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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 맞춘 기후금융 체제 전환

탄소배출권보다 더 강력한 ‘기후채권’

백광열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후채권은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확고한 약속에 따라 시중보다 낮은 이자율로 발행된 채권이다. 기후채권은 개념과 기준이 모호한 녹색채권, ESG채권과 달리 국제기후채권기구(CBI)의 인증을 받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저렴한 금리의 장기적인 안정적인 투자 시장으로 기후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도 기후채권을 포함한 기후금융 체제에 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후채권은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더불어 기후금융1 의 양대 축 중 하나로 탄소중립, 지구온난화 방지, 저탄소 경제 이행 등에 필요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 수단이다. 국제기후채권기구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권과 대기업은 2021년 8월 현재 총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채권을 발행했다. 2021년에만 4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채권 발행이 예상될 정도로 최근 기후채권은 글로벌 기후 변화와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무기로 자리 잡고 있다.

기후채권은 탈탄소와 기후변화 대응에 자금을 쓰겠다는 확실한 목적과 약속에 따라 시중보다 낮은 이자율로 발행된다. 일례로 세계 2위이자 유럽 최대 발전사인 이탈리아 에넬(Enel)사가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2019년 발행한 15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은 2021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이 자사 총발전량의 55%를 못 넘기면 채권의 이자율(쿠폰)이 0.25% 증가하도록 설계됐다. 즉 기업이 투자자(채권 구매자)와 이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기존에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된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율을 부담하게 설계되는 게 기후채권이다.

2020년 전 세계 기후채권의 15%가 중국에서 발행됐을 정도로 중국은 기후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거의 다 기후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정도다. 일본도 일본생명이라는 일개 보험 회사가 20억 달러 규모의 기후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채권에 대한 이해가 한참 부족하다. 국내에서 기후와 관련해 녹색채권이나 ESG채권은 많이 발행했지만 아직까지 기후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없다. 여기서 기후채권은 녹색채권이나 ESG채권과 달리 국제기후채권기구(CBI, Climate Bonds Initiative) 2 의 기후채권 조건을 충족한 채권을 뜻한다. 국내에서 최근 유행처럼 발행하는 녹색채권이나 ESG채권은 기후채권과 달리 개념이 애매하다. 한국도 기후변화 방지에 금융을 제공하는 기후채권의 발행 조건, 관리, 검증 등의 제도를 활성화해 기후채권 체제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변화 방지에 필요한 막대한 금융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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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채권과 ESG, 녹색채권의 차이

기후채권은 탈탄소를 통해 기후변화 및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사업에 금융을 제공하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이와 달리 녹색채권과 ESG채권은 발행사나 주간사에 따라 발행 기준이 임의적이라 제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최근 가장 많이 발행되고 있는 ESG채권은 프로젝트의 범주나 내용에 대한 제3자 인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실체가 모호하다.

녹색채권은 글로벌 IB, 대형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600여 개 업체로 구성된 국제자본시장협회(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 ICMA)가 만든 녹색채권 강령(Green Bond Principle, GBP)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녹색채권 강령에 따라 채권의 녹색성을 평가하는데 채권 발행금 사용처, 프로젝트의 녹색성 평가, 채권 발행금 관리, 사업 내용 등 네 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GBP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녹색채권은 글로벌 기준을 갖추고 있지만 엄격하지 않으며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ICMA가 기후금융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와 달리 기후채권은 유럽 각국 정부와 국제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관인 CBI의 인증을 받아야만 발행이 가능하다. CBI는 기후채권을 표준화(Climate Bond Standards)하고 채권 발행자가 CBI의 인증을 받기 위해 따라야 하는 규범적 정의 및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CBI는 예컨대 자동차업체가 친환경 자동차 연구 목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그 자금을 다른 데 사용하면 이를 실제를 숨기는 ‘그린워싱(녹색페인트칠, Green washing)’이라고 지적하며 그린워싱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론에 공개해 발행사와 주간사의 명성에 타격을 입히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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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채권은 원칙적으로 모든 환경 프로젝트와 더불어 사회사업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 반면 기후채권은 기후변화 방지에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만 가능하다. 이러한 기준을 위반할 경우 국제기후채권 표준위원회(Climate Bond Standards Board)가 기후채권 인증을 철회하고 이를 CBI 사이트와 언론 등을 통해 공표한다. 실제로 여러 유럽 기업과 채권 발행을 한 주간사가 기준 위반으로 제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녹색채권의 경우 GBP를 준수한다고 발표하고 추후 위반을 해도 아무런 책임이나 제제를 받지 않는다. CBI 인증 기후채권은 자동적으로 녹색채권의 GBP 조건을 충족하지만 GBP 채권은 CBI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즉 GBP 강령은 CBI 규칙보다 훨씬 느슨하고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CBI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한 기후채권은 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낮은데다 신뢰도가 높아 발행사가 ESG를 준수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채권의 금리가 낮은 이유

