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압축형 쓰레기통’ 성공 비결, “아무도 안 하려는 일에 길이 있더라”

217호 (2017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쓰레기통이라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 손을 대 수출까지 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 중 드물게 직접 쓰레기통을 제조한다. 초기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치지 않게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사업이 이제는 압축형 쓰레기통 제작을 넘어 쓰레기 관리 솔루션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영국, 콜롬비아 등 16개국에 수출도 한다. 이 회사 권순범 대표는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화려한 비즈니스가 아닌 것도 성공의 한 이유”라고 답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민혁(연세대 사회복지학·경영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사업을 성공시키는 비결은 무엇일까.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풍부한 자금력, 혹은 폭넓은 인맥이 있으면 성공할까? 이들 중 한 가지만 확실히 갖춘다면 성공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 사업을 시작할 때 이들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갖추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분야. 이를테면 너무 힘들거나, 더럽거나, 위험해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야 말이다.

최근 국내의 한 스타트업이 쓰레기통 하나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주인공은 이큐브랩이다. 이큐브랩은 쓰레기 관리 효율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태양광 압축쓰레기통과 모니터링 솔루션, 그리고 기존 쓰레기통에 부착이 가능한 IoT센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큐브랩은 태양광에너지로 쓰레기를 8배까지 압축해 주는 ‘클린큐브’, 어떤 타입의 쓰레기통에도 간단히 설치해 쓰레기 적재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IoT 적재량 초음파 센서 ‘클린캡’, 클린큐브와 클린 캡이 인식한 센서 정보를 받아와 데이터로 변화해 도심 폐기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클린큐브네트웍스’를 개발했다. 압축은 쓰레기통 내 설치된 배터리로 이뤄지는데 배터리는 태양광으로 하루 이틀이면 완충이 된다. 완충된 배터리는 빛 없이도 3주간 사용이 가능하다.

20대 청년 4명이서 창업한 이큐브랩은 스타트업으로는 특이하게 자체 제조공장을 소유하고 있다. 김포에 위치한 공장에서 전 세계 16개국으로 수출되는 쓰레기통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큐브랩은 단순 압축식 쓰레기통 제조업체는 아니다. 스스로를 쓰레기 관리 솔루션 업체라 부른다. 이를 위해 쓰레기통이 얼마나 채워졌는지 알 수 있는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했다. 모니터링 솔루션은 쓰레기통이 설치된 지역과 함께 해당 쓰레기통이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를 표시해준다. 꽉 채워진 쓰레기통만 찾아 수거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쓰레기통에 IoT센서를 부착해 쓰레기 수거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제공하기도 한다.

창업 7년 차를 맞은 이큐브랩은 올해 매출 55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직원도 초기 3명에서 40명 가까이 늘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해 세계 시장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청년 기업가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를 DBR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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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레기통에 주목했나.

시작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친구들끼리 신촌에서 술을 마시다가 길가에 있는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넘쳐서 지저분한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 시민의식이 부족해서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실 환경미화원들이 열심히 청소도 하고 쓰레기를 비우는 데도 쓰레기가 넘치는 건 시민의식의 문제보다 쓰레기통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너무 적어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같이 술 먹던 친구들끼리 모여서 프로젝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태양광에너지를 활용해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일정 수준 이상 차면 이를 압축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당시 같이 술 먹고 어울리던 이들이 사회적기업 컨설팅을 해주는 ‘소셜컨설팅그룹(SCG)’에서 만난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다. 시작은 소박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쓰레기가 길에 넘치는 것을 막아보자는 목표에서 시작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사업을 하면 투자금 모으기도 쉬웠을텐데 다른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초기 자본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고려하긴 했다. 한국에 사회적기업제도는 고용 및 노동에 관해서 취약 계층을 고용하느냐, 마느냐 이런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는 이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잘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초기에 공모전에서 비용을 충당했다던데.

사실 처음에 사업화를 고민한 게 아니라 프로젝트로 출발했기 때문에 돈이 없었다. 더군다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는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자금이 더 부족했다. 처음에는 진짜 쉽게 생각했다. 그냥 우리끼리 몇 십만 원씩 모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일을 벌이고 나니 정말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았다. 처음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서 쓰레기통 모형 만드는 데만도 1000만 원 가까이 들어갔다. 돈이 부족했다. 여전히 프로젝트성으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투자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잘할 수 있나 고민했다.

