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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통해 배우는 솔로 이코노미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옛말 ‘홀로 웨딩드레스 촬영’도 즐긴다

임재국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을 경험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발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른바 자발적 외톨이를 뜻하는 ‘봇치(ボッチ)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소비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타깃으로 한 독특한 마케팅이 눈에 띈다. 교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여행회사인 주식회사 체르카(Cerca)트래블은 ‘솔로 웨딩’ 프로그램을 선보여 비혼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일본의 라멘 체인 ‘이치란(一蘭)’은 독서실의 칸막이와 유사한 1인 테이블을 선보여 라멘 하나로 174억 엔의 매출을 기록,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 브랜드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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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혼밥, 혼술, 홀로족 등 혼자만의 인생을 만끽하는 것이 어느덧 사회적인 현상으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일(1)코노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더니 어느덧 소비 트렌드를 표현하는 핫한 용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1)코노미는 1인(人)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 홀로족이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일코노미가 경제 전반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홀로족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취미와 자기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고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다소 변덕스러운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보다 앞서 혼밥, 혼술 등 홀로 문화가 정착한 일본은 이른바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혹자는 ‘제3차 오히토리사마(お一人様, 홀로족)붐’이 도래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日本經濟新聞)>에서 발행하고 있는 ‘닛케이 WOMAN 조사’에 따르면, 직업을 가진 독신 여성이 홀로 보내는 시간은 일평균 4시간6분으로 2011년 대비 30분이나 증가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88.1%에 달하는 등 이러한 경향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3차 오히토리사마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15년의 홀로족 여성들의 경제효과가 약 2026억 엔(약 2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으며 실제 관련 통계나 여타 관련 잡지, 신문 기사 등을 살펴보면 매년 완만하게 관련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하튼 최근 홀로족 여성들의 높은 소비 수준은 아베노믹스 시행 후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일본 소비시장의 주역으로서 일조를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제1차 오히토리사마붐은 2004∼2005년경에 남녀고용기회균등법1 제1세대가 견인했다. 이 시기의 특징으로는 호텔에서의 고급 식사나 에스테(피부관리실)를 즐기고, 명품을 구입하는 등 럭셔리 지향의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풍조도 이때 생겨났다.

제2차 오히토리사마붐은 일본의 전후 베이붐 세대인 일명 단카이 세대2 의 2세들이 견인한 가성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통상 2008년부터 2009년경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 세대인 단카이 세대는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보내며 부를 축적하고 2007년부터 2010년에 집중적으로 정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1991년에 시작된 일본의 버블 붕괴와 잃어버린 20년으로 지칭되는 경제침체기에 성장해 사회적인 기반이 약한 자녀 세대들은 부모 세대처럼 다시 일본이 고도성장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도, 그렇다고 부모들의 도움을 더 이상 기대할 희망도 없는 세대였고 결국 이런 경제적 요인이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런 위축이 가성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3차 오히토리사마붐은 2014년에서 2015년경에 시작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3차 붐은 전문직 여성이나 고소득 직장 여성들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기혼의 자발적 홀로족으로 확산되고 있다. 3차 붐의 특징은 식사에서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홀로 도전하고 즐기는 풍조가 심화된 것이다. 그 배경이 된 것은 스마트폰의 폭발적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보급 확산에 있다. 특히 2011년 6월 네이버의 자회사인 NHN 재팬(현 라인 주식회사)에 의해 출시돼 일본의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된 라인(LINE)이 제3차 오히토리사마붐을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유시간이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핫한 장소를 찾아 나서거나 새로운 가게를 개척하는 등 홀로 보내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여성이 증가해 행동의 폭이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홀로=외롭다’라는 상식을 파괴한 것도 SNS라고 볼 수 있다. 홀로 행동하지만 SNS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연결돼 있는 타인과 공감하면서 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된 것이다. 또한 역설적으로 항상 타인과 연결돼 있어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으로 최근 SNS 피로가 증가하는 것이 홀로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SNS 피로의 확산으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여성이 늘었다는 것이다.

일본에 비해 몇 걸음 늦게 시작된 한국의 상황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로 90년대 출생한 세대가 사회에 진출한 2010년 이후 불편하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소비하는 성향이 뚜렷해졌으며 어느덧 특이하지 않고 개성 있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 혼자 놀이 공원에 가는 혼놀족 등이 이에 속한다.

20∼30대에서는 미혼과 만혼(晩婚), 40대 이후로는 이혼과 고령화 등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가는 한국 사회의 변혁이 홀로문화 성장의 자양분이 된 것이다. 또한 혼밥족, 혼술족, 혼영족 등의 현상이 급격하게 확산된 것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영향이 크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혼밥족, 혼술족, 혼영족 등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사회 부적응자, 개인주의자 등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하에서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를 해결해준 구세주가 바로 SNS였다.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관계의 응집력은 어느 관계 형태보다도 느슨한 SNS의 특성과 전 세계에서 SNS가 가장 발달된 국가 중 하나인 한국 사회라는 특성의 결합은 일거에 홀로 즐기는 문화를 싹틔웠다. 나 홀로 즐기고, 즐긴 내용을 타인과 공감하면서 홀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혹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희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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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국

    임재국 jklim@korcham.net

    -(현)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 박사
    - 와세다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및 와세다비즈니스스쿨의 전임교수(조수)
    -무역협회 연구위원, 동부그룹 동부건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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