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 난제 중 하나는 어떻게 본사에 대한 접근 문턱을 낮추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기업의 이야기를 글로벌 대중에 널리, 빠르게 전달할 것인지다. 여기에 기술 기업일 경우 과제가 하나 추가된다. 난해한 기술을 널리 알리면서도 대중이 이 기술을 무섭게 느끼거나 사람과 동떨어진 객체로 인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구글 본사에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 및 스토리텔링’ 업무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직접 본사로 건너가 이 업무를 진두지휘하게 된 정김경숙 디렉터는 커뮤니케이션이 ‘크게 보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이해관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하고, 그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아직 놓치고 있는 기회를 능동적으로 발굴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라는 의미다.
2019년 9월. 미국 구글 본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에 새로운 직무를 담당하는 작은 조직이 생겼다. 본사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와 글로벌 지사의 커뮤니케이션팀을 이어주고, 세계 각국에서 파견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60여 명의 특파원을 지원하는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International Media Liaison)’이란 포지션이 생겨난 것이다. 이 조직에는 구글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셜미디어 채널 등 뉴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송출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임무도 부여됐다.
직원 3명에 불과한 작은 별동대지만 3년 전에는 없었던 이 신생 조직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 전무로 근무했던 정김경숙 디렉터(54)가 있다. 정김 디렉터가 2019년 6월 구글의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수백 명이 모이는 연례행사 ‘오프사이트(offsite)’에 참석해 구글 부사장과 각국의 리더 앞에서 “구글과 전 세계를 잇는 ‘중개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행사가 끝난 뒤 그는 국가별 수요를 파악한 구체적인 제안서를 만들어 부사장에게 보냈고, 3주 뒤 이 제안은 현실이 됐다. 이어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 리드를 뽑는다는 공고가 각국에 뿌려졌을 때, 정김 디렉터 역시 도전에 나섰다. 그렇게 그는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소속,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 및 스토리텔링 디렉터가 됐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제안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구글과 더, 자주 연결되기를 원하던 각국의 커뮤니케이션팀과 미국에 파견된 해외 특파원 및 인플루언서들은 이 같은 변화를 환영했다. “구글이 문을 열었다(Google Opened the Door)”는 평가도 나왔다. 대개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미국 현지 미디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연히 해외 미디어가 글로벌 빅테크의 문을 두드리거나 내부를 들여다보는 데 있어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멀리서 파견된 특파원들도 미국 매체를 거쳐 2차 정보를 취득하는 데 그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각국의 대중에게 닿기까지의 여정에 병목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구글의 인터내셔널 미디어 리에종이 2주에 한 번씩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열고 간담회, 라운드테이블 등의 형태로 해외 미디어와 만나는 장을 확대하자 전통적인 미디어는 물론 뉴미디어들이 회사에 접근하기에 더 수월해졌고, 구글로서도 글로벌 대중에게 메시지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정김 디렉터를 DBR가 만났다. 약 12년간 구글코리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다 돌연 미국행을 택한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느낀 글로벌 시대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무엇인지, PR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