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성장, 매각 전략

글로벌 경영시스템+토종 영업마인드 5년만에 점유율 20%p, 기업가치 3배 상승

148호 (2014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지현(중앙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OB의 경영진은 지난 몇 년에 걸쳐 회사를 리더로 성장시키는 굉장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오비 경영진과 함께 AB인베브의 브랜드를 한국에서 성장시키고, 더 많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CEO

 

2014 120,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안호이저 부시인베브(Anheuser-BuschInBev, 이하 AB인베브) PE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 이하 KKR)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이하 어피니티)로부터 58억 달러에 오비맥주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09 AB인베브가 18억 달러에 오비맥주를 KKR과 어피니티에 매각한 후 불과 4년 반 만에, 그리고 세 배가 넘는 가격에 재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2009 AB인베브가 KKR과 어피니티에 오비맥주를 매각할 당시 계약 내용에는 5년 후(2014 7)에 오비맥주를 재매입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 AB인베브는 이 옵션을 6개월 일찍 적용해 오비맥주를 인수했다. 오비맥주의 재인수에 대한 이유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및 아시아 맥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의 예측이다. 그러나 오비맥주의 기업가치를 간과할 수 없다. 오비맥주의 가파른 성장이 AB인베브의 재인수 옵션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연 KKR과 어피니티가 소유했던 4년 반 동안 오비맥주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기업 가치가 급상승했을까?

 

2009년 이전까지 한국 맥주산업

 

국내 맥주시장은 전통적으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해 왔다. 두 회사는 각각 소화기린맥주주식회사와 대일본맥주라는 이름으로 1933년 설립된 이후 80여 년 동안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국내 맥주시장을 발전시켜 왔다. 소화기린맥주는 해방 후 1948년 동양맥주로 회사명을 변경하면서 영문명으로 Oriental Beer, OB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는 당시 경쟁자였던 조선맥주보다 더욱 진취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1

 

 

1952년 정부의 기업 민간불하 방침에 따라 두산그룹에 인수된 오비맥주는 1957년 조선맥주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처음 올랐다.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30년 이상을 60∼7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순항해왔다.

 

동양맥주와 조선맥주 양사는 때로는 치열한 신제품 출시 경쟁, 판촉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우호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측면도 있었다. 해방 직후 국내에는 맥주병을 제작할 수 있는 설비가 없었다. 자체적으로 병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요 맥주회사인 동양맥주와 조선맥주는 일제 강점기에 사용됐던 맥주병을 재활용했고 이런 현상은 양사 간의 경쟁강도를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방 후에는 맥주 유통 경로에 변화가 일어났다. 해방 전 맥주는 주로 카페 및 유흥업소에서 판매되고 있었으나 해방 후 제정된 대리점 제도로 인해 공장에서 생산된 맥주는 모두 대리점으로 납품됐다. 대리점은 납품된 맥주를 다시 각 유통경로상의 중간 유통경로(도매상, 중간도매상, 소매상)를 통해 유흥업소에 판매했다. 1961년 양사는한국맥주판매주식회사(이하 한국맥주판매)’를 설립해 판매 대리점을 통합하기도 했다.2

 

안정된 과점체제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동양맥주에 1991년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그룹 계열사인 두산전자의 페놀유출 사건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다. 1995년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명을 오비맥주로 변경했지만 1996년 하이트로 사명을 바꾼 조선맥주에 마침내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두산그룹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벨기에 인터브루에 오비맥주 지분 50%를 매각했다. 실질적 주인이 바뀌는 순간이었다.3

 

1994년 소주 시장의 강자 진로가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의 쿠어스 사와 합작해 진로쿠어스를 설립했고비열처리 방식을 사용한 카스 브랜드를 출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또 하이트 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조선맥주는 1998년 사명을 아예 하이트로 변경한다.

 

카스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9, 오비맥주는 경영난으로 도산한 진로의 카스 맥주 브랜드와 생산설비를 인수했다. 맥주 시장은 다시 오비와 하이트의 양자 체제로 정리됐다.

