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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빠진 상품? 팔 생각도 하지 마라

남기찬 | 30호 (2009년 4월 Issue 1)
시장이라는 교환 장소가 생긴 이래 사람들은 유형의 ‘상품’을 거래해왔고, 이를 통해 원하는 가치(value)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런 환경에서 ‘서비스’는 단지 거래를 지원하는 부수적 수단으로 여겨졌다. 서비스는 상품 거래의 가치를 조금 높여주거나 혹은 덤으로 주는 것으로 평가절하됐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폄하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을 근간으로 한 경제 발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과거의 상품 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 서비스에 대해 보다 혁신적인 새로운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이제부터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모든 거래는 서비스를 근간으로 이루어지고, 상품은 서비스의 일부를 구성하는 매개체다.’ 이를 학문적 용어로 ‘서비스 지배논리(service dominant logic)’라고 부른다. 반면 과거의 사고방식은 ‘상품 지배논리(good dominant logic)’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가져왔던 상품 중심 사고를 뜻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몇 개의 제조 분야에서는 세계적 위치에 올라 있다. 이제는 제조업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서비스 중심적인 사고가 무엇인지, 왜 이런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지 살펴보자.

기업은 제품 판매만으로 가치를 창출하는가?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MP3 플레이어를 산 목적은 음악을 듣기 위함인가, 아니면 제품을 휴대하고 다니기 위함인가. 물론 아이팟과 같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해 제품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팟도 여전히 음악을 듣는 MP3 플레이어의 하나일 뿐이다. 즉 아이팟을 서비스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팟이 우수한 상품이기는 하지만 아이튠스(iTunes)라는 서비스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실제로 고객은 아이팟만 사는 게 아니라 아이튠스를 이용해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다운로드 받아 즐긴다. 즉 고객은 아이튠스를 통해 아이팟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아이튠스라는 음악 서비스 플랫폼이 없으면 아이팟은 단지 하나의 쇳덩이에 불과하다. 이처럼 새로운 서비스 2.0 시대에는 제품을 판매해야만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 완구 브랜드 레고는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플라스틱 블록 장난감으로,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개발에 도움을 줬다. 레고는 1998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시모어 페퍼트 교수 연구팀의 컴퓨터와 어린이 학습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인드스톰 시스템(Mindstorms Robostics Invention SystemㆍMRIS)을 개발했다. 마인드스톰은 단순히 끼워 맞추기만 했던 과거 제품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컴퓨터로 간단한 프로그래밍을 해 명령을 내리면, 이 명령이 적외선 포트를 통해 마인드스톰의 시스템 메모리에 저장되고 각종 센서와 모터가 움직인다. 과거에는 단순히 블록 판매로 가치를 만들어냈던 레고는 이제 무형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결국 레고는 마인드스톰이라는 소프트웨어, 즉 ‘블록을 통한 창의력 발현’이라는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툴을 통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2가지 예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매개체다.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가치를 ‘제안’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가치 ‘창출’은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근원적인 가치를 획득할 때 일어난다.
 
이런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또는 제조 기업들은 ‘체험을 통한 공간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공간 마케팅은 기업이 매장의 분위기와 설비 등으로 고객에게 자극을 주어 감동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나 커피빈은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이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라고 판단, 고급스럽고 안락하게 매장을 꾸며 매력적인 공간에 대한 고객의 무의식적 경험을 유도했다.

공간을 이용한 대표적 마케팅 사례로는 나이키의 ‘나이키 타운(Nike Town)’을 들 수 있다. 나이키는 고객들이 방문해 자사의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었다. 매장 한쪽에는 농구 관련 제품을, 또 한쪽에는 골프 관련 용품을, 다른 한쪽에는 건강 관리 기계 코너를 구성해놓고 고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즉 나이키는 매장을 단지 스포츠 용품 판매 장소로 생각하지 않고 거대한 체험의 장으로 활용했다. 나이키 타운을 방문한 고객들은 결국 나이키라는 하나의 브랜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고 다른 구매자들과도 교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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