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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in Branding-4

“내 마음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마케팅, 통제에 대한 환상을 심어줘라

곽준식 | 95호 (2011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행동경제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측면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 연구 성과는 브랜드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곽준식 교수가 행동경제학 이론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제시합니다.
 
 흰 공과 검은 공이 섞여 있는 A와 B 두 개의 항아리가 있다. A 항아리에는 10개 중 검은 공이 1개 있고 B 항아리에는 100개 중 검은 공이 8개 들어 있다. 아무 항아리에서나 검은 공을 뽑으면 선물을 준다고 했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검을 공을 뽑을 확률은 A항아리가 10%이고 B항아리가 8%이기 때문에 당연히 확률이 높은 A항아리를 선택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A보다는 B 항아리에서 공을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K고속도로 휴게소에는 가격은 똑같은데 고급커피와 일반커피로 나누어 표시된 커피 자동판매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커피를 선택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급커피를 선택한다. 커피의 질이나 맛에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고급커피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 휴리스틱(Affective Heuristic)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왕이면 보기 좋은 것을 고른다는 의미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의 어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조선시대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제약을 벗어나고 싶다는 꿈이 담겨진 말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일반 백성들의 붉은 색 옷 착용을 금지시켰으며 양반 사대부도 붉은 색을 옷의 안감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오직 왕족만이 붉은 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특히 다홍색 치마는 왕비만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정해져 있었다. 유일하게 결혼식 날에만 일반 여성들이 다홍치마를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1 또 다른 어원은 조선시대 때 양반집 규수는 어려서부터 출가해 아기를 낳을 때까지는 다홍치마를 주로 입고 중년이 되면 남색치마, 노년이 되면 옥색이나 회색 계통의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만약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젊고 예쁜 여자가 좋다는 의미에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는 것인다.2 결국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에는 좀 더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도 인간의 이런 감정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확률판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이 아닌 사람의 감성이 휴리스틱으로 작용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정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앞서 나온 <질문 1>과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도 사람들이 의사선택을 할 때 확률적 판단(10% 대 8%)이 아닌 감성적 판단(검은 공 1개 대 검은 공 8개)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3  위 실험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검은 공을 기준으로 감성적 판단을 하다 보니 검은 공이 1개밖에 없는 곳(A항아리)에서 1개의 검은 공을 뽑기란 정말 어렵겠지만 검은 공이 8개가 있는 곳(B항아리)에서 검은 공 1개를 뽑기란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항아리 B를 선택한 것이다.
 
 A암은 매년 100명의 환자 중 평균 24.15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B암은 매년 1만 명의 환자 중 평균 1285명의 생명을 앗아간다고 할 때 어느 암이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75%의 사람들이 B암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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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는 사망률보다 사망자의 숫자가 더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사망률(A암: 24.15% 대 B암: 12.85%)이 아니라 사망자(A암: 24.15명 대 B암: 1285명)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B암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크리스라는 환자를 퇴원시킬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자들의 소견을 A, B 두 가지 방식으로 제시했다. A 소견서에는 “크리스와 유사한 환자들이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20%라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적혀 있었다. B 소견서에는 “크리스와 유사한 환자들 100명 중 20명이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관찰됐다”고 적혀 있었다. A 소견서를 본 사람의 21%는 크리스의 퇴원을 반대한 반면 B 소견서를 본 사람의 41%가 크리스의 퇴원을 반대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점은 두 소견서 모두 크리스와 유사한 환자들이 퇴원 후 6개월 이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20%라는 동일한 사실을 적고 있음에도 비율(20%)로 제시된 경우(A 소견서)보다 빈도(100명 중 20명)로 제시된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의 퇴원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제시받을 때 비율보다는 빈도로 제시된 정보에 대해 더 높은 감성적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말해준다.5
 