당시 같이 프로젝트를 하자고 의기투합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특히 컨설팅 쪽에 관심이 많던 친구들이라 마케팅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잠시 프로젝트를 접고 마케팅 공모전에 닥치는 대로 지원해 상금을 모았다. 이렇게 초기 자본금을 약 4500만 원 정도 모았다. 공모전에 참가하면서 돈도 벌었지만 특히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나름의 논리가 생겼다. 우리 사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모델을 가져가야 하는지 방향성과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공모전 상금이 절실했으니 우리끼리 시뮬레이션도 많이 해보고 논리에 비약은 없는지 점검해보는 과정에서 우리 사업 모델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중소기업청에서 초기 자본금을 받았는데.

초기에 시제품을 한 번 내보고, 그 다음에 특허도 내고 하면서 어느 정도 실체가 생기다 보니 중소기업청에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지원을 할 수가 있게 됐다. 예비 기술 창업자 육성 사업에 지원해서 투자를 받았고 이후에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판단이 들어서 법인을 설립하고 한 1년쯤 뒤에는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펀드를 받았다. 처음에 5억 원을 받았고 2년 뒤에 5억을 또 투자 받았다.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사실 시제품 만들기까지가 제일 어려웠다. 전문성이 전혀 없는 친구들끼리 기계를 만들어야 하니까 시행착오가 많았다. 처음엔 쉽게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충 설계도를 그려서 청계천을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안일했다. 결국 실패만 거듭하면서 처음부터 파트별로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처음에 압축구동 부분을 여기저기 부탁해서 만들어보고, 뼈대도 만들어보고 하면서 전자파트, 기계파트, 배터리, 태양광 부품별로 따로 진행했다. 그래서 사실 돈이 많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시드펀드도 받게 됐다. 그냥 작동하는 기계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졸업작품 수준의 기계 말이다. 85점 정도 되는 건 쉬운데 돈 받고 팔려면 95점 이상 돼야 한다. 그런데 그 갭을 좁히는 게 너무 어렵다. 그냥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그래서 고생을 좀 했다.


왜 태양광에 집중했나. 길거리에 설치해야 해서 태양광을 생각한 건가.

맞다. 왜냐하면 저희가 시공 같은 분야에 아는 게 없는 데다가 바닥에 배선을 하고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실제로 돈도 많이 들기도 하고. 그리고 쓰레기통이 약간 혐오시설이라서 위치를 자주 옮긴다. 태양광을 생각한 것은 이동이 편하기 때문이다. 간단하니까 그렇게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안 했다. 그냥 쓰레기통 위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면 되겠지 생각했다. 물론 쉽게 생각해서 더 고생한 것 같다. 실제 써보니 태양광을 도심 환경에서 쓰기가 어려웠다. 쓰레기통이 꼭 햇볕 잘 드는 데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기존 태양광 패널은 패널이 손바닥만큼만 가려져도 충전이 안 된다. 효율이 90% 이상 떨어진다. 뒤늦게 이걸 깨달았다.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일반 태양광 패널은 원래 회로가 하나로 연결이 돼 있는데 중간에 하나를 끊어놓으면 다 충전이 안 되는 구조다. 직렬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패널을 영역별로 나눠서 만들었다. 한쪽이 가려져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물론 아예 햇볕이 안 드는 부분에 설치하면 안 된다. 하지만 한두 시간 정도 햇볕이 들면 충전해서 쓸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을 높였다. 평균적으로 8시간 정도면 충전이 완료되는데 완충 상태에서는 3주 정도 충전 없이 쓸 수 있다. 그리고 햇볕이 들 때마다 지속적으로 충전이 된다.


사업 초기 한화에 쓰레기통을 팔았던데.

