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알바천국 ‘주휴수당’광고 제작자

공유를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 SNS에선 말하려 하지 말고 들어라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알바’는 그동안 ‘힘들고 불쌍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쓰고 주휴수당을 받으며 당당하게 일하며 공부하는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로 이미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알바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근로계약서 작성’과 ‘주휴수당 지급’을 광고로 공론화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광고를 만든 석준원 알바천국 마케팅 팀장과 SK플래닛 강상욱 팀장은 이 시대 광고 캠페인 성공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광고 메시지와 동영상의 공유를 원한다면 공감을 일으켜라. 공감을 일으키려면 공간을 확보하라.

2) SNS는 ‘듣는 매체’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걸 떠드는 곳이 아니다. 이것만 깨달아서 실행해도 소비자의 인식이 바뀐다.

3)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며 ‘내 마음대로 고객을 상상하는 일’을 그만둬라. ‘데이터 환각’ ‘접점 착각’에서 깨어나 ‘진짜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류한별(건국대 기술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알바(아르바이트의 준말)’는 항상 ‘경험’으로 치부돼 왔다. 약속한 시간만큼 노동을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엄연한 ‘시간제 직업(part time job)’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젊은 날의 경험 정도로만 여겨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에서 정해 놓은 최저시급을 받고 근로계약서를 쓰는 복잡한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였다. 한 저명인사는 “젊은 날 일하다 돈을 제대로 못 받는 일이 있어도 ‘경험’이라고 여겨야지 별 수 없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알바’에 대한 이런 인식으로 피해를 입는 건 흔히 ‘알바생’으로 불리는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계약서도 없이 그저 ‘청춘의 경험’으로 생각하다보니 알바를 하는 사람들 역시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가 어려웠고, 불성실한 근무나 무단결근이 발생할 여지도 커졌다. 본래 신뢰는 ‘계약’을 하고 그 계약을 지키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쌓인다. 그렇게 쌓인 신뢰를 우리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자본으로 꼽히는 게 바로 그 사회적 자본, 즉 ‘신뢰’이지만 알바와 고용주 간의 사회적 자본은 특히 더 부족했던 상황이었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너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지만 때론 ‘귀찮고 불편해서’ 혹은 ‘유난 떠는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알바생이 ‘근로계약서’를 먼저 요구하는 건 더욱 어려웠고, 그렇게 ‘정식 계약’을 하는 느낌이 없으니 오히려 알바생의 책임감도 강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 양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알바천국은 2015년 12월 ‘알바근로계약서’ 작성 프로젝트 ‘Do Write, Do Right(작성하라. 그게 옳은 일이다, 혹은 권리를 행사하라는 등 중의적 의미)’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의무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고용인과 피고용인 간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해 서로 지킬 것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알바의 권리’ 환기시킨 알바몬, ‘상생 생태계’ 구축 나선 알바천국 참고.) 작년(2016년) 5월, 아이돌 출신 배우 수지와 반듯한 이미지의 남자 배우 강하늘을 모델로 ‘새 알바문화를 켜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DBR mini box

‘알바의 권리’ 환기시킨 알바몬, ‘상생 생태계’ 구축 나선 알바천국

‘알바의 권리’를 광고 전면에 최초로 내세운 건 알바천국의 경쟁사인 알바몬이었다. 씩씩하게 일하는 ‘알바여신’의 이미지를 지닌 아이돌 출신 ‘혜리’를 모델로 내세워 ‘최저시급 액수’를 알려주며 ‘알바생의 권리’를 처음 부각시켰다. 반응은 선풍적이었다. ‘알바가 갑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나오고 ‘알바당’ 결성이라는 정치적 움직임을 상징하는 단어도 나왔다. ‘알바 권리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사회적으로 크게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도 발생했다. 다소 센세이션한 광고를 만들어내다 보니 ‘알바생’을 고용하는 많은 자영업자들 전체를 매도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발생했고 일부에서는 반발도 나왔다.

