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배달의민족은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사람들은 배달의민족 하면 ‘독특하고 유쾌한 마케팅을 꾸준히, 잘하는 업체’로 기억한다. 이 업체는 왜 이렇게 재밌는 것에 집착할까. 이런 마케팅은 과연 매출까지 이어질까. 배달의민족은 사업을 시작할 때 정체성부터 확립하려 했다. 서비스 타깃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으로 정하고, 이들에게 웃기고 재치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마케팅들은 ‘배민(배달의민족)다움’이라는 브랜딩으로 승화됐다. 브랜딩은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서비스 이용 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배달의민족은 월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홍지선(경희대 호텔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 회사의 마케팅 행사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체 응시자 수보다 많은 58만 명이 몰렸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모의시험을 쳤는데 2만7000명이 이를 통과했다. 이 중 추첨을 통해 추려진 500명은 자격시험을 치렀다. 엄숙한 시험장 분위기 속에서 수정테이프를 요청하거나 OMR 카드를 교체하는 사람만 들썩였다. 도대체 무슨 시험이길래. 문제지를 들여다봤다.
2번. 다음은 매장에서 치킨을 튀기는 소리이다. 잘 듣고 치킨을 총 몇 조각 튀겼는지 맞히시오. ① 6조각 ② 7조각 ③ 8조각 ④ 9조각 ⑤ 10조각
이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달의민족으로 통일)이 2017년 시작한 ‘치믈리에(치킨+소믈리에)’ 자격증 시험이다. 병아리, 와인 감별사는 들어봤어도 치킨감별사는 생소하다. 시험 주최도 치킨 업체가 아닌 배달 플랫폼이라니. 행사도 ‘쓸고퀄(쓸데없이 고급 퀄러티)’이었다. 수능과 비슷한 디자인의 시험지를 썼고, 답안도 OMR 카드에 작성하게 했다.
호텔에서 열린 지난해 행사에는 ‘무르띠에(치킨 무+까르띠에)’ 전시관까지 꾸렸다. 마네킹의 명품 목걸이와 귀고리에 치킨 무를 보석처럼 달았다. 그 뒤에는 전기구이 통닭 동영상에 닭 굽는 향, ASMR(약하게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소리)이 흘러나왔다. 행사 아이디어는 정말로 우연히 나왔다. 회사에서 직원들이 눈을 가리고 치킨을 맛본 다음 어느 업체의 치킨인지 맞히는 게임을 했는데 누군가 ‘무슨 ‘치믈리에’야?’라고 툭 던진 것이 구체화된 것이다.
이보다 더 일찍 시작한 마케팅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5년 전부터 매년 봄에 음식을 주제로 한 백일장 ‘배민신춘문예’를 열고 있다. 대상을 차지한 1인에게는 치킨 365마리를 증정한다. 심사기준은 간단하다. ‘풋’ 하게 웃기거나 ‘아∼’ 하고 공감되면 된다. 매년 수십만 명의 지원자들이 몰리는데 ‘치킨은 살 안 쪄요 - 살은 내가 쪄요’ ‘박수칠 때 떠놔라 - 회’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 사골국물’ 등 역작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