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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2022년 뉴노멀, ESG 평가에서 주목할 변화

ESG 등급•점수보다 방향•과정에 초점
지속가능성 위한 검증 더 촘촘해졌다

윤덕찬 |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금융과 평가 지표 측면에서 살펴본 ESG 2.0의 대표적인 특징은 ‘규제화’다. 저탄소를 위한 각국의 글로벌 규제하에 각 기업의 ESG 데이터 관리 및 공시가 중요해질 것이며 기업은 그린 택소노미에 따른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단순 등급 산정에 그쳐왔던 ESG 평가는 목표 설정뿐 아니라 이에 대한 검증에까지 확대될 것이며 업종에 따라 이해관계자와의 상호의존적 관계 역시 영향을 줄 것이다. 새로운 ‘저탄소 경제•사회’하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이 되려면 이 같은 ESG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지속가능 금융과 ESG 규제화

2020년과 2021년을 관통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미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더 많은 격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정치인, 기업 CEO를 비롯해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이야말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존 전략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바이러스 하나에도 전 세계가 셧다운되는데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단순히 사람들의 이동을 잠시 제한한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SG 펀드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에도 평균보다 더 나은 수익을 보이며 ESG 투자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ESG 위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2021년을 시작으로 하는 2020년대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주류화’되고 지속가능 발전을 ‘실천’하는 시대가 필연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ESG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이자 레버리지로 활용될 것임이 분명하다.

2021년 5월 국제금융공사(IFC)가 주관한 IFC Sustainable Investing Conference에서 UN 산하 기관인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의 수장 피오나 레이놀즈는 최근 전 세계적인 책임 투자 붐의 원인으로 규제(Regulation), 시장 수요(Market demand), 중대성(Materiality) 3가지를 들었다. 생각건대 ESG 2.0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규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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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2010년대 들어 자본시장에서 ‘투자’ 용어로서 각인됐으며 기업의 비재무 리스크이자 투자의 리스크라는 관점에서 ‘투자 솔루션을 명확히 하고 근거를 확인하는 데이터 툴킷(tool kit)’이었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 ESG는 ‘미래 비용의 지표이자 자본을 늘리는 기회 요인’이었다. 하지만 기후 행동(climate action)의 시급성에 대해 2015년 합의한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와 파리기후협약에도 불구하고 ESG를 고려하는 책임 투자 또는 지속가능 투자는 책임투자원칙(PRI)이나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책임은행원칙(PRB)과 같은 자발적 이니셔티브에 의존함으로써 실제 이행력은 상당히 미흡했다. 결국 선진 각국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자발적 이니셔티브의 한계를 인식하고 각국 정부가 개입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ESG를 규제화•법제화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ESG는 규제(regulation)가 아니었으며 수탁자책임(fiduciary duty)이나 스튜어드십 코드(code)로 요구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준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 됐다. 이전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요구했으나 이는 산업 규제였다. 이 때문에 많은 정부가 자국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강력히 규제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의 교훈이 ‘ESG 2.0’이라고 하는 지속가능 금융(sustainable finance)의 규제가 등장하게 된 밑거름이 됐다.

이러한 ‘ESG 규제화’는 최근 급격히 증가했는데 각국의 금융 당국이 기후 리스크를 단순한 물리적 리스크가 아닌 금융의 리스크로 인식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미 2020년 한 해에만 기후 위기에 따른 재해로 인해 전 세계 보험사는 830억 달러를 손해 봤다. 또한 CNN은 미국 기업들이 2022년 기후 위기에 따른 재해로 입을 직접적인 피해 규모가 13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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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뱅크오브잉글랜드(Bank of England)는 자연재해가 거시경제로 전이 되는 모습을 지도로 나타냈다.(그림 2) 그리고 이제 이와 같은 상황을 매년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는 사회에 경제적 피해를 입히며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은행의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후 리스크는 금융기관의 금융 안정성과 중앙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금융 리스크라는 점을 각국 금융 당국이 인식하게 됐다. 이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산물로 설립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의 요청에 따라 TCFD1 를 설치하고 2017년 ‘기후 관련 재무공시 권고안’을 발표, 기업에 기후변화의 기회와 위험 요인을 재무 공시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곧바로 전 세계 70개국 90여 개 중앙은행•금융 감독 기관의 네트워크인 NGFS 2 가 이를 지지하며 금융 감독 기관을 위한 기후 환경 리스크 관리 가이드와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각국 금융 감독 기관은 ‘기후 리스크는 금융 리스크’라는 인식하에 금융기관의 감독 기준에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그린스완리포트를 통해 블랙스완을 뛰어넘는 기후변화발 금융위기를 경고하며 중앙은행의 과감한 개입을 촉구했다. 또한 2021년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은행과 금융 감독 기관이 활용할 기후 관련 재무 리스크의 건전성 관리•감독 원칙 및 방법과 기후 재무 리스크 측정 방법론을 공개했다.

