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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베트남 롯데리아의 성장 전략

팬데믹 위기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20년 친구’ 현지화 전략 열매 맺다

배미정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롯데리아가 2004년 베트남에 진출해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는 데 이어 2022년 첫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년간 베트남 롯데리아의 성장 비결은 다음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1. 현지의 식습관과 문화를 반영한 현지화 메뉴의 개발
2. 베트남식 상식에 대한 존중과 소통의 노력
3. 법인장 중심의 책임 경영과 주재원들의 주인 정신
4. 슈퍼마켓 파트너 제휴를 통한 점포 확장
5. 효율적인 점포 운영 및 리모델링 등 꾸준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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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 번화가인 쩐흥다오(Tran Hung Dao)와 응우옌 타이 혹(Nguyen Thai Hoc) 거리가 교차하는 대형 오거리에 5층짜리 최신식 롯데리아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영화 범죄도시2의 베트남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한 이곳, 롯데리아 쩐흥다오점은 베트남 사람들이 롯데리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자 베트남 롯데리아의 발전사가 깃든 상징적인 장소이다. 쩐흥다오점은 한국 롯데리아의 베트남 진출 초창기인 2006년 12월 개점해 퀵서비스 레스토랑(Quick Service Restaurant, QSR)의 새로운 외식 문화를 선보이며 인근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주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매장 건너편으로 여행자 거리로 불리는 부이 비엔 워킹 스트리트(Bui Vien Walking Street)가 뜨면서 배낭여행객 등 외국인 고객까지 크게 늘었다.

2023년, 한국 롯데리아가 베트남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2004년 일본 롯데리아로부터 베트남 롯데리아의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호찌민 내 지점 5개로 사업을 시작한 베트남 롯데리아는 현재 호찌민, 하노이뿐 아니라 메콩 델타 등 지방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246개 지점(2022년 말 기준)을 운영하며 베트남 내에서 QSR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베트남 현지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 77개에 달한다.

큰 위기도 있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코로나19)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기 시작한 데 이어 2021년 7월, 정부가 호찌민시를 아예 셧다운(폐쇄)해 집 밖 외출을 금지하면서 3개월간이나 매장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도시의 월 매출이 ‘제로’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또 앞서 롯데리아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철수한 전철을 밟아 베트남에서도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쉬는 기간, 그대로 눈감고 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진 않았다. 노후한 점포를 최신 인테리어로 리모델링하는 데 투자를 시작했고, 쩐흥다오점 역시 리모델링 후 2022년 4월 재개점한 결과 이전 대비 월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쩐흥다오점의 린 우이옌 점장은 “생일 파티나 데이트 등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롯데리아를 찾는 젊은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시기에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강화했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과감하게 없애고 쩐흥다오점을 포함해 노후한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등 점포 전략을 재정비하면서 엔데믹을 준비했다. 2021년 말에는 베트남 진출 이후 처음으로 현지 인기 아이돌 에이미(A’mee)를 기용한 TV 광고를 내보내는 등 브랜드 마케팅 투자를 늘렸다. 그 성과로 베트남 롯데리아는 2022년 1000억 원이 넘는 매출과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되돌아보면 롯데리아가 베트남의 QSR 시장 태동기에 진출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재무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린 셈이다. 긴 시간이 걸린 만큼 베트남 롯데리아의 여정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롯데리아는 숱한 고비와 위기의 순간을 겪으며 실패와 도전 끝에 현지화에 성공했으며 더 나아가 베트남을 롤 모델로 삼아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베트남 호찌민의 베트남 롯데리아 본사를 방문해 베트남 롯데리아의 성장 비결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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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지화 신메뉴 개발

일본 롯데리아는 일찍이 1998년에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지만 7년째 점포를 5개밖에 내지 못할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1997년 진출한 KFC와 비슷한 시기에 베트남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20% 이하일 정도로 고전하고 있었다. 일본 롯데리아가 생존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한국 롯데리아가 1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39.3%를 획득1 하며 구원투수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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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 사업이 처음이었던 한국 롯데리아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베트남은 롯데리아뿐 아니라 롯데그룹 차원에서도 최초의 해외 시장이었다. 전사적으로 동남아 시장은커녕 해외 사업에 대한 이해조차 없던 시절이다. 국내에서 수집한 정보 외에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나 정보망이 전혀 없었다. 법인장을 포함한 주재원 3명이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처음 마주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노일식 베트남 초대 법인장은 “사실상 시스템을 모두 바꾸는 정도의 혁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우선 점포들이 노후화되기 시작한데다 위생 관리가 엉망이었다. 점포가 척결해야 할 3대 악으로 ‘흰개미, 바퀴벌레, 쥐’를 선포해야 할 정도였다.

