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D2SF(D2 스타트업 팩토리)’는 재무적 회수보다는 오로지 네이버와의 전략적 시너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타 CVC와 다르다. D2SF는 초기 기술 스타트업들을 발굴한 뒤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네이버 내 사업부를 찾아서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자처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당장의 시너지가 분명한 인라이어(Inlier), 절반은 당장은 연결고리가 없지만 기술적 가치가 큰 아웃라이어(Outlier)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네이버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달아줄 기술 생태계를 양성한다. 수십 개 현업 부서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비정기 미팅을 수시로 가짐으로써 네이버 내 기술, 시장 전문가들에 심사를 아웃소싱하되 최종 투자에 있어서는 전권을 쥐고 빠른 의사결정, 간소화된 프로세스라는 작은 조직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클로바, 파파고부터 제페토에 이르기까지 네이버 안의 50개 정도 팀과 현재 협력하고 있습니다.” (박민우 크라우드웍스 CEO)
AI 학습용 데이터 수집•가공 플랫폼 스타트업 ‘크라우드웍스’의 성장은 네이버 AI 기술의 성장과 그 궤도를 같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네이버 제2 사옥의 스타트업 전용 공간에서 만난 크라우드웍스의 창업자 박민우 CEO는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인 ‘D2SF(D2 스타트업 팩토리)’가 처음 물고를 트고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비롯한 사내 여러 조직과 다리를 놔준 덕분에 네이버 안에서 데이터가 필요한 사실상 모든 영역에 크라우드웍스가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우드웍스는 2017년 7월, 회사 설립 3개월 만에 네이버의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인 D2SF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한 뒤 2018년 시리즈A, 2019년 시리즈B, 2021년 프리 IPO 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내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구가했다. 이제는 코스피 시총 상위 30개 IT 기업의 70%를 고객사로 확보한 회사로 컸다. 하지만 여전히 크라우드웍스는 네이버의 50여 개 팀과 협업하고 있을 정도로 양사는 불가분의 공생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과 네이버를 잇는 ‘시너지 매핑(Synergy Mapping)’
2015년 출범 때부터 D2SF를 이끌고 있는 양상환 리더가 크라우드웍스의 박민우 CEO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투자를 확정하기까지 전체 프로세스에는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던 까닭은 D2SF의 수장인 양 리더가 네이버 조직 내부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크라우드웍스가 제안한 비즈니스에서 이를 해소해줄 열쇠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시 네이버의 큰 골칫거리는 몸값 비싼 사내 AI 엔지니어들이 모델링을 하거나 리서치를 할 귀한 시간의 60% 이상을 AI 학습용 데이터를 라벨링(labelling)11라벨링(labelling)은 사진, 문서, 음성, 영상 등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각 데이터에 이름을 붙여주는 가공 작업.
닫기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사진 속 사물이 고양이인지, 개인지 변별하는 것과 같은 단순노동에 고급 인력의 시간 대부분이 투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기반으로 대규모 인력 풀을 동원해 데이터를 수집, 가공하겠다는 크라우드웍스의 사업 모델은 대단히 획기적이었다. 이를 접하는 순간 양 리더는 이 스타트업이 네이버 AI 데이터 전처리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해줄 해법이 될 것이란 가능성을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