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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디지털 사회의 PR 패러다임

‘준비된 말하기’만으론 위기 대응 못해
‘전략적 듣기’와 행동으로 틀 바꿔야

김정남,이혜림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그동안 기업 및 조직의 PR는 환경 지배적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왔다.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잘 준비된 메시지를 살포하는 ‘전략적 말하기’를 통해 일방적으로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 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렇게 ‘말’만으로 공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전략적 듣기’를 통해 공중의 기대, 편익과 손실을 기업 의사결정에 끊임없이 반영하지 않으면 이들이 언제 기업에 잠재적 위협이 되는 행동주의자로 탈바꿈할지 알 수 없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환경 적응적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기에 PR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경영진은 공중과의 접점에 있는 PR팀에 더 권한을 부여하고 전략 경영에 끌어들여야 한다. 소셜미디어 애널리틱스(SMA) 등의 방법들을 동원해 공중의 의견을 기업의 전략적 경영에 반영함으로써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PR로 거듭나야 한다.



뉴스를 보다 보면 기업들이 수시로 이름이나 로고를 바꾸면서 CI(Corpore Identity) 변경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2018년 한 해 기준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24개 상장사가 회사명을 바꿨고,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들의 수까지 고려하면 해마다 수백여 기업이 회사의 이름을 바꾼다.1 기업의 개명 사례를 살펴보면 사업적 변화, 합병 등의 이유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갑질, 주가 조작, 횡령, 소비자 피해 등의 스캔들, 기업 이슈,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회피하기 위한 ‘도주적 리브랜딩’이 대부분이다. 가령,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옥시’가 ‘RB 코리아’로, ‘글로엔엠’이 ‘제너럴바이오’로 이름 세탁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업의 도주적 리브랜딩이 피해자, 소비자 혹은 주주의 신뢰를 복구하는 효과는 미미하며 실적 개선과 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이처럼 기업들이 위기 극복의 방편으로 흔히 쓰는 리브랜딩, 즉 이름과 로고를 바꾸고 조직의 외양을 다시 꾸미는 것은 문제를 덮을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차라리 낫다. 소가 탈출했는데도 외양간을 ‘동물의 낙원’이라 바꿔 부르는 것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행태다. 조직의 소통 철학을 ‘심볼릭 컨트롤(symbolic control)’에 두고 이에 집착하면 경영진은 조삼모사의 행태로 이해관계자와 공중을 현혹시키게 된다. 속임수가 영원히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기업을 이끄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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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볼릭 컨트롤이란 메시징을 통해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기대, 사고, 인식, 행동을 조직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환경 지배적 커뮤니케이션 접근을 ‘심볼릭 해석적 PR 패러다임(symbolic interpretive PR paradigm)’이라고 명명한 학자들도 있다.2 이런 환경 지배적, 비균형적 PR에서는 조직의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전략적 말하기’ 혹은 일방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메시징 관리에 국한된다고 본다. 그리고 공중의 기대, 편익과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잘 준비된 메시지를 통해 조직의 이익과 선택된 행동 및 결정을 끝까지 관철시키려 한다.

이에 반해 환경 적응적, 균형적 PR에서는 조직의 목표를 설정, 조정, 추구하는 전 과정에서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기대, 편익과 손실을 함께 고려한다. 조직이 사회적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이 서로 엇물린 관계에 있기 때문에 다른 구성원들을 고려하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적응적, 균형적 PR에서는 ‘전략적 듣기’와 쌍방향 정보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 듣기를 통해 이해관계의 그물망에 파장을 일으키는 조직의 결정과 행위를 파악하고, 공중과 이해관계자의 기대(바람과 우려)를 의사결정자에게 이해시켜 기업의 전략적 행동(strategic behavior)을 유도한다. 이렇게 기업을 환경 적응적으로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접근을 행동 중심 전략 경영 PR 패러다임(strategic behavioral PR paradigm)이라고 한다.3

디지털화 시대에 요구되는
PR 전문성과 전략 패러다임 모델

PR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기존 경영자와 조직의 리더들은 PR를 매체 관계(media relations) 중심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PR의 기능을 메시지를 통해 ‘널리 알리는’ 데 국한하면 점점 더 참여적이고, 경쟁적이고, 일반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조직이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 이는 결국 PR가 갖는 경영 전략상의 가치를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메시지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심볼릭 컨트롤 패러다임에 대한 믿음은 디지털 환경에서 ‘환상’보다는 ‘망상’에 가깝다.