롯데리아로 고객의 관심을 돌릴 신메뉴 개발도 시급했다. 진출 초반 주재원들은 베트남 특유의 후덥지근한 더위를 떨치는 데 팥빙수만 한 메뉴가 없다고 생각해 팥빙수 메뉴를 도입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한국에서 롯데리아가 팥빙수 메뉴를 선도적으로 출시해 대중화한 저력을 믿었다. 그래서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시제품 테스트까지 거쳐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예상외로 고객의 반응은 싸늘했다. 주재원들이 직접 점포에 나가 먹어봤더니 습도와 온도가 너무 높아 얼음이 제대로 섞이지 않았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음식을 섞어 먹는 문화에 익숙지 않았다. 현지에 팥빙수와 비슷하게 녹두, 과일, 젤리 등의 재료를 얼음과 섞어 먹는 후식 디저트인 ‘째’가 있는데 째를 먹을 때도 위의 토핑을 건져 먹고 얼음은 버리는 식이었다. 알고 보니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얼음은 차갑게 하는 용도로만 쓸 뿐 먹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팥빙수 메뉴는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노 법인장은 “현지 고객의 생활 습관과 문화를 무시한 제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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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 중심인 한국 롯데리아와 달리 베트남 롯데리아의 경우 치킨의 판매 비중이 5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데도 ‘치킨=KFC’라는 압도적인 인지도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사람들이 KFC가 아닌 롯데리아에서 치킨 메뉴를 먹게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한 끝에 필리핀에서 로컬 QSR인 졸리비가 맥도날드를 제치고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던 데 주목했다.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더운 날씨로 인해 외식 문화가 발전한 필리핀에서 졸리비는 저렴한 파스타와 샐러드를 기본으로 밥과 치킨, 햄버거를 추가한 점심 메뉴로 맥도날드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 또한 점심때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 쌀밥을 즐겨 먹는데, 특히 직장인들은 회사 근처 로컬 식당에서 쟁반에다 쌀밥과 구운 돼지고기 조각, 야채 등을 담아 먹는 게 일상이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베트남 롯데리아는 기존 주력 메뉴인 치킨에다 밥과 야채, 그리고 KFC에는 없던 양념 소스를 한 쟁반에 담아 제공하는 치킨 라이스 메뉴를 개발했다. 30가지 넘는 종류의 쌀 중에서 현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고르고 찹쌀을 일부 섞어 찰진 밥을 만들었다. 가격 또한 4만5000동(한화 2200원) 수준으로 현지 로컬 식당의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맞췄다. 어찌 보면 기존 원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쌀밥을 추가한 메뉴였는데 출시하자마자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치킨 라이스 단품 메뉴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였다. 현재도 양념치킨과 계란 프라이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치킨 라이스 메뉴가 점심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 현지 고객들은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위생적인 조리 시설과 쾌적한 환경에서 먹을 수 있다는 데 크게 만족한다.

2. “되는 것도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다”

베트남에서 원료 조달부터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과정은 현지 파트너뿐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계속해서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큰 틀에서 법은 있지만 세부 사항은 구체화돼 있지 않아 중요한 의사결정이 담당 공무원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소위 윗선의 ‘백’이란 것도 통하지 않아 복잡한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했다.

한 예로, 기존에 쓰던 비싼 베트남 소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저렴하면서 안전한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과정도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서류 등을 다 갖췄는데도 불구하고 세관에서 수입 소고기 가격이 국내 소고기 가격에 비해 싸다는 이유로 통관을 거부했다. 국제 가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트집을 잡는 게 분명했지만 공무원이 필요로 할 만한 증빙 서류를 제공하며 계속해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현지 직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재원이 직접 나설 때도 많았다. 어렵긴 했지만 갖은 애를 쓰면서 기다리면 결국 일이 풀렸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베트남에서의 대관 활동을 두고 “(노력을 안 하면) 되는 것도 없지만 (노력을 하면) 안 되는 것도 없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외국 법인이 현지인 건물주를 설득해 점포를 개발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도로변은 대개 전면이 좁고 뒤가 긴 형태의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일반적이다. 롯데리아의 주방 오퍼레이션이 가능한 수준으로 전면이 넓으면서 입구에 오토바이 주차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는 건물이 드물고, 그런 건물은 인기가 많아 임차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건물주 대부분은 롯데리아라는 이름을 처음 들을 정도로 회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돈을 더 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주재원들은 수차례 건물주를 찾아가 한국에 있는 모기업의 위상을 알리고 제품을 시식하게 하면서 그들을 안심시켰다. 특히 대가족이 모여 사는 건물의 경우 가족 구성원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임대 계약을 한 후에도 공사 과정에서 허가 문제, 도로 점용 문제 등을 트집 잡으며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비용과 시간을 감내하며 버티는 수밖에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국민들이 외국 회사보다 힘이 강한 게 엄연한 현실이었다.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베트남 정부는 자국민 편을 들 것이 뻔한 상황에서 한국식의 상식을 우겨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베트남의 상식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현명한 길이었다.