현재 기후채권의 금리는 일반 채권 금리보다 이자율이 10% 정도 낮은데(연 이자율 2.0%의 일반 채권의 경우, 기후채권은 이자율이 1.8%로 감소) 앞으로 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글로벌 NGO, 언론, 국제기구, 종교단체 등이 대기업, 미국 캘리포니아 교원연금, 캐나다 교원연금 등 대형 투자자들과 함께 글로벌 금융 기업에 지구온난화 방지 의무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기후채권에 대한 자본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IB와 유럽 정부들은 투자금 및 운용자산의 일부를 기후변화 방지 프로젝트에 배당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즉 관리 자산 중 상당 부분을 탈탄소와 기후변화 방지 프로젝트에만 투자를 하도록 규정을 바꿈으로써 기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공급량을 늘린 것이다. 이로 인해 기후채권의 이자율이 일반 채권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또 정부 규정이나 고객들의 요구로 의무적으로 기후채권에 투자를 해야 하는 자산운용사와 금융기관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기후채권 발행량은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고 있다.

다른 한편, 기후채권의 금리는 프로젝트의 ‘녹색성’으로 인해 낮게 책정된다. 석탄 발전과 태양광발전에 대한 금융 가격을 비교해보자. 석탄의 가격에는 석탄 발전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탓에 생기는 생산성 하락과 질병으로 생기는 의료비 증가, 기후변화 악화 등의 경제적 피해가 반영된다. 즉 공해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석탄 발전 같은 산업에는 탄소배출의 환경 자본 파괴 가치를 계산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해 이자율이 높게 책정된 금융이 공급돼야 한다. 같은 원리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경우에는 지구온난화 방지 영향을 계산해 석탄 발전보다 저렴한 가격, 즉 이자로 설계되고 발행된 기후채권으로 투자할 수 있다. 투자 수익뿐 아니라 프로젝트의 ‘녹색성’, 즉 기후변화 방지 역할과 능력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여겨 이를 수량화하고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 일반 이자율(쿠폰)이 X%라 가정하면 태양광발전용 채권은 X%보다 낮게, 석탄 발전용 채권은 X%보다 높게 책정된다.

기후채권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면서 실제 기후변화 방지에도 기여하려면 투자되는 프로젝트의 녹색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CBI는 기후채권의 녹색성 인증과 더불어 기후채권 시장 현황을 주 단위로 추적•보고하고 있으며 MSCI, S&P, 다우존스 인덱스 등에서 CBI의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채권 발행 트렌드

기후채권은 단순한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금융 체제로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고자 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법이다. CBI에 따르면 현재 기후채권의 35%는 에너지, 25%는 빌딩, 아파트 등 부동산, 20%가 교통 및 운송 산업에 투자되고 있다. 이 부문에 가장 앞서가는 유럽 정부는 규제와 법안을 적용하고 있으며 환경단체, 국제기구, 연금운용 업체 등에서는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일반 금융보다 저렴하게 기후변화 방지 프로그램에 투자함으로써 금융권과 기업에 윤리 경영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월드뱅크는 이자를 탄소배출권으로 주는 1억5200만 달러 규모의 산림 파괴 방지 기후채권을 2016년 발행했는데 BNP파리바, JP모건, 메릴린치가 주간사였고 캘리포니아 연금공단, TIAA-CREF보험사, QBE 등 글로벌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채권을 구매했다.

