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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혁신의 시야를 ‘제품’에서 ‘카테고리’로

박재민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애플 vs. 삼성전자. 각자 자기 브랜드와 분명히 구분되는 시장을 가지고 지속적인 성장과 고수익을 내는 스마트폰 분야의 두 대표 기업이다. 하지만 어느 기사의 제목처럼 ‘여전히 애플에는 있고 삼성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카테고리 혁신’이다.

2010년 1월28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라 이름 붙인 제품을 처음 공개했을 때 세간의 반응은 싸늘했다. 누군가는 “하품이 나온다”고 했고 “혁명적인 신제품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런 지적은 몇몇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스콧 앤서니 이노사이트(Innosight) 파트너는 아이패드를 e-리더기로 봤다. 그리고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기능을 원하는데 책이나 잡지를 보려는 소비자의 요구를 넘어선 기능이 너무 많다고 했다. 둘째, e-리더기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스티브 잡스가 어정쩡하게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셋째, 아이폰과 맥북 라인 사이 틈새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고 제 시장을 깎아 먹는다고 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조차 아이패드를 어떤 제품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난처해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자기만의 카테고리를 창조한 것이었음을.

기업은 기존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령, 질레트는 몇 년 주기로 새로운 종류의 면도날을 넣은 ‘센서’ ‘마하3’ ‘퓨전’ 같은 면도기로 시장을 키웠다. ‘비너스’ 브랜드로 여성용 면도기 시장에 진출하고, ‘퓨전 프로글라이드 스타일러’라는 남성용 보디 면도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는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애플 제품은 경쟁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때까지 수천만 대 팔렸고 그 후로도 여전히 후발 제품들과 구분되는, 마니아 고객을 가진 프리미엄 제품으로 남았다.

애플과 같은 카테고리 창조 기업은 기존의 카테고리 내에서 성장하는 기업보다 매출이 4배, 시가총액이 6배 더 빠르게 상승했다. 평균적으로 이런 기업의 매출은 3년 동안 53% 늘었고, 시가총액은 74% 증가했다. 이처럼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기업은 점진적으로 혁신하는 기업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경험하고 나아가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는다.

기업의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처럼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카테고리 혁신’이다. 두 번째는 기존 제품의 사양이나 성능을 향상시키는 ‘존속적 혁신’이다. 세 번째는 기존 카테고리의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제품 확장 혁신’이다. 인텔이 매번 내놓는 성능이 향상된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카메라를 한 개 더 추가한 스마트폰이 여기에 해당한다. 네 번째는 기존 방식을 새로운 카테고리에 담는 일종의 ‘와해성 혁신’이다. 에어비앤비는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란 새 비즈니스를 만들었지만 행사나 여행 시즌에 여분의 방이나 집을 세놓는 건 기존에도 늘 있던 일이었다.

이 가운데 카테고리 혁신은 애플과 같은 창조적 기업의 무대다. 아이폰은 그 자체가 금세기 최고의 카테고리가 됐으며, 아이패드도 결과적으로 기존 카테고리의 한계를 뛰어넘은 카테고리 확장자임을 증명했다. 그리고 애플이 카테고리의 끝에서 혁신을 시작할 때 다른 기업은 그렇지 못했다. 알려진 세상의 끝에 선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 애플의 경쟁 우위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 이제는 혁신의 시야를 ‘제품(Products)’에서 ‘카테고리(Categories)’로 넓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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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필자는 서울대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했다. 과학기술부 장관 자문관, 건국대 기획처장을 거쳤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서울특별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및 다수의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기업을 자문해 왔다. SERICEO에서 혁신 경영을 강의하고 있으며 전자신문에 기술 경영을 주제로 매주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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