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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혁신 전략

기업 경계 허무는 4세대 R&D, 개방형 혁신

김남국 | 45호 (2009년 11월 Issue 2)
기업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동력은 연구개발(R&D)입니다. R&D는 혁신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R&D 생산성 저하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제 혁신 과정 자체를 혁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개방형 혁신입니다. 과감하게 내부의 지적재산을 공개하거나, 외부의 아이디어를 수용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기술전략을 사업 전략과 일치시켜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혁신과정 자체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종합했습니다.
 
 
현대 정보기술(IT)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기업은 어디일까. IBM이나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외의 기업을 꼽는다. 바로 복사기업체인 제록스다.
 
제록스는 1970년 팔로알토리서치센터(PARC)를 설립했다. 당시 컴퓨터 기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틈을 타 PARC는 손쉽게 세계 최고의 공학자들을 영입했다. 이후 PARC는 IT 산업의 물줄기를 바꾼 역사적 기술을 줄줄이 개발했다. 레이저 프린팅, 분산 컴퓨팅, 네트워크의 표준인 이더넷(Ethernet), 맥킨토시와 윈도의 모태가 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GUI), 워드프로세서,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이 PARC의 대표작들이다.
 

 
폐쇄형 혁신의 한계
그러나 경영 측면에서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정작 제록스는 이런 눈부신 기술들의 성과를 거의 향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록스가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은 프린팅 관련 기술이 전부였다. 나머지 획기적 기술의 대부분은 다른 기업에 이전돼 애플, MS, 3COM, 어도비시스템즈 등에서 꽃을 피웠다.
 
당시 제록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기술에 꾸준히 자원을 투입하는 등 최고의 연구개발(R&D)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PARC 연구원들도 기술 자체에만 집착하지 않고 상용화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개발하는 등 비즈니스 마인드도 갖췄다. 회사 경영도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졌고 혜안과 리더십을 갖춘 훌륭한 간부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제록스는 왜 엄청난 사업 기회를 놓쳤을까.
 
헨리 체스브로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런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100명에 달하는 제록스 임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연구 결과, 제록스는 경영을 잘 못해서 사업 기회를 놓친 게 아니었다. 제록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오히려 당시 최고의 관행, 즉 베스트 프랙티스였다.
 
제록스는 최고의 인재를 모아 내부적으로 기술 역량을 축적하고 이를 활용해 생산과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직적 통합 구조로 성장을 구가했다. 이는 독점적 내부 역량을 토대로 성장하는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 모델이다. 당시 우량 기업 대부분은 이를 베스트 프랙티스로 여겼다. 이런 체제하에서 주력 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프린팅 기술은 즉각 상업화됐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주력 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혁신적 기술은 회사 내에서 사업화 기회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이런 기술에 대한 무한정 자금 지원이 불가능했다. 결국 연구원들은 상업화를 위해 벤처기업 등으로 옮겨가 새 사업을 일궈냈다. 폐쇄형 모델을 고집했던 제록스는 외부로 유출된 기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체스브로 교수가 분석한 결과, PARC 출신들이 만든 기업 24개 가운데 10개가 상장에 성공했다. 보통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PARC 기술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제록스의 사례는 폐쇄형 혁신 모델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의 인재를 영입해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내부적으로만 활용하는 모델로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개념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다.(표1)
 

 
개방형 혁신의 개념과 사례
개방형 혁신이 기업에 새로운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4세대 R&D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세대 R&D에서는 우수한 연구자를 뽑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초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연구자를 뽑더라도 프로젝트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2세대 R&D는 프로젝트 관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잘 관리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사업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과 R&D를 통합하려는 전략적 노력이 이어졌고, 이 단계가 3세대 R&D로 불렸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 강도는 갈수록 강화됐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초경쟁 환경이 등장하면서 전통적 기업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개방형 혁신이 급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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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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