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비즈니스: 중국 시가총액 1위 ‘마오타이’의 마케팅

에르메스를 닮은 마오타이의 힘

315호 (2021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국에서 마오타이주의 위상은 단순히 중국 전통주 이상이다. 마오타이를 제조 판매하는 귀주모태주의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이고 일본 대표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2배에 달한다. 또 마오타이는 숙성 기간이 오래될수록 가격이 오르는데 현존하는 최고가 마오타이는 무려 15억 원에 달한다. 특히 마오타이는 명품 브랜드들처럼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와 세계거래소연맹(WFE)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은 63조5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6% 성장했다. 이는 60조1000억 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2013년 말 이후 최대치다.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와 나스닥(NASDAQ) 시장을 합치면 전 세계 증시의 42%에 달한다. 전 세계 기업 가치의 반이 미국에 있는 셈이다. 2위는 중국. 상하이 증권시장(Shanghai Stock Exchange, SSE), 선전 증권거래소(Shenzhen Stock Exchange, SZSE), 홍콩 증권거래소(Hong Kong Stock Exchange, HKEX)를 가진 중국은 세계 시장의 9%를 차지한다. 그리고 일본이 7% 내외로 3위. 한국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14위다. 최근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주가 상승이 이어졌다고 하지만 전 세계 시장으로 본다면 아직 2% 전후의 점유율을 보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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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각 국가 증시의 대장주는 어디일까. 한국 증시는 단연 삼성전자다. 2월3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505조 원에 육박해 시가총액으로 2위인 SK하이닉스(91조 원)의 6배 정도다. 미국 시장에서는 애플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4배가 넘는 2513조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906조 원으로 애플의 40% 정도다.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은 267조 원의 도요타자동차다. 이렇듯 주요국 증시의 대장주들은 대부분 기술주가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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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장주는 술 회사

세계 2위 규모의 주식 시장인 중국의 대장주는 어디일까. 중국에도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유명한 IT 기업들이 있지만 1등은 의외로 주류 제조회사인 마오타이(귀주모태주)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 시장에 상장돼 있는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475조 원으로 한때 삼성전자보다 높기도 했으며 도요타자동차의 2배가 넘는 규모다. OB맥주의 모회사이기도 하며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맥주를 제조하는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 NV ADR’의 시가총액이 116조 원이고 조니워커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주류 회사 디아지오 ADR는 101조 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보면 마오타이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IT 기업도 아닌 주류 회사가 이렇게 높은 평가와 기대를 받을 수 있을까?

중국 홍군의 특별한 술 ‘마오타이’

알코올 도수 53도의 마오타이는 중국 홍군 1 에게 특별한 술이다. 바로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일컫는 대장정에서 원기 회복은 물론 치료제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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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홍군은 1934년 10월부터 약 1년간, 장제스의 국민당을 피해 1만5000㎞에 달하는 대이동을 진행한다. 이렇게 후퇴를 거듭하던 때, 척박하기로 유명한 구이저우성(貴州省, 귀주성) 마오타이진에 도착한다. 이때 홍군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군량미는 떨어지고, 부상병도 많아져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마오타이라는 명주를 만난다. 그리고 이 술을 마시며 다시 한번 의지를 불사른다. 결국, 대장정의 기간 동안 마오타이는 홍군의 ‘소울(soul) 술’로 자리 잡혔고, 장제스의 국민당을 대만으로 밀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사기의 원천이 됐다.

마오타이는 이후 중국의 4대 명주, 8대 명주 등으로 선정, 중국 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마오쩌둥 주석은 외국 수뇌부와 만찬 자리에서도 이 술을 홍보했고,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저우런라이(周恩來) 총리와 만찬주로 마시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2018년에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2억 원짜리 마오타이가 등장해 화제를 끌기도 했다.

제조 과정의 어려움은 마케팅 포인트로

마오타이는 제조 과정이 무척 복잡하다. 다른 중국 고량주와 마찬가지로 마오타이의 주원료는 수수다. 하지만 횟수에서 차이가 난다. 마오타이는 수수를 9번 찌고 8번 누룩을 넣어 발효한 후 7번 증류해 술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기까지 약 10개월이 소요되며, 이후 숙성을 3∼4년 정도 진행한다. 따라서 갑자기 많은 주문량이 들어와도 주문을 모두 채우기 위해서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30년산, 50년산 등이 등장하며,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현재 최고가 마오타이는 890만 위안(14억7000만 원)에 달한다. 술 병마개가 순금으로 치장된 이 마오타이는 145만 6000위안(2억4000만 원)에 팔렸던 1958년산 마오타이의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이렇다 보니 지금 사지 않으면 또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구매자들로 하여금 조바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조사 및 판매자는 이러한 모습을 여유 있게 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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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타이의 가격 전략