초기에 제품 완성 단계에 있을 때 쓰레기통을 공공 부문에 납품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는 사업실적도 없고 국내에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없다보니 항상 단독 입찰을 하게 됐다. 그래서 입찰이 무산됐다. 공공 부문은 단독 입찰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 부문에 제품을 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했던 게 대학교였다. 하지만 학교는 생각보다 돈이 없다. 그런데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니 교내 쓰레기통에 기업마크가 홍보 목적으로 붙어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여기서 착안해 기업들에 제안서를 넣기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학교에 CSR 활동을 하는 차원도 있고 인재를 위한 마케팅 목적도 있으니 윈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처음에 대기업을 생각하다 한화를 떠올린 건 ‘태양광’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다. 당시 태양광 사업이 큰 위기를 겪을 때였다. 그런데 한화만 유일하게 그 당시에 태양광 투자를 확 늘렸다. 그런데 태양광 비즈니스가 아무래도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거리감이 있었다.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인지도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제안서를 썼다. ‘한화가 태양광 분야 국내 1위 업체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니 우리 제품에 한화 로고를 부착해서 대학교 캠퍼스에 공급해서 홍보를 하자’는 식이었다. 담당자가 누군지도 몰라서 그냥 63빌딩에 ㈜한화라고 써서 보냈다. 사실 진짜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진짜 그걸 보고 연락이 왔다. PT를 하러 한번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서 정성스레 PT를 준비해 63빌딩에 갔더니 실제 한화에서도 의사결정자 위치에 있는 높은 분들이 들어오셨다. 그분들이 우리 PT를 듣고는 제품도 한번 안 보고 바로 1억원어치를 구매해서 학교에 제공했다. 이렇게 첫 매출이 일어났다.


이후 행보는?

한화와의 비즈니스 이후에 이 실적을 바탕으로 다시 공공 부문에 도전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하는 사업 분야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다. 결국 입찰하는 기업이 우리밖에 없으니 계속 유찰이 됐다. 단독 입찰을 하려면 우수 조달제품으로 선정이 돼야 하는데 선정이 되기 위한 사전 인증 획득을 포함한 전체 준비 과정이 1년 반이나 소요된다. 당시 신생기업이던 우리가 손놓고 1년 반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해외전시회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의외로 피드백이 좋았다. 우리 비즈니스가 승산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부터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우수 조달제품 선정 절차를 꾸준히 밟았다. 이게 2016년 완료가 돼서 서울시에 판매를 하게 됐고 올해 제주시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대구, 전주, 부산 등과도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압축 쓰레기통에서 출발해 이후 센서를 부착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도 하는 등 사업을 확장시켜왔는데 원래 구상했던 큰 그림인가.

전혀 아니다. 큰 그림 같은 건 없었다. 처음에 단일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것이 하다보니 커진 것이다. 사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큰 사건이 있었다. 첫 시련은 사업 초기 환경미화원 인터뷰 과정에서 발생했다. 처음에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그분들이 워낙 바빠서 정상적인 인터뷰가 불가했다. 그래서 2주 정도 새벽 5시에 출근해서 그분들과 함께 길을 쓸면서 친해졌다. 친해진 덕분에 환경미화원들의 실질적인 니즈를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많이 달랐다. 그때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과거나 지금이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은 변한 게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 계속 줄고 있었다. 그리고 하다하다 안 되니 외주를 주는 식으로 해서 비용을 줄이고 있었다. 그때 만났던 한 환경미화원에 따르면 3년 사이 정년퇴임한 동료들은 많은데 인원 충원이 안 되다 보니 수거 구역이 2.5배 늘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일은 그대론데 사람이 줄어드니 쓰레기 수거의 질도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압축 쓰레기통을 만들고 대중화해도 이런 혜택에서 이들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두 번째는 실제 쓰레기통을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쓰레기통 안에 얼마나 쓰레기가 차 있는지 정보를 확인 가능하게 센서를 부착해서 이 정보를 환경미화업체에 공유를 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압축 쓰레기통이 단가가 비싸다 보니 지역별로 소수만 공급이 됐다. 예를 들어서 한 지역에 100개의 쓰레기통이 있으면 그중 압축 쓰레기통은 10∼20개 남짓에 불과했다. 결국 20개 정도의 쓰레기통에 대한 정보가 있어도 나머지 80개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압축 쓰레기통에 센서를 달아도 환경미화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과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때 고민을 하다 일반 쓰레기통에도 센서를 붙여 쓰레기양만이라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면 전체 도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니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쓰레기 압축기를 놓고, 그렇지 않은 곳에는 센서만 달아서 관리할 수 있게끔 발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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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이 결국 환경미화원들 일자리를 위협할 가망성은 없나.