아직도 메시징에 집착하는 PR 관계자들은 공중(publics)과 오디언스(audience)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존재다. 오디언스는 수동적이며, 이합집산하는 분산적 존재이다. 반면 공중은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성을 깨달으며, 지식과 자원을 동원해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이 해결을 방해하는 제약 조건을 극복하려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개인들의 집합체다.4 디지털 환경에서 PR가 최우선으로 이해하고 소통해야 하는 대상은 오디언스가 아니라 바로 공중이다.

문제는 아직도 이전 시대 PR의 관성에 젖어 경영 관리자와 실무진조차 전통적인 PR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 매체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 메시지 중심의 전략 캠페인에서 벗어나 이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 전면에 등장해야 할 때다. PR가 경영 과정에 적극 합류하면서 기업의 전략 수립 기능 중 하나로 전환돼야 한다는 뜻이다. 1900년대의 글로벌화, 2000년대의 디지털 전환이 바꿔 놓은 사회 조직 환경, 공중과 이해관계자 지형도를 이해한다면 디지털 시대 PR의 방향은 글로벌하고, 양방향의, 균형적이고, 공중 관계에서도 호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변화하는 PR에 대응하려면 경영진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경영 결정(management decisions)’이 기업에 연결된 공중에게 직간접적 ‘결과(consequences)’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PR가 중시하는 ‘공중’의 생성과 ‘관계성’의 질과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 리더는 두 개념의 전략적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경영 행위가 낳는 결과를 다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공중이 누구이고, 이 결과가 공중과의 관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걸 도와주는 게 바로 PR 전문가다. PR 실무진이 메시징 관리에만 매몰된다면 PR에 요구되는 전문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며, 이들은 반드시 경영 과정에서 파생되는 결과가 공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략 경영 성격의 팀으로 진화해야 한다.

예기 관리: 전략적 경영으로서 PR의 역할

PR팀이 전문적인 경영 자문팀으로 거듭나려면 조직 기능과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림 1]은 조직의 전체적인 경영 전략 과정에 PR 프로그램이 어떻게 전문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식이다. 핵심은 경영진과 공중이 상호의존적이고, 이 둘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상호의존성을 조정하는 역할이 바로 PR이다. 이를 위해서는 PR 전문가들이 빅데이터, 소셜미디어 애널리틱스를 통해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분석해 기관이나 기업 경영진에서 내리는 전략적 결정이 이해관계자 및 공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측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선제적 문제해결 방식을 예기 관리(豫期管理, preemptive management)라 부른다.

보통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은 기업이 좋은 평판과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사용되고 있지만 단순한 모니터링만으로는 전략적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모니터링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기되는 불편과 개선 사항을 수집하고 이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혹은 ‘위기’의 시그널로 포착하는 적극적인 디지털 환경 스캐닝(cyberscanning)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 스캐닝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잠재적 문제가 이슈화되거나 조직 위기로 번지기 이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 스캐닝을 위해서는 공중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먼저, 조직과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집단이 누구인지부터 넓게 파악한다. 이해관계자는 문제 인식과 관련성 정도에 따라 활성공중(active public), 인지공중(aware public), 잠재공중(latent public), 비공중(nonpublic)으로 나뉜다.5 활성공중은 조직이 내린 결정이 생성한 결과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이슈를 만드는 집단으로,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기업에 긍정적인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활성공중은 기업으로 인해 손실을 입거나 기대되는 이익을 확보할 수 없을 때 문제를 이슈화, 공론화하는 집단으로 탈바꿈해 조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협상을 통해 활성화된 공중의 기대와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않고는 공론화된 이슈를 해소하기 어렵다.

