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커뮤니케이션 & 스토리텔링

진실의 힘, 구두쇠의 지갑도 연다

10호 (2008년 6월 Issue 1)

스토리텔링과 설득
사람들은 저마다 상대방을 움직이고 싶어한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는 바로 이런 ‘대인 영향력에 대한 갈망’이 자리잡고 있다. 설득학의 원조인 수사학은 ‘말에 의한 지배’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말로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일찍부터 제시했다.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꾼 이솝이 지은 이솝우화는 당시 정치인과 지식인 및 일반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였다. 이솝우화에 보이는 강아지와 늑대 이야기에서 당시의 전형적인 설득 방법을 엿볼 수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마당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늑대가 나타나 잡아먹으려고 했다. 강아지는 늑대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들 별 소용이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늑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늑대님, 아직은 절 잡아먹지 마세요. 지금은 보시다시피 먹을 살도 별로 없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살이 많이 찔 겁니다. 우리 주인이 곧 결혼잔치를 여는데 기름진 음식이 많거든요. 아마 그때쯤이면 통통해져서 푸짐하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스토리텔링은 이처럼 일 대 일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좋은 도구다. 특히 대중 설득에 있어 유일무이한 수단에 가깝다. 스토리텔링에는 자연스러운 끌어당김의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설득의 목적은 상대방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그런데 일 대 일 혹은 대중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방의 행동을 강압적으로 변화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판단보다 자신이 스스로 발견한 판단에 의해 설득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대방의 인식을 바꾸려면 스토리텔링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통해 설득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진다
세일즈 현장에서 한 판매원이 고객에게 들려준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원리에 따른 스토리텔링 절차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1단계 지식변화: 고객님, 이 제품은 프랑스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거기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제2단계 감정변화: 고객님, 이 제품은 고객님 체격에 잘 어울리네요. 무엇보다 이 색상은 고객님을 훨씬 부드러워 보이게 만드는군요.
 
제3단계 행동변화: 이번에 이 제품을 구매하시면 30% 정도의 가격혜택을 봅니다. 게다가 사은행사의 일환으로 이 목록에 있는 것을 다 드립니다.
 
설득은 이같이 철저하게 스토리텔링 프로세스를 밟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즉흥적이고 임의적으로 설득을 시도하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쇠고기 협상 후유증도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 프로세스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의 행동변화를 기대하기 전에 먼저 지식과 감정을 매만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쇠고기 문제에 대한 그들의 인식과 선호를 조금이라도 변화시켰더라면 끝장토론을 여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행동으로 밀어붙여 놓고 게다가 국민의 감정마저 상한 마당에 끝장토론에 의한 인식변화를 유도한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스토리텔링에 의한 대중 설득이 통했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는 CEO의 이미지가 이명박 대통령의 일대기를 통해 충분히 형성됐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무수한 성공과 좌절 스토리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기에 한마디만 보태면 됐다. ‘경제를 살리자!’ 이것이 스토리텔링의 설득 효과다.
 
우리는 고객의 건강을 위해 유효기간이 하루라도 지난 식품은 불도저로 땅에 파묻어 버립니다.” 유럽의 식품기업인 유낙스가 내보내고 있는 광고다. 유낙스는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사라고 권하거나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대신 먼저 소비자의 인식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진실한 이야기가 설득의 힘
진정한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사람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소비자를 움직일 것인가? 진실한 스토리텔링은 기업 특유의 차별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차별적 정체성에는 기업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핵심가치가 녹아있다. 기업이 자사 이윤만 추구하고 사회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때 핵심가치는 지속되기 힘들다.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휴머니즘 스토리가 꽃피는 곳에서 조직 구성원과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아진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직원 이직률이 10%도 안 되면서 파업과 정리해고가 없는 회사,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2위, 가장 존경받는 5대 기업 등으로 꼽히며 찬사를 받고 있다. 종업원의 로열티를 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CEO 허브 켈러허의 스토리 메이킹에 있었다.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승객이라도 항상 옳지는 않다.” 이 메시지에 직원들은 무한대의 충성심으로 보답했고, 그 결과는 최상의 고객만족과 최고의 성과달성으로 나타났다.
 
거짓 스토리를 생산해오다 철퇴를 맞은 파이어스톤의 타이어 부실사건, 엔론과 월드컴의 파산 등은 진실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다음 세대를 위한 위대한 선조가 되자’는 정체성을 공표하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과 관련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스타벅스는 ‘옳은 일을 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조직의 정체성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해온 것이다. 이처럼 대중을 움직이는 설득의 힘은 진실한 스토리텔링에서 비롯된다.
 
진실한 스토리텔링의 원조, 유일한 박사
오늘날 모든 비즈니스에서 윤리와 진실 추구는 조직의 중요한 경쟁력과 핵심역량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을 중요한 테마로 내걸고 거기에 부응하는 조직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는 진실한 스토리텔링의 원조다. 신의와 정직에 대한 그의 핵심 가치는 그가 밝힌 기업 이념에 그대로 나타난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양성, 배출한다. 기업이익은 첫째 회사를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 정직하게 납세하며, 셋째 남는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
 
유일한 박사가 추구한 진실경영은 다양한 일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1962년 회사를 상장할 때 벌어진 일이다. 일부 간부들이 “회사의 실제 자산이 총 액면가보다 57배나 많으니 공개 전에 무상증자를 실시하자”며 이른바 ‘물타기 증자’를 주장했다. 당시 액면가가 100원이었기 때문에 6배 정도의 증자를 해도 무방했으나 유일한은 “증자를 하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다”며 이를 반대했고, 결국 액면가 그대로 상장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 주식이 상장되기도 전에 주간사인 증권회사 직원들이 이를 모두 사들인 것이다. 유일한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주식 전량을 회수하고 다시 상장했다.
 
진실한 스토리텔링은 진정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을 움직인다. 다른 사람을 일정한 의도대로 움직이고자 한다면 먼저 상대방의 인지 채널을 건드리고 감정의 불을 지피는 스토리텔링을 시작해보자.
 
필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조직행동개발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경제사상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강사, 한국콘텐츠아카데미 주임교수 등을 지냈으며 현재 기업교육 컨설팅기업 이솝러닝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설득의 리더십> <우리 선조들의 핵심가치 리더십 이야기 션배> <설득은 밥이다>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