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conscious Marketing

Think Different! 무의식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103호 (2012년 4월 Issue 2)

 





2011 10월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그의 살아생전 어록이나 행동을 기록한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가 Think Different 정신을 통해 모두가 감탄할 만한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2012년 사장단회에서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해 힘 있게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적 사고는 예전에도 늘 중시해왔던 덕목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가 유사함으로 범람하는 잉여사회이기 때문이다. 잉여사회는유사한 기업들이, 유사한 교육을 받은, 유사한 직원들을 통해, 유사한 아이디어로, 유사한 제품을, 유사한 가격과 품질로 과잉 공급하는 사회를 말한다.1 이런 유사함 속에서 기업들은 고객들의 러브마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가격경쟁 등의 소모전에 시달려 위기를 맞게 된다. 유일한 탈출구는 창의적 사고를 통한 혁신이다.

 

문제는 스티브 잡스는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가진 매우 드문 인물인 데 반해 보통 사람들은 그런 능력과 품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잡스가 생전에 Think Different를 주제로 만든 애플사의 TV 광고를 보면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존 레논, 간디, 무하마드 알리 등을 모델로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혁신과 도전을 예찬하고 있다. 잡스의 혁신에 대한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그들과 같은 혁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은 브레인스토밍이다. 브레인스토밍은 다국적 광고대행사 BBDO의 창업자 알렉스 오스본이 제안한 방법으로 1930년대부터 유행해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창의적인 사고만 강조할 뿐 아이디어의 질을 다듬는 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아이디어의 양을 늘리는 것과 질적인 측면에서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포착해내는 것은 다르다. GE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베스 컴스탁은 브레인스토밍이 가능성에 취해 방향성을 상실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아무거나 주워섬기는 브레인스토밍을 뛰어넘어야 한다.

 

대안으로 창의성 개발과 관련된 책자들을 참고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을 보면 당장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창의력 배양을 위한 훈련서란 느낌이 많이 든다. 예컨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이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란 부제를 달고 출간한 <생각의 탄생(1997)>에 보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1. 관찰 2. 형상화 3. 추상화 4. 패턴인식 5. 패턴형성 6. 유추 7. 몸으로 생각하기 8. 감정이입 9. 차원적 사고 10. 모형 만들기 11. 놀이 12. 변형 13. 통합

 

일반인들이 익혀서 활용하기에는 고도의 훈련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방법들이다. 한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탈피해 블루오션을 창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이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중에 성공한 사례들을 역추적해서 사후 정리한 내용이다. 사전에 혁신적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 도구로 삼기에는 방법론이 너무 막연하다. 블루오션은 결과론적 이야기이지 과정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의식 코드를 활용한 TD(Think Different) Matrix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왜 무의식인가?

 

무의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접근하기가 힘들어 학자들 사이에서 배제돼온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10∼20년 사이에 뇌과학, 진화심리학, 사회생물학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무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가능해졌고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제럴드 잘트먼은 최근의 과학적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인간의 인식활동 중 95%가 무의식이고 의식은 단 5%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주장대로 무의식이 95%나 된다면 <그림1>에 제시된 것처럼 혁신적 아이디어 개발의 원천이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무의식을 잘 몰랐기 때문에 5%밖에 안 되는 의식에 기반해서 아이디어를 개발해왔다. 의식 속의 지식들 대부분은 나만이 아는 것이 아니고 남들도 다 아는 내용이다. 거기서 개발된 아이디어는 다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금맥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데 이곳에 접근할 방법이 없어서 모두가 눈에 쉽게 띄는 작은 노천광에만 의존해서 금을 캐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적 사고를 원한다면 이제라도 무의식에 관심을 갖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캐내는 것이 필요하다.