3. 법인장 중심의 책임 경영

베트남 롯데리아는 초창기부터 현지 주재원들이 사실상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주도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본사에서 과장 혹은 차장급인 주재원들도 현지에서는 임원급 디렉터로서 현장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내렸다. 주재원들이 매일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무의 경계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직무 대비 주재원의 인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한 사람이 두세 가지 직무를 겸임하는 일이 빈번했다. 예컨대 본사에서 영업 관리를 담당하던 주재원이 현장에서 상품 개발과 시설 관리 업무도 도맡아 관여하는 식이다. 최근 주재원으로 파견 온 이강운 디렉터는 “한국 본사에서 전략, 영업 업무를 했는데 이곳에 와서 신제품 개발뿐 아니라 직원 교육과 CSR 등 새로운 업무를 함께 맡으면서 다시 처음부터 배우면서 일하고 있다”며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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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들은 주어진 업무 이외에도 현장에서 그날그날 발생하는 이슈를 알아서 처리해야 할 때도 많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 시장을 빠르게 학습하고 주도적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데 익숙해졌다. 한 예로 초창기 40%에 육박했던 탄산음료의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펩시코 동남아 지사장과의 미팅 자리에서 주재원들은 5년 안에 100개 점포를 달성해 외식 시장을 바꿔 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였을뿐더러 본사와 사전에 협의되거나 승인을 받은 사항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재원들의 담대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파트너인 펩시코 지사장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원가율을 20%로 떨어뜨릴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리아를 베트남 외식 시장의 선도 주자로 만들겠다는 주재원들의 담대한 포부와 열정, 주체적인 기업가정신이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까지도 베트남 롯데리아는 롯데GRS2 의 관리 감독을 받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법인장 중심의 자율과 책임 경영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적인 의사결정은 본사와 협의하지만 법인장 재량하에 상품 개발과 점포와 인력 관리 등 구체적인 의사결정 대부분은 법인장이 직접 승인해 처리하고 있다. 김상국 롯데GRS 글로벌사업팀 팀장은 “롯데GRS는 큰 전략을 짜지만 베트남 롯데리아의 세부 실행 전략에는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며 “법인장 주도의 책임 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이 다른 마스터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시장 진출 경험이 늘어난 만큼 롯데GRS 내 주재원 경험이 있는 인력이 늘어나는 것도 롯데GRS와 베트남 롯데리아의 협업이 원활해진 배경이다. 특히 노일식 초대 베트남 법인장이 2013년 롯데GRS의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오르면서 본사 직원들의 베트남 사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베트남 롯데리아의 성장을 디딤돌로 삼아 그룹 계열사들의 베트남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그룹 차원에서 주재원에 대한 교육과 투자도 늘어났다. 그룹은 베트남 파견 인재풀을 별도로 관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파견 6개월 전부터 2010년 초반까지 한국외대, 2010년 중반부터는 민간 어학원과의 제휴 프로그램을 제공해 일주일에 두 번씩, 업무일 하루와 토요일을 할애해 베트남어와 문화를 집중적으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4. 점포 확장 전략

베트남 롯데리아는 2010년대에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추진했다. 2013년에는 한 해 동안 무려 40개가 넘는 점포를 확장하기도 했다. 급격한 점포 수 증가에 힘입어 매출도 급상승했다. 2011년 100호점 개점을 돌파한 데 이어 2012년 134개였던 점포 수는 2019년 257개로 2배 가까이 늘었으며 같은 시기 317억 원이었던 매출은 909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부터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가맹 사업도 시작했다. 이 시기에 롯데리아는 점포 수 기준으로 KFC를 넘어서면서 QSR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롯데리아는 어떻게 빠르게 점포를 확장하면서 외형을 확대할 수 있었을까?

