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영의 리테일비즈니스산책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만큼 편리하게
언택트 시대, ‘피지털(Physical+Digital)’ 경험 제공하라

304호 (2020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타깃이 올 2분기, 역사상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였는데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온라인만큼 편리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한 덕분이다. 학계에서는 타깃의 사례처럼 오프라인 매장이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의 강점인 편의성을 융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물리적 경험을 강화하는 것을 ‘피지털’이라고 부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 여정을 단계별로 따져서 불편함을 찾고 해소하는 데서 피지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Untact) 라이프스타일이 일상화되면서 당장 매장 매출과 매장 수가 감소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대명사, 타깃(Target)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20년 8월, 타깃은 2·4분기(4∼6월) 실적으로 매출 2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이상 운영된 매장과 온라인 통합 매출은 24.3% 증가했는데 동일 점포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0.9% 상승한 결과 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3%나 늘었다.1 타깃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 CNBC가 ‘몬스터 쿼터(monster quarter)’라고 표현할 정도다.2 다른 한편, 같은 시기에 명품 백화점 니만마커스나 허츠, 제이크루 등의 리테일러들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한국도 올여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장마와 무더위 같은 기후변화가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의 쇼핑 행동이 달라지고 소매 업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어떻게 충격을 줄일 수 있을까?

피지털(Physital) 경험의 가치

먼저,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라도 온라인에서와 같은 편리함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예컨대, 타깃은 온라인 주문을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으로, 즉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근처 지정된 곳에서 픽업하는 방식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올 2분기(4∼6월) 기준 700%나 늘었다. 오프라인만의 강점에 온라인 같은 편리함을 더하면 보다 더 섬세하고 풍성한 고객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데, 학계에서는 이런 경험을 피지털(Physital=Physical + Digital)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디지털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피지컬 커넥션(physical connection)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피지털은 옴니채널과는 개념이 다르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 멀티채널(multi-channel) 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채널 간 이동하면서도 경험이 끊기지 않는 소비 경험을 말한다. 하지만 피지털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하되 온라인 경험 중에서도 편의성과 관련된 요소를 오프라인 경험에 융합하는 것으로 오프라인 경험에 보다 초점을 맞춘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다.

