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데이터 분석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소셜 데이터는 소비자 집단의 욕망을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금융상품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트위터 원문을 분석한 결과 도출된 전략적 콘셉트 중 하나가 ‘카드는 일기장이라 할 만하다’라는 것이다. 카드 사용을 단순한 금전지출이 아닌 일상의 정리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금융 산업이 금리를 통해 이윤을 내는 분야였다면, 앞으로는 여러 산업의 파이프라인(Pipeline) 역할을 해주는 분야로 바뀌어야 함을 암시한다. 하지만 소셜 데이터가 모든 상황에서 일을 해결해주는 만능기구는 아니다. 많은 방법론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데이터는 스스로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오류를 줄여주는 축의 역할을 할 뿐이다. 데이터는 관점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적인 자료다.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이용자가 데이터 해석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마케팅 분야에서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상식이 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소셜 데이터는 소비자의 의도성과 비의도성을 함께 관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보 원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령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의 기능에 대해 사용자들이 남긴 멘션을 분석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필자들이 다음소프트와 함께 북미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의 트위터를 관찰한 적이 있다. ‘스타벅스 커피와 아이폰, 그리고 미니스커트는 백인 소녀의 상징이다’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여기에는 아이폰의 기능에 대한 만족이나 정보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 기기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미국인의 일상에 깊게 파고들었는지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청소기는 후버, 냉장고는 지펠처럼 거의 아이폰이 일반 모바일 폰의 대명사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그들의 일상 속에서 해당 제품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기능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잘 모르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이 제품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가, 소셜 데이터는 이런 이슈들을 살펴보는 하나의 ‘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빅데이터’ 관련 토론에서도 많이 지적되었던 것처럼 데이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하루에도 수백만 건의 소셜 데이터를 마이닝해서 자신들의 제품과 관련된 이슈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쓸 만한 정보가 많지 않다’라는 볼멘소리가 많다. 정작 제품의 진짜 수요를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되는 광고성 메시지나 특정 사용자의 정보를 리트윗한 데이터들을 정제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써버린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케팅 전략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 차원으로까지 확장시켜 살펴보려는 노력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를 제공해주는 기업들에게도 나름의 책임이 있다. 이제는 마케팅을 위한 소셜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그 자체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기업들이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것인지’ 해석을 위한 관점 설정을 도와주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필자들은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한 ‘소셜 데이터 관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시장 세그먼테이션 방법론’을 개선하라
수십 년간 마케팅 교과서에 항상 등장하는 개념이 ‘STP 전략’, 즉 세그먼테이션(Segmentation), 타기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기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시장의 변화 동향을 보면 사업자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종종 목격된다. 우선 e-learning 시장이 대표적이다. 한때 메가스터디, 교육방송 등 수많은 사업자들은 학습자가 공부하기에 편한 환경이야말로 소비자 경험 전략의 핵심이라고 보고 1030대 주사용자를 대상으로 FGI를 실시하고 기기 이용 맥락을 관찰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계속해서 서비스 환경이나 플랫폼을 개선해도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2030대 성인 교육 시장에서는 주사용자와 소비자가 일치했지만, 10대 시장의 상당수는 학부모가 제품 선택 권한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e-learning 환경의 시스템적 요소보다 유명 강사와 교재의 내용같이 다른 요소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몰빵’을 하는 성향이 강했다. 이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 방법론이 정말 타당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다. 시장 세그먼테이션을 할 때 흔히 고객의 성격, 연령,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카테고리(Category)를 구분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이때 분석가의 직관이나 지식, 경험 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의 관점 자체가 완전히 빗나간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앞서 e-learning 서비스 실패 사례처럼 시장에서 전략적 성공을 위한 성과 귀인 자체가 잘못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베이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여러 번 물어봐도 소비자가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도 자신들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환경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일 제품에 대한 단일 선호를 드러내지 않는다. 스타벅스 커피, BMW 자동차, 맥도날드 햄버거 등 여러 범주의 상품에 대한 선호를 마구잡이 식으로 표현한다. 마켓 세그먼테이션을 하려면 제품 범주를 단일 차원으로 구분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 편익(Consumer’s benefit)과 비용(Cost)을 분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자면 선호(Preference)가 분명히 식별되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호’ 자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직관적으로 나누던 마켓 세그먼테이션 방식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들과 다음소프트는 소비자의 복잡한 선호를 반영하기 위해 ‘인터카테고리 모델링’(Inter-Category Modeling)과 관련된 연구를 했다.1 이를 위해서 5년간 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의 원문 분석과 유사도에 기반한 네트워크 알고리즘으로 분석을 시도했다.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통해 소비자 한 사람의 글을 문서(Document) 하나로 보고, 그 안에서 등장하는 여러 형태의 ‘브랜드’와 관련된 표현들을 골라내 자동 그루핑한 다음, 유난히 공통 언급(Co-Occurance)이 잦은 것들끼리 재분석했다. 이렇게 도출되어 최종 정제된 데이터셋을 분석해본 결과 사람들이 병렬적으로 언급하는 브랜드들이 있고, 그것들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D&G와 비오템, 캘빈 클라인과 같은 것들이 동시에 언급될 때에는 그것들이 갖고 있는 전통 범주와는 별도로 ‘스포티함’ ‘도시적임’ ‘20대의 속성’처럼 ‘욕망 자체(Desire itself)’에 의한 선호(Preference)가 번들링(Bundling)처럼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림 1 참조)
다시 말해서 사업자가 각각의 단일 제품 마케팅을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선호에 의해 ‘인접한 것처럼’ 인식하는 브랜드들이 갖는 영향력을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초에 시장 세그먼테이션 단계에서부터 다른 사업자의 존재를 신경 써야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포지셔닝 분석에서 경쟁재·보완재를 분석함으로써 제품 전략을 초점화하는 차원에서만 다른 브랜드의 영향력을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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