우선 베트남 롯데리아는 주로 현지 슈퍼마켓 체인과 제휴를 맺으면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베트남에서는 후덥지근한 기후 때문에 사람들이 외부에서 활동하기보다는 가족 단위로 주말에 대형 슈퍼마켓을 방문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베트남 최대 국영 마트 체인인 사이공쿱마트(Saigon CoopMart)와 프랑스계 슈퍼 체인인 빅시(Big C, 현재 고마트), 독일계 슈퍼 체인인 메트로(Metro), 일본계 유통 체인인 이온몰(Aeon Mall) 등 외국계 슈퍼마켓 체인이 베트남에 진출해 사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이들이 주요 상권을 형성한다는 데 착안해 호찌민, 하노이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에 진출할 때 이들과 제휴를 맺고 동반 개점하는 전략을 취했다.

슈퍼마켓 체인과의 제휴는 신규 점포 개발의 가장 까다로운 과정인 부지 선정과 제반 인프라 확보, 시설 관리 등의 부담을 덜 수 있고, 파트너로부터 훨씬 광범위한 시장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쟁자인 KFC였다. QSR 브랜드로 가장 먼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KFC는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이미 여러 슈퍼마켓 체인에 입점한 이력으로 롯데리아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슈퍼마켓들은 이미 잘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 KFC를 제휴 대상으로 우선 고려했다. 이에 롯데리아는 기존 점포의 매출 성장세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적극적인 점포 투자를 약속하며 슈퍼마켓 체인의 중장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주재원들이 직접 담당자를 만나고 설득하며 진정성을 호소했는데 사이공쿱마트의 경우 초기에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 본사 및 그룹사 견학과 여행을 추진하기도 했다. KFC와만 제휴를 맺던 빅시와 첫 제휴를 트기 위해 빅시의 요청에 따라 호찌민에서 1700㎞ 이상 떨어진 북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 점포를 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원재료 배송과 시설 공사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비용이 들어갔지만 빅시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면서 이후 북부 지방으로 점포를 확대하는 기반이 됐다. 현재 베트남 롯데리아는 점포의 50% 이상이 2대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 외의 지방에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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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제휴 방식에도 단점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슈퍼마켓의 상권이 쇠락하면 그 부정적인 영향이 롯데리아 점포의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롯데리아가 아무리 노력해도 슈퍼마켓 상권의 영향을 벗어나기 힘든 구조였다. 또 슈퍼마켓 입점 점포로는 롯데리아 브랜드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KFC처럼 글로벌 대중 광고를 하지 않는 롯데리아 입장에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려면 간판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시가지 중심의 로드숍 점포가 늘어나야 했다. 이에 롯데리아는 상권의 쇠락으로 성장성이 떨어진 점포를 과감하게 구조 조정하는 한편 로드숍을 중심으로 독립(Stand-Alone) 점포에 대한 투자를 추진했다. 당시 한국에서 성행하던 QSR의 딜리버리 서비스가 향후 베트남에 도입될 것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시가지 중심으로 점포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압박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 점포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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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베트남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맹 사업도 빠른 속도로 커졌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실적이 부진한 직영점을 구조 조정했는데도 지방을 중심으로 신규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점포 수를 늘릴 수 있었다. 한국의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관리 시스템에다가 현지 영업을 관리하는 슈퍼 바이저들의 꼼꼼한 상권 분석 역량이 시너지를 내면서 롯데리아가 현지 재력가들 사이에서 상권을 주도하는 알짜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가맹 사업에 대략 45억 동(한화 2억5000만 원)의 거액의 투자금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현지 법인과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가맹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5. 코로나 위기, 내실 있는 성장의 기회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통하면서 꾸준한 매출 성장으로 흑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2020년 초,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배달 중심의 영업밖에 하지 못하게 되면서 2020년 매출이 7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대도시 중심으로 영업 활동의 제약이 컸지만 지방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약해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2021년 7월 베트남 정부가 호찌민 등 대도시를 아예 셧다운하는 긴급 조치를 내렸다. 직장 출퇴근뿐 아니라 식당과 카페 등 식당 시설의 영업이 중단하는 등 도시 내 이동 자체를 통제하는 초강수 조치였다. 롯데리아 또한 점포의 문을 닫아야 했고, 주재원을 포함한 직원 전체가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전 예고도 없이 내려진 갑작스러운 조치에 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언제 끝난다는 기약도 없어 하루하루 매출이 ‘0’으로 찍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직원들은 그저 이 시련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셧다운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풀릴 것이라는 초반 기대감이 무색하게 무려 70일 가까이 지속됐다. 이로 인해 2021년 매출은 603억 원으로 2019년 대비 34% 급감했고 영업이익 적자 또한 80억 원으로 2010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그나마 그동안 신뢰를 쌓았던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인하해주면서 고정비를 아낄 수 있었지만 인건비 탓에 손실은 크게 불어나 있었다.

