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다. 자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서로의 핸드폰에 저절로 눈과 손이 가 오랜 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특히 최근과 같이 불황으로 살기가 빡빡해지면 더욱 그렇다. 대선주자들의 선심성 복지공약을 보면서 아이들이 우리 세대로 인해 어렵게 살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청년들의 취업전쟁, 일본의 장기불황, 남유럽 국가의 재정적 어려움을 보면 더욱 걱정스럽다. 매사 앞장서서 일을 처리해 줄 수도 없고, 안쓰럽다고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애들이 ‘잔소리’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미래를 준비하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자녀를 두신 분이라면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시대로 넘어갔을 때 1차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의 수는 현격히 줄었지만 생산성은 올라갔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산업시대에서 지식사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했던 일은 컴퓨터 및 시스템이 대체해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사실 최근 화두에 많이 오르내리는 ‘고용 없는 성장’이란 것은 이러한 현상을 대변하는 것이다. 지식사회도 변할 것이다. 과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보좌관을 맡았던 대니얼 핑크라는 미래학자는 ‘콘셉트의 시대’로 바뀔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면 이 시대에는 무엇이 바뀔까? 가장 먼저 직업이 바뀔 것이다. 구글 및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미 ‘무인 자동차 운전 시스템’을 일찌감치 개발해 놓았고 주식에 대한 투자도 일부 탁월한 자산운용가를 제외하고는 시스템이 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오고 있으며 의사들이 직접 진단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오진율을 내는 시스템도 개발됐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간의 많은 지적 활동을 컴퓨터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콘셉트의 시대에서는 인간의 어떤 영역이 중요할까? 아직 컴퓨터가 정확하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감정의 영역이다. 사랑하고, 공감하고, 감탄하고, 슬퍼하는 영역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을 만들어 내는 직업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다른 말로 미래에는 풍요로움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현재 스마트폰을 사고자 한다면 수십, 아니 수백 가지의 선택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히트 상품은 있기 마련이다. 소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우수한 품질과 기능을 가지고 승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목표로 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소구점이 있어야 한다. 이는 결국 혼자의 힘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한 협동심은 결국 ‘남을 이해하고 나와 생각이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포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이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해내는 사람이 아닌 새롭고, 창의적이고, 사람의 감성을 흔들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창의성과 공감하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남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제3자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추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자신을 성찰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생각과 다른 것이지, 절대로 틀린 것이 아니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다른 것을 포용하다 보면 거기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요즈음 ‘인문학’이 중요시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간접경험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람은 직접 경험하면 가장 잘 느낄 수 있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게 될 나의 자녀들과 앞으로의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다. 얘들아,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김기령 타워스왓슨 코리아 대표 charlie.kim@towerswatson.com
필자는 뉴욕주립대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씨엘오그룹 대표이사를 지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인사관리, 인재개발, 리더십과 조직개발 영역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조직과 인사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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