이러한 인식하에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 기관은 각국 정부에 지속가능 금융 시스템(sustainable finance system, SFS)의 구축을 위해 높은 수준의 정책 및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에 지속가능 투자 정책 및 규제를 위한 5가지를 요구했는데 첫째, 국가별 지속가능 금융 전략의 수립, 둘째, 지속가능한 택소노미, 셋째, TCFD를 포함한 기업 ESG 공시, 넷째, 스튜어드십, 다섯째, ESG 관련 고려사항을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투자자의 의무(fiduciary duty)가 그것이다. (그림 3) 이러한 지속가능 금융 시스템은 곧 SDGs와 파리협약 목표를 자본시장의 방향과 일치시키기 위한 기존 금융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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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속가능 금융 규제는 EU의 ESG 규제 패키지 또는 지속가능 금융 규제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그림 4) 이 새로운 ESG 규제 패키지를 보고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근본적인 자본 재배분이자 기존 금융의 근본적인 재편”이라고 불렀고 유럽의 논평가들은 “현대 서구 경제모델, 즉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가치’ 중심의 서구 자본주의 헤게모니가 전환되는 첫 단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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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새로운 규제들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 기후벤치마크규정(CBR) 등 자본이 택소노미하에서만 흘러가도록 자본 흐름의 방향을 전환함으로써 우리 사회•경제•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사회적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가능 금융 규제 또는 ESG 규제화는 2022년 더욱 강화되고 촘촘해질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현재의 ESG 패키지 규제들은 Level 1의 프레임워크 원칙 설정 수준에 준하며 지속적으로 기술적 실행 조치를 채택하고 회원국별로 규칙을 실행하는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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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의 역할과 ESG 평가의 변화

2022년을 시작으로 다음의 6가지 방향으로 ESG 평가가 변화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첫째, 미래 리스크와 기회의 식별

신용평가와 ESG 평가는 어떻게 다를까? 첫째, 전자는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이고, 후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다. 둘째, 전자는 재무 및 회계 정보를 활용한 평가이고, 후자는 비재무 정보를 활용한 평가다. 셋째, 전자는 기업이 과거 사업의 결과, 즉 성과인 재무(회계) 정보를 기반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에 대한 평가라면, 후자는 현재 시점의 비재무 관리 성과를 기초로 미래의 리스크를 미리 반영한 비재무 평가라는 점에서 현재와 미래에 대한 평가다. 즉, ESG 평가 결과는 현재의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진행했을 때 예상되는 미래 리스크를 미리 반영하기 때문에 리스크와 기회를 같이 식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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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22일 기후정상회담에 참석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50년에서 2030년으로 20년을 앞당기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52%까지 상향한다고 발표하면서 각국의 NDC 강화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상향 조정된 국가별 감축 목표를 비교하면 2010년 대비 영국은 58%, 미국은 49%, EU는 46%, 일본 42% 감축이다. 반면 2020년 12월 한국의 목표는 18% 감축에 불과했다. 2021년 5월 한미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은 NDC에 대한 상향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연내 상향을 약속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NDC 상향 압박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결국 2021년 10월에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NDC 상향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2010년 대비 33.5% 감축에 불과한데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국제사회의 요구보다는 다소 완화된 감축 목표를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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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러한 감축 목표는 각 산업 및 부문의 관련 기업에는 곧 직면할 기후 리스크이며 ESG에서도 가장 중요한(material) 이슈가 됐다. ESG 이슈의 중대성(materiality)이 변화함에 따라 단순히 등급 산정을 통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전의 평가 역시 달라질 것이다.

둘째, ESG ‘평가(rating)’에서 ‘분석(analysis)’의 시대로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이듬해인 2017년 ESG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ESG 평가 시장의 구조적 문제였던 주관적•정성적 평가 결과는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정량적 지표로 대체되고 다양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 더 많은 회사를 더 빠르고 편향 없이 분석하면서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향후 2년 내에 기계(machine)가 인간 ESG 애널리스트보다 우위에 설 것이며 AI가 기업 지속가능성 성과 및 영향 평가의 산업 표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3

이처럼 데이터 분석 기술이 급격히 고도화되면서 무엇이든 분석 가능하고 숨길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지금은 진정성의 시대이고, 이제 진정성도 분석이 가능한 지경이다. 결국 진정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와 기업이 어디인지 여부도 분석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ESG 공시가 규제화되고 다양한 데이터가 쏟아지게 되면서 더욱더 강화될 것이며 결국 일관된 양질의 정보가 필요하므로 기업들의 ESG 데이터 관리 및 공시는 더욱더 중요해 질 것이다.