이 와중에 롯데리아의 베트남 철수설까지 돌았다. 롯데그룹이 2019년 중국, 2020년 인도네시아에서 철수한 데 이어 베트남에서도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면서 직원들이 크게 동요했다. 바로 오보로 밝혀지면서 한시름 놨지만 직원들 마음속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최기열 법인장은 “우리가 건재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직원들의 기를 살리는 일부터가 시급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최 법인장은 매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또 지난 10년 이상 사용한 좁고 낡은 본사 오피스를 최신식 오피스 빌딩인 코비 빌딩으로 이전을 추진할 때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기를 진작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한편, 코로나와 철수설의 위기는 롯데리아가 고객들의 식지 않은 애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철수설과 관련된 페이스북 게시물에 롯데리아를 둘러싼 추억을 공유하는 고객들의 응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단골 고객뿐 아니라 과거 롯데리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 직원들까지 나서서 “없어지지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먹자”고 남긴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철수설이 제기된 다음 날 매출이 깜짝 급증할 정도였다. 최 법인장은 “롯데리아가 베트남에서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뭉클해졌고, 롯데리아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생각하며 직원들과 함께 이 시기를 잘 견뎌내야겠다는 용기도 얻었다”고 말했다. 셧다운이 끝난 직후인 2021년 말 베트남 롯데리아가 최초로 내보낸 TV 광고의 콘셉트를 ‘8000일3 의 롯데리아’로 정한 것도 지난 20년간 고객이 롯데리아에 보여준 애정에 보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자 한 것이었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셧다운의 시기를 롯데GRS와 협업해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면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우선 과거의 점포 확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점포들의 수익성을 재평가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없는 점포를 폐점했다. 재무적인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다만 과거에 점포 확장에 써왔던 예산을 이제는 성장성이 높지만 노후화된 기존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데 전격 투입했다. 2021년 15개, 2022년 20개 노후 점포를 리모델링했다. 2021년 말 셧다운이 풀리고 본격적인 엔데믹으로 외식 소비 시장이 살아나자 리모델링한 점포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30% 이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22년 말 기준 베트남 롯데리아 점포는 246개로 2020년 말 260개 대비 14개 줄었지만 매출은 1081억 원으로 2020년 770억 원 대비 40% 증가했다.

특히 롯데리아는 코로나 위기 때 배달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KFC가 코로나를 계기로 신규 출점 매장의 사이즈를 대폭 줄여 배달 중심으로 콘셉트를 바꾼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리아는 매장 사이즈를 유지할 뿐 아니라 공간 인테리어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최 법인장은 “한국 QSR은 1인 고객 비중이 높은 반면 베트남 사람들은 여전히 가족이나 친구 모임 등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QSR을 선호한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배달 매출 비중이 다시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 위기로 5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배달 매출 비중은 엔데믹 체제에 들어서자 평상시 수준인 20%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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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엔데믹 이후 외식 시장 전반이 살아나면서 롯데리아뿐 아니라 KFC와 졸리비 등 다른 QSR도 보복 소비의 효과를 공통적으로 누렸다. 롯데리아 내부에서도 2022년의 급격한 매출 성장세가 과연 점포 전략과 조직 재정비의 효과인지, 일시적인 엔데믹 효과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공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파악한 경쟁사의 매출도 정확하지 않았다. 롯데리아는 KFC와 졸리비에도 원료를 납품하는 업체들과의 미팅을 통해 롯데리아의 코로나 이후 성과가 경쟁사들보다 월등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급 업체들에 따르면 KFC와 졸리비가 업체로부터 구매하는 양이 코로나 전보다 5%가량 증가했다면 롯데리아는 20%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엔데믹 이후 QSR 업체가 다 같이 성장했지만 롯데리아의 경우 리뉴얼과 광고 등에 대한 투자가 추가적인 성장에 기여했음을 의미했다.