경쟁사였던 알바천국은 알바몬의 적극적 문제제기 자체는 ‘환기’라는 측면에서 분명 큰 의미가 있다고 봤지만 ‘상생’과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근로계약서 작성’과 ‘주휴 수당’ 등을 중심으로 이슈 제기를 해왔다. 이렇게 두 경쟁사가 ‘공익적 관점’에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면서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며 시장 전체를 키우는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알바천국은 2000년 부산에서 ‘아르바이트 천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3년에 법인을 설립했다. 2007년에 미디어윌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2008년에 ‘알바천국’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했다. 잡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알바몬은 2004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2016년 11월), 한국 사회에서 다소 생소했던 권리이자 개념인 아르바이트생의 ‘주휴수당’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주휴수당이란,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으로, 노동을 제공하지 않아도 하루 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는 제도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근로계약서 쓰는 일조차 유난스러운 걸로 여겨졌던 한국의 ‘알바시장’에서 법에 보장된 ‘주휴수당’의 개념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가 왜 그런 것까지 챙겨줘야 하느냐’는 고용주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광고가 TV와 영화관,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알바천국에서는 이미 근로계약서를 쓰고 주휴수당을 챙겨주고 있는 ‘착한 사장님’을 찾아 나섰다. 몇몇 고용주는 알바천국 광고를 보고 주휴수당의 존재를 알게 됐고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들과의 인터뷰, 주휴수당을 지급했을 때 얻는 장기적 이익에 대한 얘기를 담아 또다시 유튜브를 통해 확산시켰다. 주휴수당 광고 캠페인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알바와 고용주의 상생’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선 알바천국에 대한 SNS에서의 긍정적 언급률이 40% 이상 높아졌다. 또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 2016년 4/4분기의 알바천국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138% 이상 늘었다.1 (QR코드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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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캠페인의 대성공으로 지난 연말부터 바쁜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알바천국의 석준원 마케팅 팀장, 석 팀장과 함께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해 온 광고대행사 SK플래닛의 강상욱 팀장을 DBR이 만났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방식의 광고를 하게 됐나?

석준원 팀장(이하 석): 2016년부터 ‘새 알바문화를 켜다’라는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물론 경쟁사에서 최저시급 캠페인을 그보다 약
1년 전에 먼저 시작했는데 우리는 좀 차별화를 하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는 원래 독일어로 ‘노동’이라는 뜻이고 실제 ‘아르바이트’라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던 시절에는 어감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줄여서 자꾸 ‘알바’라고 말하니까 왠지 멋없고 폼 나지 않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 같았다. 사실 알바는 자기가 돈을 벌며 학업을 해나가는 굉장히 훌륭하고 멋진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일을 하는 ‘알바생’을 처량하고 불쌍한 존재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래서 알바생의 권익 향상 차원에서 ‘근로계약서 작성’ 캠페인을 2015년 말부터 시작했고, 방금 말한 대로 ‘새 알바문화를 켜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알바니까 대충해도 된다’라는 사회적 인식, 기성세대의 인식을 바꾸고자 했다. 그리고 최근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시리즈와 ‘주휴수당’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위로와 권익향상을 동시에 추구했다. 말 나온 김에 자랑 아닌 자랑을 하자면 알바 문화 개선 내지 인식 변화, 실질적 도움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실제로 많은 일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경에는 알바생 1000명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심야 알바가 끝난 뒤 귀가할 교통수단이 애매한 사람들을 위해 ‘심야알바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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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준원 팀장은 1999년 CF PD로 광고계에 입문한 뒤 Digital AE로 전환해 코카콜라, P&G, 네슬레 등 외국계 소비재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야후-오버추어에서 다양한 네트워크 광고상품을 기획했다. 제일기획에서 5년간 삼성전자의 올림픽 캠페인과 Galaxy Note / Gear VR / Samsung Pay 등 Flagship product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재 알바천국 마케팅팀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강상욱 팀장(이하 강): 맞다. 실제 ‘새 알바문화를 켜다’라는 캠페인은 비싼 프라임타임대 TV 광고를 하기도 했다. 돈이 많이 들어서 몇 번밖에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캠페인은 주로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과 동영상 공유 등을 통해 이뤄진다.

석: 유튜브에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면 대응팀에서 하나하나 다시 댓글을 달고 있다. ‘알바천국’이라는 회사가 정말 진정성 있게 알바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바로 그런 댓글을 통해서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했다. 자연스레 그리고 무의식중에 ‘알바 구인구직 플랫폼은 알바천국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고려도 있었다. 또 계속 말씀드리는 ‘진정성’을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필터링’도 철저히 하고 있다. 강남역 등 유흥가에서 전단지 돌리는 알바 중에는 불법적이고 퇴폐적인 영업에 대한 광고 전단지를 돌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알바 구인 업체 중에서 혹시나 그런 공고를 올리는 건 없는지 열심히 확인한다. 100% 거르기는 어렵지만 ‘검수팀’이 존재하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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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팀장은 2000년 화이트커뮤니케이션즈를 시작으로 TBWA KOREA, SK마케팅앤컴퍼니, 제일기획을 거쳐 현재 SK플래닛에서 CP5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TTL, SKY, SK텔레콤, 현대자동차, 11번가, 넷마블, 다방, 알바천국 등 다양한 광고 캠페인을 기획했으며 대한민국광고대상,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서울광고대상 등 다수의 광고상을 수상했다.