공중을 분류하고 특성을 파악한 후에는 이들과 어떠한 관계성을 가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보통 PR팀이 공중과의 관계 함양과 갈등 관리를 위해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들은 이런 고민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PR팀은 보통 어떤 팀보다도 공중과의 접촉에 노출돼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전문적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기업의 전략 경영 아래에 움직여야 공중의 목소리가 빠르게 조직 내에 침투하고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쌍방향적, 균형적, 대인적, 윤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위기 발생 전 이런 공중과의 논의가 이뤄져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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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에서 보이듯이 조직의 평판 관리는 PR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한 관계성 관리를 통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단순 경영상의 의사결정만으로 기업의 평판은 자동 향상되지 않는다. 기업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기업과 관련 있는 공중만 주목하며 활성화된 공중의 독자적인 사고와 정보 행위로 그 효과조차 제한적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이해관계자와 공중을 파악하고 관계성을 유지하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메시지 캠페인 전략을 통해 형성된 평판(reputational relationship)은 모래성과 같다. 아주 제한된 범위, 특정한 상황에서만 관계가 지탱된다. 이들은 조직들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행동을 하는 ‘공중’이 아니라 관여도가 낮고 방관자에 가까운 ‘오디언스’다. 기업과 공중 간 실제적인 소통에 기반을 두지 않는 관계는 무너지기 쉽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예기 관리보다 그 이후의 이슈 관리, 위기관리, 평판 관리에 매몰돼 있지만 디지털 환경은 얼마든지 여러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갈등과 쟁점을 야기하는 외부 요인에 단순 대응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관리가 필요하다.

전략적 듣기의 경영적 가치:
PR의 전략 경영 참여 연구

PR팀의 전문성이 전략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면 기업이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결과는 최근 연구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2022년 발표된 리사 탐 박사 연구팀6 의 연구는 PR 기능이 전략 경영 중심에 참여할 경우 나타나는 우수한 성과를 2개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첫 번째 데이터로 2004년과 2005년에 실시된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GAP(General Accepted Practice) 연간 조사 데이터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약 1만 개의 PR, 커뮤니케이션 팀 매니저급 인사들의 조사 데이터가 포함됐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미국 및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공공 및 민간단체의 PR 전문가들의 데이터였다. 두 번째 데이터로는 90년대 엑설런스 연구(Excellence Study)에서 사용한 데이터를 재분석했는데 이는 총표본이 316개로 CEO 및 고위 관리자로부터 수집한 것이었다. 이들 데이터는 조직 유형과 국적을 고려한 차원 샘플링 전략과 함께 목적적 비확률 샘플링을 채택해 연구 결과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질을 높인 것으로 PR 연구 역사에서도 유명한 자료다.

위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진은 먼저 기업 차원에서 PR 연구 활동을 돕는 노력을 한 경우 전략 경영 과정에서 PR팀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기업의 PR 연구를 위한 노력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1) PR 활동 평가를 위해 인사, 마케팅 등 다른 관리 기능의 데이터를 사용하는지 2) PR 활동의 측정 및 평가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지 3) CEO가 조직의 평판 관리가 조직의 성공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4) 정기적으로 PR 관련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지 5)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PR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지 등을 사용했다. 그리고 전략 경영 과정에서 PR 팀의 영향력이 증대됐는지 알아본 지표로는 1) 관리자 팀과 PR 팀 간 적절한 보고 라인이 있는지 2) 고위 경영진이 어느 정도로 PR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3) 고위 경영진이 PR를 얼마나 지원하는지 4) 전략적 계획을 수립할 때 PR가 얼마나 고려되는지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PR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은 PR팀의 영향력을 높여주고, 이러한 PR팀의 권한 증대는 기업의 ‘전략적 경향(strategic orientation)’과 조직의 ‘존립 정당성(legitimacy performance)’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전략적 경향이란 얼마나 전략적이고 장기적 안목이 있는지 여부로, 기업의 존립 정당성은 얼마나 윤리적이고 외부 평판이 긍정적인지로 측정됐다. 시계열 분석에서도 인과관계가 확인돼 PR에 권한을 부여할수록 더 전략적이고, 더 장기적 안목을 갖고, 더 긍정적인 외부 평판과 윤리적 평가를 받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추가적인 분석에서 PR가 아니라 마케팅이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조직보다는 PR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한 조직이 더 민주적이고, 사전 예방적이며, 유연할 뿐만 아니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확인됐다. 기업 수익 측면에서도 PR에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한 조직이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디지털 환경 스캐닝 툴을 적극 활용한
PR의 전략 경영 참여 사례

디지털 전환기에 PR가 전략 경영 과정에 기여하고 조직의 성공을 더하려면 디지털 미디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중 어떤 정보를 확보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성공 사례가 많지는 않다. 2018년 진행된 한 연구7 는 디지털 미디어 중 특히 소셜미디어 애널리틱스(Social Media Analytics, 이후 SMA)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있는데 이는 PR 실무진에게 좋은 이정표가 될 수 있다.

