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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아무 구독 챌린지

김현진 | 301호 (2020년 7월 Issue 2)
‘지불의 고통과 결정 장애의 지옥으로부터의 해방’ ‘제품에서 서비스로’ ‘구매자에서 구독자로’ ‘소유에서 경험으로’…

오늘날 기업이라면 무조건 지향해야 한다고 들었던 바로 그 트렌드들을 총체적으로 담아낸 비즈니스 모델,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가치를 핵심적으로 정리한 문구들입니다. 소비자와 기업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현재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구독 기업으로의 변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00년 2150억 달러(약 245조 원)였던 관련 시장 규모 역시, 2020년 5300억 달러(약 594조 원)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 세계 소비자 10명 중 7명은 이미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구독이 대세임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손으로 꼽아보니 일간지, 과학 잡지, 우유 같은 전통적인 정기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VOD 콘텐츠, 꽃 배달, 채소꾸러미, 생수, 세제 등 각종 의식주 영역에서 이미 10개에 달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고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저술가 존 워릴로는 『The automatic customer: creating a subscription business in any industry』에서 ‘소비자는 변덕스럽고, 시장은 변화무쌍하며, 경쟁자들은 무자비한 세상’에서 반복 구매가 순조롭게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자동으로 유지되는 고객(automatic customer)’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렇게 고객을 우리 기업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무(any) 구독(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는 더욱 중시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에 따르면 이처럼 일정 기간 사용료를 내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형 모델은 무려 15세기로 그 기원을 찾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유럽의 지도 제작자들이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고객들로부터 미리 지원받고, 지리 정보가 수정• 보완될 때마다 새로운 지도를 보냈던 것이 최초의 구독 비즈니스 시도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기에 ‘현대 구독경제의 창시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미국의 기업용 결제•정산 솔루션 기업인 주오라(Zuora)의 창립자 티엔 추오입니다. DBR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제품 자체보다 그 뒤에 숨은 ‘진짜’ 서비스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구독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더욱 주목받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업을 받거나 피부 상태에 따른 건강 보조제를 주기적으로 배송받는 등 교육, 의료 분야 등으로 구독 아이템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독 비즈니스는 특히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 환경의 변화 역시 이들 세대의 ‘구독 인간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즉, 주요 국가에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미국만 봐도 7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산 규모가 35세 이하 청년층의 24.1배
에 달하는 등 젊은 세대의 상대적 빈곤감이 부각되면서 초기에 큰 투자가 필요한 ‘소유’보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해당 상품을 ‘경험’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을 젊은 층이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가속화 및 고용 악화, 부동산 시장의 불안 등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도 비슷한 정서가 구독경제 모델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밀레니얼세대의 감성 키워드는 ‘소통’과 ‘공감’입니다. 정기구독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여정에서 고객들이 ‘챙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할 ‘가심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가격 혜택으로 ‘가성비’까지 신경 써야 하기에 상품 전략은 더 치밀하게 구성돼야 합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는 최신 구독 비즈니스 트렌드, 케이스 등을 통해 유용한 인사이트를 듬뿍 담았습니다. ‘한 번 열긴 어려워도 열고 나면 정기적으로 반겨줄’ 고객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전략에 도전해보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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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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