 

2006년 인터브루와 암베브의 합병으로 설립된인베브가 남은 지분을 모두 확보하며 오비맥주를 완전 인수했다. 하지만 시장은 하이트 쪽으로 기세가 넘어간 상황이었다. 카스를 제외한 진로의 소주 사업 등을 인수해 국내 주류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하이트진로는맥스등을 출시하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PE펀드의 오비맥주 인수

 

2009, 세계 유명 PE펀드 기업들과 맥주 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주목하고 있었다.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는 기업 중 하나인 오비맥주가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오비맥주의 소유주였던 벨기에의 인베브(InBev) 사가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의 안호이저부시(Anheuser-Busch) 사를 인수하면서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오비맥주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인베브 사가 도이치뱅크(Deutsche Bank) JP모건(JP Morgan)을 오비맥주의 매각 주간사로 정하면서 오비맥주의 매각이 기정사실화됐다. 이들 매각 주간사는 잠재적인 매입 후보 기업들에 안내문을 보내면서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오비맥주는 기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외국계 PE펀드 기업들과 맥주시장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던 롯데그룹, 해외 유명 맥주기업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9 2월 예비 입찰이 시작됐다. KKR을 비롯, 블랙스톤(Blackstone), 칼라일(Carlyle) 등의 내로라하는 외국계 PE투자펀드 기업들과 SAB밀러(SAB Miller), 아사히(Asahi) 등 해외 맥주기업, 롯데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 등 총 15개 후보가 예비 입찰에 참가했다.

 

 

입찰 시작 당시 소유자인 인베브는 오비맥주의 가치를 약 20억 달러 정도로 평가했으나 입찰 참가자들은 오비맥주의 인수가격을 10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의견차이로 인해 매각 과정이 더디게 진행됐으며 오비맥주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던 롯데그룹은 인베브의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해서 입찰에서 탈락했다. 당시 높은 환율로 인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외국계 PE펀드 회사들과 비교해서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롯데그룹이 불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던 3개의 PE펀드들, KKR과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 엠비케이 파트너스(MBK Partners)가 본입찰 참가자로 선정됐다.

 

본입찰에서는 어피니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우수했던 KKR MBK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두 기업 간의 경쟁에서 KKR 16억 달러를 제시해 18억 달러를 제시한 MBK보다 입찰액이 낮았지만 임직원 고용 승계와 자금 조달력 면에서 나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KKR은 인수가격을 두 번 올리면서 오비맥주의 인수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고 최종적으로 19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본계약에서 세부적인 계약 내용을 조정해 18억 달러로 최종 계약을 마무리했다. KKR은 입찰 경쟁자였던 어피니티에 50%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두 PE펀드가 오비맥주의 공동 주주가 됐다.

 

1위 재탈환

 

외국계 PE투자펀드 기업의 오비맥주 인수에 대한 국내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이전의 사례들에서 론스타와 같은 외국계 PE투자펀드 기업이 이른바먹튀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외국계 PE투자펀드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을 인수한 뒤 단기간의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은 후 조세 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빠져나갔다. 따라서 KKR과 어피니티의 오비맥주 인수도 이전의 사례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과 달리 KKR과 어피니티의 오비맥주 인수는 현재 해외 PE펀드투자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사례에 있어랜드마크 딜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의 사례들이 국내에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킨 데 반해 오비맥주는 현재까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시장점유율에서 나타났다. 1996년 이후로 단 한번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지 못하고 매번 하이트에 패배했던 오비맥주는 KKR과 어피니티에 인수된 이후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갔다. 2008년에는 6040의 차이까지 벌려졌던 시장점유율이 매년 6%p 정도씩 차이가 좁혀졌다. 결국 2011년 오비맥주가 근소한 차이로 하이트를 제압하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았고 2012년에는 10%의 차이를 벌리면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냈다. (2013년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개선이 눈에 띈다. < 1>에서 볼 수 있듯이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2009 8186KHL

4 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2013년에는 13333KHL까지 증가했다. 또한 순매출도 인수 직후의 8253억 원에서 2013 1484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매출이 성장하며 직원 수도 약 200명 늘어 현재 1800명 선이다. 기업을 인수하면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부터 하는 다른 해외 펀드들과 차별되는 점이다.

 

KKR과 어피니티가 오비맥주를 공동 소유하면서 과거 인베브 시절과는 다른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 인베브는 세계 1위 맥주회사(전 세계 맥주시장 점유율 약 25%)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비용절감을 위해 오비맥주 경영에 깊이 관여한 반면 금융 투자회사인 KKR과 어피니티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성 있는 오비맥주 경영진에게 많은 권한을 줬다. 이에 오비맥주는 인베브 시절 비용 절감으로 축적된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확장시켰다.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현 오비맥주 CEO 장인수 사장의 영업 및 현장 중심 마인드도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끈 주요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0 1월 장인수 전 하이트주정 대표는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임명된다. 진로가 하이트에 합병되기 전 진로 출신으로 오랜 기간 주류 영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던 그는 카스맥주가 가지는 최대 강점인 신선도 유지를 위해밀어내기식영업을 개선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영업사원들은 주어진 판매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월말에 무리한 출고를 반복했다. 밀어내기식 출고로 인해 맥주가 창고에 보관되는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러한 요인은 맥주, 특히 주력상품인 카스 브랜드의 신선도에 문제를 야기했다. 장인수 사장은 밀어내기식 영업을 방지하기 위해 무리한 ‘Push 전략대신 도매상에 대한섬김 정신을 강조하는 한편 영업사원의 판촉을 지원해 맥주가 월초에 출고되도록 했다. 그 결과 카스의 신선도는 크게 개선됐고 오비맥주의 영업실적은 단기간에 상승해 2011 15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하이트는 진로 브랜드 인수 이후 회사 내 자원이 하이트와 진로로 분산되면서 맥주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다.

