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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예술, 개성, 그리고 브랜드

김남국 | 266호 (2019년 2월 Issue 1)
예술가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는 다른 누군가와 작품이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예술가로서 아직까지 자신만의 개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고, 아직은 미성숙한 존재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비단 예술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의 인격이 성숙하는 과정을 심리학자 칼 융은 ‘개성화(individuation)’로 표현합니다. 성장이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으로 본 것입니다.

인간은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지니고 있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독특한 사고 체계와 개성을 갖게 됩니다. 같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은 형제자매 사이에도 개성이 극단적으로 다른 사례가 많습니다. 심지어 유전자가 완전히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조차 개성이 다르다고 합니다. 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인 이란의 비자니 자매는 목숨을 걸고 분리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수술이 성공할 확률이 절반 정도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분리 수술을 감행한 이유는 서로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르고, 생활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비자니 자매는 안타깝게도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두 자매의 선택은 개성의 발현이 가장 인간다운 삶과 관련이 있다는 귀한 통찰을 줍니다.

제품과 브랜드,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개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획일적인 모양의 벽돌보다는 같은 모양이 하나밖에 없는 조약돌이 훨씬 가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또 인간은 개성이 없는 사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반면 개성을 지닌 존재에 대해서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신체적 조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집단생활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던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극도로 예민해졌습니다. 운동 능력이나 언어 능력은 청년기를 지나면 쇠퇴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구별하고 에피소드 등을 통해 개성을 판단하며 대인관계를 맺어가는 능력은 경제활동을 하는 내내 발전해나갑니다. 실제 인간의 대화 가운데 3분의 2는 타인의 에피소드 등 소위 ‘뒷담화’로 분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집요한 심리학자들이 영어사전 전체를 뒤져보니 인간의 성격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단어, 즉 ‘뒷담화’를 풍족하게 해주는 단어가 무려 1만8000개나 됐다고 합니다. 결국 제품과 브랜드도 사람처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돼야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되고 지속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습니다.

개성이 소멸하면 제품과 서비스는 사멸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 결국 개성의 상실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브랜드에 개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론을 집중 모색했습니다. 개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브랜드 사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우리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여정에 이번 리포트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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