집 편향(Home bias)과 통제에 대한 환상
확률판단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이 아닌 사람의 감성이 휴리스틱으로 작용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 휴리스틱’은 ‘위험과 이익에 대한 착각’과 ‘통제에 대한 환상(illusion of control)’과 같은 의사결정상의 편향을 유발한다. 먼저 ‘위험과 이익에 대한 착각’에 대해 알아보자. 투자에 있어 위험이 높을수록 수익이 높고(high risk-high return) 위험이 낮을수록 수익은 낮을 수밖에 없다(low risk-low return)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 휴리스틱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친숙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을 거라 판단(low risk-high return)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친숙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투자하는 경우에는 위험은 높고 수익은 낮다(high risk-low return)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처럼 사람들이 투자 결정을 할 때 기대수익률, 투자 위험과 수익을 고려하기보다는 집과 같이 자신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회사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집 편향(Home bias)’이라고 한다.6  ‘통제에 대한 환상’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마장에 가면 말들이 골인 지점으로 달려올수록 사람들은 흥분하며 “동방불패야, 조금만 더 빨리! 달려! 달려!…”라며 자신이 돈을 건 말의 이름을 부른다.
 
 고스톱을 칠 때 자신의 패를 내려놓고 뒤집혀진 패를 집어든 후 힘차게 “똥 나와라”라고 외치며 바닥에 패를 내리꽂는다.
 
 TV를 보며 로또 번호를 확인할 때 “7, 7, 7”하며 자신이 산 복권의 숫자를 외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경기를 시청하면 우리 팀이 진다고 아예 TV를 보지 않는다.
 
이 상황들을 조금만 더 냉정하게 살펴보면 내가 말의 이름을 부른다고, 원하는 패를 외친다고, 로또 번호를 반복해서 말한다고, 경기를 본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외침 한 마디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과대평가하는 것을 ‘통제에 대한 환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통제에 대한 환상은 언제 더 많이 나타날까?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통제에 대한 환상은 자신이 친근하게 느끼는 대상일수록, 정보가 많은 상황일수록,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수록 커진다고 한다.
 
 
감정의 꼬리표(Affective Tag)
앞의 <질문 2>처럼 가격이 똑같아 커피의 질이나 맛에서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일반커피가 아닌 고급커피를 선택하는 것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심리 때문인데 이처럼 사람들이 제품들 간의 차이를 지각하지 못할 때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을 ‘감정의 꼬리표(Affective Tag)’라고 한다. 일단 제품이나 서비스에 감정의 꼬리표가 붙게 되면 사람들은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인해 원래 내재된 가치보다 그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제품에 ‘New, Natural, Premium, Gold’와 같은 수식어가 붙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예쁘고 멋진 유명(연예)인들이 광고모델로 등장하는 것도 일종의 감정의 꼬리표를 활용한 감정 휴리스틱 기반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흔히 광고에서 제품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메시지 원천이라고 하는데 메시지 원천이 제품에 대한 판단에 미치는 효과는 메시지 원천의 신뢰성(전문성과 진실성)과 매력도(유사성, 호감성, 친숙성)에 따라 달라진다. 즉, 메시지 원천의 신뢰성이 높다고 지각될수록(전문성이 높고 진실성이 있는 것으로 지각될수록), 매력도가 높다고 지각될수록(소비자 자신과 유사하게, 호감성이 있는 인상을 가질수록, 친숙하게 느껴질수록),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므로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것은 메시지 원천의 높은 매력도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 어필을 통해 제품에 대한 호의적 평가나 구매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을 통제할 수 있는 파워를 드립니다
어느 은행이 1시간 빠른 온라인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1시간 빠른 온라인 거래 서비스가 주는 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은행은 ‘You’ve got the power’라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했다. 앞서 사람들은 자신이 친근하게 느끼는 대상일수록, 정보가 많을수록,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경우에 ‘통제에 대한 환상’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You’ve got the power’는 고객으로 하여금 1시간 빠른 온라인 거래서비스를 통해 남보다 앞선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갖도록 유도한 메시지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K와 M 방송사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S방송사는 8시 뉴스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저녁뉴스=9시’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던 시청자들에게 8시 뉴스는 “뉴스를 왜 8시에 방송하지?”라는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S방송사는 8시 뉴스를 ‘1시간 빠른 뉴스’로 포지셔닝했는데 이 메시지 또한 시청자의 통제에 대한 환상을 자극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요즘같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뉴스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1시간 빠른 뉴스’라는 메시지가 큰 의미가 없겠지만 당시 상황에서 1시간 빨리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말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충분히 매력적인 말이었다.
 
