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Watch
낯선 사람과의 부딪힘, 매장을 떠나게 만든다
“A Stranger’s Touch: Effects of Accidental Interpersonal Touch on Consumer Evaluations and Shopping Time” Brett A. S. Martin (2012,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June, pp.174 - 184)
연구의 배경
매대에 진열된 제품을 살피고 있는데 누군가가 툭 치고 지나가면 기분이 어떨까? 제품을 보면서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가까이에 붙어서 어깨를 스치면 그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끝날까? 그 누군가가 특히 남성이라면 이후의 쇼핑시간은 어떻게 나타날까?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이며 질문에 대한 답을 상상하다 보면 여러 에피소드가 떠오를 것이다.
본 연구는 마케팅 상황에서 ‘AIT(Accidental Interpersonal Touch·낯선 사람과의 접촉)’가 쇼핑을 하고 있던 제품에 대한 태도와 총 쇼핑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동안 마케팅에서 접촉(touch) 연구는 자신이 제품을 만지거나 다른 사람이 제품을 만지는 것, 제품에 대한 접촉욕구(need for touch) 등 주로 제품에 대한 접촉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기치 못한 접촉, 즉 AIT가 마케팅 관련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매장 내 실험을 통해 정량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소비 상황에서는 매장 내에서 빈번한 AIT가 발생하기에 AIT가 소비자의 이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매우 의미 있는 이슈라 할 수 있다.
<Why We Buy> 책의 저자 파코 언더힐은 수년 동안 매장을 관찰한 결과 여성들은 매장 내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부딪힘을 경험하게 되면 쇼핑을 서둘러 멈추고 매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Inman et al.(2009) 연구에 따르면 매장 내 머무는 시간과 구매량 간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매장 체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곧 매출 감소를 의미하기에 AIT의 마케팅 효과를 실증적으로 다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AIT의 부정적 효과가 남녀 소비자 모두에게서 나타났으며 이러한 효과는 남녀소비자 모두 낯선 남자로부터 겪게 될 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여자는 이성인 남자로부터의 접촉에 더 부정적으로 반응했으며 남자는 동성인 남자로부터의 접촉에 더 부정적 반응했다.
연구의 주요 발견점
실험은 영국 남부 한 도시의 쇼핑몰에 방문한 남녀 144명을 상대로 이뤄졌는데 실험 장소는 가방 판매 매장이었다. 피험자들은 매장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매장 중앙에 진열된 신상품 가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중에 알려달라고 요청받았다. AIT에 대한 조작은 두 명의 실험진행자(남녀 각 1명)를 통해 이뤄졌다. 접촉 조건의 경우, 피험자가 타깃 신상품을 보고 있는 동안에 실험진행자가 그 사람 어깨를 살짝 스치고 지나가도록 했다. 비접촉 조건은 똑같은 상황에서 10㎝ 거리(일반적 영국인들이 사람과의 사이에서 가깝다고 느끼는 거리)를 두고서 지나가도록 했다.
신상품에 대한 평가는 남자와의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 부딪히지 않을 때는 신상품 호감도 평가(7점 척도)가 4.88이었는데 부딪히는 경우 2.78로 급격히 낮아졌다. 여자와의 접촉 상황에서는 부딪히지 않을 때는 4.99였는데 부딪히게 되면 3.87로 낮아졌다. 여자가 스쳐 지나갈 때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으나 남자가 스쳐 지나갈 때 더욱 큰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신상품에 대한 지불의향 가격, 신상품 속성에 대한 신념, 쇼핑시간에도 같은 패턴으로 나타났다. 낯선 남자가 스칠 때가 스치지 않을 때보다 보고 있던 신상품에 대해 더 낮게 지불의향 가격을 매기고, 더 낮은 속성 신념을 보였으며, 더 일찍 쇼핑을 마쳤다. 그런데 이러한 AIT 효과는 낯선 여성이 접촉하는 상황에서는 그 부정적 크기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피험자의 경우도 낯선 여성이 스칠 때(3.79)보다 낯선 남성이 스칠 때(2.83) 더욱 부정적으로 신상품 평가를 했으며 여성피험자의 경우도 낯선 여성이 스칠 때(3.94)보다 낯선 남성이 스칠 때(2.72) 더욱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불의향가격, 제품신념, 쇼핑시간에서도 같은 패턴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낯선 접촉을 경험한 피험자들이 매장에 있는 동안 떠올린 생각을 분석해 본 결과 AIT를 경험한 사람의 경우 접촉 당한 생각과 그에 따른 부정적 느낌, 타인에 대한 경계 등이 쇼핑경험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접촉을 당한 피험자는 접촉을 행한 실험진행자에 대한 매력도 평가에서 접촉이 없었던 피험자에 비해 더 낮게 평가했으며(3.70 대 4.19), 매장 내 타인에 대한 주의는 더 많이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4.26 대 3.43). 이 연구는 이 외에도 AIT 효과 발생의 이유로 몇 가지 가능성을 추가적으로 제시한다. 우선, AIT 경험자들이 일찍 매장을 뜨는 것은 부정적 감정을 줄이려는 회피행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예를 들어 타인의 부적절한 사회행동에서 비롯되는 당황스러움(embarrassment)의 감정이 발생되면 피해자는 대응행동 차원에서 자신을 그들로부터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또한 혐오(disgust) 감정 발생 또한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사람 사이의 거리 규칙을 위배하는 행동에서 도덕적 혐오를 느낄 수 있으며 상대의 성적 의도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성적 혐오 또한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남성은 동성의 접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나? 통상적으로 여성 간의 접촉에 비해 남성 간의 접촉은 동성애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더 크기에 낯선 남성의 접촉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또한 악수와 같은 상호교환적 접촉은 친근감을 의미하지만 어느 일방에 의한 접촉은 지배 또는 지위를 상징하기에 낯선 남성으로부터의 접촉은 지배에 대한 위협을 떠올려 부정적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
