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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조직 문화를 바꾸는 5가지 방법

피터 그레이,롭 크로스(Rob Cross),마이클 아레나(Michael Arena) | 362호 (2023년 0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2년 겨울 호에 실린 ‘Use Networks to Drive Culture Change’를 번역한 것입니다.

Article at a Glance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접근을 취해야 한다.

1.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하위문화를 발굴해야 한다.
2. 각 문화에 영향을 주는 진정한 리더, 인플루언서를 찾아야 한다.
3. 숨겨진 갈등을 들춰내고 직원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
4. 두려움을 퍼뜨리는 출처를 관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해야 한다.
5.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문화적 변화를 채택해야 한다.



“여기서 으레 일하는 방식”보다 고치기 어려운 습관은 별로 없다.

조직 문화는 바꾸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문화가 사람들의 가치, 즉 무엇이 좋고 바람직하고 적절한지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게 박힌 신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1 이때 관계는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든다. 직원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강화하는 타인들과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며 지내다 보면 새로운 태도 및 행동에 열린 마음을 갖게 되기보다는 기존 신념을 더 공고히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직의 리더들은 이런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의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확인, 극복하고 뜻밖의 조력자를 발견하게 될 수 있다.

필자들은 연구와 실제 경험을 통해 많은 리더가 이런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조직 문화를 평가하는 전통적인 방법들이 공통점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2 가장 잘 알려진 접근법 중 하나는 서베이를 통해 직원들의 가치, 태도, 규범, 행동을 평가한 다음 그 답의 평균으로 조직의 전체 상황을 판단한다. 또 다른 접근법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직원의 페르소나를 만들고 ‘일반적인’ 직원들이 가진 가치가 어떻게 그들의 행동을 이끄는지 보여준다. 이런 방법들은 가장 중심이 되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직원들의 가치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리더들은 특정 가치에 대한 평균 점수(가령, ‘4점’이라고 해보자)를 산출하기보다는3점대와5점대(1점대와 2점대의 클러스터도 마찬가지다)인 점수를 이루는 세부 클러스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또 직원들이 새로운 문화적 우선순위를 수용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런 클러스터 안에서(또 그들 사이에) 누가 누구와 상호작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통찰력을 얻는 유용한 방법은 설문 데이터를 네트워크 분석 데이터와 결합하는 것이다. (DBR mini box : ‘팀의 가치 매핑하기’ 참고.)
한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협업 패턴을 매핑해 보면 내부 업무 상황을 엑스레이 사진처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예컨대, 네트워크 내 어디에서 사람들이 사일로로 격리돼 있는지, 누가 주변부에 고립돼 있고, 누가 오피니언 리더인지, 누가 사람들을 연결하고 다른 가치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3 일단 리더가 이 모든 것을 확인하면 좀 더 타깃을 명확히 한 상태에서 조직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필자들은 지난 5년간 리더가 이런 접근법을 택한 조직 사례를 40건 이상 살펴봤다. 그리고 그중 효과적이었던 사례들을 분석해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 변화를 이끄는 5가지 방법을 알아냈다.

1. 하위문화 발굴하기

조직 문화는 조직 전체를 지배하는 신념, 가치, 행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직무 팀, 부서, 지역 같은 하위 그룹에도 그들 나름의 문화가 있다. 4 리더들은 대개 그들이 관할하는 조직의 문화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그 수준에서 행동에 나선다. 말하자면 CEO는 조직 전체, 선임 관리자들은 그들이 책임지는 특정 부문의 문화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이런 공식적인 조직들은 회사 문화에 부분적으로만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문화는 직원들의 하위 네트워크에 의해서도 형성되고 강화된다. 그리고 이런 하위 네트워크는 공식 조직의 일부만을 대표하기도 하고 여러 부문에 걸쳐 흩어져 있기도 하다. 서로 다른 문화적 하위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를 볼 수 있는 리더들은 더 정확한 조치를 통해 이런 하위문화를 지원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근 대규모 인수를 단행했던 한 글로벌 소비재 회사는 임원들에게 통합된 회사를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임원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통일된 의견을 내는 대신에 18가지에 달하는 최우선 과제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과제 중 상당수는 상충됐다.

