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IST 빅데이터MBA 지상중계: 김학용 교수의 IoT 전략 강의

사물인터넷 ‘무엇을, 어떻게 연결’보다
‘왜 연결하는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257호 (2018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급변하는 빅데이터 분석의 트렌드를 제시하고자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학과와 협력해 2018년 강의 중 핵심 내용을 지상 중계해왔습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총 3회에 걸친 지상중계를 마칩니다. 과정 문의: sybae@assist.ac.kr




‘유비쿼터스’라는 말을 기억하는가? 마치 1990년대 유행하던 ‘퍼지’라는 인공지능(AI) 관련 개념과 기술이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AI’라는 실제 기술로 재등장했듯 2000년대 초반 ‘유비쿼터스’라는 이름으로 ‘환상적인 미래’를 보여주던 광고는 이제 우리 생활 속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이라는 기술로 실제 구현되기 시작했다.

IoT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전략은 사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의 구조를 갖고 있다. IoT 기술로 기계 간 정보 교환에서 쌓인 양질의 패턴 데이터는 그 자체로 엄청난 빅데이터가 되고 그런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더 좋은, 더 새로운 IoT 관련 기술과 기기가 나온다. 빅데이터, AI, IoT는 이처럼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라 서로가 긴밀히 연결돼 증폭되면서 선순환하는 관계다. 빅데이터MBA 과정에 IoT 강의가 필수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IoT 이론 연구자이자,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인 동시에 IoT 기기를 직접 DIY로 만드는 취미까지 갖고 있는 교수,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학용 순천향대 교수는 최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MBA 과정에서 24시간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그 내용을 DBR에서 요약해 싣는다. 직접 IoT 키트를 활용한 미세먼지 측정기, 습도 측정기 등을 만들고 프로그래밍하는 실습 등은 제외하고 DBR 독자들에 맞게 IoT 비즈니스 전략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냉장고와 아마존
이 자리에 계신 분들(빅데이터MBA 수강생) 정도가 되면 IoT라는 단어를 들으면 일단 ‘냉장고’를 떠올릴 분들이 많을 거다. 냉장고는 더 이상 단순한 디바이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위한 수단이 됐다. 즉 냉장고 한 대를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냉장고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 냉장고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냉장고와 관련된 다양한 부가 기능 제공이 더 중요해졌다. 식재료 보관, 쇼핑, 콘텐츠 서비스, 청소 관리 서비스, 음식 배달, 건강 관리에 이르기까지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제어하고 관리해주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또 냉장고를 이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가 다시 창출되고 제공될 수 있다. 냉장고를 통해 이뤄지는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다 보니 냉장고를 고가에 파는 것보다 염가에 일단 보급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훨씬 중요해진다.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바뀐다. 거의 제조원가 수준에서 냉장고를 공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플랫폼’과 ‘사용자 수 증대’, 이를 통한 ‘데이터 수집’에 방점을 찍은 기업들의 전자제품은 대부분 그렇게 거의 원가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샤오미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저가에 제품을 보급하는’ 전형적인 기업이다. 12만 원이 조금 넘는 ‘홍미노트3’, 9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4K UHD 60인치형 Mi TV’, 12만5000원 하는 공기청정기 ‘Mi Air 2 purifier’는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IoT 기술을 통해 기기끼리 연결하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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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외에 IoT를 중심에 두고 있는 기업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의외로 아마존이다. 이건 아마존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데 아마존의 성공 요인은 너무도 많지만 많은 경영전문가가 공통적으로 꼽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원클릭 서비스’로 결제 과정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것에 있다. 이 한 번의 클릭으로만 결제를 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1997년 9월 미국 등에 특허 출원할 정도였다. 그만큼 보호받아야 할 핵심 기술이자 역량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던 셈이다. 이러한 아마존의 ‘원클릭 결제’의 역사는 이제 ‘아마존 대시’라는 ‘거의 자동 결제’에 가까운 시스템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아마존의 간편한 결제 시스템과 IoT는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아마존이 개발해 판매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한번 생각해보자. 아마 다들 e북 리더기 킨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아마존에서 만든 스마트폰, 최근 굉장히 화제가 된 알렉사, 즉 AI 스피커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 모든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들이고 모바일에서 상호연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내가 어떤 종류의 책을 사서 읽는지, 어떤 방송과 음악을 즐겨보고 듣는지 등을 킨들과 알렉사 등 각종 아마존 스마트 기기에서 파악할 수 있고, 아마존 대시는 때로는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이나 수량이 거의 다 소진된 제품을 알아서 알려주고 주문해 줄 것이다. 또 그런 것들의 데이터가 쌓여서 패턴 분석이 가능해진다면 아마존은 엄청난 유통 플랫폼으로서 가진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 우리 일상을 완전히 지배하는 기업이 돼 버릴지도 모른다. 음모론적으로 생각하면 좀 무서울 수 있지만 생활의 편의성으로 생각하면 놀라운 혁신이기도 하다. ‘지능화된 물류창고’와 ‘구매 전 배송’ 같은 기술 혁신과 집 안에서의 온갖 IoT 데이터는 이렇게 함께 움직인다. 정리해보면 아마존은 검색, 주문, 결제, 포장, 배송, 수령에 이르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과정에 IoT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다.

