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콘, 존 카첸바흐, 거스 블라크
스티브 잡스는 지난 9월 애플의 혁신적 신제품 몇 가지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생기 있는 목소리로 “내가 무너졌다는 보도들은 너무 심한 과장”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그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는 관측을 일축하려 했다. 어떤 측면에서 봐도 그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잡스가 애플을 영원히 이끌어 나갈 수는 없다. 이는 애플 이사회가 그의 후계자 물색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존하는 기업가 중 잡스만큼 혁신적 변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드물다. 맥,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폰 등 그가 애플에서 재직하는 동안 내놓은 신제품들은 사람들의 대화 방식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바꿨다.
잡스와 애플이 이제 해야 할 일은 다른 기업들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차세대 기술을 먼저 만들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금융시장, 현물시장, 애플 이사회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답은 같을 것이다.
창조적 혁신가의 발굴과 육성은 애플뿐 아니라 성장 지향적 조직이라면 그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 헤드헌팅 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가 실시한 인터뷰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 세계 대기업 이사 가운데 3분의 2는 ‘혁신이 장기적 성공에 결정적 요소’라고 답했다.
실제 기업의 이사회는 주로 다음의 두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어떻게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까’와 ‘목표 달성이 가능한 미래의 리더 육성 계획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때 당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재 부족이다. 뼛속까지 혁신적인 사람은 드물다. 한 기업의 유능한 관리자 가운데 5∼10%만이 언제라도 혁신가가 될 수 있는 자질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밀러 쿠어스의 앤드루 잉글랜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 수치가 실제로는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들을 어떻게 육성하고 개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혁신의 불씨를 처음부터 꺼뜨리는 경향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여러 산업과 국가에 걸쳐 25개 조직의 혁신 전략을 조사했다. 결과는 단순했지만 혁신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그리 달갑지 않은 내용이었다.
기업들은 보통 혁신보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리더를 육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가능성 있는 많은 인재들은 승진하기 위해 기존 리더들을 그대로 본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설령 혁신적 외부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조직 내에 혁신을 억제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HBR TIP ‘역량 모형의 부작용’ 참고)
이는 혁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고위 관리자들은 마법사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혁신가의 머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가 흘러나오면 영업, 마케팅, 엔지니어링, 재무 담당 인력들이 실행 및 수익 창출 방법을 결정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방식은 이와 전혀 다르다. 혁신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기업 내 다양한 전문가들은 방대한 제안과 상충하는 부분들을 검토한다. 혁신가들은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검토하고, 상관성을 살피며, 각 부분들의 연결 방식을 결정한다. 그 뒤 이들을 효율적으로 다시 취합하고 최종 결정된 아이디어들을 발전시킨다.
아이팟이 대표적이다. 아이팟에 대한 아이디어는 맨 처음 애플의 신제품 개발 컨설턴트인 토니 파델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후 애플의 엔지니어링팀이 이를 기반으로 부품을 조립한 뒤 기존 디자인을 결합해 아이팟을 탄생시켰다.
우리는 성공적인 기업들이 혁신 프로세스에 능통한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하며 적소에 배치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유능한 관리자들 속에서 창조적 혁신가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부터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