인 마이라이프는 뉴 벤처 파트너스와 유니레버에서 자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유니레버 벤처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 유니레버 벤처스의 파트너인 존 쿰스는 향후 마이라이프와 유니레버 핵심 브랜드 간의 시장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뛰어난 기업 내부 통합 소프트웨어 기술로 널리 알려져 있는 독일 SAP도 자사 기술을 중심으로 상당한 수준의 외부 생태계를 발전시켜왔다. SAP는 자사와 파트너업체들이 인증하고 지원하는 생태계 솔루션을 위한 장터인 에코허브를 탄생시켰다. SAP와 파트너업체들은 새로운 역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장터의 요구에 대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공개 포럼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SAP는 자사 개발자나 우수 사용자들이 다른 가입자들에게 SAP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SAP 개발자 네트워크를 선보였다.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문제를 해결한 사람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SAP는 최고 득점을 올린 200인의 이름을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개발자들은 이직 시 새로운 고용주에게 자신이 SAP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다루었는지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이력서에 전체 득점을 기록하기도 한다. SAP는 이 네트워크에 비용을 거의 지불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는 SAP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SAP 생태계 파트너들에게 상당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불황 중에 이런 생태계를 적극 육성하면, 자사 및 자사의 가치사슬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관계업체들이 혁신적인 기회를 포착했을 때 해당 업체를 최우선 파트너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용 절감에만 몰두했던 기업들은 경제가 다시 성장세로 접어들면 이런 우선 순위에서 제일 뒤로 밀릴 수 있다.
 
 
방안 5비용 절감, 참여 확대를 위해 개방형 영역을 만들어라
사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외부의 개방형 영역으로 이동시키면 비용을 외부로 옮기는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개방형 영역에는 한층 더 중요한 사실이 숨어 있다. 그건 바로 개방형 영역이 훨씬 범위가 넓은 커뮤니티의 프로젝트 참여를 장려하며 시장 전반을 발전시키는 진보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미국 제약업체 머크는 머크 유전자 색인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개방형 영역을 구축했다. 머크는 인간 게놈 배열의 빠른 진행 속도를 볼 때 수많은 신생 생명공학 업체들이 게놈 관련 특허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때문에 이런 특허가 많이 생겨나면 머크나 다른 제약업체들은 유전적 특성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또한 인간 게놈 연구에서 워낙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나왔기 때문에 하나의 조직이 모든 특허를 가지는 일도 불가능했다.
 
머크의 해결책은 대학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인간 게놈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다음 모든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초창기에는 많은 생명공학 기업들이 기초 연구를 위해 대학 연구에 의존했다. 머크 유전자 색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특정한 유전자 배열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거나 신약 개발을 방해할 수는 없다. 머크의 유전자 색인은 이제 공공재나 다름없다.
 
필립스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하이테크 캠퍼스에서 비슷한 방안을 택했다. 10년 전, 하이테크 캠퍼스는 1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필립스 사내 핵심 R&D 시설이었다. 필립스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 필립스는 2004년 개방형 혁신의 일환으로 다른 기업 및 R&D 팀을 하이테크 캠퍼스로 초빙했다.
 
그 결과 현재 ASML, 베카르트, IBM, NXP를 포함한 총 15개 기업의 7000명이 넘는 연구진이 하이테크 캠퍼스를 공유하고 있다. 필립스는 과거에는 사내에서만 논의했던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하는 등 하이테크 캠퍼스를 공유하는 다른 기업들과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테크 캠퍼스는 현재 혁신 허브로 성장했고,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고 있다. 필립스는 별다른 추가 지출 없이 이 모든 성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필립스는 하이테크 캠퍼스 시설을 사용하는 기업들로부터 임대료도 받는다. 하이테크 캠퍼스가 비용을 들여야만 하는 센터에서 수익을 내는 센터로 거듭난 셈이다.
 
