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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디야 고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

고객의 기분도 모른 채 모바일 광고… 그렇다면 당신은 ‘비서’ 아닌 ‘스토커’

이방실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재 많은 모바일 광고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
마치 허공을 향해 한 뭉치의 다트를 던지듯 너무 많은 광고를 마구잡이로 소비자들에게 발송.

효과적인 모바일 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접근
소비자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는 ‘스토커(stalker)’가 아니라 소비자의 삶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수행원(concierge)’ 혹은 ‘비서(butler)’의 역할을 담당해야 함. 이를 위해선 모바일 광고의 빈도(frequency)는 줄이되 고객 니즈에 대한 적합성(relevance)을 높여야 함. 핵심은 소비자들이 매 순간 처해 있는 ‘맥락(context)’에 대한 심층적 이해. 즉, 1) 고객이 왜 거기에 있는지 2) 고객이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3) 고객의 기분은 어떠한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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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대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내는 건 기본이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일평균 사용 시간은 2015년 기준 무려 4시간35분1 에 달한다. 스마트폰 도입 초창기인 2012년 일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1시간31분2 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다. 바다 건너 미국의 사정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4분기 기준 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모바일 사용 시간은 5시간3 에 이른다.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는 지난 몇 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광고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 이 같은 변화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굴지의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스(KPCB)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모바일 기기는 소비자들의 미디어 사용 시간 중 4분의 1을 차지했지만 전체 광고비 중 모바일 광고에 배정된 예산은 12%에 그쳤다. 이는 기업들의 모바일 광고 집행 예산(12%)과 소비자들의 모바일 기기에 대한 노출도(25%) 사이에 상당한 간극(13%p)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만약 기업들이 모바일 기기의 미디어 점유 시간에 부응해 모바일 광고 예산을 늘린다면 최대 220억 달러 정도의 추가 수익 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KPCB의 분석이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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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업들은 도대체 왜 이런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걸까? 스마트폰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정작 스마트폰으로 발송하는 모바일 광고 효과는 신통치 않다고 생각해서 아닐까?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TV 같은 전통 매체를 통한 광고가 모바일 광고보다 여전히 더 낫다고 보기 때문 아닐까? 소비자들 역시 인터넷 광고를 성가시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겨 애드블록(Ad Block,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까지 등장할 정도인데 모바일 광고라고 뭐가 다를까?

모바일 광고 효과에 대한 이 같은 의구심과 질문들에 대해 아닌디야 고즈(Anindya Ghose)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업들의 잘못된 접근 탓”이라며 “고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스마트폰이야말로 지금까지 존재한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자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줄 수 있는 ‘마법의 수정구슬(crystal ball)’”이라고 강조한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고즈 교수는 모바일 경제 및 디지털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세계 최고 경영사상가 50인을 선정하는 ‘싱커스50(Thinkers50)’로부터 ‘2017년 주목받는 경영사상가 30인(Thinkers50 Radar List of the Top 30 Management Thinkers)’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민사소송 컨설팅 회사인 코너스톤리서치(Cornerstone Research)의 과학전문가(Scientific Expert)이기도 한 그는 하이테크 산업 분야와 관련된 각종 법정심리에서 전문 감정인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 고즈 교수는 모바일 마케팅과 관련된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신간 를 펴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기업들이 좀 더 전향적으로 모바일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이유와 모바일 광고를 통해 더 큰 수익 창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고즈 교수를 DBR이 인터뷰했다.



스마트폰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지만 정작 모바일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모바일 광고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 광고의 최종 구매전환율(conversion rate)은 약 3∼4%에 불과하다. 절대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실제 매출 발생의 귀인(歸因·attribution)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오해다. 사실 온·오프라인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 전체 매출액의 약 30∼40%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졌다고 보는 게 옳다. 실제 제품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졌을지 모르지만 소비자가 애초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된 계기는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게 된 광고나 할인 프로모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액면으로 드러나는 모바일 광고의 최종 구매전환율 외에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에도 주목해야 한다. 직접적 전환율 외에 간접적 촉발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모바일 광고 효과는 우리가 현재 인식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소비자들에게 너무 많은 광고를 마구잡이로 보내는 것도 모바일 마케팅의 진정한 가치를 퇴색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모바일 광고를 귀찮고 성가신 것으로 여긴다. 인터넷 검색이나 소비 경험을 광고가 도와주기는커녕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업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광고와 할인 쿠폰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다트게임을 하면서, 다트를 과녁을 향해 한 개씩 정확하게 던지는 게 아니라 한 다발의 다트를 허공을 향해 던지는 행위와 같다. 의미 없이 제공되는 수많은 광고에 소비자들이 질려버리는 건 당연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바일 광고 횟수(frequency)는 지금보다 줄이되 그 내용은 고객 각자의 니즈에 훨씬 더 적절(relevance)하게 부합할 수 있도록 정교화해야 한다.



