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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서울은행, 세금폭탄 맞을 뻔한 逆합병

정운오 | 23호 (2008년 12월 Issue 2)
2002년 12월 하나은행은 한때 국내 제일의 시중은행이던 서울은행을 실질적으로 흡수 합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은행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일대 사건이었다. 주거래 기업의 연쇄 부도와 연이은 IMF 외환위기로 부실해진 서울은행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하나은행은 주요 시중은행으로 급부상했다. 합병 당시 서울은행은 6조1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이월결손금이 누적돼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익을 창출해 이러한 결손금을 공제받을 여력이 없었다. 반면에 하나은행은 서울은행으로부터 승계한 이월결손금 가운데 3조6000억 원을 합병 이후의 과세소득에서 공제함으로써 9500억 원의 법인세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합병 당시 서울은행 노조는 하나은행의 인수가격이 이월결손금 승계로 인한 법인세 절감 효과를 감안할 때 헐값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조기 회수에 관심이 있었던 정부는 서둘러 서울은행 매각을 매듭지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합병한 지 5년이 다 되어가던 2007년 9월 국세청이 두 은행의 합병을 조세 회피 목적으로 이뤄진 부당한 역(逆)합병으로 판단해 거액의 법인세 추징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실제로 국세청은 하나은행에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법인세 과세예고 통지를 했다. 합병 당시 역합병에 따른 세무 위험에 나름대로 대비했다고 생각한 하나은행 입장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하나은행은 당시 외환은행 인수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어서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법인세가 추징되면 회사 경영이 위태로울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몰렸다. 이에 하나은행은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를 제기, 하나은행에 대한 법인세 추징 문제는 세간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 되었다.
 
본 사례 연구의 목적은 하나은행의 역합병 거래를 효과적인 세무계획(effective tax planning) 관점에서 분석해 세무계획의 계약적(contractual) 측면과 암묵적 조세(implicit tax) 측면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또 세무계획의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사전에 이에 따른 위험에 치밀하게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이는 데 있다.
 
1. 두 은행의 합병 스토리
1) 서울은행의 부실화 1959년 설립 이후 한때 국내 최대 시중은행임을 자랑하던 서울은행은 1996년 주거래 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16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이어 1997년 한보철강에 제공한 2000억 원의 여신이 부실화되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몰렸다. 이에 정부가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1조9500억 원의 부실채권을 1조3800억 원에 매입했지만 때마침 터진 외환위기와 경기 침체로 부실은 더 심각해졌다.
 
여기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정부가 IMF와 구제금융 지원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울은행의 처리 문제를 거론했다는 소문이었다. 이러한 소문으로 예금인출 사태(bank run)가 촉발됐다. IMF 구제금융이 최종 합의된 같은 해 12월 3일까지 무려 1조 원 가까운 예금이 빠져나갔다. 다급해진 정부는 서울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본금을 확충하기로 하고 12월 9일 현물출자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단기 유동성 제공이나 부실채권 정리만으로 회복하기에는 부실 수준이 심각했다.
 
결국 정부는 서울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경영개선명령(workout)과 함께 정부출자 지분을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국내외 투자자에게 공개 매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은행은 1998년 이후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예보)의 현금출자와 무상감자를 통해 5조43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했으며, 2001년 이후 예보가 100% 지분을 보유하는 국영은행으로 탈바꿈했다.
 
2) 서울은행의 매각 2002년 서울은행은 경기 회복과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예보는 은행 매각을 적극 추진했다. 2002년 5월 예보는 국내외 16개사에 투자안내서를 발송했으며, 7월 하나은행과 론스타는 서울은행 인수를 위한 최종제안서를 제출했다. 두 제안서를 평가한 예보는 하나은행을 최종인수 후보자로 선정하고 이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공자위는 이월결손금으로 인수자가 얻게 되는 법인세 감면 혜택이 매각 가격에 반영되었는지와 서울은행의 기업가치 평가가 적정한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며 인수자 선정을 연기했다.
 
론스타와 하나은행이 다시 수정제안서를 제출하자 예보는 “이월결손금에 대한 법인세 감면 효과를 고려해도 하나은행이 제시한 가격이 론스타보다 높고 최저 회수가액(1조1500억 원)도 보장된다”며 하나은행의 제안이 우월하다는 평가를 공자위에 제시했다. 이에 공자위는 하나은행을 최종인수자로 선정한다.
 
3) 하나은행의 역합병 2002년 11월 5일 예보와 하나은행은 이월결손 기업인 서울은행을 합병법인(즉 존속은행), 하나은행을 피합병법인(즉 소멸은행)으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12월 2일을 합병등기일로 정했다. 12월 13일에는 합병법인의 상호를 서울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변경해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형식적으로는 이익 기업인 하나은행이 소멸되고 부실 기업인 서울은행이 존속하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그러나 합병 이후 서울은행의 상호가 하나은행으로 바뀜으로서 실질적으로는 하나은행이 부실한 서울은행을 합병한 셈이다. 이러한 형태의 합병을 역합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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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오

    - (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일리노이대 조교수 및 부교수(8년)
    - 한국회계기준위원회(KASB) 초대 비상임위원
    - 홍콩이공대학 및 중국 상하이교통대학 초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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