6. 동남아 시장 진출의 선봉장으로

롯데리아는 일찍이 베트남에 진출해 쌓은 현지화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등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이 베트남에 진출4 하는 데도 지원사격을 했다. 그룹 내 베트남 시장의 가장 밑바닥의 최신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정찰병’ 역할을 하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돕는 동시에 계열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동반 성장을 꾀했다. 특히 롯데마트의 진출은 롯데리아에도 큰 도움이 됐다. 2008년 1호점인 호찌민 7군 점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소비 여력이 큰 중산층 고객을 타깃으로 빠르게 성장해 현재 1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7군 점에 입점한 롯데리아 응우옌후토점은 호찌민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는 알짜 점포이다. 그룹 계열사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롯데리아가 한국 브랜드라는 인지도도 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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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롯데리아는 코로나 이후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그룹의 자본금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2022년 12월 롯데지주는 베트남 롯데리아에 17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를 자양분으로 베트남 롯데리아는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브랜드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중장기 발전 목표는 2027년 점포 수 400곳,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1위 QSR 브랜드를 달성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베트남 롯데리아는 롯데GRS가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쇼케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롯데GRS는 현지 업체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2013년 미얀마를 시작으로 2014년 캄보디아, 2016년 라오스에 진출해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 가맹점들은 한국의 선진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현지화해 이식하는 데 성공한 베트남 롯데리아의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김상국 글로벌사업팀 팀장은 “가맹점들이 롯데리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 브랜드여서라기보다는 베트남에서 성공한 모델이기 때문”이라며 “베트남 롯데리아를 시찰한 다음 가맹점 계약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롯데GRS는 베트남 롯데리아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을 롯데리아 원재료의 통합 생산 기지로 발전시키고 있다. 롯데GRS는 2021년 계열회사인 롯데제과와 손잡고 300억 원을 투자해 베트남 현지에 대규모 식품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베트남 롯데리아에서 판매하는 치킨, 햄버거 패티 등을 제조할 뿐 아니라 한국 롯데리아의 주력 메뉴인 ‘새우버거’의 주재료인 새우 패티 또한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의 저렴한 노동력과 최신 설비를 결합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롯데리아의 비용 절감을 추진할 뿐 아니라 이 공장을 동남아 시장 확장을 위한 전초 기지로 삼아 공급망 관리를 보다 효율화할 방침이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롯데그룹 전체로 보면 작은 규모지만 롯데라는 브랜드를 현지인들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른 한편, 점포 수와 시장점유율이 1위인데도 불구하고 브랜드 최초상기도(Top of Mind)는 글로벌 브랜드인 KFC에 못 미친다는 게 여전한 한계다. 이에 롯데리아는 앞으로 매출의 일정 부분을 브랜드 마케팅에 투자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와 친밀도를 높여 베트남의 국민 브랜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싶은 브랜드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앞으로 롯데리아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베트남과 같은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롯데GRS는 베트남 중심의 해외 사업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 중심의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신시장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롯데리아가 베트남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브랜드가 아닌 진정한 동남아, 더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BR mini box I

베트남 롯데리아의 인력 구조와 조직 문화

롯데리아 베트남에는 2022년 말 현재 기준 법인장과 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해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 5명이 일하고 있다. 정규직 683명과 점포 관리 등 비정규직 4348명을 포함한 현지 채용 규모가 5031명에 달한다. 특히 일본 롯데리아 운영 시기부터 사원으로 일을 시작해 20년 이상 근속한 현지 2명이 최근 임원급인 디렉터로 승진해 현지 채용 직원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인력 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 직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전체 직원의 72%가 여성으로 매장 지도 인력(SV)을 제외한 본사 사무직 직원은 85%가 여성이다. 외식 산업이라는 업종의 특징도 있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베트남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 참여율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노동 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8.2%이며 15세 이상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70%에 이른다.

베트남은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 직장 내에서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 회사 내에서도 직책이나 직급에 따른 호칭보다 안(형, 오빠)이나 엠(동생) 혹은 쭈(삼촌, 아저씨)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롯데리아에서도 직원들은 팀장을 ‘쭈어이’로, 팀장은 직원들을 ‘엠어이’로 부르면서 공동체의 친밀도를 유지하는 데 익숙하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는 베트남어로 셉어이(보스) 혹은 영어식 표현인 미스터(여성일 경우 마담)라는 존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보다는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회의 중에도 직원이 반대 의견을 강하게 얘기하길 꺼리며 잘못을 인정하거나 솔직한 의견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회의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기도 한다. 베트남 통일전쟁 시절, 잘못을 인정하면 반동으로 몰려 가족 모두가 처형을 당했던 역사적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기열 법인장은 “한 번 이야기하면 될 것을 대여섯 번 얘기하면서 안심시켜야 해 회의 시간이 늘어지기도 한다”며 “베트남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직급에 상관없이 온화한 분위기에서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로컬 취향 맞춤 메뉴 개발로 현지인 신뢰 확보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본 사례는 롯데리아가 후발주자로서 베트남이라는 생소한 해외시장에 진출해 현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쌓고 차별화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쉽지 않았던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영업을 수행하면서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본 사례는 해외시장에 안착하고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데 현지화 전략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각도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경영 사례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

