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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살 길은 ‘믹스 & 매치’

박영은 | 316호 (2021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비대면 시대에 콘텐츠 관람 방식이 달라지자 사람들은 콘텐츠의 구성과 내용에 있어서도 새로움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에 다양성, 즉 버라이어티를 접목한 ‘엔터버’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효과적인 엔터버 전략을 수립하려면 빅데이터를 통해 달라지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포착하고, 스몰데이터를 통해 디테일한 핵심을 짚어내 콘텐츠 개발로 연결해야 한다. 아울러 각 기업의 경계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핵심 자원인 ‘스타’를 이전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결합, 재배치, 조정할 필요도 있다. 1)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2) 다른 세대, 매력의 엔터테이너들을 조합하고 3) 엔터테이너의 주 무대를 변경하고 4) 로케이션을 기반으로 장르를 혼합하는 등 다양한 믹스 & 매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금방 사라질 것 같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20년 한 해 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제2, 제3의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함께 우리는 극한의 불안감을 안고 2021년을 시작하게 됐다. 팬데믹은 잠깐 왔다가 끝나는 현상이 아니라 미래 5년, 10년 뒤에쯤 당연히 일어나야 할 일들을 그저 앞당겼을 뿐이다. 따라서 이미 2025년, 2030년에 가 있다고 생각하고 코로나 이후의 변화된 세계를 반영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비대면 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테크놀로지(Technology)’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1 에 ‘버라이어티(Variety)’를 더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엔터테인먼트 믹스 & 매치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엔터버(Entertainment + Variety: 엔터테인먼트+버라이어티)’ 전략은 콘텐츠의 구성 방식과 내용의 관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비대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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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의 만남
(feat. 컨조인트 분석)

비대면 시대에 새로운 관람 방식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콘텐츠의 구성 방식이나 내용에 있어서도 새로운 것을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높아진 기대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콘텐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더 자세히,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 방향성을 잡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과학적인 분석 방법은 현재 트렌드를 파악하는 동시에 주목받는 이슈나 어젠다를 캐치해낸다는 점에서 미래 전략을 구성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사업의 변경이나 확장, 즉 기업의 변신도 가능하다.

특히 글로벌 팬데믹 위기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는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KT의 빅데이터 솔루션 ‘빅사이트(BigSight)’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21개월간 강원 지역 10곳의 유명 관광지를 분석했다. 이 10곳의 관광객 동향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이전 수십 년간 이어져 오던 관광 패턴이 팬데믹 이후 크게 바뀐 것이 발견됐다. 코로나 이전까지 늘 강세를 보였던 춘천 남이섬이나 양평의 관광객 수는 크게 줄었고, 속초와 양양 등 바닷가 근처나 자연 속에서 캠핑이 가능한 곳은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 즉, 비대면, 비접촉 관광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양양군 서면 구룡령의 산간마을인 ‘해담’ 지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관광객 수가 51.3%나 늘었고, 규모가 작고 한산했던 캠핑장도 인기를 끌며 외지인으로 붐볐다. 이 같은 빅데이터 결과는 비대면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소비 트렌드 지도를 그려보고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구상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비대면 시대 콘텐츠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전체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빅데이터를 정밀 분석해야 한다. 빅데이터는 뉴스 기사 혹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포스팅된 글과 이용자들의 댓글, 네이버나 구글 등 검색 엔진의 검색 데이터, 기업의 공시 자료나 리포트, 연설문 등 여러 채널에서 수집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문화 콘텐츠 소비가 비대면 시대에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트렌드 파악만으로는 부족하다. 빅데이터의 간극을 메꾸고, AI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2 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스몰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통한 ‘단순 예측(Predictive Analytics)’은 미래를 예견하는 확률의 정확도는 높일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데이터의 양 때문에 적합한 인사이트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고, 빅데이터에만 집중하다 보면 문제의 본질보다는 알고리즘 그 자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즉, 알고리즘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자들의 행동을 들여다보면 소비자별로 선호하는 가치 혹은 효용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미묘한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 있는 혹은 결정적인 통찰력을 줄 수 있다. 또한 스몰데이터는 빅데이터에 비해 데이터 프로세싱 시간도 짧을뿐더러 고려해야 할 변수도 적고 데이터의 특징과 변수 간의 관계 등을 더 상세히 볼 수 있다. 따라서 비대면 상황 속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요구되는 것은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간의 적절한 컬래버레이션이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간의 컬래버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려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모든 것의 조합에 열려 있는 말랑말랑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가령, ‘스타’라는 자원을 가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소속 자원만 바라보기보다는 다른 기업 자원의 효과적인 이전을 통해 새로운 결합과 재배치, 조정을 도모할 수 있다. 같은 회사에 소속된 스타들끼리만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든 세대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폭넓은 장르,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지닌 콘텐츠 발굴이 시급하다. 과거에는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 방식의 콘텐츠’가 젊은이들의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모두가 한 운명체가 된 지금, 안전한 공간에서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렇게 세대별, 혹은 세대를 초월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바로 새로운 조합이다. 이 분야에서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가득한 전문가들의 ‘감’ 혹은 ‘느낌’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 과학적이고 지능적인 방식을 결합할 때 신선한 인사이트가 나올 것이다. 바로 이럴 때 활용 가능한 게 ‘컨조이트 분석’이다.