 

영업실적 상승과 함께 오비맥주는 회사의 정체성 확립 및 맛과 향의 다양성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킬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당시 수익의 대부분은 진로로부터 인수한 카스 브랜드에 집중돼 있었고 기존 오비 브랜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수익은 유지하면서 회사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정통 브랜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해외 맥주의 수입으로 풍부하고 진한 맛을 가진 프리미엄 맥주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내·외부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오비맥주는 2011 3월 프리미엄 브랜드인 오비 골든라거를 출시했다. 출시 200일 만에 1억 병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이 성공으로 오비맥주는 55.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수출 역시 늘어났다. 오비맥주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몽골 등의 국가에 ODM 방식으로 맥주를 수출하고 있다. 2007 469KHL에 불과했던 수출은 2013 1873KHL까지 증가했다.

 

 

성공 요인

 

4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런 긍정적 변화들이 가능했던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소유와 경영의 분리

 

2) 적극적인 투자 단행

 

3) 글로벌 경영 플랫폼과 한국형 영업력의 조화로

 

인한 영업 효율 증가

 

4) 성공적 브랜드 포트폴리오

 

5) 주주 간의 발전적 파트너십

 

1) 소유와 경영의 분리

 

KKR과 어피니티는 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한 다음에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호림 당시 사장을 비롯한 기존 경영진을 최대한 유지하고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사업전략 수립 등 본연의 경영활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 과거 다른 사례들을 보면 외국계 PE펀드투자 기업들은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2년 내에 기업을 매각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단기간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 PE펀드는 기존의 경영진 대부분을 그들의 필요에 맞는 사람들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KKR과 어피니티는 오비맥주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원했다. 이를 위해 일단 기존 전략을 유지 및 보완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인베브 시절에 시행하고 있던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존의 경영진을 최대한 유지시켰고 보완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어려운 경영인들만 교체했다. 그 결과 인베브 시절부터 시행됐던 다양한 시스템이 유지되고 개선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특히 성과급 시스템의 개선은 인베브 시절부터 앓고 있던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2) 적극적인 투자

 

 

인베브가 대주주일 당시에 오비맥주는 “Do not rock the boat(보트를 흔들지 마라)”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인베브는 오비맥주가 하이트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를 자극해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는 경쟁사를 넘어서는 것보다는 비용 지출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줄임으로써 영업이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 결과 오비맥주는 하이트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시장점유율에선 뒤처졌다.

 

KKR과 어피니티는 인수 후 이런 전략을 바꿨다. 이들은 이익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비맥주가 시장의 1인자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투자를 확대했다. < 2>에 나타나 있듯이 매출과 마케팅에 관한 투자는 2009 723억 원에서 2012 1202억 원으로 증가했고 2013년에는 1348억 원까지 증가했다. 또한 미래의 이윤 창출을 위해 투자한 비용인 CAPEX(capital expenditure) 2009 326억 원에서 2013 978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KKR과 어피니티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이후 오비맥주의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매각을 고려했던 광주공장도 오히려 확장하는 것으로 방향을 180도 바꿨다. 이런 투자 확대는 카스를 비롯한 오비맥주 제품 전반의 수요 확대와 발맞춰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 글로벌 경영 플랫폼과 한국형 영업력의 조화로 인한 영업 효율의 증가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인베브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약 12년간 오비맥주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선진 경영기법을 전수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ZBB(Zero-Based Budget). 과거에는 연간 예산을 세울 때 전년도 예산을 기준으로 항목별로 늘이거나 줄이는 식이었지만 인베브는 전년도 예산과 상관없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예산을 도입했다. 이로써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었다. 인베브는 원가절감이 사시(社是)처럼 여겨지는 문화를 도입한 것은 물론 공장경영 시스템과 관리 시스템도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실제로 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운영했던 끝무렵인 2008년과 2009년에는 순이익률이 각각 15.9% 15.4%에 달했다.

