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Creating Shared Value) Report-2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기업과 영리 기관의 전략적 파트너십
코즈 마케팅은 기업과 비영리 조직이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전략적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경제적 이윤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선(Social Good)을 위한 사람들의 행동 변화 촉구가 목적인 사회 마케팅(Social Marketing)과 구분되며 ‘선한 목적’만 강조하는 자선 활동(Corporate Philanthropy)과도 차이가 있다.
코즈 마케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코즈(Cause)’라는 단어를 먼저 살펴보자. 코즈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도리나 본분 또는 어떤 일을 꾀하는 데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1 를 뜻하는 ‘대의명분’이라는 말로 종종 번역되는데 영어에서 사용하는 코즈는 우리말의 대의명분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 둘은 같은 단어라고 할 수 없다. 코즈는 개인 혹은 집단이 가치 있다고 믿는 신조, 이상, 목표, 이슈 또는 조직적 운동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 사회적 니즈와 기업의 성장이 더 이상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늘날 코즈는 기업들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코즈 마케팅의 시초:
아메리칸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
코즈 마케팅의 선구자를 찾아보기 위해 1983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기획한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에서 ‘코즈 연계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자사 카드가 신규로 발급될 때 1달러, 기존 고객이 자사 카드로 거래할 때 1센트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 공사를 추진하던 비영리 파트너 ‘The Statue of Liberty Project’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캠페인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신규 카드 발급 규모는 45%, 카드 거래 빈도는 28% 증가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170만 달러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 사업에 기부할 수 있었다.
기업의 자선 활동과 코즈 마케팅의 차별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프로젝트가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단순히 전년도 매출에서 170만 달러를 떼어내 기부하는 식의 자선활동을 한 것이 아니다. 이 회사는 기업의 이윤이라는 경제적 가치와 자유의 여신상 복원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면서 기업 자선 활동과 차이를 보여줬다. 자선활동도 기업 이미지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간접적으로 기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 행동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또는 코즈 후원으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비영리 기관의 코즈와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연결하는 고리가 약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코즈 마케팅에서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비자의 구매 행위, 이벤트 참여, 메시지에 대한 반응 등 기업의 이윤 및 비영리 기관의 코즈와 연계돼서 소비자, 기업, 비영리 기관 3자 모두 혜택을 보는 윈윈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 복원 프로젝트를 다시 살펴보면 ‘미국을 상징하는 건축물 복원’이라는 코즈에 공감한 소비자들 덕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매출이 증가했고 기업이 얻은 매출이 소비자들이 지지하는 코즈를 후원하는 데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비영리 기관 역시 후원금 조성에 혜택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핵심 역할을 한 소비자들은 기부가 아닌 소비를 통해 경제적 효용과 코즈에 대한 기여라는 사회적 효용을 모두 누릴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기업과 비영리 기관이 코즈 마케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2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위한 구체적 전략, 코즈 마케팅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와 마크 크레이머(Mark R. Kramer)는 올해 초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논문 ‘Creating Shared Value’에서 공유가치(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저자들은 기업이 사회 발전과 경제적 이익 창출의 상관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3 CSV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수적 임무일 뿐이라고 간주하는 사회적 책임(CSR)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공과 사회의 발전을 함께 달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즈 마케팅은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적 가치 증진을 꾀하는 CSV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치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경계를 허물고 이 둘의 상관 관계를 기업 전략 수립에 반영하는 CSV 실행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목표가 경제적 이윤 극대화에 있다는 오래된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 시민 의식, CSV 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가 주주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본연적 역할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분리해서 하나만 추구하기에는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시티즌 컨슈머(Citizen Consumer)의 등장
물건을 살 때 해당 기업이 코즈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자신의 소비 행위가 사회적 또는 환경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 기업이 비영리 기관의 코즈를 후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코즈 마케팅 분야의 선구적인 컨설팅 회사인 Cone의 보고서 ‘2010 Cone Cause Evolution Study’를 보면 미국의 소비자 집단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추세를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 88%가 기업이 코즈나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찬성한다.
● 83%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 서비스, 소매상이 코즈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80%가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동일할 경우 코즈와 연계된 브랜드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
● 61%가 코즈와 연계된 새로운 혹은 들어본 적이 없는 브랜드를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
● 19%가 코즈와 연계된 제품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
또한 Edelman에서 발행한 ‘Edelman good purpose® Study 2010’ 보고서는 13개 국에서 7000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의 편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편익까지 고려하는 ‘시민의식을 가진 소비자(Citizen Consumer)’가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보고서에서 발표한 결과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글로벌 소비자의 86%는 기업이 스스로의 이익을 고려하는 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64%는 기업이 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좋은 코즈를 기업의 일상적 비즈니스와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동일한 가격과 품질의 브랜드를 놓고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42%가 사회적인 목적, 31%가 디자인과 혁신, 27%가 브랜드 로열티를 꼽았다.
● 특히 인도,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에서 코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유럽과 미국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 “좋은 코즈를 위해 누가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정부’라고 답한 이들은 전년도의 53%에서 10%포인트 감소한 43%로 나타난 반면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답한 이들은 전년도 8%에서 5%포인트 증가한 13%로 나타났다.
마케팅 믹스 4P의 다섯번째 P: Purpose
코즈에 대한 관심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양 국가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 소비자들이 코즈를 더 이상 정부의 책임으로만 인식하지 않으며 자신과 같은 일반인들이 적극 행동해야 한다고 인식한다는 사실은 오늘날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나 아닌 타인과 내가 사는 지역사회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소비 활동을 하고 있다. 코즈를 후원하는 기업의 제품은 적극 구매하고 반대로 코즈를 후원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에는 구매 거부 의사를 밝히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Edelman은 보고서에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마케팅 믹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에 다섯 번째 P로 Purpose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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