어쨌든 ‘알바의 권리’라는 측면을 먼저 환기시킨 것은 아이돌 출신 혜리가 등장한 경쟁사의 ‘최저시급’ 광고였다.
‘공익성 강한 광고’라는 측면에서는 
후발주자였는데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를 하려고 했나?


석: 일단 경쟁사 광고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인지도 측면에서 알바천국이 다소 밀리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서 뭔가 더 자극적으로 나가는 건 차별화가 아니라고 봤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경쟁사가 분명 ‘좋은 의도’를 갖고 광고를 했지만 광고 특성상 알바생을 ‘피해자’로 만들어 놓고 있어서 선의의 자영업자나 고용주들이 다소 매도되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 비즈니스가 기대고 있는 알바 구인-구직 시장이라는 건 어느 한 쪽이 위축돼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일단 청년 인구가 서서히 줄고 있는 시점에서 특히 우려가 컸다. 반대편에서 생각해보면 ‘알바 먹튀’나 ‘잠적’ 등으로 인해 젊은 ‘알바생’의 채용을 꺼리는 현상도 분명 존재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보니 오히려 ‘제대로 법을 지켜서 쓰는 근로계약서’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쓰면 보호받는 부분들이 생기고 업주 입장에서도 명확해지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는 캠페인을 하는 게 좋겠다’고 본 거다. 최근 많이 알려지게 된 ‘주휴수당’ 캠페인도 이런 맥락이었다. 업주들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알바와 고용주 간에 상호 이익인 측면이 있다. 우선 알바생들의 ‘무단결근’ 혹은 ‘잠적’이 줄어든다. 또한 실제 주휴수당을 주는 업주들을 인터뷰해보면 주휴수당을 지급하면 알바생들의 충성도가 높아져 더 열심히 일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아직 주휴수당을 주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휴수당 지급을 명시할 경우 알바생을 더 빨리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생성되길 바랐는데 아직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사를 이겼다고 볼 순 없지만 우직하게 우리의 방법과 철학대로 가려고 한다.



주휴수당이라는 생소하고, 또 업주들에게 단기적으로는 손해일 수도 있는 제도를 꺼내들고 광고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 같은데.

강: 사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관련된 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바생 입장에서는 이런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아주 고마운 일이겠지만 이런 제도를 잘 모르고 있던 업주, 즉 고용주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부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고용주라는 하나의 거대한 고객집단을 관리해야 하는 알바천국 입장에서도 역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여기 계신 석 팀장님이 직접 업주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주휴수당의 장점을 어필하고 설득했다. 어차피 이 제도가 널리 알려지게 되는 순간 업주분들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측면이 생긴다. 이게 유예기간이 3년인 제도라 알바생 중에 자신의 꾸준한 출근과 주휴수당 미지급을 증명할 수 있다면 나중에 갑자기 청구할 수가 있다. 그러면 당연히 줘야 할 돈을 주는 게 되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괜히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제대로 제도를 알려서 양쪽 다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나 석 팀장님이나 용기를 내서 공론화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석: 캠페인을 처음 기획했을 때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얘기가 ‘당연함을 지키는 사회’였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당연하게 하는 사람들을 칭찬해주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 당연함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휴수당 광고와 캠페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석: 실패하지 않았고 성과도 있지만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광고에서 ‘성공’이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광고는 ‘공감’을 이끌어내야 그나마 ‘성공’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주휴수당 캠페인’은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목적보다 ‘정보를 알린다’는 목적이 컸다. 실제 지금 소비자들이 ‘주휴수당을 알린 게 알바천국’이라고 완전히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애초에 ‘주휴수당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것만 놓고 보면 성공이랄 수 있겠다. 그냥 ‘상생 생태계 형성을 위해 좋은 제도를 열심히 알리자’라는 다소 ‘나이브’한 생각에서 출발한 광고였다.