다음으로 회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짜 최우선 과제를 묻는 문화 관련 설문 조사와 네트워크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브랜드의 강력한 성장 추진’이 가장 중요한 우선 과제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직원들의 의견이 통일되지는 않았다. 이에 리더들은 선정된 핵심 단일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온 조직을 동원하는 대신에(문화 관련 설문 조사 진행 후 일반적으로 취하는 조치) 비공식 네트워크가 직원들의 신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네트워크 데이터에 눈을 돌렸다.

그랬더니 변화를 위한 두 가지 기회가 드러났다. 첫 번째 기회는 동료들과 잘 연결된 문화적 아웃라이어에 초점을 맞추는 데 있었다. 아웃라이어들은 주변 사람들과 다른 신념을 굳건히 고수하면서도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에 리더들은 브랜드 제품을 열렬히 지지하는 직원들에게 문화적 아웃라이어들과 접촉해보라고 주문했다. 아웃라이어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들어보고, 브랜드 제품을 향한 지지자들의 열정과 성공담을 공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 결과 아웃라이어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을 접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돌아보는 동시에 더 생산적인 협력자가 됐고, 브랜드 신봉자들은 자신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제품의 맹점을 더 잘 파악하게 됐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회사의 식품 브랜드를 열렬히 옹호하던 한 제품 관리자는 중요한 홍보 프로젝트에 매년 할당되는 예산이 너무 적어 낙담하고 있었다. 제품의 ROI는 꽤 높았지만 홍보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요청은 번번이 반려됐다. 그러던 중 제품 관리자는 네트워크 및 문화 분석 결과를 보게 됐고, 그제야 자신의 노력이 한 아웃라이어에 의해 차단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관리자가 속한 사업부 재무 그룹의 고위 관리자였던 아웃라이어는 두터운 사내 인맥을 보유하면서 부하 직원이 내리는 자금 지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제품 관리자는 이 문제를 고민한 끝에 회사가 주관하는 연례행사에 해당 재무 고위 관리자를 초대했다. 그 행사는 소비자들이 회사의 식품을 활용해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소비자가 제출한 요리는 이를 직접 맛본 심사위원단이 평가했는데 심사위원 중 상당수는 두 관리자의 사내 네트워크에 포함된 사람들이었다. 문제의 재무 관리자는 유쾌하고 떠들썩한 이 행사를 지켜보면서 소비자들이 회사 제품을 얼마나 좋아하고, 회사 동료들도 그 제품을 얼마나 아끼는지 깨닫게 됐다. 이전까지 그는 회사 제품이 진부하다고 여겼지만 제품 매니저의 위협적이지 않고 조심스러운 접근법 덕분에 자신의 신념을 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이내 제품의 지지자가 됐고, 이후로는 기존 브랜드 성장을 촉진한다는 회사의 문화적 우선순위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기회는 하위 네트워크 사이의 이견에 초점을 맞추는 데 있었다. 리더들은 여러 의견 중 어떤 게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대신에 이런 의견 차이가 서로 다른 포부가 반영됐을 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특정 하위 네트워크가 관점을 바꾸도록 요청하는 대신 각각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생산적인 기여를 하고 조직 전략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모두와 협력했다. 이때 네트워크 데이터는 각 하위 네트워크에서 동료들과 가장 잘 연결돼 있는 사람들을 식별하고, 그들을 한데 모아 다른 동료들에게 잘 확산될 만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일부 하위 네트워크는 그들이 이미 치우쳐져 있는 방향으로 더 강하게 밀고 나가도록 힘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가령, 회사의 제품 그룹 내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는 직원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팀에게는 제품 개발, 소비자 조사, 재료과학 등에 관한 지식을 동원해 기존 제품에 얽매이지 않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내는 임무가 맡겨졌다. 이들의 노력은 조직의 상위 전략과 동떨어진 활동이 아니라 전략을 보완하는 활동으로 포지셔닝됐다. 그 덕분에 새로운 팀에 속한 이들은 새로운 방향으로 힘차게 밀고 나가면서도 언제든 돌아와 기존 브랜드 제품에 전념하는 다른 동료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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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정한 문화적 리더 찾기

