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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미디어 슈퍼스타K2

134만명 도전..열린 시스템이 시청자 울렸다

하정민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2010년 가을 대한민국은 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사랑에 빠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노래 하나로 슈퍼스타로 우뚝 서는 과정에 전 국민이 환호했다. CJ미디어 산하 케이블 방송 Mnet의 2년차 프로그램 ‘슈퍼스타K2’ 얘기다. 무명의 가수 지망생들이 오디션 스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어지간한 공중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앞지르며 대형 방송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MC와 심사위원들의 멘트 하나 하나가 모두 유행어가 됐고, 참가자들이 내놓은 싱글 음반은 출시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환풍기 수리공에서 2억 원의 상금을 받으며 ‘슈퍼스타K2’ 우승자가 된 허각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슈퍼스타K2’의 탄생은 명품 와인의 재배 과정과도 흡사하다. 적절한 재배 환경, 포도를 수확하고 발효시키는 전 과정에서의 철저한 관리와 노하우, 오랜 숙성 기간이 지나야 명품 와인을 맛볼 수 있듯 ‘슈퍼스타K2’의 성공 또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음악전문 케이블 채널인 엠넷은 몇 년 전부터 대국민 가수 발굴 오디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엠넷은 2005년 처음 선보인 ‘배틀 신화’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비슷한 프로그램을 속속 제작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 양식을 확정하는 데만도 3년의 기획 기간을 들였다. 시즌 1을 선보인 작년 이후에도 시즌 1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자기반성을 통해 보완점과 개선점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런 노력이 집약된 ‘슈퍼스타K2’의 결과는 놀라웠다. 지원자부터 시즌 1보다 두 배에 가까운 134만 명이 몰렸다. 방송 7회 만에 10%를 돌파한 시청률은 최종 회에 무려 18.1%를 기록했다. 공중파에서도 시청률 20%가 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승자를 결정하는 최종회에 참여한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 또한 시즌 1의 20만 건에서 130만 건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DBR이 2010년 11월 한국 광고학회 소속 교수 및 마케팅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슈퍼스타K2’는 “올해 최고의 마케팅을 전개한 브랜드(상품)는 무엇입니까”라는 종합 질문에서 61%의 지지를 얻어 다른 후보 군과 압도적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 별로도 “새로운 고객에 대한 성공적인 타깃팅으로 시장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차별화된 광고나 판촉 기법으로 많은 주목을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서 각각 40%의 지지를 얻어 역시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지난해에 똑같은 프로그램이 방송된데다, 세계적으로 흔하디 흔한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슈퍼스타K’의 초기 기획 때부터 참여해 시즌 1과 시즌 2 연출을 모두 맡은 김용범 총괄연출자(CP)와의 심층 인터뷰, 각종 문헌 및 자료 조사 등을 토대로 마케팅 측면에서 본 ‘슈퍼스타K2’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 오디션과 다큐의 만남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 자체는 전혀 새롭지 않다. ‘슈퍼스타K2’와 비슷한 양식을 지닌 미국의 가수 발굴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은 2002년부터 벌써 10시즌을 맞이하며 순항하고 있다. 영국에도 ‘팝 아이돌(폐지)’을 비롯해 ‘엑스 팩터(X factor)’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등이 있다. 소재를 음악 밖으로 확대하면 더 많다. 슈퍼 모델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아메리카스 넥스트 탑 모델(America’s Next Top Model)’를 비롯해 퀴즈, 요리, 게임 등 수많은 소재를 사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발달된 IT 환경 덕에 국내에도 이들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가 많다.
 
즉 단순히 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만으로는 이미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셈이다. 오히려 유사한 해외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들로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미 국내 방송계에도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존재했다. 공중파의 ‘악동클럽’과 ‘쇼바이벌’, 케이블 방송의 ‘도전 슈퍼모델’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슈퍼스타K2’가 거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슈퍼스타K2’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에 리얼리티와 휴머니즘이라는 다큐멘터리 요소를 적절히 융합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은 오디션과 다큐의 요소를 결합한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슈퍼스타K’와 가장 비슷한 포맷으로 평가 받는 ‘악동클럽’은 ‘슈퍼스타K’처럼 일반인들의 공개 오디션 양식을 지녔지만 참가자들의 속내와 고민을 진지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쇼바이벌’은 시청자 참여라는 참신한 시도를 했지만 일반인이 아니라 이미 가수로 데뷔한 ‘프로’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선함에 한계가 있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도 소수의 특정 분야 도전자들만 대상으로 했기에 대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슈퍼스타K’는 노래 뒤에 숨겨진 참가자들의 사생활, 고민, 속내 등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가난, 부모의 이혼, 친구들의 왕따, 학원 폭력 등을 솔직히 토로하며 눈물짓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유명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선정적인 소재로 시청률 상승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이 왜 노래에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시청자들이 그들의 노래에 공감하게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슈퍼스타K는 노래와 인간극장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합숙 과정을 낱낱이 소개하며 이들 사이의 갈등과 반목, 우정과 화해, 러브라인을 소개하며 다큐를 넘어 드라마까지 만들어냈다.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참가자 개개인의 독특한 캐릭터가 확립됐고, 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뚜렷한 기승전결 구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합숙을 거치면서 본선 진출자들이 성장하는 모습 또한 시청자들의 호감을 자극했다. 김용범 CP는 “비슷한 프로그램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지난 4∼5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연구한 덕분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포맷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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