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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강글리오

너무도 선명했던 두 글자 ‘농심’ ‘몸에 좋은 고급 커피’에 독이 됐다

이승연 |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문경(건국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3 1, 커피 업계는 물론 식품업계 전반에 전운이 감돌았다.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독보적 1위 업체인 동서식품(맥심)을 비롯해 네슬레(네스카페), 남양유업(프렌치카페) 등은 라면 1위 업체 농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2012년 말부터 농심의 커피시장 진출이 기정사실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창 성장세를 구가하던카누루카같은아메리카노스타일의 원두커피 형태일지, 전통적인설탕+프림조합의 믹스커피의 형태일지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어떤 상품명으로 언제쯤 시장에 나올지 역시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리고 올해 1, 다소 생경한 이름의 커피 제품 하나가 등장했다. 농심의강글리오. 녹용, 녹골, 모유 등에 포함된 성분이라는 강글리오사이드가 들어갔음을 강조하기 위해 성분명에서 제품명을 따왔다.

 

농심은 강글리오 제품의 홍보를 위해프리미엄’ ‘기능성’ ‘건강에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고 라면시장 1위 업체로서 보유하고 있던 왕성한 영업력과 유통망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영화배우 이범수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서 중독성을 지닐 만한 CM송도 퍼뜨렸다. 농심의 자신감은 충만했다. 당시 농심은 직거래/대리점/특판으로 구분되는 유통망을 갖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투자만 제대로 하면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올해 초 식품업체 관계자들 모임에서 농심 측 임직원들은 커피시장 1위 동서식품 임직원들에게이제 우리의 경쟁상대는 동서식품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출시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2013 12월 현재, 강글리오는 어떻게 됐을까?

 

강글리오의 판매 실적은 통계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초라하다. 시장점유율 조사 기관인 AC닐슨이 그간 공개했던 자료만을 토대로 2013년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점유율을 보면 농심 강글리오는기타에 포함돼 있어 시장주도자 혹은 유의미한 변수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1) DBR에서 각 대형마트를 통해 취재한 결과도 비슷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에는 12입과 24입 두 가지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지난 3월 입점 이후 5월부터 각종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해 6월까지 두 달간 4000∼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뒤 다시 추락해 현재 1200∼1300만 원대의 매출에 머무르고 있다. (그림 1) 이는 월 100억 원이 훌쩍 넘는 해당 대형마트 인스턴트커피 매출의 0.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농심이 대형마트를 상대로 상당한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지극히 미미한 점유율이다.1  대형마트 관계자는프로모션 행사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추락해 시장에서 영향이 거의 미미한 상품이 됐다중장년층에서 일부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한약 맛이 강하게 난다는 점 때문에 젊은층에서 재구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트위터 등 SNS 반응을 살펴보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적나라한 불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모양은 라면스프, 맛은 보약 맛이라는 의견부터비주얼이 라면스프다. 포장만 라면스프인줄 알았는데 커피도 라면스프처럼 갈아 놨다. 물에 녹는 모습도 라면스프이고 맛은 들척지근하다” “강글리오 살까 말까 했는데 포장지에 적혀 있는 너무나 선명한농심이라는 글자를 보고 그냥 카누 사왔어요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자사의 야심작인 강글리오 제품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이 회의적으로 나타나자 농심은 지난 1125일부터꿀사과 강글리오라는 단맛을 추가한 강글리오 2탄을 출시하고 배우 주상욱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1. 농심의강글리오’, 잠정적 실패의 과정과 그 원인

 

1) 농심은 왜 커피사업에 뛰어들었나?

 