강: ‘나이브’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본다.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해서 ‘주휴수당을 알바천국이 알렸다’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면 성공 못했을 거라 본다. 사람들이 광고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방법도 잘 선택한 거 같다. 우리가 그냥 ‘여러분 제보하세요. 주휴수당 받아야 합니다’라고 끝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착한 사장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한 ‘칭찬’ 시리즈 같은 것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크게 냈다. 아까 나온 얘기지만 직원들이 유튜브 광고를 보고 잠재고객들이 다는 댓글에 ‘알바천국’이라는 닉네임으로 친절하게 대응해주고 있는 것 역시 댓글을 받은 사람도 기분이 좋고 자연스레 ‘알바천국’이라는 플랫폼을 인지하게 되니 좋은 효과가 있는 듯하다.



공익성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할 때 뭘 염두에 둬야 하나.
어차피 이 시대 광고의 성공은 많이 공유되는 것이 핵심일 텐데….

강: ‘진짜’ ‘진정성’. 이런 단어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단어들이다. ‘진실하게 접근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물론 그 안에는 재미, 즉 위트도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자들과 많이 다르다. 행간을 읽는 능력과 촉이 탁월하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그 메시지가 광고하는 기업 쪽에 치우쳐 있으면 호감을 보이지 않는다. 반면 메시지를 소비자(사용자) 입장으로 돌려주면 그 메시지의 순수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 판매를 직접적으로 촉진해야 하는 광고들, 직접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광고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광고들을 보면 단순히 ‘이 제품의 이런 부분이 매우 좋다’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말 기능이 뛰어난 게 있고 혁신적인 게 있다면 몰라도. 소비자와 고객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 ‘틈’이 필요하다. ‘칭찬’이라는 콘텐츠, ‘주휴수당 주는 착한 사장님을 제보해달라’는 그 공간에 소비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만약 ‘고용주 입장에서도 주휴수당이 주는 장점이 있다’는 메시지를 달아 페이크다큐로 만들었다면 전혀 어필하지 못했을 거다.



‘공유를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고 공감을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로 정리할 수 있을까?

석: 그렇다. 내가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지 17년째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점점 책상에만 머무르게 되면서 마케터로서 소비자가 진짜로 어떤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런 문제를 느끼기에 여기저기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의점에 가게 되면 알바생이든, 점주든 누군가 카운터에 있고 여유가 있어 보이면 ‘주휴수당 받는지, 혹은 주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알바천국에서 알바 구한 적 있는지, 구인한 적 있는지도 직접 물어보고 다니기도 한다. 가끔 대학교 학생식당을 가서 식사를 하며 대학생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래 듣고 올 때가 있다. 얼마 전에는 대학생들의 폰을 빌려서 한번 들여다보기도 했다. 놀랍게도 대학생의 타임라인은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완전히 달랐다. 내가 모르는 커뮤니티, 카페들, 내가 보지 못했던 ‘뉴스피드’의 글이 너무 많았다. 그걸 보는 순간 ‘아, 내가 정말 모르는구나, 정말 데이터로만 마케팅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팀원들에게 학생식당에 가서 대학생들이 실제로 어떤 얘기를 하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파악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강: 공감한다. 석 팀장과 팀원들이 현장에 정말 많이 나간다.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야알바버스’나 ‘아침밥 서비스’ 같은 솔루션이 등장했다.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마케터들이 데이터와 수치만 들여다보고 자신들이 소비자들을 다 파악했다고 착각하는 일종의 ‘데이터 환각’,
자신들이 소비자와 이미 만나고 있다는 ‘접점 착각’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일반론으로 좀 더 나가보자. 최근 성공하는 광고들의 특징은 뭘까, 실패하는 광고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강: ‘접점 착각’ ‘데이터 환각’이라는 단어가 참 좋은 거 같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좋은 메시지를 재미있게 다뤘음에도 실패하는 광고가 있다면 어떤 이유일까?’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자. 앞서 얘기했듯 ‘소비자가 들어와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좋은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이게 좋은 이야기야”라고 하는 건 호응을 얻기 힘들다. 그 좋은 이야기를 소비자가 들어와서 공유하고 나눌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요새 많이 신경 쓰는 CSR 메시지도 일방적으로 ‘좋은 내용을 전달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현대자동차의 ‘기프트카’ 캠페인처럼 정말로 차를 가져다주고 그걸 통해 사람들이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그 내용이 광고로 나간다. 이러한 소비자 참여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면서 나오는 메시지는 기업의 마케터나 대행사의 광고인이 의도적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캠페인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석: 기본적으로 ‘공감받지 못한 광고는 실패한 광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전에 광고대행사에서 일할 때 유명 대기업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다. ‘축구가 지구를 구한다’는 개념으로 만들었고 유명 축구선수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해외 유명한 CF감독에게 촬영을 맡기기도 했다. 천문학적 비용을 집행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실패한 캠페인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콘셉트로 인해 광고를 보는 이들, 캠페인을 접한 이들의 마음에 전혀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술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자신들의 위용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 알바천국에 와서는 아무래도 작은 기업이다보니 나 스스로도 굉장히 겸손해지고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너무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쉬움과 간절함이 크니 고객들과 잘 소통해야겠다는 의지가 커지고 인사이트도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대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
‘기술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자신들의 위용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그게 가장 위험하다.

