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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 ‘병행 놀이’ 과정 통해 완성

류주한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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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 ‘병행 놀이’ 과정 통해 완성

“Parallel play: Startups, nascent markets and effective business-model-design” by Rory M. McDonald and Kathleen M. Eisenhardt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20, 65(2). pp.483-523.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정보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및 정보 제공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기존 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가치사슬로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정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영화 대여 서비스들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넷플릭스는 여기에 웹 기반의 동영상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을 접목해 영화 등을 주문형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시장을 평정했다. 이처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혜성같이 나타나 거대 기업으로 순식간에 성장한 벤처기업들을 보며 우리가 갖는 궁금증은 “그런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생각해 냈으며 시장에서 성공시킨 비결은 무엇일까?”가 아닌가 싶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두 질문에 대한 답안을 제시해 학계와 벤처기업인들, 예비 창업가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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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새롭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성공한 벤처기업의 독자적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모델은 벤처기업 간 상호 작용, 모방과 개선, 그리고 이를 다양한 시장 환경에 적용해 보고 개선점을 찾아내 확신을 키워나가는 연속적인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마침내 생성된 하나의 사업 모델은 구체적으로 모형화, 학습화, 내재화돼 비로소 완성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는 과정을 아이들의 병행놀이(Parallel play)에 비유했다. 병행놀이는 미국 발달심리학자 파튼(Parten)이 제시한 아동놀이 발달 단계 중 하나다. 아이들이 또래의 장난감 놀이를 처음에는 방관자적으로 지켜보는 입장에서 차츰 이들과 소극적으로 가담하고 교류하며 나중에는 비슷한 놀이(Parallel play)를 혼자서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가 사회성이 생겨 자신만의 독특한 놀이방식을 만들어 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논리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병행놀이 과정이 있어야 훌륭한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사회적 투자시장(Social investment market)에서 대표할 만한 미국의 8개 사회적 벤처기업을 선정하고 경영진 78명을 인터뷰해 주장을 검증했다.

사회적 투자란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려는 투자 활동을 뜻한다. 이 활동이 제대로 되려면 어느 한쪽의 성과에만 치우치지 않는, 기존 통념을 벗어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 관찰 기업은 새롭고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기 위해 경쟁 기업과 주변 기업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서로 도입하고, 모방하고, 검증하고, 수정하는 일을 반복했다. 평균 5년 이상이 이런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 비즈니스 모델은 확신이 설 때까지 다양한 시장에 활용해 본 후 비로소 정형화됐다. 관찰 대상이 된 기업 가운데 이런 반복의 과정을 소홀히 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사업 모델이 참신하다 해도 두 성과 지표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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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줬는가?

경영학에서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실행의 주된 연구 중 하나는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탄생하며 이를 가지고 시장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가이다. 이번 연구진의 설명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인지, 혼합, 학습, 반복의 상호 작용이다. 시장에 처음 진출해 제대로 정착하는 것 역시 다른 기업들과 병렬활동(Parallel play)을 통해 학습을 지속함으로써 누가 먼저 자기 사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직되지 않은 학습조직은 결국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가 기성 시장보다는 다수의 진입자와 경쟁기술, 뚜렷한 지배자가 없는 초기 단계의 신시장에서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으니 한번 시도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필자소개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 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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