농심이 이미 라면시장에서 1위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레드오션인 인스턴트커피 시장으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산업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농심의 이 같은 선택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현재 국내 식품 시장은 포화상태이자 위기상황이다. 이는 다이어트나 웰빙 열풍의 여파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전통적 식품산업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져 위기에 봉착했던 분유업계는 가격을 계속 올리는프리미엄화전략으로 위기를 지연시켜왔지만 국민 소득 수준이 정체상태에 머물면서 이 역시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과자 업체들 역시 아이들 수가 감소하고좋은 먹거리를 찾는 주부들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민 간식 혹은 대체식으로 각광받던 라면 역시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분유시장 1위 업체 남양유업, 우유업계 강자 서울우유, 국내 제과업·유통업 강자 롯데의 롯데칠성음료, 그리고 라면시장 1위 업체 농심까지 모두커피시장에 뛰어든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동서식품이 장악하고 있는 커피시장에서 현재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만이카제인나트륨 없는 커피를 내세운노이즈 마케팅으로 10%를 조금 넘는 점유율을 확보했을 뿐 나머지 다른 업체들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중에서 농심의 강글리오 사례가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출시 전부터 업계 전체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녹용 성분이 첨가된 제품이라는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또 나름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쳤음에도 현 시점에서 볼 때 신제품 출시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농심이 강글리오 출시 직후 약 두 달에 걸쳐 투자한 마케팅 비용만 해도 업계에서는 약 22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당시 농심의 판단은 이랬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골프장에서 VIP들에게 녹용커피나 홍삼커피를 제공하는 걸 보고 녹용과 커피의 결합을 기획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건강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기 때문에 건강을 보장하는 개념으로 커피를 출시하면 고객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몸에 좋은 커피를 구매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출시 당시 농심 관계자는건강까지 생각한 강글리오 커피는 집에서나 카페에서나, 클래식하고 트렌디하게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다양한 모습으로 힐링타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자신감이었다.

 

2) 그리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농심이 노리고 들어간 그곳. 이미 레드오션인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자신들이 자리매김하게 될 곳이라고 생각했던프리미엄·기능성·건강 커피영역.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적어도 농심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가장 많이 즐기는 20∼30대 여성들의 경우녹용 성분을 강조한 게 오히려 강글리오를 외면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약의 핵심 재료인 녹용은 여성들 사이에서살이 찐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성분이다. 또한 커피믹스와 같은 인스턴트커피는 사무실에 비치돼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해소나 휴식을 위해 마시기 때문에 여타 속성들보다이 강조된다. 한 봉지당 70원 수준인 마트 자체상표(PB·Private Brand)가 가장 힘을 못 쓰는 제품군이 바로 인스턴트커피인 이유는 봉지당 50원을 더 내더라도 사무실 직원 대다수가 좋아할 만한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한 봉지당 130원 수준인 동서식품이나 남양유업 커피믹스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돈을 지불하고건강을 이유로 강글리오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커피전문점의 원두커피 맛을 즐기는 젊은층은 필요에 의해원두커피 스틱을 구입할 순 있지만 굳이 강글리오를 선택할 이유가 없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이미 검증된 맛있는 믹스커피를 두고 굳이 다른 것을 마실 이유가 없었으며, 건강을 생각하는 장년층이나 노년층 역시 커피를 대체할 다른 음료를 마시면 될 뿐이었다. 또 주부들의 경우, 가정에서 간편 접대용으로 필요한 기존의 커피믹스를 두고 굳이 다른 선택을 할 이유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좀 더 분석하면 기존의 커피믹스는 1000원짜리 다방커피의 대체재였고, 아메리카노 원두 스틱커피는 3000∼4000원짜리 커피전문점 커피의 대체재 성격이 있었지만 강글리오는 그 어느 것의 대체재도 되기 힘든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후 분석만으로애초에 시장이 없었다고만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 초기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심의 제품을 구매할 시장은 진정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말 그대로 한약 맛 나는 애매한양탕국2 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3) 강글리오를 위한 시장은 존재했다.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농심의 강글리오가 너무도 당연하게예정된 실패의 길로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심은 스스로도 밝혔듯 기능성 커피 시장을 노렸다. 여러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구매하는 소비자층은 대략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첫째, 잠을 쫓아주고 두통을 억제해주는각성제 및 진통제의 기능을 이유로 찾는 소비자 층이다. 둘째,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튀지 않게 마실 수 있는무난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소비자들이다. 셋째, 누군가를 대접할 때 커피가 좋다는 생각으로손님 접대용으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넷째, 적절한 커피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생각으로 마시는 구매층도 있다.