 

7가지 무의식 코드; Think Different의 원천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 또는 대상에 대해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무의식은 정교한 무의식 조사를 통해서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수집된 자료를 통찰력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전문 분석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밝혀진 무의식 코드를 활용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다. 제럴드 잘트먼은 자신이 개발한 무의식 조사기법 ZMET을 활용해 수만 명의 세계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대표적인 무의식 코드 7가지를 밝혀냈다.2  그것은 다음과 같다.

 

균형(balance), 전환(transformation), 여행(journey), 상자(container), 연결(connection), 자원(resource), 통제(control)

 

7가지 코드는 전체 무의식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항상 공감받을 수 있는 개념 테마가 될 수 있다.그리고 이 코드들은 자신의 내외부 정보를 해석할 때 의미를 부여하는 필터의 역할을 한다. 이 코드를 활용하면 종래에는 한 가지 의미로만 해석하던 것을 7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시대에 남다른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논술시험을 보는 학생이내 마음을 주제로 자유로운 상상을 해보고자 한다. 김동명 시인은 내 마음을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에 비유한 바 있다. 이처럼 “<내 마음은 000이다>했을 때 000에 들어갈 말과 간단한 이유를 모두 4개만 완성시켜 보시오란 문제지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7가지 무의식 코드만 대입하면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음처럼 말이다.

 

내 마음은 시소게임이다. 마음이 극단적으로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것을 경계하니까(균형 코드)

내 마음은 드라마다. 항상 반전과 스릴이 있으니까

(전환 코드)

내 마음은 여행이다. 항상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으니까

(여행 코드)

내 마음은 나 자신이다. 나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나의 마음속에 담겨 있으니까(상자 코드)

내 마음은 너의 마음이다. 이심전심이니까(연결 코드)

내 마음은 나의 경쟁력이다.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모든 원천이 내 마음에 담겨 있으니까(자원 코드)

내 마음은 나의 주인이다.

세상사가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까(통제 코드)

 

김동명 시인이 쓴내 마음은 호수요는 원래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은 열망을 표현한 시다. 무의식 코드 관점에서 보면 모두 연결(connection)코드를 테마로 하되 표현만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촛불이요, 내 마음은 나그네요, 내 마음은 낙엽이요로 달리한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는 것처럼 7가지 무의식 코드를 활용하면내 마음이란 주제가 연결 코드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각 코드들은 내부적으로 여러 종류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균형을 예로 들면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도덕적 균형 등 다양한 종류의 균형이 있다는 것이다. 이 내부 속성까지 활용해서 아이디어를 내면내 마음이란 주제 하나를 가지고도 수십 가지, 수백 가지 의미로 풀어낼 수 있다.

 

 

 

이를 마케팅 상황에 접목해보자. 대부분의 브랜드 매니저들은 차별적인 브랜드 개념을 만드는 데 고심을 많이 하고 있으나 새로운 개념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컨대 거의 모든 화장품 광고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인기 모델을 등장시켜 그 화장품을 바르면 자신의 피부도 모델의 피부처럼 윤기 나게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의식 코드 관점에서 보면 물리적인 전환(transformation) 코드다. 물리적 전환은 화장품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이 개념이 틀렸다고 말하기 힘들다. 문제는 다른 경쟁 브랜드들도 모두 물리적인 전환을 개념으로 하고 있어 브랜드 간 차별화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품을 균형 측면에서, 여행 측면에서, 통제감 측면에서, 자원 측면에서, 연결 측면에서, 상자 측면에서 또는 같은 전환 코드라 하더라도 물리적 전환이 아니라 심리적 전환, 사회적 전환, 관계적 전환 등의 측면에서 재해석한다면 경쟁사와 손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개발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7가지 전 영역에서 찾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간단한 테스트를 한 결과, 맨 얼굴로 사람을 만날 때보다 화장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얻는다는 내용이 가장 잘 어필되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면 모두가 사용하는 물리적 전환 대신 심리적인 전환을 새로운 차별화된 개념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림2>TD(Think Different) Matrix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언제든지 혁신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7개 코드 중 어디가 경쟁으로 넘치는 레드오션이고 어디가 새로운 기회의 블루오션인지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만든 표다. 특히 현대는 브랜드 간 기능적 차별화가 쉽지 않아 개념적 차별화가 더 중시되고 있는 실정이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혁신적 사고를 가능케 해주는 TD(Think Different) Matrix의 가치는 더욱 크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위 매트릭스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7가지 코드를 가로와 세로로 배열한다

