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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스타트업 DNA

정부가 ‘벤처캐피털’… 투자 생태계 이끈다

천백민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스라엘은 1985년 미국과 1억1000만 달러 규모의 ‘버드(BIRD) 프로그램’ 조성을 기점으로 정부 차원의 ‘벤처 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이후 이라스엘의 민관 합작 벤처캐피털(VC)인 요즈마 출범으로 이스라엘의 벤처캐피털 산업의 발전이 시작된다. 요즈마 설립 이후, 해외 VC들의 이스라엘 진출, 다국적 대기업의 CVC와 R&D 센터 구축이 맞물리면서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또한 이스라엘 대학들은 기술 이전 회사를 통해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대인 인맥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높은 IPO 성공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성공 노하우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독특한 군 제도와 문화가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제 및 규제 정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노하우와 네트워크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80년대부터 대학과 연구소를 지원하며 최첨단 기술 산업을 지속적으로 키워오고 있었다. 특히 군수 산업에서는 아이디어와 기술이 접목돼 전차 및 전투기 개발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고 척박한 농업 환경을 기술로 극복하면서 농업 선진국의 위치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한정된 산업만으로 이스라엘 국가 전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가 전체의 산업을 활성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을 통해 아이디어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 사업가, 아이디어에 투자하면서 이를 지도해 줄 벤처투자자, 이스라엘에 거점을 두고 현지인을 고용하면서 이스라엘 기업들과 협력을 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먼저 중점을 둔 것은 ‘벤처 산업 육성’이었다.

미국과 협업으로 벤처 산업 육성 시작

이스라엘은 동맹국인 미국의 도움을 받아 벤처 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1985년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조성한 1억1000만 달러가 바탕이 돼 만들어진 ‘버드(BIRD) 보조금’은 미국과 합작 사업을 하는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을 후원했다. 버드 프로그램은 이스라엘 벤처기업 하나를 미국 기업과 연결시켜 이스라엘의 기술을 미국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에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해외 진출 역량이 부족한 기업들이 많았다. 그래서 미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부문에 이스라엘 기술 기업을 연결하고 필요한 자금의 반을 버드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면서 이스라엘 기술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버드 프로그램은 그동안 2억5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으로 800여 개의 프로젝트에 투자해 80억 달러에 이르는 직간접적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라엘 기업들은 미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미국 시장 진출의 지름길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미국 정부와의 공동 프로그램 이외에 자체적으로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이스라엘 협동 네트워크(Israel Collaboration Network, ICON)는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영리단체로 이스라엘 기업가와 미국 투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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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산업 발전은 ‘요즈마(Yozma)’ 설립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요즈마는 히브리어로 ‘혁신’을 뜻한다. 요즈마 국부 펀드, 요즈마 벤처캐피털, 요즈마 모태 펀드 등 요즈마를 설명할 때 여러 이름이 혼재돼 불린다. 좀 더 정확히 정의하자면 요즈마는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참여해 모태 펀드를 조성하면서 벤처캐피털 역할을 수행했던 ‘관영 기업’이다.1 이스라엘 정부는 1972년부터 산업부 아래, 수석과학관이라는 직책을 만들어 신생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해 오고 있었다. 1980년 중반 이스라엘은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에 100억 달러의 융자를 요청했고 이 금액을 경제 재건에 사용한 바 있다. 융자를 통해 경제 발전 계획을 세운 이스라엘 정부는 그 계획의 일환으로 1991년 관영 기업 요즈마를 벤처캐피털 기업으로 설립하는 것을 승인하고 1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요즈마의 설립 목적은 고위험 민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였다. 즉, 파괴적인 기술이지만 성공 확률을 확신할 수 없어 투자 유치가 어려운 하이테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요즈마의 역할이었다. 외국 자본의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무했던 시기에 이스라엘 정부는 직접 벤처캐피털을 만들어 하이테크 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우선, 요즈마는 외국의 투자자들을 모집해 이스라엘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조성에 나섰다. 10개의 펀드가 설립됐고, 10년 동안 2억 달러 이상의 해외 자금을 168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제미니(Gemini), 피탕고(Pitango), 예루살렘 벤처 파트너(JVP) 등 대부분의 펀드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얻었다. 요즈마의 전략 중 특이한 대목은 직접 투자도 실행했다는 것이다. 전체 펀드를 관리하는 요즈마가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10개의 펀드 투자자들은 반대했다. 중립성 훼손과 더불어 본인들의 기회까지 요즈마가 차지할 수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마가 직접 투자를 감행한 이유는 명확했다. 10개의 펀드가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좋은 투자 대상을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펀드 사이에 경쟁심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요즈마의 직접 투자 기준은 개발 능력과 비즈니스화 잠재력은 있지만 투자자로부터 인기가 없는 분야에 집중됐다. 이러한 적극적 투자 참여 행동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아이디어 연구 단계에 머물지 않고 직접 기업을 설립하도록 장려했고 2년 반 동안 열네 개 기업에 1200만 달러를 투자한 결과, 5년 후 세 배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요즈마는 10개의 펀드를 조성해 정부 자금 75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2억 달러가 넘는 레버리지 투자를 실행했다. 10년 동안 정부 펀드는 40%의 수익을 거뒀다.