 

농심이 강글리오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앞선 네 가지 욕구들을 파악한 뒤 소비자들이 기존의 커피에서 공통적으로 아쉬워하는 하나를 명확히 짚어내 공략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공통적인 욕구는 무엇일까. 두통 억제나 각성 효과 등의 기능을 위해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혹시나 커피가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걱정한다. 또 손님 접대를 위해 커피믹스를 구입하는 사람들은너무 싼 커피를 대접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을 위해 한두 잔씩 마신다는 사람들 역시 종종 발표되는 연구결과에 따라 실제 커피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헷갈려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먼저 파악했다면 농심은 먼저 건강에 대한 관여도가 높고 가격민감성이 낮은 노년층, 수험생 자녀의 잠을 쫓아주기 위해 커피를 타주는 주부, 손님 접대 및 선물용으로 커피를 선택하는 소비자, 젊은 세대 중 웰빙 추세를 따르는 혁신자 층을 공략해볼 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농심 강글리오는 타깃팅 전략, 포지셔닝 전략을 비롯한 마케팅 전략 전반의 실패로 시장기회를 상실해 버렸다. 앞서 언급한 네 종류의 커피 소비 구매층에 속한 사람들 중 일부를 공통적인 욕구로 다시 묶어 새로운 하나의 소비층으로 모아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를 치밀하게 하지도 못했다. 또한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욕구를 지닌 소비자는 분명 존재하고 있었지만 농심은 자사의 브랜드가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임을 표적 소비자들에게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 강글리오의 잠정적 실패는마케팅의 기본 전략의 각 영역에서 실수를 거듭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

 

2. 4P전략 차원에서 살펴본 실패요인 및 시사점

 

만약 농심 강글리오가 타깃팅 전략 중 소수의 표적시장을 대상으로 공략하는집중화전략3 을 선택하고 이들에 대해 강글리오를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로 위상 정립을 하고 싶었다면 간과해선 안 될 것들이 있었다. 바로 위상정립을 달성할 수 있는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전략이 구상됐어야 했다. 따라서 농심이 강글리오를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로 위상 정립하고자 했음에도 고객들은 그렇게 인지하지 못한 이유를 지금이라도 점검해보는 것은 농심은 물론 다른 소비재 기업들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

 

1) Product

 

먼저 제품(Product)전략부터 살펴보면 제품전략에는 품질·포장·브랜드명·디자인 등이 포함된다. 농심은 품질에 대해서는 녹용에 포함되는 성분을 함유시킴으로써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라는 위상을 구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녹용성분의 효과는 가시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품질에 대한 판단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가시화될 수 있는 포장 및 브랜드명이 제품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할 수 있다. 농심은 2013년 말 현재까지 라면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약 70%를 확보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라면시장의 대부다. 하지만 라면시장에서의 독보적 위치가 농심이 다른 제품군으로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경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농심=라면이라는 고객의 머릿속에 심어진 이미지 때문이다. 다른 제품군으로 시장 진출 시 모()브랜드를 사용하게 되면 모브랜드의 신뢰를 신제품에 투영시킬 수 있어 제품의 시장 확장을 빨리 이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모 브랜드가 지닌 특정 이미지로 인해 신제품의 위상에 대해 혼돈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앞서 소비자의 SNS에서농심이라는 로고가 박혀 있어 그냥 선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농심은 강글리오라는 브랜드에 대해직접적 하위브랜드 확장 전략(Direct Sub-branding Stretching Strategy)’을 사용했다. 즉 강글리오를 농심의 하위브랜드로 삼았다는 말이다. 차라리간접적 하위브랜드 확장 전략(Indirect Sub-branding Stretching Strategy)’을 사용했다면 어떠했을까.4  믿을 수 있는 먹거리 및 국산 콩 사용을 강조해왔던 풀무원에서 중국산 콩으로 두부를 출시할 때 SOGA라는 브랜드명으로간접적 하위브랜드 확장 전략을 사용했다. 제품 전면에는 SOGA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풀무원 로고는 아주 작게 처리해 놓았다. 이로써 풀무원이 지니고 있는 인지도 및 신뢰감을 신제품에 활용하면서도 풀무원의 이미지와 중국산 콩 두부와의 이미지 대립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것이다. 농심 또한 커피제품 출시 당시 라면기업이라는 농심의 이미지와 프리미엄 커피와의 이미지 대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심이라는 모기업명의 노출을 자제했어야 했다.

