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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리더가 | 시암 상카 팔란티어 COO

데이터 모아 인사이트 도출? 거꾸로 해보세요!

배미정,최호진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팔란티어가 말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의 성공 비결은 ‘거꾸로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이는 데이터를 먼저 모은 뒤 그로부터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을 정하는 데서 출발해 데이터를 점진적으로 결합해 나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많은 이가 DT가 실패하는 이유로 데이터를 꼽지만 실상은 처음 문제 설정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팔란티어는 데이터 기반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를 고객의 업무 현장에 직접 파견하고, 그들이 고객의 문제를 긴밀히 이해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개선 방안을 찾도록 한다.



전쟁과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등으로 글로벌 정치 및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커짐에 따라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필요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가운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가 바로 팔란티어(Palantir)다.

2003년 설립된 팔란티어는 원래 미국의 국방과 정보기관의 반테러리즘 활동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름을 날린 회사다. 2011년 CIA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대적인 반격을 가해 승기를 잡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2022년 6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의 CEO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전쟁 승리를 위한 기술 지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팔란티어는 최근 정부뿐 아니라 기업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2021년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점유율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22년 상반기에 팔란티어는 미국 시장에서 5억63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3년 전 대비 5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기업 대상의 민간 플랫폼 사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미국 기업 고객의 수는 119개로 2021년 상반기 대비(34개) 250% 증가했다.

팔란티어의 플랫폼 솔루션인 파운드리(Foundry)는 기업 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차세대 올인원(all-in-one)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시작으로 디앨이앤씨, 코오롱베니트 등 파운드리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21일 팔란티어 한국 지사가 개최한 프로모션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유수 대기업의 디지털 부문 임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디앨이앤씨의 최고데이터책임자(CDO)가 파운드리 플랫폼을 도입한 케이스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팔란티어 한국사무소 출범을 기념해 지난달 방한한 팔란티어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시암 상카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단독으로 만나 팔란티어가 추구하는 차별화된 DT 전략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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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팔란티어가 한국에 진출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아시아 중에서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경제적 자유와 번영을 이뤄낸 국가라는 의미에서 중요한 시장이다. 참고로 팔란티어는 서구 자유민주주의와 그 동맹국을 지원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으며 이에 어긋나는 고객과는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중국 공산당, 중국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다. 팔란티어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DT를 추진하려는 열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초기 프로젝트들이 성공을 거둔 성과라고 생각한다.

DBR가 팔란티어의 한국 첫 파운드리 프로젝트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케이스스터디1 를 자세히 소개했는데 그 이후에 이 기업과의 협력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1단계 프로젝트의 범위가 공급망 관리(SCM), 클레임과 품질 관리, 애프터마켓 부문이었다면 2단계로 R&D, 생산 부문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더 많은 시장으로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내의 파운드리 사용자 규모도 2021년 5월 이후 60%가량 증가할 정도로 내재화가 잘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도 협업이 확장됐다.:CN::2::/CN::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오일뱅크 등 그룹의 계열사들이 파운드리를 도입3 하고 있으며 이들의 성공 사례 역시 다른 고객들에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DT의 70%는 실패한다는 연구 결과4 가 있을 정도로 많은 기업이 DT 관련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이가 DT를 시작할 때 데이터로부터 인사이트를 도출하고자 한다. 즉, 데이터가 모여야 DT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99%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데이터에서 나온 인사이트는 실제 비즈니스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에 잘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데이터가 모이기를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시작조차 할 수 없고 그 어떤 진전도 이뤄낼 수 없다.

DT는 데이터가 아닌 의사결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팔란티어는 이런 역발상을 ‘거꾸로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backwards)’이라고 부른다. 데이터를 논하기 이전에 해결하고 싶은 비즈니스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예컨대, 항공사는 비행기가 고장 났을 때 어떤 비행기로 대체할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는 승객의 탑승과 직결된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이 의사결정을 잘하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까?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할수록 더 나은 맥락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점진적인 관점에서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여가다 보면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아도, 관련 데이터를 전부 모으지 않아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파운드리를 ‘데이터 플랫폼’이 아니라 ‘운영체제(OS)’라고 부른다.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이 어떻게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애초에 완벽한 데이터란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완벽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불완전한 데이터라도 그로부터 비즈니스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팔란티어는 DT의 성공이 이런 역발상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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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는 ‘거꾸로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우리는 고객사와 협업할 때 기업의 운영(operation) 관리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하는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는지, 그 데이터가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관리자와 데이터를 연결해 의사결정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팔란티어가 지난 15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해 구축한 파운드리 솔루션은 이렇게 기업 내 흩어져 있는 데이터와 시스템, AI 모델 등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비즈니스 현장에서 구성원들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팔란티어 창업 초기에 철도 회사를 상대로 기차의 바퀴가 언제 고장 날지를 예측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우리는 AI 모델을 활용해 어떤 특정 바퀴가 일반적인 바퀴보다 100배나 더 고장 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엄청 뿌듯했다. 일반적인 바퀴가 고장 날 확률이 0.05%였다면 고장 날 확률이 5%나 되는 불량 바퀴를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고장 날 확률이 5%라고 해서 철도 회사가 기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바퀴를 교체하기는 어려웠다. 예산상의 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이 AI 모델은 의사결정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처음부터 문제 설정이 잘못되면 아무리 그 자체로 완벽한 AI 모델도 쓸모없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DT, 특히 AI 모델이 실패하는 이유도 데이터 때문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무엇을 예측할 필요가 있을지의 문제 설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일 밤 2시간씩 기차를 유지 보수하는 근로자 입장에서 문제를 탐구한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은 매일 밤 제한된 시간 내에 어디를 먼저 유지 보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똑같이 2시간을 일하더라도 더 큰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까? 이들이 일하는 시간을 보다 최적화할 수는 없을까? 이렇게 근로자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비즈니스 현장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엔지니어는 현장의 전문가와 어떻게 협업하는가?