 
외부 지향 방안 실천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은 명확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로 인한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문화적, 정치적, 조직적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내부 경로와 외부 경로가 R&D의 열매를 놓고 경쟁을 하기에 둘 사이에서 언제나 긴장관계가 조성되는 게 대표적 예다. 사내 기술, 마케팅, 재무, 법률 기능의 역할 및 관심사도 조화시키고 화합시켜야 한다. 또 주기적으로 지적 재산의 목록을 만들고 분석하며, 이를 추가로 개발하기 위해 사내에 남겨둘 것인지 외부에 공개할 것인지를 분류해야 한다. 현재의 비용 절감과 미래의 잠재력을 가장 적절하게 조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재정 구조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동맹업체, 파트너업체, 고객, 공급업체 등 외부의 관계업체들과도 협상해야 한다.
 
인력 자원에 관한 문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면 외부로 방출하기로 결정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원 중 일부를 함께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심각한 불황기에 접어들면, 기업들은 비용을 대량 삭감하여 우수한 직원 중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 사려 깊은 조직이라면 이 과정을 세심하게 처리할 것이다. (▶HBR TIP 외부 지향 방안을 택할 때 고려해야 할 인재 측면 참조)
 
HBR TIP 외부 지향 방안을 택할 때 고려해야 할 인재 측면
 
기업들은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사외로 이동시킬 때 인력과 관련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사실, 자산을 사외로 옮기는 과정에서 해당 자산 개발에 참여한 훌륭한 인재를 함께 떠나 보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떠나는 직원 중 상당수에게 조건부로 회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주위 생태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장기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직원들을 완전히 해고하지 않고 벤처기업으로 분사시키는 방법은 남아 있는 직원 및 떠나는 직원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동시에 대량 해고 시 발생하는 높은 수준의 감정적, 경제적 비용을 피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BT의 분사기업인 애저 솔루션의 인사팀은 BT와 같은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분사기업에서 근무하면 스톡 옵션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며 수백 명의 직원들을 적극 설득했다. 협상을 통해 노조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결과적으로, 애저 솔루션의 직원들은 새로운 조직에서 미래의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
 
시스코는 통신 시장이 붕괴된 2001년 심각한 불황을 견뎌내야 했다. 시스코는 비자발적인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발한 방법을 찾아냈다. 당시 시스코는 많은 직원들에게 퇴사를 선택할 경우 최대12개월 동안 직원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연봉의 30%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부 직원들은 비영리 벤처,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한 벤처에서 근무하기 위해 시스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시스코는 전 직원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시스코의 직원들이 옮겨간 여러 벤처기업에 조언도 제공했다. 시스코를 떠난 직원들은 오랜 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으며 큰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시스코는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평판을 얻었고 자사의 명성도 높일 수 있었다. 시장 상황이 회복되자 시스코를 떠났던 일부 직원들은 복귀했다. 한 번 떠났던 회사로 되돌아올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후에도 자신이 시스코와 계속 연결된 상태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이 프로그램을 알고는 있었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던 뛰어난 지원자들도 다시 받아들였다.
 
물론 시스코가 택한 방법이 불가피한 해고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때로는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기존 기술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 보조금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 다양한 방법들의 요점은 간단하다. 바로 ‘회사를 떠나는 인재들에게 회사가 그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일’이다.
 
 
모든 내용들을 종합할 때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은 전략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고위 임원의 지휘하에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복잡한 활동이다. 어렵게 느껴지는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저당 잡히지 않고 불황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찰스 다윈은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고,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며,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설파했다. 외부 지향 개방형 혁신은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때 더욱 민첩하고 대응력이 우수한 조직이 되도록 도와준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헨리 W 체스브로는 미국 UC 버클리대 하스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개방형 혁신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오픈 비즈니스 모델(Open Business Models: How to Thrive in the New Innovation Landscape)>(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부, 2006)이 있다.
안드레스 R 가르만(agarman@nvpllc.com)은 미국 뉴저지 주 머레이 힐에 위치한 뉴 벤처 파트너스의 파트너이자 전() 루슨트 테크놀로지 부사장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2월 호에 실린 미국 UC버클리대 하스스쿨의 헨리 W 체스브로 교수와 뉴 벤처 파트너스의 파트너인 안드레스 R 가르만의 글 ‘How Open Innovation Can Help You Cope in Lean Tim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