 

‘강글리오’라는 네이밍의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강글리오사이드라는 성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강글리오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은 사람들만 인지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원료명에서 제품명을 따오는 건 대개의 경우 약품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녹용 커피라는 애칭에 걸맞은 브랜드명으로 굳이 성분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로 위상정립하기 위해 외우기 힘든 성분명을 브랜드명으로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다. 기존의 시장에 진입해 있는 인스턴트커피 브랜드명들을 보면맥심’ ‘카누’ ‘프렌치카페등 간결하거나 쉽게 익힐 수 있는 브랜드명을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품전략 중 일부인 포장전략 또한 실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강글리오의 포장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왜 하필라면스프 봉지에 담았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스틱 형태의 인스턴트커피 포장이 개발됐고 현재 사각 모양의 포장은 흔히 볼 수 없는 형태가 됐다. 물론 해외에서는 네모난 모양의라면스프포장 형태의 인스턴트커피도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봤던 인스턴트커피 봉지에서는 라면스프를 떠올리지 않는다. 강글리오는 라면시장의 일인자인 농심이 출시했기 때문에 고객들은 라면스프 봉지에 담긴 커피가루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짜파게티 맛이 날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SNS 글은 그래서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전략을 구상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2) Price

 

두 번째로 가격(Price)전략을 살펴보자. 강글리오의 1봉지당 가격이 500원으로, 카누 1봉지당 가격 약 350원에 비해서도 높게 책정됐다. 대형마트의묶음 포장믹스커피 유명 브랜드 제품이 일반적으로 130∼150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2∼3배 이상의 가격이다. 제품의 포지셔닝을 프리미엄으로 지향했기 때문에 고가격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스턴트커피는저관여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고가격 전략이 효과를 거두려면 커피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제품의 품질을 희생시켜서라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제품의 품질을 희생시켜서 가격을 낮추게 되면 경쟁사들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표적시장과 겹쳐 신제품의 시장 확장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커피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야 하는데 이에 대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광고다. 하지만 강글리오는 광고목표 달성 실패로 인해 결국 저관여 제품에 어울리지 않는 가격만 비싼 제품으로 낙인 찍히게 됐다.

 



 

 

3) Promotion

 

다음으로 촉진(Promotion)전략을 살펴보자. 강글리오 출시 당시 농심이 지닌 마케팅파워를 감안하면 커피제품 하나쯤 시장에 들여놓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예상됐다. 농심의 굴욕을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길 잃은 촉진전략이라 할 수 있다. 촉진전략이란 상품을 기존 고객 또는 잠재 고객에게 알리고 이것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서 광고, PR, 판매촉진, 인적판매 등이 이에 속한다. 촉진활동에 투입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광고다. 언론을 통해 농심의 한 관계자가출시 후 두 달간 약 22억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대대적 마케팅에 나섰지만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의 분석이 뒤바뀐 평가다. 유통망 확보가 어려워서 광고의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아니라 광고가 효과를 발휘하도록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망이 닫힌 것이다.광고는 표적고객들에게 제품의 포지셔닝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 ‘우리 농심에서 출시한 강글리오 제품은 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입니다라고 타깃마켓에 알리는 것이 광고의 역할이다. 그런데 배우 이범수를 활용한 광고를 살펴보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강글리오 커피가 예술품이라 카더라∼”라는 대사를 통해 강글리오가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라고 소비자의 마음속에 위상이 정립되길 바란다는 것은 무리한 기대다. 광고효과를 발휘하는 단계를 설명하는 위계모형으로래비지와 스타이너 모형5 을 살펴보면인식-지식형성-좋아함-선호-확신-구매의 순서로 소비자들은 반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 2) 이 광고를 통해강글리오라는 이름을 고객들에게인식시킬 수 있었을까? 강글리오가 녹용에 들어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좋은 커피라는지식이 형성될 수 있었을까? 타사에서는 김연아, 김태희, 이병헌 등 부드럽고 고급스런 이미지의 모델을 기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범수에 대한 이미지가 제품에 대한 긍정적 감정으로 전이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강글리오에 대한좋아함’의 감정 생성단계로 진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글리오 광고는 또한 성숙기에 있는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타 브랜드 이용고객들을 강글리오 제품으로 브랜드 전환을 시킬 만큼의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광고였다. , 타 상표와 비교해 강글리오를선호하게 만들 이유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강글리오에 대한 구매의도를 갖지 않았고 강글리오의 시장점유율은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어도 광고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집행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돼버린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의 목표는 무엇으로 삼았어야 할까. 앞서래비지와 스타이너 모형에서 설명했던 단계들 중 강글리오는 신제품이기 때문에인식지식형성에 초점을 뒀어야 했다. 그리고 광고의 표적 수용자층(Target Audience)을 표적시장(Target Market) 전체를 대상으로 삼을 게 아니라 표적시장들 중 우선 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공략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표적시장으로 볼 수 있는건강에 대한 관여도가 높고 가격민감성이 낮은 노년층’ ‘수험생을 위해 커피를 타주는 주부’ ‘손님 접대 및 선물용으로 커피를 고르는 소비자’ ‘젊은 세대 중 웰빙 추세를 따르는 혁신자층이 커피에 대해서 지니고 있는 욕구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 ‘누구에게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가 광고에서 명확하게 제시돼야 하고누구인지에 따라 광고내용도 차별화돼야 한다. , 표적시장에 따라 포지셔닝 전략이 결정돼야 하고, 그 포지셔닝 전략이 달성될 수 있는 광고전략이 구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4) Place