 

2. 세로 축은 현재 대부분의 경쟁 브랜드들이 포진하고 있는 레드오션 영역이다

 

3. 가로 축은 레드 오션을 피한 새로운 기회영역, 즉 블루오션 영역이다

 

4. 위 메트릭스에서 연결(Connection) 파트의 붉은 영역은 김동명 시인이 내 마음의 테마로 설정한 연결 코드로서 이를 레드오션이라 가정했을 때 나머지 6개 코드에서 모두 내 마음에 대한 새로운 발상이 가능한 블루오션 영역이란 점을 표현한 것이다

 

5. 현재 대다수 화장품들이 물리적인 전환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전환(transformation)을 레드 오션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나머지 전 영역에서 화장품과 관련된 새로운 개념을 개발했고 그중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심리적 전환을 선택했을 때 (심리적) 전환이 최종 블루오션 영역이 됨을 나타낸 것이다

 

필자가 개발한 혁신적 사고개발도구 TD(Think Different) Matrix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7가지 코드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코드 각각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균형(balance)

 

걸음마를 시작하는 연령대의 어린 아이를 영어로 토들러(toddler)라 한다. 이 단어는 어린아이들이 뒤뚱거리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서 균형을 잡고 하기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걷게 되는 것에서 유래했다. 인간이 맨 처음 배우는 교육이 균형을 잡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람은 균형이 조금만 깨져도 큰 불편을 겪는다. 달리기 선수가 왼팔이 부자유스럽다면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야구선수의 핵심 동작은 상체에서 나오지만 하체가 부실하면 공의 스피드를 높이거나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 생물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 균형이 무너지면 위험을 맞이하고 이를 회복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니즈(needs). 균형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며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잣대다. 그리고 무의식이 가장 자주 애용하는 논리 중 하나다.

 

국내 신용카드 회사 중 현대카드는 이 균형 코드를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의 카드회사들은 예나 지금이나 카드를 사용하면 포인트를 얼마나 적립해준다는 식의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년 전 당시 신생 카드회사였던 현대카드는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외쳐 성장의 발판의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카드회사가 떠날 때 여행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포인트를 획기적으로 더 많이 적립해준다는 것도 아닌데 큰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열심히 일한 당신이 빠지고 그냥떠나라만 외쳤다면 우리가 흔히 보는 여행사나 항공사, 호텔 등의 광고와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이 광고의 핵심적인 통찰력은 바로열심히 일한 당신떠나라의 절묘한 조합이다. 이를 통해그래, 나는 그동안 회사 일에만 매달려 살아왔지!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 왔기에 지금 충분히 떠날 자격이 있어또는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서 나를 너무 돌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나의 자아를 (균형감 있는 모습으로) 되찾기 위해 떠나야만 해와 같은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돼 있던 균형 코드를 자극한 것이 성공의 포인트가 된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술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소주회사의 포스터 광고를 한번 떠올려 보기를 바란다. 이 포스터 광고들의 공통된 특징은 브랜드와 광고 모델은 달라도 전체적인 느낌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 모두 당대 최고의 미녀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우고 있으며 모두가 소주병이나 잔을 배경으로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누가 어떤 브랜드의 모델인지 전혀 구분이 안 간다. 최근에 17도 이하의 저도주가 나옴으로써 가능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중파 광고를 할 수 없는 품목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자사의 차별점을 충분히 전달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차별 없는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무의식 코드를 활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주를 마실 때 함께 마시는 빈도가 가장 많은 사람은 직장동료다. 그들은 그저 취하기 위해서, 또는 포스터 광고가 암시하듯이 일탈을 위해서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직장상사에 대한 불만,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등을 푸는 자리다. 안 좋은 기억은 날려 버리고 좋은 기억은 다시 떠올리면서 그 기쁨을 오래 즐기게 해준다. 내일 예상되는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자리다. 영혼의 정화를 뜻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의 원래 의미는 신체적인 거북함을 외부자극을 통해 배출시킴으로써 균형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술자리는 내면에 쌓인 거북하고 안 좋은 기억들을 밖으로 토해내게 하는 외부자극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곳이다. 따라서 직장동료와의 술자리는 직장인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의식인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그런 술자리 의식이 없다면 스트레스로 직장수명이 절반은 짧아질지도 모른다.

