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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GSB Knowledge : 중국 알리바바의 기술 기반 식음료 체인 ‘허마셴셩’

신선 식품 클릭하면 30분 내 배달!
온•오프라인 리테일의 완벽한 결합

마크 앤드루(Mark Andrews) | 302호 (2020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 발병 이후 소비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구매가 증가하면서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허마셴셩(盒马鲜生, Freshhippo)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비대면 고객들의 쇼핑 만족도를 크게 증가시켰다. 모바일 앱을 통해 신선한 식재료를 구매하면 30분도 안 돼 집에 도착한다. 중국 전역에 위치한 228개 매장이 물류센터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기에 가능하다.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제품과 배송 만족도 덕에 충성 고객이 빠르게 늘어났다. 고객의 1회 평균 구매 금액도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이 발간하는 CKGSB Knowledge 2020년 6월 호에 실린 ‘How Alibaba’s Freshhippo is shaking up the Chinese supermarket world’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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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막 도착한 신선 제품들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는 고급 슈퍼마켓의 전경을 상상해보자.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천장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로 제품이 이동하고, 잘 포장된 장바구니가 오토바이에 실린다.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 고객의 집까지 재료들이 배달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 농담이 아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알리바바(Alibaba)가 길들여놓은 중국인들의 장보기 일상이다.

알리바바가 기술 기반 슈퍼마켓 체인 ‘허마셴셩(盒马鲜生, Freshhippo)’으로 중국 식음료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허마셴셩은 겉에서는 마치 백화점에 있는 고급 슈퍼마켓처럼 보이지만 고객들이 무인 계산대와 총알 배송, 즉석조리 코너, 제품의 포장 및 운반 기계화를 통해 차원이 다른 장보기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알리바바의 모든 IT 서비스 집약

허마셴셩에는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기존의 서비스들이 녹아 있다. 고객들은 허마셴셩 앱을 통해 매장에 있는 신선 제품을 주문하고, 알리바바의 전자 지갑 ‘알리페이(Alipay)’로 결제한다. 기존의 주문 내역을 바탕으로 추천 요리 서비스를 제공해 ‘오늘은 뭘 먹지’에 대한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 거대한 ‘IT 공룡’ 알리바바의 물류센터와 마트를 결합한 신유통 매장이자 기술이 집약된 중국 온•오프라인 슈퍼마켓 시장의 지각변동이다.

허마셴셩은 전 세계 산지에서 신선 제품을 직매입한다. 유통망을 좁혀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주요 고객층인 1인 가구와 소규모 가정을 위해 제품을 소포장 위주로 진열한다. 신선식품은 당일 소진이 원칙이다.

해당 제품의 유통 경로를 공개하는 ‘산지이력제’ QR코드 서비스를 적용, ‘우유 파동’ ‘계란 파동’ 등에 지친 중국인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을 실시간 순위별로 정렬한다든지, 이미 구입한 제품에 대한 후기를 적극적으로 노출해 선택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안드레아 류(Andrea Liu) 씨는 “허마셴셩은 나의 필수 앱”이라며 “매장에서 무겁게 장바구니를 들고 집에 올 필요가 없고, 대개 20분이면 집으로 배달되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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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리테일의 완벽한 결합

시장 분석 회사 에이전시차이나(Agency China)의 마이클 노리스(Michael Norris) 연구원은 허마셴셩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후광 효과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허마셴셩은 거대 IT 기업이 운영하는 첫 슈퍼마켓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중국 최초의 슈퍼마켓으로 볼 수 있다. 웬만한 쇼핑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습관과 맞물려 거대한 시너지를 냈다.”

2016년 상하이에서 문을 연 허마셴셩은 현재 중국의 주요 도시에 22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칠레, 뉴질랜드에서 연어나 체리, 키위 등을 직수입해 유통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허마셴성은 물류센터와 마트를 결합한 신유통 매장이자 온라인 플랫폼이란 점에서 알리바바 설립자인 잭 마(Jack Ma)가 강조해온 ‘신개념 리테일(New Retail)’ 경영 방침과도 일치한다. 징빙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는 “2019년 중국 전체 식품 유통 시장에서 온라인을 통한 구매는 약 4%에 불과하지만 허마셴셩 같은 매장이 확대되면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또 다른 IT 거물인 텐센트(Tencent)와 징둥닷컴(JD.com)도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리테일에 기반을 둔 징둥이 운영하는 ‘세븐프레시(7Fresh)’ 매장은 알리바바와 가장 유사한 유통 모델을 갖고 있다. 세븐프레시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75%는 신선 식품이다. 텐센트는 슈퍼마켓 체인인 카르푸 등 기존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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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매장에 비해 매출 3∼5배 높아

허마셴셩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장(Zhang) 씨는 “당연히 집 주변에 대형 마트도 있고, 채소가게도 있다. 대형 마트가 더 저렴할 수는 있지만 신속 배달이 주는 매력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을 매료시킨 허마셴셩의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허마셴성과 맞물려 있는 다른 서비스까지 모두 환산해 매출을 공개하고 있어 마트 자체의 매출을 구분해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 AKQA의 스티븐 거터리지(Steven Gutteridge)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인들이 온라인에서 쓰는 한 달 소비액이 평균 300위안(약 6만 원)인데 허마셴셩 멤버십 고객들은 한 달 평균 575위안(약 9만8000원)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허마셴셩의 1인 평균 소비액이 높은 이유는 고가의 해산물과 직수입 신선 식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주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노리스 연구원은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도시 매장을 기준으로 허마셴셩의 평방미터(㎡)당 매출은 다른 슈퍼마켓의 3∼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노리스 연구원은 이어 허마셴셩의 매출이 이 정도 수준으로 자리 잡는 데 오픈 후 약 18개월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알리바바는 중국 전역에 허마셴셩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작년에만 8월부터 5개월 동안 오프라인 매장 수를 171개에서 197개로 확장했다. 2022년까지 중국에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경쟁자 징둥도 빠르게 쫓아가고 있다. 징둥은 앞으로 3년 이내에 경쟁 브랜드인 7Fresh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설계부터 온라인 판매에 초점

