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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XL Report

고객은 창의적이지 않다 단지 비교하고 불평할 뿐이다

남충일 | 119호 (2012년 12월 Issue 2)

 

 

창의성은 비상식이 아니다

 

1961 5, 피에로 만조니(Piero Manzoni)라는 이탈리아 출신 작가는아티스트의 똥(Artist’s Shit)’이라고 적힌 90개의 캔에 자신의 대변이 30g씩 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당시의 금 시세(g당 약 $1.2)에 따라 가격표를 붙였다. (그림 1) 어떻게 됐을까? 이듬해에 전 세계 현대미술 갤러리들은 가격표에 제시된 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90개 모두를 사들였고 최근 미국에서 경매된 No.19 캔은 경매가가 무려 8만 달러였다고 한다.

 

간간히 접하게 되는 이런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창의성(creativity)이 곧 상식에서 벋어난 행동이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일례로 피카소는 1966년에 아내의 생일선물로 가볍게 부케를 그렸는데(그림2) 어린이 낙서 같은 이 스케치는 경매에서 약 7000만 원의 감정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와 느낌이나 표현이 유사한 어린이의 그림을 고급 승용차 가격에 구매할 사람은 없다. 결국 창의성의 가치라고 하는 것도 누가, 언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객관적 기준이 아닌 주관적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

 

이런 의심 때문에 기업인들은 예술에서 많이 쓰이는 창의성과 아이디어라는 개념이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정의조차 애매한창의성보다는 익숙한효율성추구에 더 집중하게 된다.

 

기업의 창의적 혁신을 논하기에 앞서 창의성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창의성(creativity) 2가지 기준, ‘새로움유용성이 갖춰졌을 때 충족될 수 있는 개념이다(Creativity = Novelty + Usefulness). 여기서새로움기존의 것과 다르다는 것 이상의 개념이다.

 

Novelty(새로움) = Difference(다름)+ α

α = Tolerating Difference (이질적인 것을 포용)

 

경영자들은 누군가새로운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기존 업무방식을 대체하거나 변화를 주는 새로운 시도, 즉 기존 연속성에 대한 거부로 해석하곤 한다. 그러나 경영에 있어서 새로움은 단순히 기존 제도에 대한 반작용 또는 거부의 관점이 아니라 기존의 프로세스/서비스/상품/조직을 기본으로 두고 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종의 개념/사물을 결합해 새로운 잡종(hybrid)의 프로세스/서비스/상품/조직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이는 변화의 방향성은 문제삼지 않는 예술의 창의성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선정한 ‘2011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2011)’ 리스트를 보자. 단순히 기존 사업 방식을 얼마나 반대, 혹은 거부했느냐의 관점이 아니라 기존의 사업에 어떤 이종(異種)적인 요소를, 즉 함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업기회를 결합(connect)했는가로 이해할 수 있다. ( 1)

 

둘째, 창의성이 완성이 되기 위해서는 유용성(usefulness), 왜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뒷받침돼야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목적에 적합했는지, 그리고 상황적 요구에 부합했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유용성을 정의 내리기가 다소 힘든 예술의 경우와 다르게 기업경영에 있어서 창의성을 결정하는 가치란 매우 간단하다. , 또는 다른 형태의 경제적 혜택, 시장성 등이 확보됐는지의 여부다. 다시 말해 기업경영에서의 창의성은 ‘새로운 방식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new value in new ways)’, 즉 새로운 조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 새로운 매출기회, 새로운 고객, 새로운 부가가치 등의 창출이다.

 

대다수 경영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회사 내에서는 쉽게 발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치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창의성을 관리하는 주요 포인트는 단순히 내부의 새로운 생각 및 행동들을 활성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가치와 관련 리스크들을 체계적이고 균형감 있게 통제하는 데 있다.