욕심을 비우고 내려놓으면 좋은 캠페인, 좋은 광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석: 갈수록 더 그럴 것이다. 마케터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건 SNS는 ‘듣기’에 가장 최적화된 채널이라는 점이다. 일단 소비자들의, 잠재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얘기할 수 있다. 듣기에 최적화된 매체를 갖고 많은 마케터들이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답답하다. SNS 채널을 활용해 열심히 듣는 브랜드, 듣는 기업이 별로 없다. 해외 기업 중에는 SNS를 주로 ‘듣는 채널’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브랜드들은 SNS를 통해 뭔가 말하고만 싶어 하고 그 얘기를 통해 조회 수를 높이는 데 급급한 것 같다.

강: 이게 윗선에서부터 생각이 딱 고정돼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TV를 비롯한 기존 4대 매체에서 하던 일방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을 SNS라는 채널로 바꿔서 똑같이 하고 있는 거다. 새로운 채널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요즘 소비자들의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석: 솔직히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지, 변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잘 모르겠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20××년 트렌드’라고 써진 책들이야 늘 사보고, 해외 보고서도 다 읽기는 한다. 그런데도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있다. ‘무엇이 바뀔지 예측하는 것보다 무엇이 바뀌지 않을지 예측하는 게 훨씬 쉽다’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어떤 사람은 종이로 된 책을 들고 있고, 어떤 사람은 e-book리더나 태블릿을, 또 다른 이는 그냥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책을 읽는다’ 혹은 ‘뉴스나 텍스트를 읽는다’는 본질은 같다. 좀 더 자기에게 편하고 상황에 맞는 형태를 골라서 읽는 것일 뿐이다. 이처럼 진짜로 뭔가를 예측하고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은 것을 잘 파악해서 그 지점을 파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 요새 ‘혼술/혼밥’2 이니 ‘욜로’3 니 하는 말이 나오는데, 그 자체를 중요하게 볼 게 아니라 ‘개인주의화’하는 트렌드를 봐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문화에 ‘군중 문화’ ‘우리 문화’ 같은 집단주의가 꽤 강했는데 여기에서는 개인이 존중받기보다 좀 더 희생하고 집단을 위해 헌신하기를 요구한다. 내 가치가 아니라 집단의 가치를 추구하는 게 중요했다. 심지어 자신의 가치를 집단에 가치에 동일시화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제 이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면서 ‘개인의 가치’가 존중받는 개인주의가 강해지고 있다. 그래서 광고 캠페인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때, 예전처럼 ‘20∼25세 집단’이라고 묶고 일반화할 게 아니라 가능한 최대한 분리해서 보도록 해야 한다. 물론 분리하는 작업을 하면서 그 속에서 다시 일반화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데이터, 빅데이터는 그렇게 활용하라고 있는 것이지 흐름 대충 보고 내 맘대로 상상하라고 쌓여 있는 게 아니다.

석: 알바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다보니 내가 많이 보는 소비자들은 20대일 수밖에 없다. 다른 세대는 잘 모르겠고 이들만 놓고 생각하면 확실히 ‘가치소비’라는 패턴은 발견된다. 그들의 SNS 타임라인을 보면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 돈으로 여행을 가거나 ‘외모 업그레이드’에 투자하거나 한다. 아직 데이터를 완전히 검증해본 건 아닌데 맞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러한 가치소비는 분명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공익적 가치’도 중요하고 자기만족이 큰 가치이기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소비’, 이른바 ‘착한 소비’ 행태도 좀 더 나타날 것으로 본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