빈도 앞에서 작아지는 비율
 M영화관은 영화 관람료를 주중 14.2%, 주말 12.5% 올리기로 했다. 인상폭은 종전의 7000원과 8000원에서 각각 1000원이 오른 것으로 영화 관람료는 성인 기준으로 평일 8000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과 공휴일은 9000원이 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변화는 대체로 이렇다. 처음 영화 관람료가 14.2%, 12.5% 오른다는 기사를 보고는 “영화 관람료가 10% 넘게 오르네”라고 하다가 각각 1000원씩 올라 8000원과 9000원이 된다는 기사를 보면서 “뭐야! 1000원이나 오르는 거야”라는 반응으로 바뀌면서 영화 관람료 인상이 심각하게 피부로 와 닿는다. 이런 반응 변화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들이 비율(14.2%와 12.5%)보다는 빈도(1000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율과 빈도에 대한 차별적인 감정반응은 가격인상과 가격인하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즉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에는 빈도(금액)보다는 비율로 표시하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고 가격을 인하할 경우에는 비율보다는 빈도(금액)로 표시해주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적 혜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감정이 선택에 미치는 영향
페슬러(Fessler)와 동료들은 분노와 혐오감과 같은 감정이 남성과 여성의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들은 남녀 참가자들에게 각각 분노와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과 상황을 상상하게 한 후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게 한 집단과 비교할 경우 위험추구 대안에 대한 선택 빈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았다. 선택 상황은 <표 1>과 같이 확정 대안(15달러)과 기댓값이 15달러로 같은 4개의 위험추구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분노가 위험추구 대안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결과 여성의 경우는 분노와 위험추구 대안 선택 간 관련이 없었지만 남성의 경우는 분노를 떠올리게 할 경우 위험추구 대안을 더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감이 위험추구 대안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결과 남성은 혐오감과 위험추구 대안 선택 간 관련이 없었지만 여성의 경우는 혐오감을 떠올리게 할 경우 위험추구 대안을 더 적게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분노와 혐오감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위험추구 대안에 대한 선택 빈도(수)가 달라지는 이유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남성은 종족 번식에 방해가 되는 경쟁자가 등장하면 긴장감과 함께 경쟁자에 대한 적대감을 느끼게 된다. 경쟁자에 대한 분노는 경쟁자를 굴복시키고 단념시키기 위한 공격적 행동(위험한 선택)으로 표출된다. 진화과정 동안 만들어진 이러한 성향(분노의 표출)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남성의 경우 분노를 떠올리게 한 조건에서 위험추구 대안을 더 많이 선택하게 된다. 이에 비해 여성은 종족 재생산을 위해 혐오스러운 외부 오염 요소로부터 자신과 종족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안전(덜 위험)한 환경을 찾게 된다. 이런 성향(혐오감으로부터 회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여성의 경우 혐오감을 느끼게 되면 위험추구 대안을 더 적게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은 우리의 사고와 동기에 영향을 미친다.
 
 
 
곽준식 동서대 마케팅전공 교수 no1marketer@naver.com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리앤디디비 마케팅 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동서대 경영학부 학부장, 브랜드 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다. 브랜드 및 행동경제학 분야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마케팅 리더십(2005)> <선택받는 나(2008)>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본 소비자 의사결정(2011)>이 있다. 부산 도시브랜드위원회 위원과 부산 브랜드관리사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브랜드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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