미국 도시교통공사(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MTA)는 국제기후채권기구의 CBI 저탄소 교통 체제하의 인증을 받은 기후채권을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철도,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개인의 자동차 사용량을 줄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기후채권의 조건을 충족한다. 같은 이유로 시외버스터미널도 CBI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도시교통공사는 미국 내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 업체 중 가장 큰 업체로 하루 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하철 및 통근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MTA는 2016년 2월 최초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로 정기적으로 기후채권을 발행해 기후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제적으로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며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기후채권을 대량 발행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및 자산 범위는 사무실, 소매점, 병원, 학교, 단독 가구, 다가구 등의 부동산이며 탄소집약도(㎏ CO2/㎡) 기준 에너지 효율성이 해당 지역의 최상위 15%여야 투자 대상이 된다. 발행 금융기관은 수익금 사용 내역과 프로젝트 및 자산 지명을 사업보고서에 기록하며 연례 보고서를 통해 수익금 할당 내역을 투자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증권사 ABN 암로(Amro)는 네덜란드에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주택에만 대출해주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자금 조달을 위해 2016년부터 부동산 기후채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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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클레이(Barclay)은행도 2017년 5억 달러 규모의 영국 가정 주택 대출용 기후채권을 발행하면서 [그림 1]을 이용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채권 구조에 기후변화 영향력을 반영할 때, 탄소배출량이 적을수록 채권 발행이 유리해진다. [그림 1]에서 파란 대각선은 채권 발행이 가능한 최대 배출량인 28㎏/㎡를 시작으로 바클레이 채권 발행 첫해인 2017년부터 33년 후, 즉 글로벌 협약인 탄소배출 0이 되는 2050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다. Y축인 탄소배출량과 X축인 발행연도 시점에서 시작되는 주황색 직선이 상환 기간이다. 1㎡ 기준으로 28㎏ 이하의 탄소배출이 있어야만 부동산 기후채권을 발행할 자격이 생기며 탄소배출양이 적을수록 발행 조건이 유리해진다. 16㎏/㎡ 탄소를 배출하는 자산 채권은 상환 기간이 30년인 데 비해 24㎏/㎡는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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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

달러나 파운드, 유로 등으로 발행되는 국제기후채권은 엄격한 잣대와 규칙이 있으며 조 달러 규모로 공급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기후채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기후채권 감독기구는 중앙은행, 재무부, 중국금융감독원, 상하이증권거래소 등으로 중구난방이며, 일본은 재무부와 환경부 사이에서의 밥그릇 싸움이 한창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기후채권 발행에 필수 요건인 제3자 독립기관의 기후변화 방지 능력 분석 및 타당성 보고서 경비를 정부에서 100%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체계적인 기후금융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를 환경 문제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경제/산업/금융/에너지/환경이 복합된 현상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금융 공급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지구온난화 방지 산업을 분별해 육성하거나 투자할 능력이 없는 정부가 국민 세금을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분배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옳지 않다. 이 점은 현재 혼란을 겪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분명해진다. 한국은 우선 공식적인 기후채권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넘쳐흐르는 돈으로 부동산 시장이 폭발할 때 기후금융으로 자금을 끌어들이도록 관련 법규와 체제를 만들고 정부가 아닌 기업과 시장의 판단으로 기후 사업 투자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분배하는 것보다 논리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이다.

한국 기업도 기후금융 체제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기후변화와 ESG는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이 기후변화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월드뱅크가 탈석탄 정책을 시작하면서 35개 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y)이 석탄 발전 대출을 제한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201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탄 관련 사업 투자를 중지했으며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석탄광 및 석탄발전소에 대한 금융을 금지했다. 32조 달러를 관리하는 415개 글로벌 투자업체는 OECD 전역에서 2030년까지 석탄 관련 사업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겉으로는 ESG를 강조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석탄 발전 사업을 여전히 지속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후채권 발행 자격의 미달로 금리가 저렴한 기후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기후금융 체제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 기업들도 기후채권을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기후금융 체제로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


백광열 국제기후채권기구 고문 kwangyul.peck@climatebonds.net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경제학,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캐나다 재무부 장관 수석 경제 고문과 총리 수석 정책 고문, 현 여당인 캐나다 자유당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JP모건이 인수한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기업인 에코시큐러티즈(EcoSecurities)에서 기후금융 수석 전략 고문을 맡아 탄소배출권 정책을 분석, 예측하고 상품을 개발했다. MIT-연세대 기후변화와 경제 프로젝트 공동 대표와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을 맡았다. 도날드 존스톤 전 OECD 사무총장이 경영하는 기후변화 컨설팅사 DJ Johnston Consulting Inc.의 파트너이며 연세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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