 

지금 소주회사가 상금을 걸고 직장인들이 술자리에서 겪었던 사연을 공모한다고 가정해보자. 때론 재밌고, 때론 슬프고, 때론 가슴이 찡한 수많은 사연들이 모여들 것이다. 소주를 매개로 한 아주 두꺼운 분량의 직장인 백서가 나올 것이다. 이를 소재로 직장인에게 다가가는 스토리의 광고를 만든다면 소주는 그저 사람을 취하게 만들고 일탈을 유도하는 나쁜 존재가 아니라 고된 일상에서 무너지고 있는 직장인들의 균형감을 잡아주는 내면의 치료제라는 인식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광고와 더불어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 등을 동시에 전개한다면 그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인 친밀감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2. 전환(transformation)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같은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신분이나 외모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스포츠 게임에 열광하는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복권을 사는 것은 인생 역전이라는 꿈의 실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은 변화를 즐긴다. 모든 것이 예정된 모습으로만 진행된다면 인생은 재미없고 지루하며 희망이 없을 것이다. 세상과 주변의 사물을 바라볼 때 전환코드가 중요한 필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이유는 사용 전과 후에 일어나는 변화, 즉 전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는 어떤 특징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 비슷한 기대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는 올림픽 정신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처럼 동일 연장선상에서 기능이 더 우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능적 차별화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면 재미가 없고 현재 이상의 특별한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기 하는 것이다. 관계의 전환, 지위의 전환, 물리적 전환, 심리적 전환 등의 장치를 통해서. 그러면 제품도 서비스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재래시장 노점에서 호두를 파는데 거기에 원산지를 표시하는 팻말을 크게 붙여 놓았다. ‘북한산 호두, 통일되면 국산.’ 제품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지만 제품의 가치는 많이 상승했을 것 같다. 분단된 한반도를 하나의 한반도로 관점을 전환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세상의 모든 뷰티 제품들은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현실에서 보기 힘든 기형적인(?) 미를 선보이고 있다. 지나치게 마르고 인형 같은 외모 등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들처럼 예뻐지겠다고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화장품을 사고 성형도 한다. 도브 화장품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리얼 뷰티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뷰티업체들의 활동이 얼마나 왜곡된 마케팅인지를 보여주면서 현재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기존 업체들의 마케팅에 힘겨워하던 많은 소비자들이 도브의 리얼 뷰티 프로그램에서 위안을 얻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전환 코드를 통한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그림 3>은 미국의 한 입양단체에서 만든 인쇄광고다. 정상적인 광고라면 아이를 입양하는 어른이 아이를 안고 있어야하는데 이 광고는 거꾸로 아이가 어른을 안고 있다. 그리고 카피는 이렇게 쓰여 있다. “입양, 당신이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Adopt. You will receive more than you can give).” 역할의 전환을 통해 입양에 대한 거부감 또는 우려를 해소시키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전환 코드는 콘텐츠 산업에서 새로운 발상을 하기 위한 아주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얼마 전 방영돼 송중기, 박민영 등 신인급 탤런트들을 스타로 만들어 준성균관 스캔들이란 드라마를 한번 보자. 잘 알다시피 성균관은 남자들만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금녀의 장소다. 거기에 예쁘고 총기 있는 처자 한 명이 얼떨결에 입학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다른 남자 유생들처럼 생활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 것이 인기 비결이다. 로마의 베드로성당에 가면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초기 출세작 피에타(Pieta) 상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조각상이 매우 뛰어난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준 것은 예수를 표현한 기존 작품들이 모두 신의 아들 예수를 표현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의 아들 예수를 표현한 최초의 작품이란 점이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표현한 조각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미켈란젤로는 관계의 전환을 통해 가장 돋보이는 불멸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3. 여행(journey)