현지화 전략은 이제 다국적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화 전략은 세계시장의 공통 표준을 노리는 글로벌 전략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계화가 한창이던 90년대 이후 해외시장 진출 방안으로 글로벌 전략과 현지화 전략 중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해 학문적·실무적 논의가 격렬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지역별 소비자 취향이 까다롭고 예측 불가능해진 지금, 이 같은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현지화 전략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며 이를 제대로 수립하고 수행하는 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혹은 표준화 전략과 달리 늘 처음일 수밖에 없는 신시장을 현지화로 공략하겠다는 발상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현지화 전략이란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내해야 하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자칫 추진 동력을 잃기 쉽다. 상황별 특성과 해당 기업의 기밀 유지로 성공적인 현지화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서구 중심의 경영학계에는 실패 사례만 넘치고 있어 우리 기업들에는 그다지 시사점이 많지 않다.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비춰볼 때 본 사례는 현지화 전략을 준비 혹은 추진 중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할지, 어떤 조건과 환경, 지원이 이뤄져야 할지에 관한 그동안의 막막함을 해소해 주고 있다.

현지화 전략이란 특정 시장, 특정 지역의 요구와 선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현지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해외시장 진입 전략이다. 제품의 기능, 마케팅 메시지, 가격이나 유통 채널을 현지 시장에 맞춰 조정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현지 업체와 협력해 현지 시장, 제품, 서비스에 대해 더 나은 통찰력을 얻는 것도 현지화의 한 방법이다. 현지화 전략은 경쟁사 대비 소비자에게 더 매력적이고 관련성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현지 고객과 강력한 관계 구축을 가능케 하고 판매량을 늘리며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신시장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시장이 글로벌화돼도 개별 시장마다 문화적, 언어적, 사회적, 규제적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식음료, 도소매,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산업 등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요인에 매우 민감한 산업일수록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은 커진다. 맥도날드, KFC, IKEA, Nike, P&G 등의 많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현지화 전략의 사례들을 자주 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 사례를 접하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다.

관련 연구들이 제시하는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은 5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현지 문화와 취향에 대한 명확한 이해(Understanding local culture and preference), 현지 상주(Local presence), 현지 상황과 변화에 따른 유연하고 빠른 대응(Flexibility and adaptability), 본사-현지팀과의 효과적인 협업(communication and collaboration), 혁신, 지원, 목표 달성, 균형을 가능케 할 강력한 리더십(Strong leadership)이 그것이다. 다만 이런 전략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입증할 만한 경험적 스토리가 부족하다 보니 늘 원론적인 한계가 있었다. 베트남 롯데리아 사례는 이 5가지 요소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생생히 담고 있어 현지화 전략의 대표 사례로서 손색이 없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이 5가지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음과 같이 실현해 냈다.

먼저, 현지 문화와 식습관, 소비자의 입맛을 현장에서 파악해 메뉴의 현지화를 이뤘다. 의외로 당연한 듯하나 실제 많은 해외 진출 기업의 실책이 여기서 발생한다. 현지 문화를 잘못 파악했거나, 로컬 업체와의 차별화를 너무 고집했거나, 막강한 자본력으로 현지 소비자를 뜻대로 설득할 수 있을 거란 과신 때문이다. 종교적 요소를 간과하고 인도 소비자에게 소고기 버거를 판매한 맥도날드, 중국인에겐 매우 생소한 페퍼로니와 소시지 토핑 피자를 판매한 피자헛, 원두의 풍미를 원하는 호주와 이탈리아의 소비자에게 크림과 설탕이 듬뿍 담긴 커피를 판매한 스타벅스, 강장제 이미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대적으로 음료를 홍보한 코카콜라 등도 모두 결국엔 쓴맛을 봤다. 이들 업체 모두 현지 시장과 소비자에 맞게 다시 적응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베트남 롯데리아 역시 한국 소비자가 즐겨 찾는 팥빙수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이는 현지인 입맛을 제대로 파악하는 기회가 됐고 재빨리 베트남식 치킨 라이스를 출시하는 촉매가 됐다. 아울러 타 매장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청결한 조리 시설과 환경, 합리적 가격을 더해 현지인의 갈망을 단숨에 해결했다.