모바일 광고의 빈도는 줄이면서 고객 니즈에 대한 적합성을 높이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매 순간 처해 있는 ‘맥락(context)’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 모바일 경제에서 핵심은 단편적으로 소비자를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다 입체적으로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가 어떤 상황, 어떤 맥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그 면면이 달라진다. 즉, 같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평일 일과 중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업무 모드(work mode)’ 상태이지만 퇴근해서 집에 가면 ‘가족 모드(family mode)’로 돌아가고, 주말에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줄 때에는 ‘학부형 모드(parents mode)’가 된다. 매 순간 어떤 모드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원하는 니즈는 달라진다. 특히나 오늘날은 구글이 지적했듯 ‘마이크로 모먼츠(micro moments)’에 주목해야 하는 시대다. 소비자들이 뭔가를 알고 싶고, 하고 싶고, 사고 싶을 때, 혹은 어딘가를 가고 싶을 때, 즉각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검색을 하는 그 시점에 소비자들의 욕구를 시의적절하게 충족시켜 주는 ‘순간의 마케팅(in-the-moment marketing)’이 필요하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바로 이 순간의 마케팅을 가능케 해 구매 활동을 촉발하는 강력한 실현 도구(enabler)다.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소비자들이 처해 있는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다.

맥락이란 소비자 자체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그가 처한 정확한 상황에 대한 이해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면면을 전후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면 크게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고객이 왜 거기에 있는지(Why is the customer there?), 둘째, 고객이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What does the customer want now?), 셋째, 지금 고객의 기분은 어떠한지(How is the customer feeling now?)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맥락은 위치(location), 시간(time), 중요도 순위(saliency), 혼잡도(crowdedness), 이동 경로(trajectory), 사회적 관계(social dynamics), 날씨(weather), 기술 조합(tech mix) 등 크게 8가지 요인(forces)들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맥락과 이 8가지 요인들의 관계는 양파와 양파 껍질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위치, 시간, 혼잡도 등 다양한 요인들(양파 껍질)이 한데 모여 맥락(양파)을 구성한다고 보면 된다. 각각의 요인들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서로 결합될 때 진정한 위력이 발휘된다. 맥락을 포함한 이 9가지 요인들이야말로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모바일 마케팅의 구현을 위한 결정적 동인(動因)이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 요소들을 한데 엮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 광고 기술을 둘러싼 생태계는 매우 파편화돼 있다. 모바일 광고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많지만 고객 관련 데이터를 서로 단절된 창고(silo)에 쌓아두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방치해 놓고 있다. 위치, 시간, 이동 경로, 날씨 등 9가지 동인별로 고객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면 엄청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데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과 기업이 제시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기업들이 9가지 동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바일 마케팅을 수행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발송하는 각종 쿠폰의 상품 전환율을 효과적으로 높여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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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모바일 마케팅의 대표적 예로 위치기반 광고 (LBA·Location-Based Advertising)를 떠올린다.