셋째, 기업의 평가에서 비즈니스의 평가로

지금까지 ESG는 기업의 비재무 리스크에 대한 평가였고 ESG가 기업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EU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 분류 체계)의 등장으로 기업 내 사업이 지속가능한 활동인지를 평가하게 됐으며,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사업이 지속가능한 사업과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으로 이분화될 것이다. 이미 유럽 택소노미 규정에 따라 해당 국가의 기업은 자사의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할 때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를 재무지표(매출액과 자본적 지출(CAPEX))로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공시를 기초로 금융기관도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에 따라 해당 투자가 어떻게, 얼마나 택소노미 기준에 부합하고, 어떤 환경 목표에 기여했는지를 투자/펀드/포트폴리오 비율(%)로 공시해야 한다. 그에 따라 투자나 펀드, 포트폴리오가 택소노미 몇 퍼센트나 부합하는지가 공개되는 것으로 그 비중에 따라 해당 상품이 ‘지속가능한 금융상품’이라는 표지(label)를 붙일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이처럼 기업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앞으로는 택소노미에 따라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평가가 같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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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목표의 달성과 검증

그동안 ESG 평가는 기업별 등급 또는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투자자가 활용하는 것이었으나 앞으로는 평가에 기초한 일정 기간에 대한 정량적 목표 설정 및 달성, 이에 대한 검증까지 활용될 것이다.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Sustainability-linked finance)과 관련돼 그 영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단순히 평가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기초로 리스크를 인식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즉, 결과보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 및 노력에 대한 금융 지원의 근거가 된다. 물론 그 지속가능성 성과 목표는 충분히 ‘도전적이고 강력(ambitious and robust)’해야 하며 감축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usiness-As-Usual (BAU) trajectory)를 뛰어넘고, 벤치마크와 비교할 수 있으며, 기업의 전반적 지속가능 및 ESG 전략과 일치하도록 설정돼야 한다.

다섯째, 중대성(Materiality)의 변화

UN PRI의 피오나 레이놀즈 대표가 언급한 바와 같이 중대성(Materiality)은 최근 전 세계적인 책임 투자 붐의 3대 요인 중 하나다. 중대성이란 기업의 비즈니스와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 및 환경적 이슈를 말하며 ESG의 개별 이슈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재무적 관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또는 ESG가 재무성과로 이어지려면 회사에서 창출한 현금 흐름이나 외부 자금 조달 비용(가중평균자본비용)에 영향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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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ESG는 ‘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의 지지를 받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또한 ESG는 기업과 사회 간의 상호의존관계에서 생겨난 것이며 단순한 이윤 창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가치의 창출에 관한 것’이다. 동시에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 활동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상호의존관계의 중대성(materiality)을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업종에 따라 이러한 중대성이 상이하며 ESG의 이슈는 그 중대성에 따라 업종별로 기업에 미치는 민감도가 다르다.

더불어 앞으로 우리 경제사회는 저탄소 경제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각 업종 ESG의 많은 이슈에서 그 중요성이 변하고 있다. 즉 업종에 따라 기본적인 지속가능성의 중요성 이슈가 다른데 최근 이러한 중요성 역시 변화하고 있어서 ESG 평가는 이슈별 중요성과 민감도, 미래 리스크 등을 최대한 반영하는 작업의 과정이다. 따라서 사회공헌은 예전에 기업의 사회사업이라고도 불렀지만 이는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업종이 받는 ESG 리스크를 상쇄할 수 없다.

업종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부분을 모두 정의하기는 힘드나 ESG는 이러한 이해관계자와의 상호의존관계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방법이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업종별로 이 부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부분이 평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바이오/제약산업의 경우 임상 실험 환자의 안전, 의약품 접근성, 의약품 안전, 마케팅 윤리, 도덕성 등이 중요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는 하드웨어의 환경발자국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데이터 보안, 시스템 위험 관리 등이 중요하며 가공식품 산업에서는 식품안전, 제품 라벨링, 공급망 관리 등이 핵심적인 중대성 이슈에 해당한다. 이처럼 중대성 이슈는 업종별로 차이가 많다.

또한 중대성이 업종마다 다르지만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고 적용 분야에 따라서도 다르다. 즉, ESG가 신용평가에 활용될 경우에도 그 중대성은 신용 리스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다시 평가해서 반영한다.

