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 미국의 가수이자 영화배우로 아카데미상, 그래미상, 에미상까지 모두 휩쓴 최고의 엔터테이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이름을 따서 생겨난 신조어다. 2003년 스트라이샌드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사진가 캐네스 아델만과 픽토리아닷컴(pictoria.com)을 상대로 무려 50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이 찍어 공개한 1만2000장의 캘리포니아 해안가 항공사진에 말리부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노출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녀는 사진에서 자신의 저택을 삭제하도록 요청했고, 아델만은 ‘캘리포니아 해안 기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안의 침식을 기록하기 위해 해안가 건물들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고소와 공방으로 스트라이샌드의 말리부 대저택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그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불과 한 달여 만에 수십만 명이 몰려 그녀의 저택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마이크 마스닉이라는 블로거는 이처럼 인터넷상에서 특정 내용을 삭제하려다 오히려 대중의 더 큰 관심을 끄는 현상을 ‘스트라이샌드 효과’라 불렀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스트라이샌드 효과’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배드 뉴스(bad news)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준다. 과거에는 전날 저녁 미리 발행되는 신문 ‘가판’을 통해 기업 홍보팀이 신문기사를 미리 살펴보고, 자사에 대한 배드 뉴스가 있으면 언론사를 설득해 기사를 ‘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가판을 발행하는 신문이 최근 몇 년간 많이 줄었다. 더군다나 이제 소비자들도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을 통해 배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사를 ‘빼려는’ 태도로 블로거들의 부정적 글을 블로그 호스팅 서비스를 통해 삭제하려다 더 큰 화를 당했던 유명 도넛 회사의 사건, 2008년 쇠고기 사태를 비롯해 정부와 네티즌 사이에 종종 벌어지는 긴장 관계 역시 같은 현상이다.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블로거들도 자신의 글에 잘못된 사실이 있다면 이를 수정해야 하지만, 자신의 주관적인 시각에 대해 정부나 기업이 간섭하려는 것에는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블로거들의 부정적 글을 빼자니 ‘스트라이샌드 효과’가 무섭고, 그대로 두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기업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뺄셈의 기술에서 덧셈의 기술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사 빼기와 같은 ‘뺄셈’의 기술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덧셈’의 기술을 구사해야 한다. 블로거들의 부정적 글이 확산돼 기업 입장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우려될 때는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업의 입장을 밝혀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고, 해결책이 있다면 알려야 한다. 즉 소비자 블로그에 실린 배드 뉴스를 ‘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꼬리를 문다. “우리 홈페이지에 자사의 입장을 올려놓으면 누가 와서 읽겠는가?”라는 질문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언론사처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구독자를 갖고 있지 않다. 큰 이슈가 있거나 상품을 주는 프로모션을 할 때가 아니면 네티즌들이 기업의 홈페이지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일은 드물다.
과거에는 언론사와 기업의 관계에서 뉴스의 생산에 대한 ‘거래’가 성립됐다. 기업은 보도자료 등의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은 그중에서 취사선택해 기업에 대한 소식을 기사화했다. 하지만 뉴스의 생산을 둘러싸고 이제는 삼자 구도로 변했다. 기존 언론사와 기업 외에 소비자들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표출하고 이것이 유통되면서 소비자의 개인 미디어가 뉴스 생산에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기업도 ‘미디어 파워’를 갖춰야 한다
더 이상 ‘뺄셈’의 기술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덧셈’의 기술을 구사하려면 기업도 ‘미디어 파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업이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훌륭한 미디어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이 ‘미디어 파워’를 가진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기업은 지금까지 전통 언론을 통해 자사의 뉴스나 입장을 알리려고 노력해왔고, 그것이 기업 홍보의 대표적 역할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은 전통 언론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스스로 ‘직접’ 미디어를 보유하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뉴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다. 이미 언론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각종 사건 사고 현장을 블로그 등으로 먼저 상세하게 알리곤 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손수제작물(UCC)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과 직접 대화해 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직 둔감한 편이다.
앤드류 헤이워드 미국 CBS 뉴스 전 사장이 “오늘날 모든 회사는 미디어 회사다”라고 말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언론사만이 미디어 회사가 아니다. 자동차 회사, 전자회사, 식품회사 등도 모두 미디어를 갖추고 소비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