피지털 경험은 소비 여정 각각의 단계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품 정보 습득 단계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온라인 쇼핑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상품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예컨대, 쿠팡 앱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양한 상품이 뜨고, 상품마다 텍스트, 비디오 등을 포함한 상품 정보, 규격 정보와 소비자 리뷰 등을 볼 수 있다.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구입을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소비자들은 하나의 키워드에 떠오르는 몇십 개, 또는 몇백 개의 검색 결과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검색된 수많은 상품 중에서 자신한테 필요한 것을 찾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운 과제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 경험을 감안했을 때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인 상품의 ‘실재감(reality)’은 온라인보다 더 적절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장에 전시된 상품에 QR코드를 부착하고 QR코드를 스캔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바로 관련 상품 정보를 찾을 수 있거나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해 상품 정보를 찾아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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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2019년 10월 오픈한 노드스트롬백화점 맨해튼 지점에는 ‘향수 파인더(Fragrance Finder)’라는 키오스크가 있다. 몇 가지 퀴즈를 풀면 본인에게 가장 어울릴 만한 향수를 추천받을 수 있는데다 즉석에서 시향까지 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가 향기를 뿜어낸다. 내가 좋아할 만한 향수의 추천 과정이 간단하고 편리한데다 그 자리에서 바로 좋아하는 향인지 맡아볼 수 있는 체험까지 할 수 있다. 또 뷰티 스타일리스트 버추얼 미러(Beauty Stylist Virtual Mirror) 코너에서는 트렌디한 메이크업 룩을 가상으로 시도해볼 수 있고, 립 트라이-온(Lip Try-On) 코너에서는 AR를 이용해 립스틱 컬러감을 테스트할 수 있다. 탈의실에서는 터치스크린 버튼을 누르면 수선사가 해당 룸에 방문해 바로 수선 치수를 재주기도 한다. 이렇게 노드스트롬은 AR와 VR, 터치스크린 등을 활용해 언택트의 편의성에 오프라인의 실재성과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편의성을 강조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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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고객 여정 중에서 상품 픽업 단계를 생각해보자.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연중무휴 24시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픽업 기능 이상의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남성 전용 백화점 노드스트롬 맨즈와 노드스트롬 맨해튼 지점에서는 24시간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 내에 마련된 ‘익스프레스 서비스(Express Services)’ 코너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픽업할 수 있고 매장에서 입어본 옷을 집으로 배송해줄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커뮤니티 개념을 강화한 일종의 서비스 매장인 노드스트롬 로컬(Nordstrom Local)에서는 온라인 오더 픽업과 상품 환불, 교환뿐 아니라 수선, 개인 스타일링, 상담 등을 제공한다. 현재 LA에 3개, 뉴욕에 2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점에 따라서 네일 케어 서비스, 인-스토어 바(bar), 유모차 클리닝이나 의류 기부 같은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노드스트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일반 백화점에서보다 노드스트롬 로컬에서 보내는 시간이 2.5배 이상 길다고 한다. 서비스 카운터에는 주인과 함께 방문하는 반려견에게 줄 간식도 마련돼 있다. 한국의 유통업체들도 노드스트롬 로컬 같은 사례를 참고해 매장 픽업 서비스를 단순히 제품을 가지러 오는 곳이 아닌, 또 다른 가치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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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 상품 교환 및 반품 단계는 어떤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와 다를 때 가장 귀찮은 점이 바로 이 단계다. 상품 반송비 부담은 물론이고, 무료 반품이라도 상품을 다시 포장한 뒤 택배기사에게 상품을 전달해 줘야 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마존은 반품 시 상품을 포장하지 않고 반품 소장 없이 들고 가도 UPS를 통해 소비자 대신 포장, 및 반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UPS에서 QR코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외에도 콜스(Kohl’s)백화점이나 홀푸즈마켓에 배치돼 있는 아마존 로커에서도 반품을 할 수 있다. 한편 노드스트롬 일부 지점도 매장 내에 있는 컨테이너에 상품만 넣으면 반품 과정이 완료되도록 만들었다. 키오스크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사인하고, 반품할 아이템을 선택한 다음, 키오스크에 마련돼 있는 백에 상품을 담아 반품 수거 상자에 넣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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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매장 콘셉트 중 피지털 콘셉트의 최상위 버전은 ‘무인 매장’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은 2020년 2월, 아마존 고(Amazon Go)의 확장 버전인 아마존 고 그로서리(Amazon Go Grocery)를 론칭한 데 이어 올 7월, 스마트 카트인 아마존 대시 카트(Amazon Dash Cart)까지 선보였다. 스마트 카트는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과 센서 퓨전 기술로 카트에 담기는 상품을 파악하고, 카드가 대시 카트 라인을 통과하면 센서가 인식해 고객의 아마존 계정에 연동된 신용카드로 자동 계산할 수 있게 했다. 또 카트에 마련된 스크린에서 알렉사(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쇼핑 리스트를 볼 수 있고, 지금까지 담긴 상품들의 총합 비용도 볼 수도 있다. 쿠폰 스캐너 기능도 탑재돼 있다. 국내에서도 선도적인 유통업체들이 무인 매장, 무인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피지털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자금이 충분치 않은 유통업체들에 무인 매장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혁신일 수 있다. 희소식은 무인 매장 기술들도 점차 ‘플랫폼화’돼가고 있어 자체 기술이 없어도 무인 매장을 오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지핑(Zipping)이나 스탠더드 커그니션(Standard Cognition) 같은 스타트업들은 무인 매장 기술을 개발해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한편, 자체 소형 편의점을 론칭하는 등 무인 매장 기술의 플랫폼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아마존도 올해 3월 무인 매장 기술을 원하는 리테일러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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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털 경험 디자인도
고객의 페인포인트로부터

디지털 기술은 이미 오프라인에서의 쇼핑 메커니즘을 바꿔 놓고 있다. 피지털 경험은 고객들에게 매장을 방문할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택트 시대 오프라인 리테일러에게 중요한 경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피지털 경험 디자인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객 입장에서의 불편함, 즉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DT에서 디지털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포메이션’에 방점을 찍고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야 한다.

타깃의 경우, 자체적으로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17년 딜리버리 서비스 기업 십트(Shipt)를 5억5000만 달러(약 6600억 원)에 인수해 당일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또 서비스별로 분산돼 있던 모바일 앱들을 통합해 타깃 앱의 경험을 향상했다. 앱의 모바일 화면상에 카테고리마다 컬러풀한 아이콘을 넣어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쉽고 재미있게 만들었고, 모바일 앱상에서 매장 픽업이나 십트를 이용한 당일 배송, 서브스크립션, 레지스트리(registry, 웨딩이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 필요한 아이템을 리스트로 만들어 하객들이 선물한 아이템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미국 문화) 등 상품 수령 옵션을 제공했다. 또 타깃 앱 안에서 신용카드나 쿠폰, 기프트카드 등의 옵션을 선택하고 스마트폰 스캔으로 체크아웃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매장 내에서 체크아웃에 걸리는 시간이 4배나 빨라졌다. 이런 다방면의 노력은 디지털 자체에 집중한 것이라기보다 고객의 불편함을 파악하고 그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 즉 트랜스포메이션에 집중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킨 결과로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고객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기업 각각의 상황과 강점, 맨 파워는 다 다르다. 예를 들어, 데이터 기반 고객 서비스(CRM), 관여 시스템, 시스템 효율화 등 기업마다 각자의 강점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어떤 프로세스를 공략하기 위해 더 특화해 경쟁 우위를 선점할지 꼼꼼히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신 기술이라고 무턱대고 도입해서는 안 된다. 비즈니스 목적에 따라, 어떤 데이터를 축적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고, 그에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기술만 있고 고객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변화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하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고, 2017-2018 UNCG 우수 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대형 유통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 및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저서 『리테일의 미래(2019)』를 출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8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2020년 11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