마오타이 대표 제품인 비천 마오타이(飞天茅台)의 국내 가격은 약 40만∼50만 원으로 웬만한 고급 위스키보다도 비싸다. 중국 내에서도 25만 원은 줘야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마오타이는 2000년도 초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저가형 제품을 잇따라 선보인다. 원재료를 재증류해 만든 마오타이 영빈주(迎宾酒)와 증류 횟수를 줄이고 숙성을 안 한 마오타이 왕자주(王子酒)가 그것이다. 마오타이 영빈주는 국내 마트 가격으로 4만 원 안팎, 마오타이 왕자주는 11만 원대에 살 수 있다. 결과는 대성공. 고가 제품에 차마 손을 대지 못했던 소비자는 마오타이 영빈주로 조금씩 마오타이 세계에 입문하게 되고 마오타이에 익숙해지면서 다소 고가인 왕자주를 구입해 마시게 된다. 그리고 이내 대표 제품인 비천 마오타이까지 손을 뻗게 되면서 마오타이 마니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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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타이의 가격 정책을 보면 떠오르는 명품 브랜드가 있다. 바로 버킨백, 켈리백 등 최고가 핸드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다. 1997년, 신라호텔 및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한 에르메스는 당시 너무도 높은 가격으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그림의 떡’으로 불렸다. 그래서 초기 에르메스는 한국 시장에서 매출을 올리기 위해 스카프, 펜던트, 벨트, 시계 등의 판매에 집중했다. 특히 기내 면세품목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들어갔다. 중산층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에르메스를 동경하는 많은 소비자가 수십만 원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에르메스 액세서리로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했기 때문. 그 덕분에 당시 에르메스의 매출 구성은 최고가 백보다는 액세서리 매출이 메인이었다. 고가의 백은 소비자가 언제나 동경하는 철옹성 같은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액세서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액세서리로 시작된 구매 욕구는 결국 최고 제품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소비 심리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인생 최대의 쇼핑 타임인 혼수 목록에 1000만 원이 넘는 에르메스 백이 올라가게 된다. 에르메스는 한술 더 떠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통해 중고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소장한다는 것만으로 재테크가 이어지게 한 것이다. 즉, 구매해 놓으면 언젠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에르메스 백은 사치품이 아닌 금과 같은 투자성 자산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런 현상은 마오타이 제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마오타이는 하나의 재테크 수단이다. 마오타이를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가격이 올라간다는 믿음이 중국 내에 퍼져 있다. 최근에는 마오타이 제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까지 해줬다. 자금난에 빠진 중국의 백화점이 마오타이 제품 16만 병을 담보로 2억32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400억 원을 조달한 것이다. 담보물은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비천 마오타이로, 모두 16만 병이다. 현재 이 제품은 시장 소비자 가격이 병당 1499위안. 은행에서는 이보다 100위안 낮은 1399위안으로 계산해 담보로 잡았다. 일반적인 제품이라면 시간이 갈수록 가격은 낮아지게 마련. 하지만 마오타이만큼은 매년 100위안씩 오르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통한 상상력을 자극

만약 이 제품이 증류주가 아닌 와인이었다면 쉽지 않을 수 있다. 와인과 같은 발효주는 외부 온도 및 습도 등 환경에 따라 맛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 40도가 넘는 제품은 기본적으로 균이 생식할 수 없는 조건이다. 따라서 맛에 유통기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히려 관리만 잘하면 숙성돼 맛이 좋아진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 와인보다 위스키가 최고가를 자랑한다. 와인 최고가는 로마네 콩티 1945년 빈티지 제품으로 6억 원 정도지만 ‘맥켈란 파인 앤드 레어(Macallan Fine & Rare) 1926’ 60년 숙성 위스키의 경우 20억 원을 넘기도 했다. 이러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제품을 구매하려면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 그 세월에 대한 가치를 이렇게 돈으로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고급 제품은 모두 마시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맛을 본 사람도 지극히 적다. 결국 수십 년 세월의 흔적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력으로 하여금 부가가치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제품에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며, 그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상상력을 만들어가고, 보다 높은 가격의 제품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마오타이의 경우 회사에 재고자산이 많아지면 오히려 주가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회사의 자산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으면서 미래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타 업체들은 재고자산이 너무 많으면 처리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또한 손실을 충당하라는 등 회계 법인으로부터 압박을 받지만 마오타이는 그 반대다. 세월을 통해 변화하는 숙성의 힘, 그리고 상상력의 힘이 결국 2004년에 10위안이었던 마오타이 주가를 2020년 초 기준 2175위안으로 217배 넘게 오르게 한 것이다.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vegan_life@naver.com
필자는 일본 릿쿄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다 한국 전통주의 다양성에 매료돼 주류 전문가의 길을 가게 됐다. 현재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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