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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데이터를 뛰어넘는 경험-직관의 힘

곽승욱 | 385호 (2024년 1월 Issue 2)
Based on “Intuition in Investment Decision-Making Across Cultures,”(2023)
by H. Wu in 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23(1): 106-122.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금융시장의 핵심 목적은 최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자산 운용사의 주식, 국채, 회사채 매수 또는 매도 결정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에 있어 큰 중요성을 지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10조 달러를 넘어선다. 이는 독일 GDP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금융시장에서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핵심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시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그로 인한 불확실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단순한 합리적 판단만으로는 성공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 이러한 환경에서 직관(Intuition)은 기업 전략, 증권 분석, 성과 평가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역할을 한다.

서양 문화에서는 직관을 순수하고 즉흥적인 앎과 이해의 방식으로 보지만 동양 문화에서는 직관을 깊은 통찰력과 넓은 지식의 통로로 간주한다. 문화적 배경에 따라 직관의 해석과 적용이 달라지므로 문화 간 직관을 이해하는 데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진은 서양과 중국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의사결정에서 직관의 역할을 심층 분석해 문화가 직관과 투자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펀드매니저의 직관적 의사결정 경험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펀드매니저 28명과 서구 펀드매니저 14명1 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는 5가지 질문이 제시됐다: 최근의 투자 결정 예시, 투자 기회 발견 방법, 투자 토론 여부(독단적 결정 vs. 합의 결정), 투자 결정 후 느낌, 직관 사용 여부 및 그 상황에 대한 설명. 이어진 설문조사에서는 서양과 중국 펀드매니저 각각 15명의 인지 스타일 선호도를 조사했다. 인지 스타일 선호도는 인지 스타일 지수(Cognitive Style Index, CSI)2 를 사용해 측정했다. CSI는 38개의 질문 항목으로 구성됐는데 각 항목은 참-불확실-거짓 응답 형식으로 이뤄져 2, 1, 0의 점수가 할당됐다. 총점이 최댓값인 76점에 가까울수록 분석적, 최솟값인 0점에 가까울수록 직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뷰 결과, 중국 펀드매니저 중 42%가 직관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감각적(Sensory), 정서적(Affective)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감정에 의존한 직관적 판단을 중요시했고 특정 투자 상황뿐만 아니라 지역과 문화에서 터득한 개인적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 유로 위기와 같은 어려운 투자 상황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예측을 철학적으로 설명하려 했고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복잡한 투자안의 가치 평가를 확신했다. 또한 자신들이 직관을 더 잘 활용하는 이유는 서양 매니저들보다 직관에 대한 확신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서양 매니저는 감각과 정서, 전문성 모두를 중요하다고 여겼으며 중국 매니저들보다 투자 의사결정의 근거로 통계를 제시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감각이나 정서적 요소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서양 매니저는 14%에 불과했다. 이들은 많은 경험이 선행돼야만 직관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국 매니저들이 어렵고 복잡한 투자 분석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그 이유가 게으름 또는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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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중국 매니저 73%와 서양 매니저 80%가 직관적 성향과 분석적 성향의 사이에 속했다.3 놀랍게도 중국 매니저 중 27%가 ‘분석적’(53~76)으로 평가돼 7%를 기록한 서양 매니저를 압도했다. 반면 ‘직관적’(0~28)으로 평가받은 서양 매니저는 13%였으나 중국 매니저는 0%였다. 평균 CSI 점수도 중국 매니저가 45.87로 서양 매니저의 40.27보다 높았다. 직관적인 동양과 분석적인 서양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과다. 직관엔 문화의 경계가 없는 듯하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직관은 다양한 트리거(Triggers)에 따라 예측불허로 변화하는 동적인 인지 과정이다. 직관적 판단이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려면 풍부한 지식과 경험, 개인 역량, 주변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투자의 성공은 단순히 정보의 양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의 성패를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은 없으며 투자는 마치 무술처럼 경험과 직관이 중요한 분야다. 독일의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Gerd Gigerenzer)의 말처럼 “좋은 직관은 주어진 정보와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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