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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Trade

트럼프발 관세정책, 공화당 텃밭에 더 큰 타격 입혀

박기현 | 413호 (2025년 3월 Issue 2)
Based on “The Return to Protectionism” (2020) by Pablo D. Fajgelbaum, Pinelopi K. Goldberg, Patrick J. Kennedy, and Amit K. Khandelwal, in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5(1): 1-55.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새로운 보호주의 무역정책들을 연일 도입하고 있다. 이 중에서 수입품목에 부과하는 세금, 즉 관세의 이용이 두드러진다. 2025년 3월 4일부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서는 20%의 일괄 관세가, 품목군마다 차이는 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10%에서 25%의 관세가 적용됐다. 이번 행정부에서 관세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관세가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이슈, 펜타닐로 대표되는 마약의 유통, 천문학적인 무역적자 등 미국이 처한 '국가안보' 위기를 해결하기에 유용한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례 없는 규모로 관세 정책을 펼치는 것이 실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미국 UCLA, UC버클리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 특히 2018년 미국의 주요 무역 대상국을 상대로 적용됐던 관세가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미친 영향을 분석해 다음의 질문들에 대답하고자 했다. 관세 인상이 미국의 수입과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은 관세로 혜택을 봤는가? 관세가 산업별, 지역별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마지막으로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친 단기적 효과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 연구진은 미국의 무역 데이터를 활용해 수입 관세가 부과된 품목(철강, 알루미늄, 전자제품 등)과 그렇지 않은 품목의 수입량과 수입 가격을 비교하고 다양한 계량경제학적 방법을 적용해 보호주의 정책의 효과를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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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먼저 관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품목의 수입량이 평균 31.7%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만 보면 관세로 인해 수입이 줄면서 무역에서 이득을 본 것 같지만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관세로 타격을 받은 상대국들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미국의 수출량은 평균 9.9% 감소했다. 특히 농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으며 미국의 주요 농산물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수입품들의 가격이 관세가 적용되기 이전 수준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이 사실은 관세가 적용됐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물품을 손해 없이 제값에 팔 수 있었다는 뜻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내 최종소비자와 기업들이 관세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는 뜻이다.

이어서 연구진은 미국 내 최종소비자와 기업들이 부담한 총 관세 비용을 약 510억 달러(미국 GDP의 0.27% 정도)로 추산했다. 미국 내 일부 국내 산업이 관세 덕분에 보호받고 미국 연방정부의 관세 수입도 증가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미국의 실질 경제적 손실은 약 72억 달러(미국 GDP의 0.04%)로 추정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 연구진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적용한 2018년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의 일부 국내 산업에는 이익을 줬지만 미국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는 순손실을 초래했다고 결론지었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은 2018년에 부과된 수입 관세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 치러진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물품들에 집중적으로 적용됐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는 관세가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2018년 중간 선거에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됐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중국과 캐나다 등 무역 상대국들이 가한 보복 관세는 미국 내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 그중에서도 공화당 지지자가 대부분인 농업 종사자들에게 큰 타격을 줬다. 연구진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일수록 무역전쟁으로 인해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2025년 1월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정 품목군에만 관세를 적용했던 1기 때보다 한층 강경하고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당장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대미(對美) 최대 수출국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한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이다. 하지만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한국산 물품에 대해서도 언제든 천문학적인 규모의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수입 철강에 부과한 관세가 한국 철강업계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해볼 때 2기 들어와 한층 강화된 관세 정책이 한국의 여러 수출 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한 가지 함의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대미 투자를 늘려온 한국 기업들이 강화된 관세 정책으로 인해 추가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의 결론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손해가 미국 내 특정 기업 혹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전가된다면 그동안 미국 내 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에 투자해온 한국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 혹은 투자로 미국 경제에 관여 중이거나 관여할 예정인 한국 기업들은 향후 미국발 관세가 어떤 품목군의 생산과 수출에 영향을 주는지 외에도 미국의 어떤 국내 산업 및 지역이 관세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될 것인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 박기현kpark85@asu.edu

    애리조나주립대 박사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국제경제제재 관련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올해 7월부터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 S. Rajaratnam 국제대학원의 국제정치경제 담당 조교수로 부임할 예정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무역정치, 미국의 경제외교정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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