IoT 기술에 대한 착각,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전략
지난 5년간 IoT 기술이 만들어 낼 기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과 관심은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그림 1, 2]에는 시장 규모의 성장 추세가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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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제조업 기업들은 이러한 상승 추세를 보면서 자신들의 제품에 IoT 기술을 접목할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IoT 센서와 장치를 부착한 제품을 낸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별것 아닌 제품이라도 남들이 필요로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혹은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낸 기업은 성공하는 반면 오히려 최첨단 IoT 기술을 썼다고 자부하는 기존 대기업 제품들은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일러에, 정수기에, TV에 ‘기능 첨가’의 방법으로 IoT 기술을 도입한 기업들, 그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고객이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특히 ‘신기술 첨가’를 통해 제품 가격 혹은 렌털 가격을 올리기 위해 IoT를 활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모 전자회사의 1000만 원이 넘는 냉장고, 140만 원에 육박하는 또 다른 회사의 공기청정기, 76만 원이 넘는 IoT 밥솥을 굳이 사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만약 어떤 정수기 회사에서 IoT 기술을 붙여 더 비싼 렌털료를 받는, 즉 위생부터 물 조절 등 모든 것을 관리해주는 대신 10% 이상 비싼 렌털료를 받는다고 치자.(실제 사례에서는 이것보다 더 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수기가 더 똑똑해져서 코디의 역할이나 방문횟수 자체가 줄텐데 렌털료가 더 비싸지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연구자로서 소비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모으다 보면 이런 현실에 대한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IoT 제품/서비스는 비싸기만 하고 별로 쓸모(가치)는 없더라’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느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늘 그렇듯 이럴 때에는 역시 질문을 바꿔야 한다. IoT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 특히 기성 제조업체들은 다 이 생각만 한다. ‘우리가 파는 주력 전자제품은 어떤 것이 있으니, 이것과 또 다른 제품을 연결해보자’라고 생각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어 판다. 그러니 실패한다. 중요한 질문, 진짜 해야 할 질문은 ‘왜 연결하는가’다. 이게 바로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가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IoT라는 화려한 기술 용어에 취해 전략을 실행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아니, 그런 건 ‘전략’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냥 새로운 게 나왔다고 기계적으로 ‘반응’했을 뿐인 거다. 산업 현장의 자동화에서는 IoT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왜 연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고 그 답을 갖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이지오더는 조만간 AI 자동 커피머신과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왜 연결하는가’라는 질문과 답이 있었기에 혁신이 될 수 있었다.

앞서 [그림 1,2 ]의 단순히 커지는 시장 규모 예측보다는 사물인터넷이 창출할 부가가치가 더 중요하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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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고를 해야 ‘왜 연결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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