 

수익률은 좋았지만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했던 이유는 이런 시스템을 이용해 실행을 하는 단계, 즉 영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인베브의 오비맥주는 외국에서 파견 온 경영진이 많았고 본사의 관리를 받았다. 이들이 외국식 경영기법을 강조하며 일선 사원들의 마인드 역시 점차 글로벌 회사처럼 변했다.

 

한국의 맥주산업은 규제가 철저하고 특히 1300여 개 중간도매상의 역할이 크다. 맥주회사가 직접 소비자나 소매점에 맥주를 공급하는 건 허용되지 않기에 맥주 영업은 이들 라이선스 도매상만을 상대로 이뤄진다. 따라서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유통시키는 도매상의 선택이 각 제조사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제조회사가 아무리 좋은 술을 만들어도 도매상과의 관계가 나쁘면 소매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도매상 중에는 연간 매출이 2000억 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인베브의 서구식 경영문화는 영업사원들의 태도를 수동적으로 바꿨다. 대부분의 도매상은 주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고 대를 이어 영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오비맥주의 영업사원들은 도매상과의 미팅에서 사내에서나 쓰던 영어 약자를 쓰거나 청바지 등 IT회사를 방불케 하는 캐주얼한 복장으로 영업을 나가기도 했다. 인베브가 글로벌 회사다 보니 토착 영업에 강한 사람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자를 더 선호했다. 또 판촉물 배포 등 영업 실무에서도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인간적 관계를 중시하는 도매상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KKR과 어피니티는 이런 문제를 간파했다. 이들은 영업의 효율을 증가시키기 위해영업의 달인이라 불리던 전 하이트주정 대표 장인수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의 가치를 단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PE펀드의 특성상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고졸 신화로 유명한 장인수 현 대표는 주류업계 사관학교라 불리는 진로의 베테랑 영업맨 출신으로 업계에서 주류도매상들과의 네트워킹으로는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었다. 그러나 진로가 하이트에 인수된 후 중용되지 못하고 익산에 있는 하이트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던 차였다.

 

오비의 삼고초려로 회사를 옮긴 그는 지역 도매상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고 직접 참석했다. 그리고 인베브가 심어 놓은 글로벌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그대로 두되 영업만큼은 한국적 토착영업 방식으로 되돌렸다. 정기적으로 도매상을 찾아가 불만과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하면서 도매상들의 신뢰를 얻었고, 경조사에 참여하면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

 

도매상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장 부사장은 우선 영업부서에서 영어 약어를 쓰던 습관을 고치기로 했다. 많은 외국계 회사들의 한국 지사가 그렇듯 해외 다른 지사와 교류하면서 서구식 문화가 퍼졌다. 인베브가 소유했던 오비맥주 역시 1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미국에서도 잘 쓰지 않을 법한 영어 약자들을 과도하게 많이 쓰는 문화가 퍼져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 직원들 사이에서도 주요 소매점 업종인한식당 KR(Korean Restaurant)이라고 부르는 식이었다. ( 3) 약어가 너무 많아 새로 입사하는 직원에게 약어 해설책을 따로 줄 정도였다. 장 부사장은 회의를 줄이고 영어 약자 사용을 막았다. 학력이 높지 않고 자수성가형인 도매상들을 상대하는 자리에서 영어를 섞어 쓰면서 영업한다는 건 기본이 안 돼 있다고 봤다.

 

장인수 부사장의 두 번째 업적은 유통업계 관행인밀어내기를 중단시킨 것이었다. 매월 말 영업 담당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도매상에 재고 물량을 떠넘긴다. 그렇게 도매상에 쌓여 있는 맥주는 최종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최고 6개월이 소요된다. 유통기한이 길고 변질 우려가 적은 소주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맛의 변화가 심한 맥주는 문제가 된다고 봤다.

 