컨조이트 분석은 보통 신상품을 개발하기 전 마케팅 분야에서 시장 조사를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개 한 가지 이상의 속성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 기법은 고객이 이런 속성 하나하나에 부여하는 가치와 효용을 추정함으로써 소비자가 제품 혹은 서비스의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를 미리 예측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에게 통할 만한, 성공률을 높이는 신상품 콘셉트를 미리 짜볼 수 있다. 물론 소비자의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까지 개입되는 ‘구매 결정의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미리 고객 선호도를 파악해 신상품에 반영한다면 최소한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자동차’라는 제품이 지니는 여러 속성을 분류한 뒤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의 기회를 준다. 각각의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의 색상, 디자인, 배기량, 가격, 기본 옵션, 천장 개폐 유무, 스마트 기능 탑재, 전기차 유무 등을 배열하고, 각각의 속성 하나하나에 가치를 매겨본다. 이런 선택의 결과 가장 선호되는 속성을 조합한 모델을 개발해 상품화하는 게 바로 컨조이트 분석을 통한 신상품 개발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들을 조합해 볼 수 있다. 스타들의 연령대, 이미지, 성별, 매력적인 포인트나 주요 집중 장르 등 다양한 속성을 구분한 뒤 소비자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선택의 결과 가장 선호되는 스타들의 조합이 도출되면 ‘싹쓰리’나 ‘환불원정대’처럼 새로운 그룹을 선보일 수도 있다. 같은 소속사의 스타들이 아니여도 상관없다. 요즘처럼 협업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기업이 가진 ‘스타’라는 자원을 결합, 재배치, 조정하는 접근이 더욱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비대면 시대 소비자들이 원하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신선하고도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빅데이터 및 스몰데이터의 만남, 그리고 이를 도와줄 ‘컨조인트 분석’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사례 1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사업 다각화 변신(NHN,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빅데이터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시장 조사, 광고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제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한 예로, 2013년 8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NHN㈜는 게임사업 부문(한게임)을 분할해 ‘NHN엔터테인먼트’라는 종합 IT 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한 바 있다. 그리고 2019년 다시 한번 사명을 ‘NHN’으로 바꾸면서 변신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기업은 게임 이외에도 음원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결제 및 광고, 이커머스, 기술 및 클라우드 등의 IT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IT 기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를 토대로 음악, 공연, 웹툰, 여행, 교육 및 업무 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업이 무한히 확장하고 변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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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NHN이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그리고 하위 영역의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 빅데이터 광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NHN은 구글이나 네이버 및 다양한 광고 매체와 데이터를 공유하고, 빅데이터 기술 플랫폼을 가지고 기존 플랫폼들과 협업하는 윈윈 구조를 완성했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키워드 및 자연어 검색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역량을 폭넓게 갖고 있는 플랫폼 기업이다. NHN은 ‘애드 익스체인지(ADX, AD Exchange)’ 사업을 통해 광고주들이 지출한 비용에 대한 정확한 광고 효과를 수치로 제공하는 광고 효율 분석을 수행한다. 이 같은 협업의 결과 광고주들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들에게 타깃 광고를 하고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쓸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NHN은 최근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와 함께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까지 나서면서 다양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업을 변경,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신은 현재 10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 종합 IT 기업 카카오에서도 발견된다. 현재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금융, 투자, 결제, 모빌리티, 게임, 웹툰, 엔터테인먼트, AI 등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플랫폼이 필요한 많은 영역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소비자와의 접점이 필요한 영역에서 맹활약 중인데 대리기사를 중개하는 ‘카카오대리’, 미용실과 네일숍을 중개하는 ‘카카오 헤어샵’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변신을 꾀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례 2 다른 세대, 다른 매력의 엔터테이너 조합
(싹쓰리, 환불원정대)

2020년 7월25일 데뷔한 대한민국의 3인조 혼성 그룹 ‘싹쓰리’는 이효리와 유재석, 비가 의기투합해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MBC TV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됐으며 그룹명은 온라인으로 팬이 정해줬다. 모든 차트를 ‘싹쓸이’한다는 의미와 함께 그룹 멤버가 3명이라는 ‘쓰리’가 담겨 있는 이름이다. 이들의 타이틀곡 ‘다시 여기 바닷가’는 각종 음악 차트 프로그램 1위를 휩쓸며 여느 유명 아이돌 못지않은 결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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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싹쓰리 3명, 각각의 멤버를 대한민국 국민 중에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유명세를 치르며 한창 활동했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이며, 이효리는 79년생(43세), 유재석은 72년생(50세), 정지훈은 82년생(40세)으로 지금 한창 아이돌을 보면서 자라나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 명의 조합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내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비대면 활동밖에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들의 성공은 더 가치 있게 다가왔다.