한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주류화되면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분야별 중대성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기업 지배구조가 가장 중요했다면, 지금은 E > S > G 순으로 기업이 관리해야 할 중대성이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섯째, 적용 범위의 확대와 공급망 리스크

ESG는 투자의 언어에서 금융의 언어가 되면서 은행, 대출, 보증, 보험 등 금융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나아가 거래, 계약, 조달 등에서도 ESG를 고려하고 있고 대상도 상장사에서 비상장사, 중소기업, 협력업체, 조달업체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기업의 공급망 관리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팬데믹 기간 동안 수많은 기업이 정리해고, 임금 삭감 등을 진행했고, 반면 위기 상황에도 책임 있는 노동 관행을 고수한 기업은 인적자원을 확보함으로써 팬데믹 직후 새로운 고용 비용 발생 없이 생산성 증대뿐만 아니라 지속가능 경영의 성과를 증명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는 위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협력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를 구별하게 하고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비즈니스 모델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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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향후 10년 이내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필수 불가결한 과제가 되면서 이는 대•중소 등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반드시 적용하고 전환해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공급망의 구축은 모든 기업이 추진해야 할 과제다. RE100 역시 지속가능한 공급망 없이는 불가능하다. ESG 평가는 바로 이러한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ESG 리스크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에 상장사와 똑같이 ESG 경영을 요구하는 것은 지속가능 금융의 목적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대기업 또는 상장사와 달리 중소•중견기업에 요구하는 ESG는 자본을 늘리는 기회 요인이 아니라 전환을 위한 지원의 근거로 활용돼야 한다. 지속가능 금융이 바로 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 지속가능 금융에서 ESG를 기준으로 자본의 흐름을 전환하고 있고, 예컨대 미국은 2조 달러, 유럽연합은 1조 유로를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지배구조도 상장사와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현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프로토콜로 활용되는 ESG의 역할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ESG가 상장사에 대한 ‘투자자의 채찍’이라면 중소기업에는 ‘은행을 통한 당근’으로 작용해야 한다. 이것이 2022년 지속가능 금융의 성공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주류화와 ESG 2.0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지속가능성을 인식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여전히 기업은 CSR을 ‘주주, 직원, 협력업체 및 고객 등 여러 당사자와의 계약관계’로 보고 경영자의 역할은 ‘주주의 수익 극대화’라고 인식했다. 2010년대를 거치면서 ESG와 책임 투자가 강조되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관행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지난 20년 동안 기업에 대한 인식은 ‘주주’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서 ‘이해관계자’ 가치로 변화돼왔다.

사실 CSR와 ESG는 이러한 기업과 사회 간의 상호의존관계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즉, 사회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이고, 기업은 사회로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은 건강한 노동자에서부터 물리적, 법적 인프라까지 제공받는다. 즉, 기업의 성공을 만드는 여러 인프라는 모두 사회의 산물이다.

따라서 ESG 경영이란 단순한 ‘이윤 창출’이 아니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의 창출에 관한 것’이며 환경•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사회의 지지를 받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회가 허용한 편익의 대가로 기업은 어떤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므로 기업의 비즈니스가 사회적 정당성을 상실하면 경제적 이익도 상실되며 사회적 제재를 받게 된다. ESG 투자에서 분류하는 죄악 산업이 그러한 의미이며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산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 정당성을 점점 잃고 있다. 이것이 ESG의 기본 개념이다.

한편 ESG는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내놓는 방법이며 동시에 이해관계자의 관심 사항을 전면에 내세워서 기업 활동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ESG 경영 및 지속가능 경영의 성공 여부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면서 이해관계자의 관심 사항을 얼마나 잘 다뤘는가에 달려 있다. ESG 평가는 이러한 상호의존관계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ESG는 이해관계자를 식별하고 그들의 전략적 중요성 또는 중대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앞으로의 ESG 경영은 ‘비즈니스 모델과 공정한 녹색 전환에 관한 경영 전략’이 핵심이 될 것이다. 즉, 앞으로의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의 관심 사항을 반영하는 ESG 경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환이 시작됐다

각 산업 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대안을 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행히 최근 유럽연합과 국제표준화기구 등 주요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금융 분류 체계(sustainable finance taxonomy)’를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 분류는 탄소중립 사회에 기여하는 산업별 비즈니스를 규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를 마련했기 때문에 국내외 택소노미를 활용해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의 목표를 찾을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다면 택소노미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기를 권한다.

앞으로 2030년, 즉 10년 후 새로운 ‘저탄소 경제•사회’하에서도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ESG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 또는 전환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서 ESG를 이해하고 경영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사회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10년 후로 예정된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에 낙오되지 않고 동참해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ESG 평가는 현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 지속가능성의 지표여야 한다. 또한 ESG 평가를 정태적인 결과가 아니라 동태적이고 가치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ESG 리스크 및 성과 관리 역시 등급이나 점수와 같은 ‘결과’보다 ‘방향’과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한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이사 thomas.yoon@whosgood.org
필자는 1998년 경희대 법학석사(국제환경법)를 졸업하고, 같은 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시작으로 환경산업기술원, 산업자원부를 거쳐 LG환경연구원 연구•컨설팅센터장을 역임했다. 2013년 인공지능(AI) 기반의 ESG 분석•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를 설립하고 2015년 미국법인 Who’s Good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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