SMA는 크게 5개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첫째,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중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바운더리 스패닝(boundary spanning)8 ’에 활용될 수 있다. 둘째, 공중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셋째, 문제해결을 통해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만한 행동주의 공중을 소멸시키는(de-create publics) 데 기여할 수 있다. 넷째, 기업이 원하는 공중을 창조하는(create publics) 데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적극적으로 공중과 관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SMA는 소셜미디어를 모니터링해 대중의 의견을 경청하고, 경쟁자의 활동을 추적해 경쟁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고, 인플루언서를 식별해 가치를 창출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사용해 조직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환경, 공중, 조직을 동시에 관찰해야 하는 바운더리 스패너로서 PR의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 나아가 대중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하는 것과 고려해야 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데 필요한 통찰도 주며 직접 공중과의 대화에 참여해 관계를 맺을 수도 있게 한다.

결정적으로 SMA는 기업이 공중과의 관계의 질을 측정,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환경에서 마케팅이 아니라 다른 접근을 사용하는 게 더 강력한 관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가령,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PR 기법을 적용하는 추세가 한창 진행 중인데 그 이유는 기업이 사회적 사명을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청중과 맺는 관계의 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GBTQ(성 소수자) 권리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이 기업과 동일시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관계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때 SMA를 통한 사전 여론 분석은 필수다.

하지만 SMA를 활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현재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완벽하게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디어 정책에 따라 과거 데이터에 접근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접근 가능한 네트워크에 따라 전체 데이터의 일부만 분석하게 된다는 한계도 있다. 알고리즘 차이에 따라 결과 분석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따라서 SMA의 데이터가 반드시 현실 세계를 반영하지 않고 선택된 집단의 의견만을 나타낼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 실무자와 연구자들은 이런 잠재적 편향을 식별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인플루언서 활용도 SMA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디지털 오피니언 리더를 활용할 때도 이들이 과연 믿을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고 상당한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PR 실무자들은 캠페인이 소셜미디어에서만 운영되는지, 아니면 제한된 집단만 대표하는지, SMA가 PR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대안도 있는지 등을 신중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한계점을 극복해 적절하게 SMA를 활용한 우수 사례도 발견된다.9

사례 1 마스터 카드(Master Card)

2011년, 마스터카드의 경영진은 B2B 금융 서비스 기업을 보다 B2C 중심 기술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전 세계의 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 분석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소셜 전문가 팀을 구축했다. 연구원들은 소셜미디어 분석 전문 지식, 방법 및 기술을 사용해 ‘마스터카드의 모바일 결제 혁신’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매년 올라오는 수백만 개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식별했고, 이 방대한 양의 게시물에 대한 세분화된 분석을 수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통찰을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전략 경영 툴을 개발했고, 회사 전체에 성공적으로 도입된 디지털 환경 스캐닝 엔진 ‘컨버세이션 스위트(Conversation Suite)’를 탄생시켰다.

컨버세이션 스위트를 통해 들은 소비자의 목소리는 기업의 마케팅 메시징, 광고 캠페인, 제품 개발 및 상인 교육 프로그램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엔진을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반영한 결과 마스터카드는 엔진 도입 2, 3년 만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이어 컨버세이션 스위트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미래 모바일 커머스를 선도하기 위한 경영 지침도 발표했다. 이 지침은 1) 진화하는 소비자들의 모바일 커머스 관련 논의를 해석해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타기팅에 활용할 것 2) 모바일 결제 산업에 대해 최신의 사회적 의견을 제공할 것 3) 글로벌 시장에서 모바일 커머스 사용을 가져오는 긍정적 요인과 채택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인을 발굴할 것 4) 소비자 및 가맹점을 위한 모바일 기술 채택 장벽을 모니터링해 전략적 경영에 활용할 것이란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처럼 마스터카드는 공개된 소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귀중한 자원으로 삼았고 조직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의 기초 자료로 사용했다. 이 엔진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경청해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회사의 비전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전략적 듣기’가 전략 경영에 반영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컨버세이션 스위트의 가장 큰 공헌도 마스터카드가 B2C 회사로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덴티티를 정립할 수 있게 해준 점이다.

