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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 책자들을 통해 각 지역의 다양한 현지 음식을 추천받곤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중국 관련 여행 책자들 중에는 중국 내 KFC에서 아침메뉴를 꼭 맛보라고 소개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 패스트푸드인 KFC나 맥도날드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이런 메뉴는 피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국 KFC는 완전히 현지화(localization)돼 있어 매우 중국적인 아침식사 메뉴를 제공하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에서의 중국 체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KFC의 현지화 성공 사례는 경영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여러 MBA 스쿨에서 케이스로 다뤄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맥도날드와 KFC의 점포 수가 각각 3만4000여 개, 1만 6000여 개(2009년 기준)인데 중국에서는 그 수가 각각 1200여 개와 2800여 개로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단순히 규모 측면뿐만 아니라 이익 면에서도 KFC가 맥도날드보다 몇 배나 앞서고 있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KFC가 맥도날드를 제치고 중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됐다는 사실은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KFC의 중국 현지화 전략의 핵심 성공 요인으로 시장 선점 우위(First Mover Advantage),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 지방 물류 업체와의 원활한 관계, 현지인 중심의 중간 관리층 채용 등을 꼽는다. 그러나 KFC와 같은 전략을 추진한다고 해서 모든 중국 진출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사례를 살펴보자. 커피빈은 스타벅스보다 4년 정도 중국 시장 진입이 늦었다. 커피빈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커피 메뉴 외 다양한 차(tea) 메뉴를 새롭게 선보였고 중국이 세계 최대 흡연국임을 감안해 매장 내에 별도의 흡연구역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커피빈은 스타벅스가 신경 쓰지 않았던 현지화 요소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점포 수나 인지도 면에서 스타벅스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이처럼 커피빈이 스타벅스와의 차별화를 위해 현지화 요소들을 상당히 고려했음에도 KFC와 같은 성공적인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번 학기 웨이루첸(Weiru Chen) 교수의 ‘산업 경쟁 분석(Industry Competitive Analysis)’ 강의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비즈니스 현황에 대한 논리적 분석의 틀을 제공해주는 전략 기초 강좌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인시아드(Insead) 출신인 첸 교수의 본 강의는 학생 개개인이 듣고 싶은 강의에 대해 각자에게 할당된 포인트를 경매 형식으로 걸어 선택하는 방법으로 수강 신청을 받는데 최고 포인트를 걸어야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첸 교수는 우리가 흔히 KFC의 성공 요인으로 가장 먼저 언급하는 시장 선점 우위(First Mover Advantage)는 실질적으로 큰 변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KFC가 맥도날드보다 3년 빨리(1987년) 중국에 진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해 경쟁하는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단 몇 년의 조기 진입이 해당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적 현지화를 위해서 ‘Replication’ → ‘Adaptation’ → ‘Innovation’의 3 단계를 제안한다. 우선 ‘Replication’ 단계는 신규 시장 진입 후 준비 단계로 현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이에 따른 전략 검토의 시간을 요구한다. ‘Adaptation’ 단계는 본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단계로 충분한 ‘Replication’을 바탕으로 한 시장분석을 통해 현지화에 필수적인 전략들을 채택하는 시점이다. ‘Innovation’ 단계는 채택된 현지화 전략과 기업의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e)과의 조화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영위하는 시점이다.
첸 교수의 이론을 KFC와 맥도날드 사례에 적용해보자. 그에 따르면 KFC의 핵심 성공 요인은 치밀한 ‘Replication’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KFC는 중국 시장 진입 후 10년 동안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그에 맞는 현지화 준비를 했으며 이후 ‘Adaptation’ 단계에서 1년에 30개 이상의 신메뉴를 출시하는 등 과감한 메뉴 개발을 통해 중국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중소도시(2nd & 3rd tier city)에 진출할 때도 현지 물류업체와 제휴를 강화하고 현지인을 중간 경영진으로 채용했다. 반면 맥도날드는 모든 메뉴 및 경영 방침을 글로벌 스탠더드에만 맞추려 하다 보니 지방도시로 확장 진출하는 데 있어 메뉴 수용상의 한계와 물류의 비효율성 등이 문제로 대두됐다.
이제 다시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사례를 보자. 커피빈이 다양한 차 메뉴를 개발하고 흡연실을 제공한 것은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을 위한 ‘Adaptation’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첸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단지 피상적인 현지화 전략에 불과하다. 즉 커피빈은 스타벅스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시장 진입 때문에 충분한 ‘Replication’ 기간 없이 1년 안에 승부수를 바로 띄웠다. 차와 담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한 것 같았지만 실제 중국인들은 커피빈의 전략을 외면했다. 중국인들은 커피를 차를 대신하는 대체 식품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엄연히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중국에서 커피 한 잔의 값은 일반 근로자들의 한 끼 식사값의 몇 배에 해당한다. 스타벅스는 소득 증대로 구매력이 증가한 중산층들에게 스타벅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곧 서양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라는 차별화된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 진입 후 첫 6년 동안 모든 글로벌 스탠더드를 그대로 적용하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스타벅스에 이 시간은 ‘Replication’ 기간이었다. 스타벅스는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면서 중국인들의 성향을 분석했기에 이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수 있었다.
첸 교수의 수업은 KFC의 현지화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향후 다른 기업의 현지화 전략에 대한 시사점과 제언을 도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는 1)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y)을 유지하면서 피상적 현지화 적응(Presumptive Adaption)의 오류를 범하지 말 것 2) 충분한 ‘Replication’ 단계를 통해 급격한 전략 수정(Dramatic Change)을 피할 것 3) 글로벌 표준화(Global Consistency)와 현지 반응(Local Responsiveness) 사이에 균형(Balance)을 조정하는 것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핵심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강조하면서 신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의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보다 성공적인 글로벌 전략을 도출해낼 때 첸 교수의 분석 틀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조시환 CEIBS Class of 2012 csihwan.m10@ceibs.edu
필자는 한양대 행정학과 및 동 대학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를 졸업한 후 우리은행 IB사업단과 영업점에서 Project Finanacing 및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CEIBS는 1994년 중국 정부와 EU의 합작 투자로 탄생한 학교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해 여러 차례 아시아 최고 MBA로 뽑혔다. 중국 본토 최초로 풀 타임 MBA 과정을 채택했으며 매년 190명의 학생들을 선발한다. 전체 인원 중 45% 정도가 중국 밖에서 온 학생들이다. 총 교육 기간은 18개월 정도이나 일반 2년제 MBA 학교와 달리 방학 기간이 2주 정도로 매우 짧다. 한국 학생은 매년 15명가량 입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