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앞바다의 인공섬 오다이바에서 바라본 도쿄의 스카이라인은 몇 년 새 크게 달라졌다. 도쿄 중심부인 도쿄역 주변에는 신마루노우치빌딩 등 고층 사무용 빌딩이 밀집해 있고 요코하마와 오사카로 통하는 길목인 미나토구에는 54층 규모의 미드타운 타워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오사카의 스카이라인도 마찬가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01년부터 대도시 규제정책을 철폐하고 광역경제권 육성에 나서면서 도쿄와 오사카에 활기가 돌고 있다. 도심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일자리도 늘어났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이 최근 실시한 20개 메가시티리전(MCR·광역경제권) 경쟁력 평가에서 도쿄와 오사카경제권은 각각 종합순위 3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쿄도는 2006년 ‘10년 후 도쿄 플랜’을 마련하고 2016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이는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 경제 중심이자 세계의 메가시티리전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도쿄플랜의 핵심은 도쿄 외곽을 잇는 광역 네트워크 구축. 도쿄권 일대를 세 겹으로 감싸는 △수도고속중앙환상선 △도쿄외곽환상도로 △수도권중앙연락자동차도 등 ‘3대 환상(環狀) 도로’ 건설이 대표적이다.
도쿄도에 따르면 2016년경 3대 환상 도로가 대부분 완공되면 도쿄 도심지인 니혼바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있는 도쿄권 일대 주요 도로의 정체지점 600곳의 체증이 대부분 풀린다. 혼잡 시 자동차 평균속도도 2005년 시속 18.8km에서 2015년 시속 25km로 빨라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도쿄도 전체 연간 배출량의 3∼4% 정도인 200만∼300만t이 줄어들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계도 광역 교통인프라가 도쿄 경제권역 내 산업 클러스터간의 시너지 효과와 혁신 역량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마다 토시로(山田利朗) 도쿄도 계획조정담당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수도권중앙연락차도는 도쿄권 서부의 다마(多摩)실리콘밸리와 일본의 연구개발 거점인 도쿄 북쪽의 쓰쿠바 지역을 현행 3시간 반에서 1시간 반 거리로 좁힐 수 있다. 이 도로 중간지점에는 사이타마현 자동차산업까지 집약돼 있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하네다공항과 토쿄항, 요쿄하마항을 연결하는 도쿄외곽환상도로는 쓰쿠바 지역의 아오미와 하네다를 연결하는 시간을 현행 1시간50분에서 1시간10분으로 단축해 공항과 항만을 통해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물류 흐름이 크개 원활해진다.
또 쓰쿠바익스프레스가 개통되면 도심과 연구개발거점인 쓰쿠바가 현행 1시간25분에서 45분 거리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와 라이프사이언스 벤처기업 중심의 도심 산업이 쓰쿠바와 단시간에 연결되면서 상승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오사카권도 △오사카도시재생환상도로 △간사이 중앙환상도로(제2 게이한도로) △간사이 대환상도로 등 3대 환상도로 정비를 통한 역내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도쿄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7년 7월 지역 내 8개 민관 광역연계조직을 통합한 ‘간사이 광역기구’를 발족시켰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이 기구는 향후 간사이 광역연합으로 전환해 긴키경제산업국 등 중앙정부 지방청의 기능까지 흡수할 예정이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역량 있는 도시들의 집적과 네트워크가 21세기 지식기반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며 “일본은 이 같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국토의 청사진을 다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2.4.2 2001년에 철폐된 광역경제권 규제
일본 정부는 2001년 6월 각료회의에서 지역균형발전론을 ‘폐기처분’했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가 ‘일본열도개조론’을 제기한 이래 30여년 만이다. 균형발전론이 지방 공공사업에 대한 비효율적인 예산 퍼주기로 정부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일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도쿄, 오사카권 등 광역경제권의 경쟁력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정책 폐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균형발전론에 입각해 수도권 공장 설립을 억제하던 ‘공장 3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7월에는 1964년 이후 공장과 대학 신증설을 막아오던 공장제한법이 없어졌다. 2006년 4월에는 공장의 지방이전을 유도하던 공장재배치촉진법(1972년 제정)도 폐지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장 신증설을 막던 공장입지법(1973년 제정) 규제마저도 대폭 완화했다.
규제 철폐 완화와 엔화 가치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소니, 샤프 등 해외로 떠났거나 나가려던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중소 제조업이 밀집해 있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던 오사카권에서는 규제 철폐의 효과가 즉각적이었다.
오사카부에 따르면 1998∼2002년 106건이던 오사카내 공장입지 건수는 규제 완화 이후인 2003∼2007년 188건으로 늘었다. 오사카부와 교토부, 효고·와카야마·나라 ·미에현 등 오사카권역의 공장입지건수는 2001년 전국 대비 10.5%수준에서 2003년 이후 15% 안팎으로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