사례 2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적극적인 디지털 환경 모니터링을 통해 항공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정시 운항 수행(on time performance, OTP)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 정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커뮤니케이션 팀을 전반적 OTP 관련 의사결정에 참여시켰다. 커뮤니케이션 팀은 전체 기업의 관점에서 OTP에 대한 포괄적인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했고, 다른 부서들은 이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면서 여행 중인 고객들의 불만, 서비스 전화, 환불 등 소비자의 면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팀을 중심으로 OTP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이를 가리키는 ‘비행 지연’ ‘늦은 비행’과 관련된 뉴스 보도, 사람들의 실시간 대화(감정, 주제 및 볼륨)에 대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기업 내에 전달했다. 그 결과 운영•재무 등 각 부서의 월간 보고서에 문제의 해결책들이 반영됐다. 이는 궁극적으로 경영진이 OTP 향상을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공헌을 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데이터에는 일일 뉴스 및 소셜미디어 언급 수, 일일 감정, 댓글 샘플 및 뉴스 보도가 포함돼 있고, 교통 또는 날씨처럼 OTP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나 항공 교통 관제탑 폐쇄 같은 보조 서비스 문제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와 고객 관리 부서에서 기록한 고객 불만 수, 승객당 실제 도착 지연 시간(분)을 결합하면 외부 요인이 OTP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구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영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커뮤니케이션 팀의 이 같은 노력은 자주 지연되는 운항 성과 저하의 ‘원인’과 ‘결과’를 빠르게 식별하는 전사적인 프로그램과 절차를 마련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례 3 웨스턴 디스트리뷰터 프로젝트
(Western Distributor Project)

호주의 교통 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55억 호주 달러를 들여 기획한 호주 교통 계획, ‘웨스턴 디스트리뷰터 프로젝트’는 한때 위기를 맞이했다. 소음과 도로 차단으로 인해 많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건설 사업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이를 인지한 웨스턴 디스트리뷰터 프로젝트 PR팀은 이 적극적인 참여자들을 와해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디지털 툴을 적극 사용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에 시시각각 프로젝트 업데이트를 제공해 정보의 불확실성과 비대칭성을 줄였고, 지역사회 연락단 회의에는 기업체, 지역사회단체 대표 등 피해 지역 공동체 구성원은 물론 선출직 지자체 대표까지 초청해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받도록 했다. 또한 이들은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모든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개방했다. 프로젝트 핫라인은 물론 e메일 주소, 우편 주소, 소셜미디어 채널 및 온라인 문의 양식과 같은 다른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개방해 개인이나 집단이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앞의 두 사례와 달리 공중의 이해관계를 선제적으로 경영 과정에 반영했다기보다는 위기가 발생한 이후의 사후적 대응이었지만 이 사례는 PR팀이 디지털 툴을 잘 활용하면 목소리가 크고 여론 형성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중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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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말보다 더 크게 전달된다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기 전까지 소통 전문가들과 조직 리더들은 메시지, 현시적(manifest) 정보를 통해 공중의 사고, 신념, 행위를 바꾸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심볼릭 컨트롤 패러다임을 신봉해 왔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미디어 효과 연구와 공중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특성에 관한 연구들이 지적하듯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에 가깝다.10 그럼에도 디지털 세상이 구현한 현재의 민주주의가 워낙 소란스럽고 디지털 경제가 기업과 경영자의 고통스러운 변화를 요구하다 보니 여전히 많은 리더와 경영자는 소통의 마법을 찾고 있다. 오너 리스크나 경영상의 실수를 범한 기업들은 지금도 여론 공학에 밝은 홍보 전문가를 찾아가 기적의 해결책을 요구한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는 시민과 공중의 정보 행위와 조직화의 힘을 유례없이 강화시켰다.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 적응한 시민은 심볼릭 컨트롤 전략을 무력화한다. 공중은 조직 행위에 문제를 인식하면 자기 관점에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문제해결에 관한 주관적, 해석적(interpretive) 정보를 만들고 적극 공유한다. 문제해결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 통제한다. 따라서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메시징과 언행 불일치의 소통 전략은 디지털 시민의 정보력과 행동력 앞에 무력할 뿐이다.