 

마지막으로 유통(Place)전략을 살펴보자. 켈로그는 농심의 유통망을 이용하면서 연 13%의 고속성장으로 2013 1월 기준으로시리얼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삼다수는 출시된 지 6개월 후인 1998 9월 이후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농심의 유통망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강력한 유통파워를 지닌 농심이 왜 체면을 구기게 됐을까.

 

4P는 모두 포지셔닝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수단들이기 때문에 포지셔닝을 달성할 수 있는 일관된 방향으로 4P를 집행해야 한다. 따라서 제품은 기능성면에서 고급화하고, 가격은 고가격 전략을 사용하고, 광고는 프리미엄급 기능성 커피임을 알려야 한다. 그렇다면 유통도 프리미엄의 포지셔닝을 달성할 수 있는 유통망만을 선택했어야 했다. 백산수, 신라면, 수미칩 등 농심 제품들이 할인마트 및 편의점에 유통된다고 해서 강글리오 유통을 위해 그들과 함께 같은 유통망을 이용한다면 고객의 마음속에는 강글리오가 백산수, 신라면, 수미칩과 같이 대중적이고 어디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저관여 제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이미 농심 스스로가 강글리오를 신라면과 동급으로 취급해놓고 고객들만이 강글리오를예술품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란다는 건 모순이다.농심은 광고에서 보여주듯 기존의 인스턴트커피를 애용하는 고객 전체를 빠른 시간 안에 강글리오 고객으로 끌고 오려고 했던 듯하다. 즉 기존에 농심이 지니고 있는 유통망을 이용해 빠른 시장 확산으로 강글리오가 또 하나의 히트 상품으로 등극되길 욕심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빠른 시장 확산을 위해 제품의 포지셔닝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고객은 그 제품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다시 말해, 할인마트 및 편의점 등 유통망에서의 제품 진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커피로 인식돼야 하는 강글리오가 할인마트 및 편의점에 진출하는 순간 프리미엄이라는 포지셔닝이 무너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맥된장이라는 된장 제품의 경우 유리병에 담겨 있고 냉장 보관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슈퍼의 냉장코너에 진열돼 있다. 이 된장 제품과 같이 강글리오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다른 커피제품들과는 차별화된 유통전략을 사용했어야 했다.

 

5) 시사점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농심의 타깃팅 전략과 4P 전략은 많은 허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강글리오 신제품 출시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발전적인 마케팅전략으로 재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고객욕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고객의 욕구는 그 형태에 따라 혜택과 비용으로 분류될 수 있고, 고객욕구의 발생원천은 왜/언제/어디서/어떻게(Why/When/Where/How)로 분류될 수 있으며, 고객욕구의 발생시점은 구매전단계/구매단계/사용단계/사용후단계로 분류된다. 따라서 고객욕구형태, 발생원천, 발생시점별로 고객 욕구를 분석한 후에 여기서 발견된 고객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강글리오의 사례에서는 기존 커피를 통해 고객들이 어떠한 비용을 치르고 있었는지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 따라서 강글리오가 부여할 수 있는 혜택이 부각되지 못했다. 강글리오의 브랜드 및 포장 전략 또한 구매전단계와 사용단계에서 고객이 치를 비용에 대해 감안했더라면 더 좋은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둘째, 커피 시장이 어떻게 세분화될 수 있을지 철저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된 고객의 욕구근원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 사용목적(), 사용시기(언제), 사용장소(어디서), 사용과정(어떻게), 사용자(누가)라는 구분 기준을 가지고 커피시장을 세분화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강글리오와 같은 건강 지향성 프리미엄 커피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어떠한 목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가 사용할지를 정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을 세분화할 때 성별, 나이 등으로 먼저 세분화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수보다는 사용목적()부터 기준변수로 삼는 것이 최적의 시장세분화 성공 확률을 높인다. 왜냐하면 시장세분화의 목적이 이질적인 욕구를 지닌 고객들을 분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부시장들 간에는 가능한 이질적인 욕구를 지니도록, 그리고 동일 세부시장 안에서는 가능한 동질적인 욕구를 지니도록 세분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 VIP들에게 녹용커피나 홍삼커피를 제공받았을 때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기획된 강글리오는 그들이좋아했을지보다는누가의 기준을 우선시하는 오류를 범했다.