두 번째, 현지 소비자 및 현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에어비앤비가 중국에서 고전했던 것 역시 사업 개념에 대한 현지인 이해 부족, 영어가 어려운 현지 호스트 관리 부재, 중국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이었다.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했더라면 크게 고전하지 않을 수 있었다. 독일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던 미국의 월마트 역시 “Everyday low price”라는 슬로건이 오히려 품질을 중요시하는 독일 소비자에게 큰 오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현지소비자, 직원들과의 소통 부재로 슬로건의 뉘앙스를 시장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업체 테스코는 일부 식품에 대한 초신선도(Super-freshness)로 미국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했으나 정작 미국 소비자는 식품의 신선함(Freshness)보다는 다양성(Variety)을 더 원했다. 신선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소비자들과 충분히 소통했어야 했음에도 테스코는 제품 신선도 유지에 집중하느라 마케팅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철수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현지 소비자, 근로자, 협력 업체와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나 진의가 현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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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롯데리아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빠른 확장이 가능했던 것도 큰 그림에서는 효과적인 소통 전략의 결과물이다. 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신뢰 확보를 최우선으로 뒀고 이를 점포 전략(입지 선정, 로드숍, 지속적인 리모델링)으로 실현했다. 실제 매장의 입지 선정 등 점포 전략은 접근성 향상, 인근 지역 중심의 소비자 커뮤니티 형성, 맞춤형 서비스 제공,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소통 전략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주요 상권, 상징적 입지에 매장을 위치시키고 지속적인 리모델링과 리로케이션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였으며 언제나 그곳에서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줬다. 이는 우리를 믿어 달라는 천만번의 메시지보다 울림이 크다.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에 오히려 지속적인 투자를 고집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차별화된 소통과 만남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것이 진정한 현지화다. 아울러 입점 가능한 현지 슈퍼마켓 업체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협력을 이끌어 내 신생 진출 업체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 같은 노력은 도심뿐 아니라 지방으로 매장 수를 확장하는 데 기여했으며 현지인을 대상으로 가맹점을 늘리는 데도 크게 작용했다. 전방위적 소통 전략이 매장 수를 늘리고 사업을 확대하는데 매우 주효했다. 아울러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 정확한 정보를 현지 채용인과 공유해 무분별한 루머와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해 나간 것 역시 최대의 위기 순간을 매우 적절하게 관리해낸 소통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롯데리아 서울 본사와 베트남 롯데리아 간의 유기적이며 융통성 있는 관계 유지도 베트남 롯데리아가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현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지법인을 유지 관리하는 데 비용이 너무 크며 본사와 해외 지사 간 지식경험 공유가 원활치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해외 진출한 글로벌 리테일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 실패 사례 중 다수를 차지하는 소재가 본사-해외 지사 간 원활하지 못한 업무 협조에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의 리테일 업체 베스트바이는 중국의 시장 상황이 초기 판단과 크게 다름을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본사에 전략 수정을 요청했으나 본사는 오히려 매장 위치 선정 및 판매 전략에 이르기까지 간여했던 탓에 결국 사업을 철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브라질에 진출한 월마트는 브라질 지사의 현지 적응이 채 이뤄지기도 전에 본사 차원에서 현지 업체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현지 직원과의 갈등, 문화적 충돌로 큰 손실을 맛보았다. 미국 리테일 업체 타깃(Target) 역시 문화적, 사회적으로 가까운 캐나다 시장에서 실패를 겪었다. 캐나다 자회사의 판단은 캐나다 현지 공급 업체와의 원활한 구축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으나 미국 본사는 소비자의 기호 파악을 우선시했다. 결국 공급망 문제로 매장에 선반이 텅 빌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이 때문에 진출 수년 후 캐나다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런 실패 사례들의 공통점은 현지화 전략에서 본사와 해외 자회사 간 효과적인 소통과 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본사의 초기 목표와 자회사가 파악한 현지 시장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현지화 전략은 길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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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서울 본사와 베트남 롯데리아는 본사-해외 자회사가 어떻게 상호 소통, 조율, 조정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우선 서울 본사는 베트남 지사에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을 일임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해외 사업에 관한 교육, 투자, 계열사를 동원한 핵심 정보 제공 등 지속적인 관심과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지원책 또한 매우 체계적으로 이뤄져 해외 파견 주재원과 인력들이 전문성을 쌓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책임과 권한을 일임받은 베트남 롯데리아 법인장 및 주재원 역시 전쟁을 방불케하는 일상을 수행하며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수행해 나갔다. 시장을 입체적으로 파악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 이런 권한과 책임은 과중한 업무와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잉태했고 이를 통해 도출한 솔루션을 본사는 또다시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원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롯데리아는 본사와 해외 지사의 협업과 조율이 어떻게 이뤄지고 각자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모범적 사례다.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후,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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