 

“위대한 인생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건넨 축하인사의 첫마디다.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 섰을 때 이를 여행을 떠나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여행을 할 때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기로에서의 선택과 그에 따른 놀라움, 후회, 좌절, 깨달음, 성취 등의 요소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인생사와 흡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여행은 목적지를 알면서 떠나는 여행이 있고 모르고 떠나는 여행이 있다. 아직도 목적지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여행이 있고, 곧 종착지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여행이 있다. 여행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때 소비자가 자신은 지금 어떤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선택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달라진다. 보험을 들까, 자동차를 살까 망설이는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인생이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것이고 인생은 짧고 굵게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다.

 

예전에 TV에서 이민자들의 생활을 다룬 특집 프로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인터뷰에 응한 한 교포가이민은 3대에 걸친 투자입니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 문화가 있어서 자기 세대에 모든 것을 이루고 싶어 한다. 당대에 나름대로의 성공신화를 쓰고 싶은 것이다. 그가 여행 중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났다면 아마도 공격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그가 증권투자가라면 안정보다는 수익성 높은 종목에 투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한 농업용 종자회사는 여행 코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사업다각화에도 성공했다. 농업용 종자회사들은 자사 제품을 소개할 때 병충해에 강하다, 수확량이 많다 등 기능적 우수성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 회사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무의식 조사를 한 결과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그들은 기능적 장점보다는 농사의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다. 여기서 발견된 핵심 통찰은 농부들은 스스로를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적인 서비스를 하는 영웅적 인물로 인식하고 있으며 농사 자체는 영웅의 모험여행(hero’s journey)이라고 묘사하고 있었다. 농부들은 자신들의 여행을 세대 간의 여행(journey of generation)과 하루 일과상의 여행(journey of workday)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세대 간의 여행은 환경이 많이 변하고 어려워졌고 많은 이웃들이 도시로 떠났지만 자신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고향을 지키며 일종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자신의 후손들도 농사일을 이어가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일과상의 여행이란 이른 아침 일을 시작할 때부터 석양이 지는 저녁에 일을 마칠 때까지 농사일은 경이로움과 난관의 연속이며 이를 잘 즐기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누군가가 해야 하는 미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자신들이 단순히 농업용 종자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농부들이 영웅의 여행 중 어려움을 만날 때 도움을 주는 여행의 동반자라고 정의했다. 이 코드에 입각해서 만든 광고는 회사의 연구와 개발품은 농부가 영웅의 여행을 하는 동안에 의존할 수 있는 유용한 무기이자 동맹군임을 암시하고 있다. 회사는 단지 광고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농부들이 여행 중에 만나는 많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농부들의 토지관리 계획과 관련된 컨설팅 서비스 같은 것들이다. 여러분들의 고객은 지금 어디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객의 프로파일을 분석할 때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는 항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상자(container)

 

상자란 어떤 내용물을 담는 그릇이고 다른 개체와 구별을 해주는 울타리다. 세상을 살펴보면 온갖 종류의 상자와 울타리들로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는 오대양 육대주를 담는 큰 상자다. 사람은 엄마의 자궁이란 상자에서 나와 세상이란 상자 속에서 살다가 무덤이란 상자 속으로 들어간다. 사람의 마음은 우리의 기억과 지식, 감정을 담고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상자다. 문화도 일종의 상자다. 문화 속에는 구성원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 신념, 행동, 관습 같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자는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인 울타리로 싸여 있는 공간들로 구성되며 사람들이 가장 자주 활용하는 마음의 틀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무의식 코드다.