사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사회적기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시작한 거라 더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고민 없이 할 수 있던 이유는 그 분야가 너무 어렵다. 이미 환경미화원 숫자를 너무 줄여놨다. 환경미화를 외주로 돌리는 이유는 사실 정상적인 임금으로 커버가 안 되니까 그냥 외주로 떠넘긴 것이다. 환경미화원은 공무원이니까 어느 정도의 안전망이 있는데 청소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낮은 임금에 힘들게 일하신다. 처음에 이 비즈니스를 생각할 때는 압축 쓰레기통을 쓰고 센서를 붙여서 쓰레기 수거 동선을 효율화하면 최소의 인원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외국에 세일즈를 할 때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최소 인원 이하로 환경미화 인력을 줄여서 운영하고 있어서 이런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외국에는 턴키 베이스로 프로젝트를 수주하지만 한국은 그렇게 못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 등은 대부분 환경미화 분야가 민영화돼 있다. 또 환경미화원의 처우가 나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환경미화업체들에 비용을 줄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한국은 쓰레기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 공무원인 경우도 있고, 외주 업체 용역직인 경우도 있다. 구조가 복잡해서 상업적 논리보다는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면 추가로 인력을 뽑지 않고도 더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논리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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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중 거의 유일하게 제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왜 직접 생산을 하나.

초기에는 외주를 줄 만큼 양이 나오지 않아서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생산 능력을 확장해 왔다. 공장이라고 해봐야 크게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설비가 필요한 것이 아닌 공간이 필요한 비즈니스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립만 한다. 용접이나 도색 같은 과정은 이미 다 외주를 주고 있다. 우리가 설계하고 외주를 줘서 부품을 공급받아 최종 조립만 하는 구조다. 오히려 공장을 김포에 두다 보니 강남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다른 스타트업보다 저렴하게 운영이 가능하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 빅벨리솔라라는 회사가 있다. 압축 쓰레기통을 만드는 업체다. 주로 미국과 북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유럽, 중동, 싱가포르, 남미에서 사업을 진행했고 경쟁업체가 있는 미국은 초기에 피했다. 괜히 분쟁을 만들기 싫었다. 그러다 2016년 미국 법인을 만들고 붙어보자 하고 들어갔다. 전략을 바꾼 이유는 미국을 피했지만 유럽에서도 계속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굳이 이럴 거면 피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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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벨리솔라가 선두업체인데 후발주자로서의 애로사항은 없었나.

우리는 빅벨리솔라를 궁극적인 경쟁사로 보진 않는다. 그쪽은 한 대 가격이 4500∼5000달러 정도로 비싸서 미국이나 북유럽 정도 빼고는 잘 안 쓴다. 그리고 빅벨리솔라가 가지고 있는 특허 구조를 봤는데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빅벨리솔라는 전체 쓰레기통 높이를 100으로 봤을 때 압축 안 하고 가만히 있을 때 압축하는 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 40% 정도 된다.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60% 정도로 한정적이다. 구동 방식도 체인 방식이다. 우리 제품은 압축 파트가 위에서 웅크리고 있다 펀치볼처럼 아래로 쭉 밀어내리는 구조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다. 더 많은 쓰레기를 담을 수 있다. 또 해외에서는 대부분 규격화된 플라스틱 통을 쓴다. 이 통이 다 차면 수거차량으로 들어서 비우는 구조다. 그런데 빅벨리솔라 쓰레기통은 구조나 무게상 들어서 비우기 힘든 구조다. 기존 쓰레기 수거 시스템에 적용이 안 된다. 우리 제품은 모델이 총 세 개가 있는데 이 중 240리터짜리는 글로벌 스탠더드 모델이라 기존 시스템에 바로 적용이 가능해서 해외에서 좋아한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빅벨리솔라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은 딱 한 가지 단일 모델만 생산한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면 할수록 이 사업의 본질은 쓰레기통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것을 느낀다. 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쓰레기 수거 비용을 줄이는 물류 솔루션이 핵심이다. 사실 빅벨리솔라도 ‘리얼타임 베이스 정보(real time based information)’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서 쓰레기통이 80% 이상 차면 수거 업체에 이 쓰레기통을 치우라는 알람을 제공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단순 80% 이상 찼다는 정보가 아니다. 쓰레기 수거 시간에 80% 이상 찬 쓰레기통만 수거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70% 정도 찼던 쓰레기통은 쓰레기가 넘친다. 중요한 것은 쓰레기통의 위치나 시간, 주중인지, 주말인지 등 다양한 변수들을 관리할 수 있느냐 여부다. 그래서 우리는 각 위치마다 데이터를 모아서 예측 데이터를 제공한다. 쉽게 설명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이 ‘지금 어디를 치워야 해?’라고 물어보면 지금 시점이 밤인지 새벽인지, 주중인지 주말인지, 날씨가 흐린지 맑은지, 쓰레기통의 위치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지 아닌지 등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해 예측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런 비즈니스가 가능하려면 ‘쓰레기 물류(waste logistic)’ 정보를 다 데이터화해야 하는데 빅벨리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웨이스트메니지먼트 회사들이 쓰는 ERP 같은 시스템들을 만드는 회사가 궁극적으로 우리 경쟁사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 플랫폼이 되겠다는 건가.