싹쓰리 멤버 3명이 결합된 혼성 그룹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매우 신박했다. 이처럼 다른 매력의 소유자들의 조합은 그들이 전성기 때 확보했던 팬층부터 현재 아이돌을 보면서 자라나는 세대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소비자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 효과를 발휘했다. 즉, 코로나로 집안에 갇혀 있는 부모 세대와 다양한 연령층의 자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창출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온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왕년에 잘나갔던 센 언니 엄정화(만옥), 줄곧 화려했던 센 언니 이효리(천옥), 지금 센 언니 제시(은비), 막 떠오르는 센 언니 화사(실비)가 모인 것이다. 각기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의 결합은 역시 여러 세대를 충족시켰다.

사례 3 엔터테이너의 장르 변경
(신상출시 편스토랑, 신박한 정리, 윤스테이)

최근 KBS에서 금요일 밤마다 방영되는 ‘신상출시 편스토랑’이 핫하다. 다양한 스타가 출현해 혼자 먹기 아까운 자신의 메뉴를 공개하고 메뉴평가단의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이 중 우승한 메뉴는 다음 날 편의점 메뉴로 바로 출시된다. 일종의 신개념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사항은 수준급 요리를 펼치는 스타들의 모습이다. 가수 혹은 개그맨, 배우, MC 등 방송인으로 자신의 전문 영역이 있는 스타들이 ‘편쉐프’가 돼 직접 선보이는 요리들은 프로급 요리사의 그것에 견줄 만하다. 스타들은 자신만의 레서피를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요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요리 팁을 소개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영역의 엔터테이너가 아닌 또 다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새로운 엔터테이너가 된 것이다. 이경규가 만든 대만식 비빔면 ‘마장면’은 그다음 날 바로 편의점 CU를 통해 출시되면서 빠른 속도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전에도 꼬꼬면을 개발해 대한민국을 ‘하얀라면 국물’의 세계로 빠지게 했던 이경규는 단순히 ‘국민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수준급의 요리 실력을 뽐내는 ‘편쉐프’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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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인기 급상승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tvN의 ‘신박한 정리’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인 신애라, 윤균상과 개그우먼 박나래가 이번에는 ‘집 정리 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인으로 변신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신박한 정리 노하우를 전해주는 전문가까지 합세하면서 엔터테이너들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업무에 뛰어들어 몰입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물건 비우기와 정리, 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집을 정리하고, 자신의 공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 정리를 시작한 타이밍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팬데믹 이전 바쁜 현대인들에게 집은 일을 마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집이란 가장 중요한 안식처이자, 직장이자, 학교이자, 카페이자, 극장이자, 레스토랑이자, 놀이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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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해외에서 작은 한식당을 차려 가게를 운영하는 모습을 성공적으로 담았던 ‘윤식당’에서 식당에 한옥 숙박을 더한 포맷으로 2021년 1월 초 새롭게 선보인 ‘윤스테이’도 모두 위와 같은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50년 차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섯 배우는 이 예능에서 손님이 아니라 완전한 주인이자 직접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는 주체로 자리 잡았다.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은 보통 새로운 드라마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들이 작품 홍보를 위해 출현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윤스테이에서 배우들은 주방과 객실을 종횡무진하며 실제 외국인 대상 숙박업자들을 방불케 한다. 즉, 엔터테이너들이 그동안 전문적으로 내세웠던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프로그램의 주체가 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엔터테이너들의 장르 변경은 콘텐츠에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례 4 로케이션 기반의 장르 혼합
(Feel the Rhythm of Korea)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국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으로 풀어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도 최근 주목을 받은 콘텐츠다.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는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물 시리즈인데 2020년 8월에 발표된 서울, 부산, 전주 등 3편의 유튜브는 2020년 말 기준으로 조회 수가 8000만 회를 넘었다. 다른 소셜네트워크를 모두 포함하면 총 2억7000만 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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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로케이션 기반으로 그 지역 곳곳의 모습을 거부감 없이 둘러보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리듬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 채 2분이 안 되는 이날치밴드의 ‘범내려온다’ 노래와 춤을 편하게 즐기면서 ‘서울’이라는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콘텐츠다. 2020년 8월 발표된 ‘서울’ ‘부산’ ‘전주’ 편에 이어 10월에 발표된 ‘강릉’ ‘목포’ ‘안동’ 편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은 비대면 시대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로케이션 기반의 출구 전략을 마련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쉽지 않지만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장소로서 로케이션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가치가 클 수 있다. 한국은 작지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이 많은 나라다. 이런 매력을 담은 영상물을 접한 사람이라면 코로나 이후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특정 로케이션에 K팝뿐만 아니라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장르를 혼합하거나 새로운 뮤지션 혹은 엔터테이너를 조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의 ‘시간여행자’가 되게 한 팬데믹