 

모든 상자와 울타리들은 저마다 독특한 세계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가 어떤 상자 안에 있는가는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 어느 지역 출신이냐,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느냐,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 등을 따지는 것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라고 한 롯데캐슬 아파트 광고는 바로 이 상자라는 무의식 코드를 직접적으로 거론해 대박을 터뜨린 사례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인 15여 년 전만 하더라도 롯데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았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모두가 힘겨워하던 그 시절에롯데라는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 이미지, ‘캐슬이라는 브랜드 네임에서 오는 고급스런 저택 이미지, 그리고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한데 어우러져롯데 캐슬=고급스런 이미지를 담고 있는 상자(아파트)=요즘 잘나간다는 신호로 단숨에 자리 잡았다.

 

세상의 모든 상자가 나름대로의 아이덴티티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좀 더 오래 머무르거나 꼭 들어가고 싶은 상자가 있는가 하면 빨리 벗어나기를 원하는 상자도 있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노아의 방주는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상자이지만 감옥은 모두가 탈출하고 싶은 상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노르웨이 크루저라인은 마치영광의 탈출을 꿈꾸는 사람처럼 원하지 않는 곳(상자)으로부터의 탈출과 원하는 곳(상자)으로의 편입을 강조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이다. 노르웨이 크루저라인은 원래 대서양을 운행하는 가장 인기 있는 유람선이었다. 그러나 후발업체들이 성능과 편의시설이 우수한 최신 유람선을 가지고 노르웨이 크루저라인을 공략해오고 있었다.

 

회사는 대책 마련을 위해 심층적인 고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특히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사람들이 왜 유람선을 타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새로운 경치를 즐기고 낭만적인 여행을 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일탈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일과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유람선을 많이 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세상 또는 일상이라는 스트레스 상자에서 비록 잠시이긴 하지만 속박과 의무, 예속, 규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탈의 상자에 머무르고 싶어 유람선을 탄다는 것이다. 회사는 이 일탈이란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을 만들었다.

 

“지상에서의 법칙은 여기서 통용되지 않는다

(The laws of the land do not apply).”

 

그래서 노르웨이 크루저라인은 고객들에게 일상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혹은 허락되지 않는 흥미진진한 다양한 활동을 약속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시에 식사를 하라는 법도, 매주 화요일 4시에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도 없다. 일상의 속박에서 떠나 죄받을 것처럼 엄청난 즐거움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것처럼. 그 결과 노르웨이 크루저라인은 유람선을 새 모델로 교체하지 않고도 예전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르웨이 크루저라인은 힘든 일상과 스트레스라는 영역에서 자유와 평화를 암시하는 영역으로의 순간이동을 촉진시킨 훌륭한 상품이었던 것이다.

 

5. 연결(connection)

 

6.25 전쟁을 전후로 지리산 일대에서 활약했던 빨치산들은 본대와의 연락이 끊겨 고립된 상태를 선이 끊겼다고 표현했다. 이들이 매우 위험에 처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초원의 맹주임을 자처하는 사자들은 생후 12주 안에 절반 정도가 죽는데 대부분 어미가 사냥을 나간 사이에 하이에나와 같은 경쟁자 집단의 습격에 의한 것이다. 이처럼 어떤 대상과의 연결유무는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연대감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유이며, 세상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연결하고 싶은 대상에는 다른 사람이나 집단뿐 아니라 특정 브랜드, 동물 등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연결 코드 역시 물리적인 연결, 사회적 연결, 정신적 연결 등 다양한 연결이 존재한다.