조직의 임원들은 자신에게 문화를 정의하고 확산시킬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수년간 학습해 온 사람들이다. E.H. Schein,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5th ed. (Hoboken, New Jersey: John Wiley & Sons, 2016). 5 그러다 보니 조직의 새로운 가치나 조직이 기대하는 행동과 관련된 강력한 문구를 만들고, 이를 직원들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위계를 통해 지시 내리려고 애쓸 때가 많다. 6 물론 조직의 공식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문화 변화를 촉진하는 건 사실이지만 필자들의 연구를 보면 그 역할이 리더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 내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그리고 종종 숨겨진) 비공식 인플루언서(조직 내에서 다른 조직원들에 문화적 영향을 많이 미치는 소위 ‘인싸’)들이야말로 변화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상명하복식 접근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많은 임원이 조직의 가치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관리자들을 한데 모아 외부 워크숍 같은 것을 진행한다. 진보적인 기업이라면 동료들의 존중을 받는 직원들도 이 자리에 부를 것이다. 이런 행사에 특별히 초대되면 조직의 포용력을 느낄 수 있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 기업들이 누가 중요한 사람인지 판단할 때에 조직 문화에 영향을 주는 진정한 인플루언서를 절반 이상 놓친다는 점이다.

이는 중대한 실수다. 직원들 대부분은 어떤 동료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무엇에 신경 써야 하는지, 또 ‘여기서 으레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그널을 주는 비공식 대화를 통해 조직 문화를 배운다. 게다가 이런 대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 네트워크 인플루언서들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경영진과 임원들은 고위 인사들과는 잘 연결돼 있지만 조직 말단에 있는 직원들과는 대체로 그렇지 못하다. 반면 비공식 인플루언서들은 고위 관리자들에게 도달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그 외에는 어디든 폭넓은 영향력을 미친다. 필자들이 연구한 유명 제조사의 한 사업부는 직원이 1100명이었는데 그중 최상위 리더 50명은 전 직원의 31%와 연결돼 있는 반면 비공식 인플루언서 상위 50명은 전 직원의 60%와 연결돼 있었다. (그림 1) 만약 당신이 조직에 중대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려 한다면 직원 도달률이 다른 그룹의 절반밖에 안 되는 사람들에게 공을 들일 이유가 있겠는가?

조직이 변화에 저항할 때 비공식 인플루언서들은 상명하복식 접근법이 통하지 않는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폭넓은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한 글로벌 은행은 고객 중심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는 각 직무 부서마다 자신들의 전문성만 높이 사고 타 부서의 전문성은 경시했기 때문이었다. 은행의 리더들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네트워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 인프라, 소프트웨어 개발, 마케팅, 고객 서비스라는 4개 부서에 속한 비공식 인플루언서 80명을 파악했다. 선정된 이들은 소속 부서에서만 평판이 좋은 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인플루언서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은행에 불만이 많고, 은행이 아직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대표하는 고객들도 끌어들였다. 현금을 절대 가지고 다니지 않는 긱(geek) 경제 중심의 밀레니얼세대, 마이크로 비즈니스 사업가 등이 여기에 해당됐다. 은행 리더들은 이렇게 선정된 인플루언서와 고객들을 디자인 싱킹 프로그램에 초대했다.

일련의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8명씩 팀을 짰다. 각 팀에는 한 직무 부서에서 2명씩 배정됐으며, 불만이 많은 고객도 한 명씩 포함됐다. 이 같은 고객의 존재는 직원들의 태도를 재빨리 변화시켰다. 그들은 평소처럼 서로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대신 어느새 고객의 근본적인 니즈를 이해하려고 집중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참석자들은 ‘만약에(What If)’라는 질문을 통해 은행이 제공할 만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구상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디어 자체도 중요했지만 워크숍의 진짜 성과는 참석자들이 타 부서 동료들이 기여하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직원들의 마음이 열리자 워크숍 리더는 그동안 속에 품고 있었던 질문을 그들에게 던졌다. 우리 은행의 문화가 어떻게 변해야 고객 중심의 혁신이 가능해질까 하는 질문이었다. 참석자들은 하루 종일 다른 부서 직원들과 같이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뭉칠 때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표현은 달랐지만 다양한 워크숍에서 수집된 답변들은 동일한 가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존중, 성공을 위한 공동 책임, 고객 경험에 대한 공동 주인 의식이었다.