연구의 시사점
우리나라 소매 매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건을 파는 유통점에서부터 은행과 같은 서비스제공공간, 요식업/오락/레저/문화 공간, 플래그십스토어와 같은 브랜드 체험형 공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마케팅 공간이 AIT 효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따라서 이들을 위한 AIT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는 많은 고밀도사회의 경우 국가적으로 AIT 효과에 관심을 가지고 범사회적으로 공간관리 차원에서 조망해볼 필요성도 있다. ‘우리 매장 고객들은 사소한 부딪힘은 감수할거야’ ‘한국 사람들은 길 가다가도 자주 부딪히니 예사롭게 생각할거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AIT가 매장경험과 매장 수입에 직접적 연관을 가질 수 있다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혹시나 고객에게 낯선 사람과의 부딪힘, 특히나 낯선 남자와의 부딪힘을 무심코 강요했다면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도 소득,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매장 체험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매장 내 동선관리 등과 같은 AIT 관리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가급적 고객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할 것인지, 특히 남성고객의 경우 동선이 의도적으로 단조롭게, 국한되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남녀의 동선이 빈번히 뒤엉키는 유니섹스(남녀 공용 판매) 매장의 경우 AIT 관점에서 남녀 제품 동선 관리를 보다 과학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사결정에 많은 생각이 필요한 고관여제품, 즉 심사숙고형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경우 AIT를 최소화시키는 공간 관리가 중요하다.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AIT 가능성이 커지면 매장 이탈을 가속화시킬 것이기에 매장 내 체류 인원 수가 AIT 임계치를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고품질 체험형 공간을 지향하는 매장의 경우 더욱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낮은 AIT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지불의향 가격 수준을 높일 수 있기에 브랜드프리미엄 창출과 직결된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marnia@dgu.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Advances in Consumer Research>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다. 저서로 <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역발상 마케팅> 등이 있다.
창의성은 여유에서 나온다
Based on “Lessons from a Faraway Land: The Effect of Spatial Distance on Creative Cognition” by Lile Jia, Edward R. Hirt, Samuel C. Karpen (2009)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왜 연구했나?
창의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기에 개인, 기업 및 사회에 중요한 자산이다. 이처럼 중요한 창의력을 어떻게 하면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탑 꼭대기에 갇힌 라푼젤이 탈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못된 마녀가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다 잘라 타고 내려올 긴 머리카락이 없다. 대신 탑 높이의 절반 정도 길이의 밧줄만 하나 있을 뿐이다. 라푼젤은 고민 끝에 밧줄을 둘로 나눈 다음 이 둘을 합쳐 탑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했다. 라푼젤은 어떻게 했을까?”(정답: 라푼젤은 밧줄을 세로방향으로 풀어 두 줄을 엮었다.)
밧줄을 둘로 나눈다고 했을 때 가로로 자르는 것만 생각한다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다. 이는 생각의 틀에 관한 문제다. 이런 식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추상적 수준의 사고(탑에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가 필요하다. 가령 “밧줄을 어떻게 묶지” 같은 구체적 수준의 사고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구체적 수준의 사고를 할 때는 상황에 대한 커다란 그림보다는 세세한 내용에 집중해 밧줄을 가로로 자르는 식의 고정관념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극복하려면 구체적 사고에서 나오는 상투적인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추상적 수준의 사고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큰 그림을 보게 하는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을까?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