 

물리적 연결 측면에서 애플은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통화기능뿐 아니라 아이튠스(iTunes), 인터넷, 다양한 앱스토어 등의 기능을 연결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측면의 연결코드를 강조함으로써 고객에게 다가가는 제품이나 서비스도 많다. 한국에서 커피나 차 한 잔하자는 것은 꼭 그 제품을 마시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간에 더 친밀하게 연결해 보자는 뜻을 가진 경우가 많다. 술도 그런 차원의 접근이 많다. 과거 OB맥주가 실시한사람들이 좋다, OB가 좋다고 한 캠페인 같은 것은 바로 연결욕구를 강조한 예다. 외국의 경우 비아그라 같은 발기촉진제는 노인이 돼서 부인과의 연결이 소원해지는 경우 결합을 도와주는 제품으로 접근하곤 한다. 인티넷의 채팅클럽, 카페 같은 것들 역시 연결욕구와 밀접히 관련된 상품이다. 할리데이비슨의 소유자 클럽인 ‘Harley Owners Group’은 단순한 오토바이 동호회가 아니다. 열정, 자유 등의 이념을 매개로 모인 전 세계에 100만 명 정도가 가입한 한 동호회다. 이들은 서로가 감성적, 물리적, 환경적, 문화적 연대감을 함께 나누는 집단이기도 하다.

 

사회적 측면의 연결코드는 현대 사회에서 특히 중요하다. 굳이 네트워크 사회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 상호 연결돼 있어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결이 많고 밀접할수록 시너지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난다. 다양한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연결은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트위터를 활용해 큰 도움을 받았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연결을 시도한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캠페인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광고제에서 2009년의 최고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 심사위원의 말에 의하면 이번 대상 심사에서 모든 연결을 시도한 오바마 대통령의 통합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견줄 만한 후보작이 없었다고 한다.

 

연결의 범위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가령 국내에서 유행하는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이나 각종 특수 대학원들은 공부 그 자체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잘나가는 인사들과의 교류를 강조한 것이 큰 성공요인이다. 몇 해 전 우리나라의 한 은행에서는 소위 최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녀들 간 맞선 보기 이벤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회원들의 호응이 너무 커 한번 더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은 은행이 직접 프로골퍼를 채용해 우수고객들의 라운딩을 주선하기도 하고 돈 있는 대기업과 기술이 있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이런 것들 역시 다양한 연결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유능한 전략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결이란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철저히 이해하고 연결을 촉진시키거나 탈피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자원(resource)

 

자원이란 중요한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유무형의 자산이자 능력이다. 유용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사람이 생존하고 사회적으로도 만족스런 성과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원으로써의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사람이나 사물, 사건, 제품과 서비스 등을 판단할 때 아주 중요하게 고려되는 평가기준이자 무의식적인 코드다. 자원 역시 물리적인 자원, 심리적인 자원, 사회적인 자원 등 다양한 자원이 있다.

 

한국인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가 내 집 마련이다. 물론 가족들의 보금자리란 측면에서 내 집 마련은 중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그렇게 중요 관심사가 됐을까?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집은 일반 서민들이 재산을 증식하는 데 대표적인 자원이다. 아무리 잘 지은 집이라 하더라도 시세차익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그 집은 좋은 집이 아니다. 그래서 아파트 광고는 고급스럽게 보여야 한다. 프리미엄이 더 많이 붙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줘야 한다. 대림 e편한세상이 과거에는 살기 편한 집, 녹지를 많이 활용한 생태 아파트 등의 개념으로 광고를 하다가 최근에 진심으로 지은 집이라고 개념을 바꿨다. 이 광고는 아파트의 격을 올리고 다른 아파트보다 프리미엄이 더 많이 붙을 것 같은 기대감을 주기 때문에 성공한 광고라 할 수 있다.