비공식 인플루언서들은 워크숍에 참여한 뒤 자신들이 함께 창출한 가치들에 대한 주인 의식을 느꼈고 이후 몇 주, 또 몇 달에 걸쳐 그 가치를 각자의 조직에서 부서원들과 대화를 통해 전파했다. 인플루언서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개인적 포부를 주위에 전파하자 다른 직원들도 자극을 받고 새로운 시각에서 부서 간 협업의 가치를 깨달았다. 변화를 주도한 리더는 이렇게 반추했다. “전에도 고객 니즈를 중심으로 디자인 싱킹을 시도했지만 항상 흐지부지하게 끝났습니다. 사내 인플루언서들을 찾고 그들을 한데 모은 것이 이런 성공을 가능케 했습니다.”

3. 숨겨진 갈등을 들춰내라

조직 변화에 애쓰는 리더들은 직원들의 저항을 없앨 수 있는 강력한 길잡이 연합체를 구축하기 위해 오랫동안 자문을 받아왔다. 7 하지만 이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 곳곳에 숨어 있는 이견들이 변화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서서히, 또 조용히 꺾어 버리기 때문이다. ‘천 개의 상처가 죽음을 만든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네트워크 데이터와 문화 데이터를 분석하면 이런 갈등을 들춰내서 관리할 수 있다.

가령, 필자들이 연구한 한 기술 회사는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려던 와중에 여러 문제에 봉착했고, 직원들이 저항하는 이유를 밝혀내려 애썼다. 회사 CEO는 광범위하게 경청 캠페인을 벌이고 전 직원 간담회도 여러 번 열었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벌인 선의의 노력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오히려 자신들의 가치가 공개적으로 교정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조성해 직원들을 더욱 침묵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CEO가 바뀌고 신임 CEO가 다시금 조직 문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직원들의 이견과 갈등을 좀 더 건설적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네트워크 데이터와 문화 데이터를 모두 분석한 결과 두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첫째는 유해한 의견 상충이었다. 이 문제는 추구하는 가치가 완전히 다른 문화적 인플루언서들이 부정적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난다. 둘째는 해결되지 않는 교착 상태였다. 이 문제는 문화적 인플루언서들이 서로 긍정적으로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문화의 근본적 가치에 있어 이견을 보이는 경우 발생한다.

유해한 의견 상충의 예로는 사용자 데이터 판매에 대한 이견을 들 수 있었다. 일부 인플루언서는 고객 데이터를 타사에 판매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 반면,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사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를 지지했다. 데이터 판매에 반대하는 그룹은 지지자들이 비윤리적이라고 여겼고, 반대로 지지자들은 이런 시각을 상당히 불쾌하게 여겼다. 두 그룹의 갈등이 데이터 수익화와 무관한 활동으로 번지면서 다른 현안들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러다 고위 임원 한 명이 문제에 개입해 양쪽의 핵심 인플루언서 간 만남을 추진했다. 그녀는 “여러분이 곧 은퇴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이상적인 세상에서 고객 데이터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성과 중 무엇이 가장 자랑스러울 것 같나요?”라고 물은 후 참석자들에게 답변을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임원은 인플루언서들이 쓴 답변들을 소리 내 읽었는데 생각보다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고객을 위한 최선의 선택과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상충되기 때문이 아니었다. 고객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무엇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달랐을 뿐이었다. 그들은 어느 정도 토론을 한 후 데이터를 공유해 고객 혜택을 더 많이 창출하는 방법과 고객의 개인 정보를 지키면서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고객을 존중한다는 상위 가치에 대한 합의가 생기면서 두 그룹 간 갈등은 생산적으로 변했다.