2010 1월 부임하자마자 그는 당시 사장은 물론 주주인 KKR까지 만나 자신의 자리를 걸고 담판을 지었다. 200만 상자에 달하던 도매상 재고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생산물량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후 약 4개월 동안 카스 맥주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추락했지만 재고 부담이 거의 다 소진되고 막 양조된 신선한 맥주가 풀리기 시작한 5월부터 목표치 이상을 달성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도 카스 맥주의 신선함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카스는 결국 2012 1월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 자리를 탈환했고 오비의 업계 1위 재탈환의 1등 공신이 됐다. 장 부사장은 같은 해 6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실 오비맥주가 진로로부터 카스를 인수하고 또 카스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인베브 시절 외국인 경영진이 내린 결정이었다. 카스는 오비 입장에서 보면 입양해온 자식과 같은 브랜드로 다른 회사였다면 친자식인 오비 브랜드에 비해 천대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해외에서 파견된 인베브 경영진은 오비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나 카스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 미국 쿠어스 사의 앞선 기술로 만든 카스가 제조기술과 품질 면에서 앞서는 만큼 오비맥주의 미래는 카스에 달려 있다고 보고 꾸준히 카스에 투자했다. 이렇게 인베브의 합리적인 경영전략이 닦아놓은 기틀 위에서 KKR이 데려온 장 부사장의 한국식 토착 영업이 뿌리를 내리면서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올해 1월 다시 오비맥주를 인수하기로 한 AB인베브 역시 장 사장의 공로를 인정하고 있다. 흔히 주인이 바뀌면 경영진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AB인베브는 재인수 발표 보도자료에서 특별히오비는 장인수 CEO가 계속 이끌 것이다라고 명시해 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

 

4) 성공적 브랜드 포트폴리오

 

오비맥주의 브랜드 파워는 카스의 성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카스는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 1위 탈환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타깃을 20대로 정하고 카스의 강한 탄산감을 20대의 열정과 연관시켜젊음이라는 일관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결과 카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꾸준한 성장을 했다. 나아가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카스에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 전략을 사용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레드, 카스 레몬, 카스 라이트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층에게 다가갔고 그 결과 카스는 49.1%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국내 맥주 브랜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카스의 성장으로 국내 맥주 시장을 장악한 오비맥주는 프리미엄 맥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존의 오비블루를 단종시키고 2011 3월 오비골든라거를 출시했다. 오비골든라거는 현재 약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의 해외 프리미엄 맥주를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했다. 카스는 탄산 함량이 높아 톡 쏘는 맛이 있으며 원료에 전분이 함유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다. 반면 오비골든라거는 맥아 100%를 써서 만든 독일식 맥주다. 또 버드와이저는 쌀, 호가든은 밀이 원료다. 이렇게 다양한 원료로 만든 카스, 오비골든라거, 해외 프리미엄 맥주를 포함한 차별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오비맥주는 다양한 소비자층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맥주 시장에서 1인자가 될 수 있었다.

 

5) 주주 간의 발전적 파트너십

 

오비맥주 기업가치 증가의 또 다른 요인은 주주 간의 협력적인 관계다. KKR은 세계 최초의 PE펀드 기업이다. 처음 설립 당시 장례업과 같은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에 투자해 큰 이익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3∼4년 주기의 투자들을 통해 승승장구하며 PE펀드가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 잡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오비맥주의 또 다른 주주인 어피니티는 홍콩의 PE투자펀드 기업으로 국내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해왔다. 대표적인 한국 내 투자 사례로는 약 2000억 원의 이익을 거둔 하이마트 인수와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던 더페이스샵코리아 인수가 있다. 이처럼 PE펀드계의 대명사인 KKR과 국내 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이 있는 어피니티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KKR은 세계 시장에서 오랜 기간 습득한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어피니티는 국내 시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비맥주 경영진이 제시하는 전략을 검토해 효과적인 피드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오비맥주의 경영진은 인베브 시절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국내 맥주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오비맥주의 기업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PE펀드는 국내에서 세금 관련먹튀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정적인 투자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 한국 경제의 중요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처음 PE펀드가 생겼을 때 미국의 금융가에서도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예측했으나 현재는 세계적인 산업이 됐다. PE펀드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가운데 AB인베브의 오비맥주 재인수는 KKR과 어피니티의 오비맥주 인수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했고 국내의 PE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또한 앞으로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PE투자펀드 기업들에 모범적인 사례가 됨으로써 단기적 금융 수익이 아닌 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재인수하면서 오비맥주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제조기업인 AB인베브는 투자펀드인 KKR 및 어피니티와는 확연히 다른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비맥주의 기업경영 방식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했던 경험이 있던 점, 글로벌 경영 스탠더드와 한국식 토착영업을 접목시키는 노하우가 쌓인 오비맥주의 역량을 고려할 때 이후에도 오비맥주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국내의 PE펀드 매니지먼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오비맥주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석 경희대 국제대학원 부교수 profjeong@khu.ac.kr

정재석 교수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광고 및 마케팅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Purdue University-Fort Wayne 및 뉴욕 St. John’s University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1년부터 경희대 국제대학원 및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농식품 경영 전략 및 국제 마케팅 전략 등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moonj@snu.ac.kr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과학 및 시스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ICU IT경영학과, KAIST 기술경영학과를 거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농식품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식품기업과 연구소를 대상으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식품산업 기업전략, 식품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 물류 전략 등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