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개인은 자신이 따라야 하는 것에 반하는 행동에 대한 인센티브, 즉 이해의 충돌로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의 비윤리적 행동을 쉽게 망각하는 경향이 있고, 한 번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면 행동 원칙이 변해 반복적이고, 더욱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로 확대될 수 있다. 윤리적이라 알려진 기업 역시 ‘도덕 면허’를 얻었다는 생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업이 실시하는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말자’ 식의 교육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비윤리적 행위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개인이 비윤리적 행동을 스스로 교정할 수 있도록 너지를 활용한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윤리성은 공정성, 정의로움과 함께 이 시대의 화두이다. 기업, 조직, 대학 등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항상 윤리성을 강조한다. 기업 윤리, 직업윤리, 공직자 윤리, 퇴직자 윤리 등등 윤리가 접미사처럼 붙는 시대이다. 그래서 사회 어디서나 구성원의 윤리 교육을 강조한다. 하지만 윤리 교육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학교 수업에서나 기업 윤리 헌장에서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don’ts)을 하지 말라’거나 ‘이렇게 해야 윤리적이다’라는 ‘픽스잇 패러다임(fix-it paradigm)’ 형식의 윤리 교육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우리 주위에서 관찰되는 많은 비윤리적 행동은 의식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보다는 인간의 인지 편향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의 윤리 교육은 ‘비윤리적 행동의 의식적 금지’에만 국한돼왔다. 사실 다 큰 성인(成人)들에게 윤리적으로 행동하라는 설교식의 가르침은 별 효과가 없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너나 잘하세요” 같은 반응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윤리 교육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행동, 즉 ‘제한된 윤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제한된 윤리성이란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선호하는 윤리와는 다른,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에 사람을 가담하게 하는 체계적이며(systematic), 예측 가능한(predictable) 심리 과정이다. 여기서 ‘체계적’이란 말은 원인을 알면 교정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원인이 작용하면 어떤 제한된 윤리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설교형(preaching) 교육에서 자신을 스스로 교정하는(nudging) 방식으로 윤리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뀔 필요가 있다.
민재형jaemin@sogang.ac.kr
- (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 영국 캠브리지대(The British Chevening Scholar) 객원 교수 역임
- 미국 스탠퍼드대 객원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