결혼 상담사와 마찬가지로 숙련된 중재자(facilitator)가 더 상위의 공동 가치에 호소하면 교착 상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는 두 그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어느 쪽이 어떤 입장인지 확인한 후에나 가능하다. 이때 네트워크 분석을 하면 특정 인플루언서가 다른 의견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알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항상 네트워크 전체에 분포해 있고 절대 단일 직무나 부서, 지역에 몰려 있지 않다. 또한 네트워크 분석은 인플루언서들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인지, 중립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이런 분석 과정을 거쳐 리더들은 비로소 갈등에 불을 붙이는 문제적 관계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해결되지 않은 교착은 서로를 불신할 이유는 없지만 인플루언서들이 근본적인 문화적 가치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생산성이 저하될 때 일어난다. 앞서 언급한 기술 회사를 예로 들어 또 설명하겠다. 이 회사는 구조 조정을 통해 조직 개발, 프로세스 개선,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3개 부서를 통합했다. 이런 조직 개편은 좋은 의도와 공동 목표에 따라 진행됐지만 신규 조직은 6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이 통합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부서원들의 생각이 세 갈래로 갈린다는 점에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일까, 프로세스일까, 아니면 기술일까? 별다른 진전이 없자 직무 담당자들은 각자도생 방식으로 서로 다른 접근법을 고안해 홍보했으며, 계속 평행선을 달리며 부분적인 해결책만 제시했다. 세 그룹으로 나뉜 부서원들은 개인적으로는 잘 지냈다. 하지만 왜 상대가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지를 납득하지 못했다.

이 부서의 책임자는 핵심 인플루언서를 확인한 후 이들과 워크숍을 열었다. 부서장은 그 자리에서 가상 프로젝트를 들어 각 직무 그룹이 다양한 지점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본인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 다음, 사람들을 여러 직무로 구성된 몇 개의 팀으로 나눠 그동안 이뤄졌던 부서원들의 상호작용이 자신이 제시한 바람직한 모델과 어떻게 완전히 달랐는지 그 사례를 논의하게 했다. 각 팀은 만약 자신들이 부서장의 비전대로 행동했다면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지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상대 그룹의 가치와 우선순위, 그리고 각 그룹이 서로 다른 시점에 어떤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 부서장이 인플루언서들을 직접 뽑아 워크숍에 참석시켰기 때문에 새롭게 합의된 공동 가치와 우선순위는 부서 전체에 다시 공유됐고, 이런 문화적 변화는 더 협력적인 부서 분위기를 조성했다.

4. 긍정적인 감정 유발하기

문화적 변화에 대한 기존 접근법들은 보통 변화의 과정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즉, 리더들이 새로운 가치를 확인한 다음 일화나 예시, 논리 등을 들어 직원들에게 그 가치를 가르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때 리더들은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8 하지만 필자들의 연구는 문화가 실제로는 감정적 차원의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바람직한 문화적 가치를 받아들이게 하는 데 남다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필자들이 연구했던 한 석유화학 회사 R&D 부서의 직원들은 긍정적이고 활력 넘치는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있는 관리자가 문화적 우선순위를 전파할 때 이를 더 잘 채택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관리자들이 좀 더 숙련된 ‘활력 제공자’가 될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관리자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상상력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현실적인 꿈에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들의 노력이 이 야심 찬 계획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배웠다. 9개월 후 새로운 데이터를 봤더니 일반 직원들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훨씬 더 많이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두려움이나 분노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은 원치 않는 문화적 규범을 전파하거나 바람직한 가치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아주 뛰어나다. 한 대형 기술 기업의 특정 사업부에 속한 리더들은 직원들이 초기 아이디어나 다른 시각을 공유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데이터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를 본 최고 임원은 낙담하며 이런 결론을 냈다. “우리 회사에 공포 문화가 자리 잡혀 있었군요.” 뛰어난 재능을 겸비한 직원이 많았지만 상대에게 저격을 당하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회사의 창의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 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더불어 타격을 입었다.