전 세계 LBA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엔 약 16억 달러 정도였지만 2018년엔 약 148억 달러 규모로까지 커져 전체 모바일 광고 및 마케팅 시장의 약 3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위치 정보는 모바일 마케팅 구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술 진보 덕택으로 기업들은 위치기반 정보를 매우 세밀한 수준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어느 진열대 앞에 서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필립스의 경우 LED 전구에 센서를 내장해 모바일 쇼핑 앱으로 고객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능형 조명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고, 애플도 비콘(beacon)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매장 내 상품 정보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BA를 구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IP 주소 등을 통해 고객 위치를 파악해 맞춤화된 정보나 이벤트, 광고 등을 제공하는 ‘지오 타기팅(geo-targeting)’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그 외에 가상으로 특정 구역을 설정해 놓은 후 해당 지역에 이용자가 진입할 때 관련성 높은 광고를 제공하는 ‘지오 펜싱(geo-fencing)’이나 이용자가 경쟁 사업체에 인접할 경우 고객들을 자사 제품 및 서비스로 유인할 목적으로 광고를 제공하는 ‘지오 콩퀘스팅(geo-conquesting)’ 기법도 있다. 어떤 기술적 방법을 택하든 마케터들이 주목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고객과 매장 간의 ‘거리’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대한 프로모션 쿠폰을 받았을 때 해당 장소가 현재 자신이 있는 곳에서 가까울수록 반응을 더 잘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예를 들어 특정 레스토랑의 할인 행사 쿠폰이나 광고를 받았을 때 식당 위치가 가까울수록 프로모션을 클릭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일반 상식과 일치하는 연구 결과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고객과 매장 간 거리와 할인율 간에는 어떤 정량화된 관계가 존재할까? 양자 간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할까? 만약 할인율을 높인다면 먼 거리 때문에 쿠폰 사용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유럽 지역의 유력 통신사업자와 협력해 독일 지역 내 370여 개 도시에 퍼져 있는 약 3500개 매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고객과 매장 간 거리가 1㎞ 늘어날 때마다 고객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받은 할인 쿠폰을 사용할 확률은 2∼4.7%씩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할인율을 높임으로써 거리로 인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할인율을 높일수록 쿠폰 사용 확률이 높아지는데, 분석 결과 할인율을 1%p 높이는 의사결정은 고객과 매장 간 거리를 92∼230m 정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곧 기업이 돈을 투자함으로써 물리적 거리를 줄여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지오 펜싱이나 지오 콩퀘스팅 기법을 활용할 때 유용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에서 나오는 재킷을 사려고 상품 위치 파악을 위해 모바일 검색을 하고 있다고 치자. 만약 그 재킷이 바로 한 블록 앞에 있는 A백화점과 대략 800m 정도 떨어져 있는 B백화점 두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가까운 A백화점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하지만 이때 소비자가 B백화점 10% 할인 쿠폰을 받는다면 어떨까? A백화점 대신 B백화점에서 쇼핑할 가능성이 커진다. 10% 정도 할인(거리로 환산 시 최소 920m)만 해 준다면 800m 정도는 기꺼이 걸어갈 마음이 소비자에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9가지 동인 중 위치 정보 하나만 제대로 파악해 모바일 마케팅을 구현해도 분명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다른 동인들을 결합하면 그 영향력을 훨씬 배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에 시간과 관련된 이해를 더해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실용적 제품(utilitarian products)4 의 경우 모바일 광고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대는 아침이라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대에 모바일 광고를 보낼 때에 비해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에 모바일 광고를 발송할 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쾌락적 제품(hedonic products)5 은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의 시간대에 모바일 광고를 보내는 게 가장 효과가 크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제품도 광고 메시지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시하느냐(framing)에 따라 시간대별 광고 효과가 달라진다. 연구 결과 동일한 제품이라도 ‘실용적 프레이밍(utilitarian framing)’6 으로 제시된 모바일 광고는 오전에, ‘쾌락적 프레이밍(hedonic framing)’7 의 광고는 오후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제품 특성에 따라, 또 광고 문구에 따라 시간대별로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 LBA 활동을 펼친다면 어떨까? 즉, 소비자가 특정 장소에서 실용적 제품을 검색하고 있을 때, 만약 오전이라면 실용적 프레이밍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오후라면 쾌락적 프레이밍으로 적절히 광고 문구를 바꿔 내보내는 식으로 말이다. 마케팅 효과가 높아질 것임은 자명하다.



신간에 소개된 9가지 동인 중 혼잡도에 대한 연구가 특히 흥미롭다.