 

창의성은 무작정 구한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기업의 창의성을 정의하고 난 후에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모으면서 구체적인 사업기회로 연계시키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답을 찾아 사업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어떤 중소 제지회사가 시험 삼아 평범한 3공 노트를 제작했다. (그림 3) 때마침 복고 유행이 불어서 노트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많은 3공 노트를 생산하다 보니 구멍을 뚫으며 생기는 동그란 모양의 폐지가 많이 발생했다. 알뜰한 사장님께서는 직원들에게 이런 원형의 폐지 조각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1인당 30개씩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독자가 이 회사의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1분 동안 가능한 많은 답을 적어보자. 아마도 1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30분이 주어진다 해도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근거해 연상되는 해결책을 찾다가 10개 정도에 다다르면 큰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많은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종이 찌꺼기와 접목해 봐야 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은 습관적으로 기존 범주에서 맴돌게 된다. 이럴 때 일부 광고회사나 디자인 회사들은 다양한 의미와 제시어가 적힌아이디어 카드들을 한 장씩 들춰보면서 막막한 상황을 벗어나는 도구로 쓰기도 한다. (그림 4)

 

이렇게 개인적 생각의 벽, 경험의 틀을 벗어나도록 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무작위 제시어를 통한 강제 연상 방법으로 종이 찌꺼기 이용 아이디어를 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Direct (직접)→직접 재생용지로 재활용, 즉석에서 연료로 활용

Mobile (움직이는)→압축하여 움직이는 공으로 제작, 모바일폰 포장 완충재로 사용

Social (사회, 공공)→폐지를 사회에 기부, 어린이 공공시설물 완충재로 사용

Retro (예전, 옛스런)→예전 사용하던 번개탄 대용으로 사용, 옛스런 축하 용품 (꽃눈)

 

그렇다면 독자도 다음 제시되는 단어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자. 물론 정답은 없다.

 

종이 찌꺼기 + Rural (시골) 혹은 Urban (도시) = ?,

종이 찌꺼기 + Indoor 혹은 Outdoor = ?

종이 찌꺼기 + Open (공개, 개방, 자유) = ?

종이 찌꺼기 + Kids (어린이) =?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네 가지 원천

 

개인의 경우에는 이런아이디어 카드등을 통해 자신이 자발적으로 떠올리지 못한 경험 및 지식을 불러내 아이디어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개인의 집합체이면서 공통의 시간 및 상황의 경험을 보유한 회사는 어떠한 방식으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까? 답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1. 조직의 지식

 

“아직 굳지 않은, 가장 싱싱한 머리를 가졌으니까 아이디어를 내보시오.”

 

흔히들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가장 먼저 신입사원이나 회의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에게 묻는다. 정말 그럴까? 특별히 눈치가 빠르고 사전 지식이 많은 경우를 제외하면 실제로 신입사원이나 모임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 준비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회사에서 젊은 조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더 잘 낼 것이라는 생각은 아마도뉴튼의 사과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례들이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환경에서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테레사 아마빌(Teresa Amabile) 교수는 기업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3가지 구성요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째, 특정 영역에서의 지식 또는 경험: Knowledge

둘째, 생각을 전개시키는 과정에 대한 기술: Skills

셋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열정: Motivations

 

지식 수준이나 관심 정도가 동일하면 당연히 아이디어는 주어진 문제에 가장 열정이 많은 사람에게서 나올 확률이 높다. 또한 똑같이 동기부여가 돼 있다면 지식이 많은 사람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임원, 중간관리자, 신입사원이 둘러앉은 아이디어 테이블에서 누가 가장 혁신적 아이디어를 많이 낼까 관찰해 보면 의외로 경험이 많은 연장자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낸다. 이런 관점으로 뉴턴이나 콜럼버스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 모두 초심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고 누구보다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그저 발상의 전환만 한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는다. 단순히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절대적으로 관련 지식과 비례 관계에 있다. 동일한 문제 상황에서 대학생과 초등학생 중에 누가 더 나은 해결책을 내놓을지는 자명하다. 물론 초등학생이 던지는 아주 단순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 대학생의 지식 활용의 폭을 넓혀 준다면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는 있다. 이때 초등학생의 아이디어는 앞서 소개한 아이디어 카드의 제시어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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