요즈마의 성과는 수익을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요즈마 운영으로 이스라엘은 수출과 GDP 성장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강국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때 요즈마와 함께 설립돼 활동했던 JVP, 피탕고 등은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산업의 거인이 됐다. 요즈마의 투자와 지원으로 이스라엘에는 1세대 벤처캐피털 산업이 조성됐고 이때 축적한 하이테크 전문 펀드 관리자, 투자자, 변호사들의 전문 지식은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이에 필요한 네트워크의 기반이 됐다.

소비에트공화국 붕괴로 전기 맞아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요즈마가 기반을 제공하긴 했지만 역사적인 사건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이 시기는 더 늦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1991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동맹의 붕괴였다. 구소련의 붕괴에 따라 소련 연방에 속했던 나라들이 독립했고 소련에서는 이민 행렬이 이어졌다. 소련이 붕괴되기 전, 소련의 유대인은 전체 인구의 2%를 차지했지만 직업군으로 보면 전체 기술자의 20%, 의사의 30%를 차지하고 있었다. 소비에트연방공화국동맹의 붕괴가 시작되면서 100만 명의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이민을 갔다. 여기에는 전문 지식을 보유한 수만 명의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들이 포함돼 있었다. 교육과 기술 수준이 높은 소련의 유대인이 대량으로 이주한 사건은 이스라엘 기술 분야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 소련에서 이주한 기술 분야 유대인들이 신생 기업을 설립하는 주된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1990년대 초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과 맞물려 수많은 창업 사례의 주인공들이 됐다.

요즈마가 설립된 1990년 초반은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미국에서 성공을 맛본 벤처캐피털들은 또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왔던 시장이 이스라엘이었다. 확신이 없는 시장에 이스라엘 정부가 요즈마를 통해 매칭 펀드를 조성하고 펀드가 원한다면 요즈마가 갖고 있는 기업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 것은 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동인이 됐다. 즉, 이스라엘 정부의 요즈마 국영기업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과 벤처 산업 육성은 소련의 해체와 미국 스타트업 붐이라는 기회가 어우러져서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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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비 벤처캐피털 수 1위 비결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현재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인구는 1000만 명이 안 되는데 7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존재한다. 인구 대비 벤처캐피털 숫자도 전 세계 1위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은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창업을 할 때 목표 시장을 세계 전체로 삼는다. 사방이 적대 국가로 둘러싸여 있고 인구는 1000만 명이 안 되는 내수 시장만을 바라보는 것은 기업 성장에 한계를 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는 금융과 산업계는 물론 정치계까지 유대인 네트워크가 있어 투자 유치와 기업공개, M&A 성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의 85% 이상이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이고 대부분의 금액이 미국에서 들어왔다.

요즈마에 의해 뿌리를 내린 벤처캐피털 산업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현재 약 400개의 벤처캐피털이 활동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150개에 가까운 해외 벤처캐피털 기업도 포함된다. 이스라엘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를 보면 운용 자산(Asset Under Management) 기준으로 빈티지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Vintage Investment Partners)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 유럽 및 미국의 12개 펀드에 걸쳐 30억 달러 이상의 운용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자체가 구축한 1만5000개 이상의 회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VAS(Vintage Value-Added Services)라는 프로그램으로 대기업에 스타트업 기술을 접목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M&A를 시도하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스타트업 기술력을 대기업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제안함으로써 양쪽의 비즈니스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요즈마 펀드에 의해 탄생한 피탕고 벤처캐피털(Pitango Venture Capital)은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산업의 맏형 격이다. 250개 이상의 회사에 28억 달러 이상을 관리하고 있는데 펀드를 피탕고 퍼스트(Pitango First), 피탕고 그로스(Pitango Growth) 및 피탕고 헬스테크(Pitango HealthTech) 세 가지로 나눠 투자 단계와 기술 부문 전반에 걸쳐 균형을 이루도록 관리하고 있다. 피탕고 퍼스트는 초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다. 피탕고 그로스는 본격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영업 조직을 구조화하고 고객 지원을 효율화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2 피탕고와 함께 요즈마 펀드에 의해 탄생한 예루살렘 벤처 파트너스(Jerusalem Venture Partners)는 이스라엘, 미국 및 유럽에서 150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했다. JVP는 9개 펀드에 걸쳐 16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36개 투자 기업의 엑시트에 성공했고 12개 기업의 나스닥 상장 등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푸드테크나 기후테크 등 ESG와 관련된 분야의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차별화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해외 VC들도 진출해 있다. 해외 VC들 중에는 미국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33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며 후기 단계 기술 회사에 중점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안데르센 호로비츠(Andressen Horowitz)가 대표적이다. 또한 초기 단계 및 성장 단계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은 1999년부터 이스라엘에 법인을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고 이스라엘 신생 기업만을 투자하기 위해 별도의 5개 펀드를 조성했다. 이 밖에 영국의 인덱스벤처스(Index Ventures)와 에잇로드벤처스(Eight Roads Ventures),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관리하는 독일의 타깃글로벌(Target Global), 프랑스의 대표적인 VC 세벤추어 파트너스(VC Seventure Partners),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퀘어 페그 캐피털(Square Peg Capital) 등도 이스라엘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5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이스라엘 시장에 진출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벤처스와 시티벤처스가, IT 기업 중에는 시스코 인베스트먼트, 델 테크놀로지스 캐피털, HP 테크 벤처스, 인텔 캐피털 등이 이스라엘에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포르셰벤처스, GM벤처스, 현대크래들(Hyundai CRADLE)과 같이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CVC들도 이스라엘 시장에 진출해 있다. 3 이스라엘과 같이 내수 시장이 좁은 국가에 많은 CVC가 진출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스라엘이 향후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을 인재 확보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들