팔란티어에는 독특한 엔지니어 문화가 있다. 우리는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엔지니어를 ‘전방 배치 엔지니어(FDSE, Forward Deployed Software Engineer)’라고 부른다. 보통 많은 회사의 엔지니어들은 본사를 근거지로 두고 고객과 e메일 혹은 주 1회 등 정기 미팅으로 소통한다. 반면, 팔란티어의 FDSE는 병원이든, 조선소든, 어디든 상관없이 고객이 있는 곳, 즉 문제가 있는 곳에 파견된다.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옆에서 직접 보고, 듣고, 이해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공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또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현장에 있기에 고객이 진정으로 어려워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수행 48시간 전에 팔란티어에 지원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발했을 때 팔란티어가 미국과 영국 전역에 백신을 배분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주였다. 엔지니어들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파견돼 감염병 학자들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공급망 문제를 파악해 인프라를 개선했다. 영국 BP 프로젝트에서 사내 서로 다른 ERP 시스템 26개를 통합하는 데도 2주밖에 안 걸렸다. 이처럼 팔란티어가 신속하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결은 파운드리 솔루션 자체의 탁월함도 있지만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는 특별한 개발 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엔지니어들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인가?

처음부터 산업에 대해 잘 아는 엔지니어가 해당 산업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당 산업을 학습(learning by doing)한다. 문제의 답은 고객에게 있기 때문에 고객 가까이에서 고객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팔란티어의 고객군은 40여 개 산업에 걸쳐 있다. 우리는 특정 산업의 전문가가 아니다. 우리의 전문성은 고객이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데 있다. 엔지니어들은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보다는 기술 관련 역량을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시키면서 시너지를 낸다. 예컨대, 한 엔지니어가 조선 산업 관련 프로젝트를 했다고 해서 다른 조선 프로젝트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센서 데이터에 특화된 엔지니어가 제약 산업의 공급망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면 다음에는 제조업의 공급망 프로젝트를 맡는 식이다. 엔지니어는 같은 문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해결함으로써 기존 산업이 갖지 못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다.

팔란티어는 원래 미국 국방부, CIA 등 정부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한 회사이다. 그런데 최근 기업 대상 민간사업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민간사업은 이제 팔란티어 전체 사업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의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등으로 인해 비즈니스 환경이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이 이런 불안정한 환경에는 기존에 이용하던 소프트웨어가 적합하지 않음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소프트웨어는 정해진 변수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최적화돼 있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세상에서는 이런 소프트웨어가 통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기업의 경쟁 우위가 그럴듯한 예측에 기반한 계획이 아니라 현실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변화에 대응해 내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가치 사슬의 부문별로 이뤄지는 의사결정을 연결해야 한다. 예컨대, 예상치 못한 변수로 갑작스럽게 수요와 생산에 제약이 생기는 상황에 당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을 먼저 생산하고, 가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원료의 조달 가격을 낮추면 생산과 이익,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런 복합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필요성이 커졌다. 팔란티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5년간 파운드리 솔루션에 투자해왔고, 그런 점에서 최근 다른 기업보다 앞서 나갈 수 있게 됐다.

매출 성장세에 비해 팔란티어의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팔란티어는 분기 같은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를 보고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우리는 세상에 없던 소프트웨어를 15년 전부터 구축해왔다. 당시만 해도 이런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예컨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탱크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데, 코로나 백신을 병원 전역에 배분하는 데, 기업이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데 팔란티어의 솔루션이 필요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처럼 세상이 필요로 하기 전에 우리가 이런 솔루션을 만들었다는 점이 현재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지금도 세상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제품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내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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