분석 결과는 직원들이 갖는 이런 두려움이 주로 고위 간부 중 5%, 또 핵심 전문가의 8%가 채 안 되는 사람들에게 기인한다는 것을 말해줬다. 필자들은 이 사람들의 이름을 노출하지 않은 채 데이터 결과를 조직 리더 및 관련 전문가들과 더 광범위하게 공유했다. 일련의 토론을 거쳐 업무를 배정하고, 의견을 요청하고, 조언을 하고, 이견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리고 두려움을 일으키는 사람들뿐 아니라(이들은 계속 익명으로 처리됐다) 리더와 전문가 모두를 위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됐다. 리더들은 컴플라이언스를 요구하기보다는 참여를 도모하는 방법을 배웠고,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경청 능력과 갈등 해결 기술을 습득했다. 두 그룹 모두 책임 파트너, 동료 그룹과 함께 후속 세션을 가졌고 이를 통해 교육 목표를 더 확실히 달성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 분석 데이터는 조직에서 두려움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직원 80명이 누군지도 밝혀냈다. 이들은 전체 직원의 고작 2%였지만 거의 모든 상호작용에서 두려움을 내비쳤다. 이런 직원들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조치였다. 이들이 자신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조직 내 두려움의 문화를 지속시켜 왔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이들이 전하는 말을 통해 퍼졌다. 이에 리더들은 모든 직원이 더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관행을 확립했는데 그중 하나가 유언비어나 험담 금지였다. 또 리더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직원들과 직접 상담을 하면서 그들의 대응 방식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지 깨닫게 했다. 이런 직원들의 태도가 종종 다른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왔던 만큼 이 조치는 더 광범위한 직원 네트워크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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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충분한 시간을 두고 채택하라

새로운 문화적 규범이나 행동을 숙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조직의 리더들은 새로운 문화적 아이디어가 확산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이를 너무 천천히, 또 불규칙하게 채택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사실 아이디어의 확산은 그 가치가 얼마나 암묵적인지, 혹은 복잡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문화의 채택 속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빨리 채택된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생명과학 회사 한 곳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회사는 밀레니얼세대 직원들이 주말까지 이어지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회사를 떠나자 고민에 빠졌다. 최고의 인재를 뽑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당면한 회사의 고위 임원들은 직원 생산성과 경력 향상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정작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는 인재들을 내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회사는 업무 유연성, 직원 건강,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삶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내걸었다. 그들은 이 새로운 가치를 뒷받침하는 십여 개의 행동 강령도 제시했다. 문제는 8개월이 흐른 뒤에도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팀장들과 중간 관리자들은 그들이 추진하려는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원래의 의도를 희석하는 방식으로 행동 강령에 임했다. 예를 들어, 주말에 e메일이 금지되자 다수의 관리자가 e메일을 보내는 시간만 조금씩 늦췄다. 결과적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직원들은 쏟아지는 업무에 허우적대야 했다. 이처럼 다른 행동 강령들도 잘못 해석되거나 부분적으로만 채택됐고 인재 이탈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임원들은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시간과 노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직 네트워크 안에서 상호작용을 할 때마다 모범적인 행동을 의도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중간관리자가 이 행동들로 인해 자신들의 회사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을 체감하면서 의도했던 기본 가치가 그들의 신념 체계에 자리 잡았고, 문화적 행동 강령도 자연스럽게 채택됐다.

또 다른 사례로, 한 비즈니스 서비스 회사는 서베이 기반의 네트워크 데이터와 응답자들의 동료 평가를 결합한 분석을 진행했다. 주위 동료들이 새로운 문화 행동 강령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응답자들의 동료 평가를 결합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직원들로 하여금 새로운 문화를 더 빨리 채택하게 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려 한 것이다. 그 결과 아이디어에 대해 통찰력 있는 평가를 내린다든지, 의미 있지만 매우 큰 리스크를 감수한다든지 하는 미묘한 행동일수록 학습에 상대적으로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흡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조직 네트워크에서 상사들이 행동 강령을 따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레 그 참된 의미를 터득하게 된 경우였다. 그래서 회사는 ‘엿보기’ 상황들을 만들기로 했다. 즉, 직원들을 간부 회의에 참석하게 해서 상사, 때로는 몇 단계 위 임원들이 그런 암묵적인 행동을 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네트워크 분석 결과는 간부 회의에 평직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정당화하고, 이 직원들의 신뢰도와 분별력을 보증해줬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일반 직원들이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나도 접할 수 없었을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조직이 원하는 행동을 빠르게 채택하도록 만들었다.

이 회사에서는 다른 미묘한 행동들도 잘 채택되지 않았다. 이는 신규 입사자들이 이런 행동을 너무 빨리 습득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회사에 새로 합류한 직원들은 스스로 모범적이라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따라 했을 뿐 조직이 가진 근본적인 문화적 가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여서 그 핵심을 놓쳤다. 가령, 이 회사는 정보에 기반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약점이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테스트하는 문화를 가치 있게 여겼다. 하지만 이런 논쟁을 본 신규 입사자들은 회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적대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는 회사의 기존 전략과 동떨어진 아이디어는 무엇이든 공격했다.

