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in Practice
Article at a Glance
멕시칸 음식점 치폴레(Chipotle)는 1990년대 미국에서 번창한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의 선도자다. 패스트푸드라고 반드시 품질이 낮을 필요가 없고 음식 맛이 좋다고 비쌀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 ‘맛있으면서도 저렴하고, 빠르면서도 고품질인 음식’을 내놓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선한 재료를 고객들에게 내놓는 건 기본이고, 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에도 윤리적인 잣대를 도입했다.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하는 게 대표적 예다. 심지어 매장에 비치해 두는 냅킨까지 재활용 재질을 사용하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치폴레는 ‘진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미션하에 모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편집자주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CSR을 기업 전략과 융합했을까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CSR 활동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5년 봄 대선 출마 선언 직후 멕시칸 음식점 치폴레(Chipotle)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치폴레는 서민적이면서도 건강하고 성장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부자, 엘리트라는 인상을 주는 힐러리 입장에선 친서민·친중산층 이미지가 필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이곳을 찾았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언론의 해석이다. 젊은 유권자층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고, 히스패닉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심지어 <허핑턴 포스트>는 “2012년 대선 주자들도 이곳을 찾았다. 이제 치폴레는 백악관으로 가는 중요한 정거장이 됐다”고 논평했다. 얼마나 대단한 식당이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치폴레는 멕시코의 대표 음식인 브리토, 타코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상호는 스페인어로 ‘멕시코 고추를 구워 말린 양념’을 의미한다. 멕시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단어를 들으면 침이 절로 고인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동치미라는 단어에서 ‘시원함’ ‘무’ ‘겨울’ ‘팥죽’을 연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치폴레는 2015년 1분기 매출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1년으로 치면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현재 매장은 1700개인데 조만간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중심으로 4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맥도날드의 매장 수(3만5000개)나 매출액(280억 달러)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작지만 웰빙 트렌드를 타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패스트 캐주얼을 만들다
식당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는 패스트푸드라고 한다. 아웃백 스테이크, TGI프라이데이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은 캐주얼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전자는 내가 줄서서 음식을 타가고, 후자는 서빙하는 사람이 내 자리에 와서 주문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객단가에서 차이가 난다. 전자는 5∼6달러, 후자는 15∼20달러선이다. 물론 유명 셰프가 요리하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레스토랑의 상식에 반기를 든 청년이 있었다. 스티브 엘스라는 이름의 젊은이는 대학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에서 2년 정도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음식점에 대한 그만의 철학을 정립한다. 패스트푸드라고 해서 품질이 낮을 필요가 없고, 맛있다고 해서 비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다. 어느 산업이건 새로운 장르는 이러한 식으로 탄생한다. 맛있으면서 저렴하고, 빠르면서 고품질인 음식. 그는 1993년 콜로라도 덴버에 첫 매장을 열었다. 그러면서 1990년대 미국에서 번창한 패스트 캐주얼의 선도자가 된다. 객단가는 8∼12달러 정도.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레스토랑의 딱 중간이다.
음식점의 매출액은 객단가와 회전율이 좌지우지한다. 객단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하면 결국 회전율이 승부처다. 얼마나 빨리 음식을 제공하는가가 관건이다. 맥도날드의 높은 회전율은 가공된 냉동식품을 데워서 주는 데 있다. 치폴레는 현장에서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준다. 그래도 맥도날드 못지않게 빠르다. 비결은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다. 하버드에서 서비스 경영을 가르치는 프랜시스 프레이 교수는 이를 치폴레의 핵심 경쟁력으로 설명했다.
대량 생산과 고객 맞춤을 동시에 실현하는 개념인 대량 맞춤화는 알고 보면 원리가 단순하다. 멕시칸 음식을 먹기 위해 치폴레에 들어서면 일단 밀전병, 옥수수전병, 빈 그릇 중 하나를 고른다. 그 다음 각종 고기, 야채, 콩, 쌀, 소스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점원이 신속히 담아준다. 사람마다 음식 취향이 다르지 않겠는가. 당연히 맞춤화가 된 것이고, 이를 신속하게 처리하니 대량 생산의 장점을 갖춘 것이다. 점심시간에 꽤 긴 줄이 서지만 고객들이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줄이 금방 빠지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