지난 2013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아시아 지역 내 도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 약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실험을 실시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주변 혼잡도가 높을 때, 즉 자신의 바로 옆으로 낯선 사람들이 몰려들어 붐빌 때,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되는 할인 쿠폰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모바일 광고가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을 분석해보니, 지하철이 붐비지 않을 때(1㎡당 2명 이하)보다 혼잡할 때(1㎡당 5명) 구매율이 두 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낯선 이들이 자기 주변으로 몰려들수록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자신만의 ‘가상’ 공간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내면 세계가 내향적으로 변화된 상태에선 무엇엔가 집중하고 몰입할 것을 찾게 된다. 주변 혼잡도가 높아질 때 사람들이 모바일 광고를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허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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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도 있다. 통근자들과 비(非)통근자들 간 모바일 광고를 대하는 태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본 조사였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에게 커피나 도넛 등 식음료 관련 모바일 할인 쿠폰을 보낸 후 두 집단 간 사용 패턴에 대해 분석한 결과, 그룹 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똑같은 쿠폰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통근자들(회사와 집이라는 고정 구간을 이동)의 쿠폰 사용률이 비통근자들(고정 구간 외 다른 경로로 이동)에 비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워 시간대에 쿠폰을 발송할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통근자들에겐 쿠폰을 한 개만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만 비통근자들은 최대 5개까지 여러 개의 쿠폰을 보내는 게 좋다는 점이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집중할 대상을 찾는 통근자의 경우 더도 말고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쿠폰 한 장을 원하지만, 비통근자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걸 자유롭게 탐색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혼잡도와 관련된 이 연구들은 실무적 시사점이 매우 크다. 2015년 기준 뉴욕에선 매주 평균 565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했다. 이는 2015년 한 해 지하철 이용객 수가 17억6300만여 명에 달했다는 뜻이다. 뉴욕을 포함해 도쿄, 베이징, 서울, 상하이, 모스크바, 광저우, 멕시코시티, 홍콩, 파리 등 10개 도시 지하철의 연간 이용객 수는 무려 227억 명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3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마케터 입장에선 커다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통근자들이 짧게는 20∼30분, 길게는 1∼2시간씩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미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평균 통근 시간이 편도 기준 약 48분이다. 이때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일이 바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간을 때우는 일이다. 혼잡도가 높아지는 러시아워 시간대에 소비자 특성별(통근자 vs. 비통근자) 선호도를 잘 파악해 적절한 광고를 발송한다면 모바일 광고 효과를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모바일 마케팅을 위해 기업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 혹은 사람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그들의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의 양극단에서 ‘균형(balance)’을 잡는 일이다.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보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크게 4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첫째, 사람들은 즉흥적이며 자연스러운 소비를 추구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둘째, 사람들은 광고를 성가신 것으로 여기지만 정작 광고를 거부했다가는 행여나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셋째, 사람들은 선택과 자유를 원하지만 막상 그것들이 주어지면 쉽게 질려버린다. 넷째, 사람들은 사생활을 보호하려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 데이터를 일종의 화폐 수단처럼 활용하는 이들 역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모순에 대처하려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들이 집중해야 할 일은 소비자들을 자신의 통제 권역 안에 두면서 그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귀찮은 간섭이 아니라 유용한 조언을 제시하고,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주되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소비자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성가시고 귀찮게 하는 ‘스토커(stalker)’가 아니라 소비자 가까이에서 그날그날의 일정을 관리해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까지 세심하게 챙겨줘 그의 삶을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수행원(concierge)’ 혹은 ‘비서(butler)’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모바일 광고 그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엄밀히 말해 내 상황은 고려하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들이미는 상품 광고나 노골적인 강매를 싫어하는 것이다. 결국 고민해야 할 문제는 소비자에게 ‘최대의 선택지’를 주려고 하기보다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기업들이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활용하기에 앞서 그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고객들에게 미리 공지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개인정보 공유를 통해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해악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세상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고 개인정보를 오용, 악용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정보 공개를 통해 그에 합당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만 줄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사적 정보를 기업과 공유할 자세가 돼 있다. 보수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소비자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개인정보 공유를 허락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그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삶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 기대에 충실히 부응할 책임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훌륭한 인터넷 인프라와 함께 모바일 경제가 매우 발달돼 있는 나라다. 그만큼 모바일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경제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 건드리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빙산의 99%는 미개척 상태로 남아 있다. 모바일 마케팅의 진정한 잠재력을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 발굴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애드테크(Ad-Tech)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들은 이미 고객과 관련해 상당량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을 통해 들어오는 실시간 정보를 결합해 첨단 모바일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Unconventional Insights

1 동일한 상품도 시간대별로 광고 메시지를 어떻게 제시(framing)하느냐에 따라 모바일 광고 효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초고속 인터넷 상품도 “대용량 파일도 눈깜짝할 사이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식의 ‘실용적 프레이밍(utilitarian framing)’ 광고는 오전에 효과가 가장 큰 반면 “언제 어디서나 막힘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식의 ‘쾌락적 프레이밍(hedonic framing)’ 광고는 오후에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2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어 물리적 공간에 여유가 있을 때보다 낯선 이들이 옆으로 몰려들어 주변이 혼잡할 때 스마트폰으로 제공되는 할인 쿠폰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또한 동일한 모바일 쿠폰이라고 해도 통근자들에게 발송되는 쿠폰의 사용률이 비(非)통근자들에게 보낼 때보다 훨씬 높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사람들로 붐비는 러시아워 시간대에 더욱 두드러진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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