중국에 있는 전통 슈퍼마켓 체인과 허마셴셩은 출발부터 다르다. 슈퍼마켓이 자신의 기존 서비스 방식에 온라인 요소를 덧붙이는 동안 허마셴셩은 시작부터 온•오프라인 통합 채널로 접근했다. 이런 매장 인테리어에서부터 다른 마트와 차별화된다. 징빙 교수는 “허마셴셩의 매장은 ‘창고형 소매 매장(store-as-a-warehouse)’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온라인 주문을 더 신속히 처리할 수 있게 기계식 제품 운반 및 포장에 용이한 플랫폼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마셴셩이 고객과 약속한 ‘3㎞ 이내 30분 이내 배송’이 실현 가능했던 것도 이처럼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주문과 포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창고형 매장 설계 덕분이다. 허마셴셩은 온라인 주문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대다수 슈퍼마켓 체인에서 온라인은 부가적인 판매 채널인 것과 다른 점이다. 배달 비용을 받지 않아 허마셴셩의 순익은 일반 슈퍼마켓보다 낮은 편이지만 충성고객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한 전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내놓은 마케팅도 눈여겨볼 만하다. 당초 허마셴셩의 1인 평균 주문액은 90위안(약 1만5000원)이었는데, 최근 코로나 이후 평균 주문액이 40위안(약 6800원)으로 뚝 떨어졌다. 고품질의 신선 제품 위주로 주문해온 기존의 충성 고객 외에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한 것은 좋았지만 무료 배달을 이용해 단품 위주의 주문이 쏟아진 건 기업 입장에서 달가운 현상은 아니었다.

허마셴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주문 시 14%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노리스 연구원은 “이 결과 한 주에 여러 번 식료품을 구매해 온 중국인들이 주 단위로 몰아서 주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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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에 정답은 없다

이와 같은 소비 트랜드가 가능해진 데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보급된 스마트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알리바바의 잭 마가 강조해온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발전시키고, 리테일 산업의 미래를 쥔 열쇠다”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 스마트폰 사용에 길든 유저들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처럼 쇼핑과 전자 결제(Alipay, WeChat Pay), 사회관계망(SNS) 등의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제공할 수 있는 IT 기업의 충성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공룡 IT 기업은 아니지만 오프라인에 비해 저렴한 온라인 마케팅을 앞세워 매장 없이 성공한 브랜드들도 있다. 중국 과자 브랜드 ‘Three Squirrels’, ‘중국판 3CE’로 불리는 화장품 브랜드 ‘Perfect Diary’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온라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오프라인 매장으로 역량을 확대했다. 하지만 주(主)는 온라인이다. 노리스 연구원은 “디지털 마케팅을 앞세운 이들 온라인 브랜드(digital-native brand)들의 특징은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본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온•오프라인 결합 유통업체는 고객들에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매끄러운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예컨대, 허마셴셩은 ‘디지털 가격 정책’을 사용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이 상시 동일하며 즉각 반영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온라인 앱에서 제품을 검색했을 때 다른 가격이 노출된다면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모든 것이 빠릅니다. 모바일 결제도, 고객 응대 정책도 훌륭합니다. 그렇다면 쇼핑에 걸리는 시간을 확 줄일 수는 방안도 있겠죠?” 중국 시장 조사 업체 따쉐(Daxue)컨설팅의 스테피 노엘의 말이다.

“중국 리테일 사업의 미래는 보는 즉시 사버리는 ‘현장직구족(SNBN•See now buy now)’의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기술이 이런 점을 해결해줄 것이라 본다. 기술 혁신으로 무장한 중국 리테일 산업이 상대적으로 고객 정보 수집에 소극적인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소매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꼽는다. 이를테면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센서가 그날의 상태와 기분(mood)을 읽어 맞춤형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것 등을 말한다. 노엘은 “중국은 곧 뉴리테일에 AI를 더할 것이고 고객에게 더 완벽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침몰하거나, 헤엄치거나

허마셴셩이 신선 식품의 ‘온+오프라인화’를 통해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전통 슈퍼마켓이 신선 식품에 대한 온라인 서비스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게임의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악명 높다.

중국 시안에 사는 샤오진 씨는 집 앞 300m 거리에 허마셴셩이 있지만 이용하지 않는다. 샤오진은 “간단하다. 허마셴셩의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조건과 노동 강도가 높은 오토바이 배달원을 계속 고용 유지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물론 허마셴셩이 지금의 물류 모델을 장기적으로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30분 이내에 문 앞에 배송되는 고급 신선 식품 쇼핑에 중국인들이 매료돼 있다.

허마셴셩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 미란다 류는 “다른 마트에서는 상품을 그냥 진열하고 판매하는 느낌이다. 허마셴셩은 채소의 종류도 많고 신선하며,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스티븐 거터리지 CTO는 “허마셴셩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장보기 문화에 또 하나의 선택지를 갖게 됐다”며 “이 옴니채널(omnichannel) 슈퍼마켓의 장단점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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