 

셋째, 시장세분화 작업이 완료되면 세분시장에 대해 3C분석6 이 이뤄지고, 자원의 한계로 인해 세분시장들 중 소수의 타깃시장만을 선택하게 되는데 마케팅 목표는 이들 타깃시장별로 각각 도출해 줘야 한다. 각 타깃시장별로 제품개념 전달차원의 마케팅 목표와 구매전환 차원의 마케팅 목표를 별도로 설정해야 한다. 제품개념 전달활동 목표는 기업의 제품이 어떤 고객들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가에 대한 포지셔닝을 정립하기 위함이고 구매전환 차원의 마케팅 목표는 거래에 장애를 제공하는 시간상, 장소상, 소유상의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가령, ‘건강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노년층을 타깃시장으로 선정했다면 이들에게는 강글리오사이드 성분이 노년층에게 부여할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인지도를 높이는 제품개념 전달차원의 목표를 세우고, 노년층이 구매하는 과정에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는 복잡한 브랜드명은 단순화해야 한다. 또한 노년층이 선호하지 않는 검은색 포장을 밝은 색채로 전환하는 등 소유상의 거래 장애 요인들을 제거하는 구매전환 차원의 마케팅 목표를 세워야 한다.

 

넷째, 마케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4P 전략들이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서 예로 제시했던 맥된장의 경우, 프리미엄 된장이라는 제품 개념 전달 차원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연발효를 통해 고품질의 된장을 생산하고 이를 유리병에 담아 내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포장했다. 국내 된장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의 해찬들 된장과 대상의 순창 된장의 경우 1㎏당 3000∼6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데 반해 맥된장은 1㎏당 26000원가량에 판매하는 고가격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품전략 및 가격전략과 보완성을 지닐 수 있도록 유통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제품 개봉 전에는 타 제품들처럼 실온보관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냉장코너에 진열해 놓고 백화점을 통한 선택적 유통망을 이용한다. 4P들 간에 보완성을 지녀야만 마케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은 농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심은 프리미엄 제품개념을 달성하기 위해 좋은 제품을 개발해 고가격전략을 시행했으나 촉진전략 및 유통전략은 그 제품개념을 받쳐줄 수 있는 원동력이 부족했고 제품전략 및 가격전략과의 보완성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프리미엄 제품개념은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데 실패했다.

 

다섯째, 이러한 실패 사례 이후엔 반드시 성공 사례로 이미지 실추를 만회해야 한다. 자칫 이러한 실패가 반복되면 강글리오 시리즈 제품들의 문제를 넘어 농심 모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이 출시하고 있는 제품들은 거의 저관여 제품들로서 많은 고민 없이 구매 시점의 기분과 느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그만큼 깊은 충성심을 형성하기 어려운 제품들이다. ‘농심 강글리오와 같이 모브랜드의 파워를 이용하고자 직접 브랜드 전략을 선택해 신제품을 출시했다가 만약 그 신제품이 실패하게 되면 역으로 모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의 실패를 발판삼아 차기 신제품은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참고문헌

Lavidge, R. J., & Steiner, G. A. (1961). A model for predictive measurements of advertising effectiveness. The Journal of Marketing, 59-62.

오세조, 박충환, 김동훈(2005), 고객중심과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원론, 박영사.

 

이승연 건국대 경영대 교수 yonylee@konkuk.ac.kr

이승연 교수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학/석사학위를 받은 뒤 동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광고와 프로모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으며, 특히 2008년부터는 한식 세계화 마케팅 모델에 관한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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