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Anchored Differentiation: The Role of Temporal Distance in the Comparison and Evaluation of New Product Designs”(2021) by Chan, T.H., Lee, Y.G., & Jung, H.J. in Organization Science, 32(6): 1423-1541
무엇을, 왜 연구했나?스마트폰이 나온 초창기만 해도 사용자들은 어떻게 데이터를 입력하는 게 좋을지 헷갈려 했다. 애플의 터치 방식과 블랙베리의 키보드 입력 방식의 치열한 디자인 전쟁 끝에 오늘날 터치 방식이 대중화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현재 챗GPT-4o가 발전하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빠른 미래에 손가락이 아닌 음성으로 입력하는 때가 도래할지 모른다. 제품디자인은 이처럼 혁신을 거듭하고 있으며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제품디자인은 특히 사용자의 심미적 만족감과 제품 사용에 대한 이해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예쁜 제품이라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 또 반대로 아무리 사용법을 이해하기 쉽더라도 예쁘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심미적 만족도와 사용 이해도, 이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잡는 것이야말로 제품디자이너들이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제품디자이너는 어떻게 심미성과 사용 이해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만약 제품디자인이 기존 디자인과 매우 다르다면 독특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미적 만족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너무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해 소비자가 제품의 사용 방식을 새로 익혀야 한다면 사용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디자인과 너무 비슷하지도 않고, 너무 다르지도 않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유리할까? 과연 어떻게 다르게 혹은 비슷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본 연구는 어떤 제품디자인이 기업의 시장가치를 높이는지를 측정함으로써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에모리대 등의 연구진은 미국에서 디자이너가 특허를 신청하면 특허를 취득하는 날까지 제품디자인이 공개되지 않으며 디자인 특허 부여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공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디자인 특허가 부여되는 날 기준 주식시장에서의 시장가치 변화를 통해 제품디자인의 가치를 측정했다. 각 디자인 특허 출원안에는 디자인이 참고한 기존 디자인에 대한 인용 기록들이 남아 있다. 연구진은 이 인용 기록에 기반해 새로운 디자인이 기존의 디자인과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른지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디자인이 과거의 디자인과 비슷하지만 동시대의 디자인과 비교해서 다른, ‘정박된 차별화(Anchored Differentiation)’ 유형의 디자인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가정했다. 이런 디자인은 과거 디자인과의 유사성 때문에 사용자의 제품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한편 동시대 디자인과 차별성으로 사용자의 심미적 만족도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진은 과거의 디자인과 비교해 다르면서 동시대의 디자인들과 비슷한 ‘유행의 차별화(Trended Differentiation)’ 유형의 디자인은 사용자의 사용 이해도가 떨어지고 심미적 만족감도 충족시키지 못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약 5만4000개의 디자인 특허 데이터에 기반한 회귀분석 결과 정박된 차별화 유형의 디자인이 평균보다 기업가치를 10%가량 높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할 경우 8억 원가량에 해당한다. 특히 정박된 차별화 유형이 유행의 차별화 유형의 디자인보다 시장가치가 약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추가로 입증하기 위해 잔디깎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잔디깎이가 과거 디자인과 유사할 때 실용적 정보가 많다고 평가했고, 동시대 디자인과 다를 때 디자인의 심미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디자인은 제품의 정체성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뿐 아니라 제품 사용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웨어러블과 같이 소비자들이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혁신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심미적 만족도와 더불어 사용 이해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과거 디자인으로부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트렌드를 주도하는 유행에 휩쓸려 자칫 동시대의 디자인을 모방하기 쉽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유행의 차별화 유형의 디자인이 자칫 기업의 시장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기업이 과거와의 연속성을 통해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는 동시에 동시대의 경쟁 디자인과 차별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은 그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심미적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동시대의 경쟁사와 차별화되면서도 일관성 있는 제품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이용훈 yglee@tamu.edu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으며 홍콩과기대 경영대학 조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미국 텍사스 A&M대 부교수이다. 혁신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