다국적 대기업이 CVC 형태로만 이스라엘에 진출해 있는 것은 아니다. 첨단 산업에서 이스라엘 인재를 활용하기 위해 애플, 인텔, 페이스북, 구글 등 4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이 이스라엘에 법인을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 300개 넘는 기업이 이스라엘 R&D센터를 가지고 있다. 다국적 대기업의 이스라엘 R&D센터 설립은 역사가 짧지 않다. 1972년 IBM을 시작으로 1974년에는 인텔, 1978년 머크 등이 법인을 설립했다. 그 후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 HP, 퀄컴, GE 등의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R&D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300개가 넘는 다국적 대기업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980년에 인텔의 이스라엘 개발팀은 기존의 것보다 초당 5만 배 빠르고 월등히 작은 크기인 ‘8088’이라는 칩을 만들었다. IBM은 8088 칩을 ‘PC의 뇌’라고 칭하고 새로운 개인용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 1986년에는 8088 칩과 비교해 7배나 빠른 386 칩을 만들어 ‘무어의 법칙’이 탄생한 근거를 제공했다. MS의 윈도 운영체계의 대부분도 이스라엘 팀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는 위험한 나라, 이스라엘에 IBM과 인텔 같은 대기업이 연구소를 세우는 것은 일반적인 결정은 아니다. 그만큼 이스라엘 인재의 기술력을 보고 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공 스토리와 기술력 때문에 1990년대부터 많은 다국적 기업이 앞다퉈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오픈했다. 이제 이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 인력 수급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인수를 위한 전진 기지로 R&D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대학 산하의 기술 이전 회사다. 대학 및 대학 소속 연구소가 운영하는 기술 이전 회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특허 기술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판매한다. 기술 이전 회사는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스타트업은 창업 또는 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다. 와이즈만연구소 산하 기술 이전 회사 예다(Yeda, 히브리어로 ‘지식’을 뜻함)는 수천 건의 의료과학 분야의 제품과 기업을 배출했고 매년 특허권 사용료만으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 이전을 함으로써 연간 파생 매출이 4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적인 생명과학 연구소다. 히브리대는 이슘(Yissum, 히브리어로 ‘실행’을 의미한다)이라는 기술 이전 회사를 갖고 있다. 이슘은 5500건의 특허와 1600개의 발명 이력을 가지고 있다. 생명공학과 농업기술, 그리고 컴퓨터공학과 관련된 발명이 주를 이룬다. 이슘이 개발한 기술들은 존슨앤드존슨, IBM, 인텔 등 많은 다국적 기업에 팔렸다. 특히 매년 특허 기술 등록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IBM에 기술을 판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4

이처럼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를 전방위적으로 구축해 놓고 있다. 요즈마를 통해 시작된 벤처캐피털 산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 VC들이 진출해 풍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다국적 대기업들은 CVC와 R&D센터를 축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대학들은 기술 이전 회사를 통해 기술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대인 인맥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높은 IPO 성공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모든 요소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성공 노하우로 꼽힌다. 우리 기업들 역시 그들을 투자 대상으로 눈여겨보면서 동시에 운영과 관련된 지혜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천백민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bmchun@smu.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상명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Stratasys에서 근무하며 ICT와 3D프린팅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창업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2020년부터 상명대에서 신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천백민 |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상명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Stratasys에서 근무하며 ICT와 3D프린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창업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상명대에서 신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bmchun@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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