의도된 행동들은 훨씬 더 미묘했다. 가령, 더 나은 데이터가 없다면 데이터에 시비 걸지 말고, 본인의 통찰력이 어떻게 다른 생각을 뒷받침하는지를 잘 설명할 수 없다면 주장에 반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런 행동들은 참된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그냥 신규 입사자들은 1~2년 동안 그런 행동에 관여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 리더들은 각 신규 입사자를 회사의 기본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비슷한 직급의 멘토와 짝지어줬다. 멘토들은 언제, 어떻게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지 조언했다. 그리고 그들이 행동의 미묘한 의미를 충분히 배우고 완전히 이해한 이후에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런 멘토링은 신규 직원들의 이탈률을 낮추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그전에는 조직의 문화적 규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논쟁을 일삼던 사람들의 경우 빨리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제는 신규 입사자들이 처음에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입사 초기에 다른 직원들과 더 생산적인 네트워크 관계를 다질 수 있었다.

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조직 문화 평가 결과와 결합하면 조직 리더들은 새로운 가치가 조직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는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원하는 행동이 직장 어디에서 소통되고, 보이고, 관찰되고, 채택되는지 알 수 있다. 자연히 하향식으로 전파할 때보다 문화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 또 이런 관점을 얻게 되면 좀 더 타깃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믿음이 어떻게 확산되고, 조직에서 누가 실질적인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고 있고, 변화가 일어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필요한 곳에 더 쉽게 새로운 가치를 전파하고, 더 쉽게 지속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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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가치 매핑하기

조직이나 팀이 문화적 변화를 추진할 때 개인들이 가진 가치에 대한 설문 조사 데이터를 네트워크 분석과 결합하면 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다. 이는 필자들이 조직 전체 인적 네트워크의 연결 상태를 매핑한 한 산업 소재 회사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에서 고객사를 관리하는 팀은 전체 24명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팀원은 서로 잘 연결돼 있었지만 원격 근무자 6명으로 이뤄진 클러스터는 위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연결성이 약했다. 그리고 팀원들이 가진 가치 데이터를 네트워크 분석 데이터와 결합했더니 이 6명을 통합하는 것이 리더가 당면한 최대 난제가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같은 팀 내에서 가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둘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팀원의 절반 정도는 신중한 타입으로 고객사 현장에서 일할 때 규칙과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들은 위험, 책임, 품질을 관리하는 데 있어 스스로를 최전선 방위병으로 인식했고, 이들끼리 서로 잘 뭉쳤다. 하지만 노란색으로 표시된 나머지 팀원 절반은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에 뒀기 때문에 자신은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리스크는 나중에 관리하는 문제해결사라고 여겼다.

이 팀의 리더는 고객사들과 함께 아직은 자리 잡지 못한 책임 공유라는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확립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트워크 분석을 해 보니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분석 결과, 리더가 그동안 몰랐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났다. 개별 팀원은 발 빠른 대응을 중시하는 문제해결사 하위 그룹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위병 하위 그룹으로 확고하게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팀 내에서 ‘그들 대 우리’라는 역학이 발생했다. 양쪽 하위 그룹 모두 자신들의 관점을 옹호했고, 공동 책임이라는 가치를 창출하려는 팀 리더의 노력은 직원들의 기존 가치를 오히려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런 갈등으로 인해 두 명의 베테랑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그들이 유일하게 속해 있던 네트워크는 자신과 상반된 가치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찾지 못하고 떠났다. 이런 문제들이 드러나자 팀 리더는 직원들이 가진 다양한 믿음의 근원을 파악해야 했고, 워크숍과 직원 간담회를 통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책임 공유라는 새로운 문화를 원점에서부터 천천히 재확립해 나갈 수 있었다.


피터 그레이(Peter Gray)는 버지니아 맥킨타이어경영대학원(Mclntire School of Commerce) 교수다. 롭 크로스(Rob Cross)는 뱁슨대 글로벌 리더십 과정의 에드워드 매든(Edward A. Madden) 후원 교수다. 마이클 아레나(Michael Arena)는 아마존웹서비스의 인재개발 부문 전무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3207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번역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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