 

햄버거는 전통적으로 인스턴트식품의 대명사로 불리며 각종 부정적 인식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햄버거는 그 속성이 패스트푸드이기 때문에 일반 정상적 조건의 음식들과 비교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햄버거가 진짜로 필요한 사람을 살펴보니 대단히 바쁜 사람들에게는 햄버거처럼 편리한 음식이 흔치 않다. 언제 어디서나 구입하기 편하고 먹기도 간편하며 설거지 등 뒤처리도 없다. 게다가 빵, 고기, 야채 등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햄버거가 필요한 바쁜 사람들은 누구일까? 업무 때문에 또는 자기 취미생활을 위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햄버거는 단순 음식이 아니고 성공과 자아실현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에너지가 되는 음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의 성공을 지원해 주는 자원, 핫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햄버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7. 통제(control)

 

신은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줬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기를 원한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자기 노력과 관계없이 단지 요행수에 의한 결과라면 자신의 존재는 무가치하게 느껴질 것이다. 군대나 감옥 생활이 힘든 이유 중 하나도 자기가 살고 싶은 데로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통제감(control)을 확보하는 것은 사람들이 거의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욕구다. 또한 사람과 사물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이자 무의식 코드다.

 

휴대전화의 발달은 우리가 통제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시간에 대한 통제감을 갖기가 어려웠다. 시간은 금이라고 불리던 그 시절 코리안 타임에 대한 원성이 컸다. 약속시간보다 적게는 5∼10, 많게는 1시간 정도 늦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망국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차 출발시간은 다가오는데 중요한 비즈니스를 위해 함께 가야 할 친구가 아무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난다고 생각해보라.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초조하고 애가 탓을 것인지.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코리안 타임이란 용어 자체를 잘 모른다. 우리가 갑자기 시간을 잘 지켜서 그렇게 된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요즘에도 약속시간을 어기는 사람은 많다. 단 지금은 휴대폰을 통해 아무개가 10분 또는 40분 늦게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 있다. 예전처럼 대책 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그에 대비한 다음 행동이 가능해졌다. 약속시간에 늦는 행동은 큰 변함이 없지만 시간에 대한 통제감을 가짐으로써 그 문제의 심각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실시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은 고객에게 통제감을 높여줌으로써 판매증가를 달성한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실직 공포가 큰 미국 사람들에게 소유주가 1년 안에 실직하면 자동차를 되사준다는 프로그램이다. 실직해서 할부금 등을 갚지 못해 헐값에 차압을 당할 우려를 없애 줌으로써 설사 실직을 하더라도 자동차만큼은 문제없다는 통제감을 준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ROI(Relevance, Originality, Impact)로 평가하라

 

지금까지 7가지 무의식 코드의 특징을 살펴봤다. 7가지 코드는 소비자의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이 코드들을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공감할 수 있는 Think Different 개념을 개발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7개 코드에서 개발된 개념들 중에서 최적의 개념을 선정해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ROI이다. ROIRelevance, Originality, Impact의 약자로 다국적 광고대행사 DDB가 광고전략 개발 때 활용하는 모델이다. 7가지 코드 각각에서 개발된 아이디어들을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스크리닝하는 것이다. 개발된 아이디어는 마케팅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시장위치나 제품특성과 충분히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Relevance).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창적인 개념이어야 하고(Originality), 사소한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Impact).

 

ROI 7개 코드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최선의 것을 선택하는 데도 유용하지만 기획서를 작성할 때,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할 때, 광고물을 평가할 때 등 모든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평가기준이다.

 

정성희 그레이프 마케팅전략연구소장/IGM 겸임교수 shchung1017@naver.com

 

필자는 중앙대에서 심리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워싱턴 주립대 광고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소장과 BBDO코리아 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전략연구소 소장과 세계경영연구원(IGM)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 <무의식 마케팅(2009)>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8호 The Rise of Flexitarians 2022년 0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