글로벌 팬데믹 위기 속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콘텐츠의 구성 방식과 내용도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걸맞게 전부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 즉, 전통적인 전략의 이론과 방식에서 벗어나 언어 및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콘텐츠의 모든 비트가 다채롭게 살아 움직이도록 소비자가 원하는 새로운 조합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은 이를 위해 여러모로 유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코로나로 달라진 시장의 소비 트렌드와 방향성을 미리 읽고, 스몰데이터를 통해 디테일한 핵심을 짚어내 이를 콘텐츠 개발에 결합해야 한다. 지금은 같은 업종이 아닌 이종(異種) 사업 간에 동일 고객을 서로 뺏어오기 위한 쟁탈전이 한창이다. 도서, 음악, 영화, 여행 등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게임 유저의 시간과 돈을 가져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언제든지 그들의 중심축을 변화시켜 모든 것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변신의 변신을 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에 대한 동시 분석을 통해 콘텐츠의 방향성과 트렌드를 잡고, 개별 소비자가 중시하는 효용 가치를 새롭게 점검해 봐야 한다.

전통적인 전략에서는 ‘자원 기반 관점(RBV, Resources-Based View)’에 따라 희귀하고, 모방하기 어렵고,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자원을 통해 기업 성과를 설명해 왔다. 같은 산업 내 기업들의 성과 차이는 기업이 가진 특유의 자원과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원은 움직이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 우위’의 토대와 원천을 제공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은 ‘자원 이전이 어렵다’는 전통적인 가정을 깨뜨렸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조직을 뛰어넘어 기업이 가진 ‘스타’라는 자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 재배치, 조정하지 않으면 경쟁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이런 변화는 ‘자원 기반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흡수 능력(Absortive Capacity)’과 ‘동적 역량 기반 관점((Dynamic Capability View)’ ‘창의성에 기반한 관점(Creativity-Based View)’ 등과도 일맥상통한다. 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창의성은 조직 외부에서 얻은 역량과 결합하면 보다 나은 성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흡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외부의 여러 지식을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흡수 능력이란 새로운 지식의 가치를 인지하고, 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콘텐츠의 짧은 수명주기, 지적 재산의 빠른 흐름, 전반적인 트렌드의 대체 및 이전,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 대면 및 비대면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흡수 능력 개발’은 이제 기업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이처럼 이론적으로 다뤄져 온 ‘자원 기반 관점’과 ‘지식 기반 관점’이 실무적인 논의로 확장되면서 엔터테인먼트 현실 세계에 나타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서로 다른 경로에 의존하는 자원들의 집합이다. 특히 콘텐츠란 제품 개발은 불확실성을 동반하며 콘텐츠마다 성공 여부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다고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줄곧 ‘부익부 빈익빈’ 상황 속에 있었다.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자원을 결합, 재배치, 조정하고 흡수 능력을 개발하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변화하고 있다. 어쩌면 팬데믹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여행자가 되게 해줬는지도 모른다. 좀 더 멀리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특별한 안목을 가지도록, 그리하여 물리적인 시간을 앞당겨 미래를 살 수 있도록 해줬는지도 모른다. 이에 탄탄한 내공을 쌓아 중심축을 바꾸는 변화 앞에 주저하지 말고 올해를 결단과 변화의 원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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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http://www.visitkorea.or.kr
14.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홈페이지: https://kaiea.org/
15. MBC 놀면 뭐하니? 홈페이지: http://www.imbc.com/broad/tv/ent/hangoutwithyoo/index.html
16. NHN 홈페이지: https://www.nhn.com/ko/index.nhn
17. tvN 홈페이지: http://tvn.tving.com/tvn


박영은 프린스슐탄대 경영학과 교수 ypark@psu.edu.sa
박영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Prince Sultan University)의 경영대학 교수다. 이 대학의 전략센터 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경영학 연구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와 박사(전략 및 국제경영 전공) 학위를 받았고,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박사후 과정(포닥)도 마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연구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심사위원, 지역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중동에서 부는 한류 바람을 몸소 체험하면서 엔터테인먼트기업의 경영 전략에 관한 논문 및 저서를 활발히 집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엔터테인먼트 경영학(2019)』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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