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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업 전략 툴

‘캐치업!’ 불황 때 1등 따라잡자

윤경은 | 34호 (2009년 6월 Issue 1)
한국 기업의 역사는 ‘추격(catch-up)’의 역사입니다. 산업 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과 헌신적 노력으로 한국 기업들은 막강한 선발기업을 따라잡으며 성공 신화를 써갔습니다. 특히 외부 환경이 격변하는 시기에 한국 기업들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극심한 불황기에 공격적 투자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조선업,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 표준이 변하는 시기에 최고 자리를 차지한 전자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2등이나 3등 기업이라면 지금처럼 외부 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 캐치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께 실용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빈약했던 후발주자의 추격 전략 연구에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윤경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팀장과 홍희정 컨설턴트는 유려한 문체로 생물학 아이디어를 응용한 캐치업 전략 수립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캐치업과 관련한 독특한 시각과 유용한 툴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신병철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는 추격에 성공하려면 ‘혁신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불황기 캐치업에 성공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의 전략적 의지와 탁월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주환 The Company of Korea 심의위원장은 한국 비즈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10대 캐치업’을 소개하며, 이런 사례가 주는 마케팅 교훈을 요약했습니다.
 
2등이 1등을 따라잡기는 언제나 어렵다. ‘잘하기(thrive)’가 아니라 ‘살아남기(survive)’가 목표인 힘든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주머닛돈이 넉넉해 남들이 못 누리는 ‘3대 호사(M&A, R&D, 광고·마케팅)’까지 누릴 수 있는 1등 기업이라도 버티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1등은 어느새 한 걸음 더 앞선 채 ‘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라는 얄미운 진실을 새삼 증명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2등은 자연스럽게 ‘1등 되기’의 욕심은 접어둔 채 제자리에서라도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몸집 줄이기는 필수다. 별다른 먹이가 없는 혹한기에 추위를 견딜 재간이 없는 곰이 동굴 안에서 웅크려 잠만 자는 격이다. 1분에 55번씩 뛰던 심장마저 10번만 뛰게 할 정도로 각종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곰은, 긴 겨울이 지난 뒤 몸무게가 15∼40%나 빠진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의 포스트도 그러했다. 당시 미국의 양대 시리얼 업체였던 포스트와 켈로그가 보여준 전혀 다른 ‘겨울나기 법’은 이후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됐다. 포스트는 각종 비용을 줄인 채 조용히 웅크려 잠을 청하며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미국인의 아침 식사로 오트밀이 대세이던 시절, 시리얼에 대한 고객의 선호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는 당연해 보이는 선택이었다.
 
켈로그는 달랐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멈추지 않아 신제품을 연이어 쏟아냈고, 광고·마케팅 비용도 오히려 전보다 2배 늘렸다. 스프레이 방식으로 비타민을 첨가한 시리얼을 처음으로 내놓았고, 미국 최초의 어린이용 라디오 프로그램에 협찬 광고도 시작했다. 심지어 3교대를 4교대로 바꾸며 생산 인력 수도 늘렸다. 대공황 이후의 성적표는 켈로그의 압승이었다. 켈로그의 이익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30%나 늘어났고, 이때 쌓아 올린 1등 기업의 위상은 현재까지도 탄탄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1등과 2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컨설팅 경험을 모아 한국 기업들을 위한 ‘불황기, 2등 기업 1등 되기’ 전략 메뉴를 제시한다.
 
어떤 메뉴를 고를지는 각 기업의 사정마다 다를 것이다. 여러 메뉴를 한꺼번에 택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아무것도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을까지 비축해놓은 지방이 얼마나 있는지(현금 보유 정도), 동굴 밖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리스크 회피 성향), 가사(假死) 상태를 벗어나 더 빨리 심장을 뛰게 할 열정이 있는지(경영진의 의지)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켈로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였건 끝내 포스트로 남기를 ‘택한’ 수많은 기업들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메뉴판을 훑어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억지로 겨울잠을 자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Inaction is not an o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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