이런 디지털 네트워크의 정보 환경은 최신의 여론 공학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함께 진화할 것이다. 기업 리더들이 공중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과 조직을 먼저 바꾸는 것이 더 쉽고, 빠르고, 바람직하다. 소통은 말하는 게 다가 아니고, 먼저 듣고, 상대를 이해하고, 그 기대를 내 행동으로 반영해 상대의 변화를 유도할 때 그 가치를 다 한다. 그러므로 디지털 시대의 PR 패러다임은 공중과 이해관계자가 환영하거나 최소한 용인할 수 있는 조직의 목표, 업무 방식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전략적 행위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행동 중심 전략 경영 PR 패러다임이다.

주요 PR 이론가들은 효과적인 공중 관계에 관한 일반 원칙을 제시했고, 이런 원칙들은 PR가 어떻게 조직의 리더들을 더 전략적, 관리적, 균형적, 통합적,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전히 숙련되지 않은 소통 전문가들이 PR를 ‘홍보’, 즉 ‘널리 알리기’만 하는 메시징에 국한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장대 하나만 들고 촘촘하게 얽힌 이해관계의 그물망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시대의 관계 그물망은 수시로 변화하고 거미줄처럼 리더와 조직을 포획하고 사냥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은 디지털 미디어를 메시지를 값싸게 대량 살포하는 수단으로 취급하고, 구태의연한 심볼릭 컨트롤 패러다임에 의존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또한 리더가 원하는 결과를 보장할 수 있다며 소통의 마법을 약속하는 홍보 전문가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전략적 말하기보다는 전략적 듣기와 전략적 행위를 모색하는 행동 중심 전략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메시지 중심이 아닌 행동 중심적 사고를 통해 전략 수립, 이해 조정, 의사결정 참여 경영 기능으로 PR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


김정남 오클라호마대 전략커뮤니케이션 석좌교수 layinformatics@gmail.com
김정남 교수는 미국 퍼듀대를 거쳐 현재 오클라호마대의 언론 및 매스커뮤니케이션학부를 게이로드 패밀리 전략커뮤니케이션 석좌교수로 있다. 달리(The Debiasing and Lay Informatics: DaLi) 연구소장을 겸하고 있으며, 공중의 행동 및 공중 행동이 사회적 역동에 미치는 함의를 주로 연구한다.

이혜림 오클라호마대 PR 연구원 hyelima@gmail.com
이혜림 연구원은 오클라호마대 게이로드 칼리지에서 전략커뮤니케이션(PR)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달리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 애널리틱스에 기반한 PR을 연구 중이다.


참고문헌

1. 권수현. (2018). 잦은 사명변경 주가는 ‘뚝’…‘이미지 세탁’ 주의보.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80331043400008

2. 김정남 (2014). 디지털 보통 사람들: 디지털 네트워크화된 시장의 소비자 인포머틱스와 속전속결 소비주의. C-Insight, 3, 11-32.

3. 천명기•김정남 (2016). 적극적 공중에 대한 이해와 공중 세분화 방법에 대한 연구: 문제해결상황이론을 적용한 공중 세분화 방법론 제안. 홍보학연구, 20. 113-138.

4. Bernays, Edward (1969). The engineering of consent. Norman: University of Oklahoma Press. ISBN 9780806103280.

5. Grunig, J. E., & Kim, J.-N. (2017). Publics approaches to health and risk message design and processing. In R. Parrott (Ed.), The Oxford encyclopedia of health and risk message design and processing.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6. Grunig, J. E., & Kim, J.-N. (2021). The four models of public relations and their research legacy. In C. Valentini (Ed.), Handbook of public relations (pp. 277-311). De Gruyter Mouton.

7. Kim, J.-N., & Gil de Zúñiga, H. (2021). Pseudo-information, media, publics, and the failing marketplace of ideas: Theory.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1-16.

8. Kim, J.-N. & Grunig, J. E. (2021). Lost in informational paradise: Epistemic momentum to cognitive arrest in problem solving of lay publics.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65, 213-242.

9. Weiner, M. & Kochhar, S. Irreversible: The Public Relations Big Data Revolution. Institute for Public Relations. https://instituteforpr.org/irreversible-public-relations-big-data-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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