그렇다. 쓰레기 수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550조 원 정도다. 그런데 매출 30조∼40조 원이 나는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회사들은 안 치우는 쓰레기가 없다. 쓰레기 시장이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생활 쓰레기(RESIDENTIAL Waste)다. 이외에 상업 쓰레기(COMMERCIAL Waste)와 산업 쓰레기(INDUSTRIAL Waste)가 있다. 사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은 상업 쓰레기에 더 잘 맞다. 산업 쓰레기는 지금 진입할 수 있는 역량이 안 된다. 최근에 글로벌 기업 중 한 곳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센서를 활용해 산업 쓰레기에 우리 기술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최종 소비자는 지자체가 아니라 웨이스트메니지먼트 회사다. 우리 파트너나 클라이언트들이 다양한 쓰레기 영역에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니즈를 이야기해주면 거기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늘려가는 식이다. 이들 웨이스트메니지먼트 회사들이 지자체 쓰레기도 치우고, 상업 지역 쓰레기도 치우고, 산업 폐기물도 처리하기 때문에 이 회사들이 쓰는 ERP 솔루션이 되는 게 목표다.


압축을 하는 게 왜 좋은가? 나중에 수거할 때 더 무겁고 힘든 것 아닌가?

가로변 쓰레기통의 특징은 빈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엔 테이크아웃 커피잔 같은 게 많이 버려져서 더 그렇다. 가로변 쓰레기에서 나오는 봉지랑 상점에서 100미터 봉지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밀도 차이가 많이 난다. 가로변 쓰레기를 태양광에너지로 압축을 하면 산업용 압축기처럼 그렇게 되진 않고 발로 밟아서 압축해놓은 그 정도 밀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잔여 전력으로 광고를 하기도 한다는데.

빅벨리솔라의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옥외광고 분야다. 빅벨리솔라의 쓰레기통을 사서 거기에 옥외광고를 붙여서 시에 기부하는 대신 광고권을 가져오는 방식이다. 최근에 빅벨라솔라의 옥외광고를 담당하는 업체와 협의 중인데 차이점은 우리 쓰레기통은 전력 효율성이 좋아서 래핑 광고보다는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를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비전,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

많은 분들이 계속 쓰레기 처리만 할 거냐고 묻는다. 최근에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많이 생기고 있어서 그런 쪽으로 비즈니스를 옮겨보는 게 어떠냐는 조언도 많이 하신다. 물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실제 시도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이 쓰레기 시장이 기회가 많고 규모에 비해 여전히 비효율이 엄청나다. 사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 경쟁도 약한 편이다. 우리는 사업을 하면서 “섹시하지 않은 산업에 오히려 섹시한 기회가 있다”라는 말을 직접 느끼고 있다. 예전에 투자를 받기 위해 IR(기업설명회)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재밌지만 약간은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한참 우리가 우리 비즈니스를 설명하고 나니 투자자 중 한 분이 “이런 비즈니스는 나중에 잘돼도 스탠퍼드대 나온 애들이 너도나도 할 거야 하고 뛰어들 거 같진 않아”라고 하더라. 소위 있어 보이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큰 경쟁도 없었다. 그래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쟁이 있어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이 있다. 우리 목표는 디자인계의 어도비처럼 쓰레기 치우는 회사들은 무조건 쓰고자 하는 ERP 솔루션이 되는 것이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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